< 755.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5- >
***
고환은 인체 기관 중 귓불과 더불어 가장 체온이 낮은 곳이다. 정자를 생산하는 데 있어 평균보다 낮은 온도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낮은 온도는 부랄을 쪼그라들 게 만들 뿐이다.
"으읏!"
도훈은 얼음 조각의 섬뜩한 냉기에 자기도 모르게 사지를 비틀었다. 얼음에 닿는 접점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름 돋는 촉감이었다.
"엄살 부리긴, 가만있어!"
짝-!
정화가 도훈의 등짝을 호되게 후렸다.
"언니, 언니 파트너 다 준비 됐수. 찾아 보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뜬 미숙이 도훈에게 다가갔다.
"어디 그럼 한 번 찾아볼까?"
도훈은 오한에 걸린 환자처럼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사내라곤 하지만, 본능적인 떨림까진 주체할 수 없었다.
‘제길! 이 수모를 기필코!’
도훈이 이를 꽉 깨물며 복수를 다짐했다. 미숙은 딱 봐도 젖은 자국이 선명한 사타구니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도훈의 몸 이곳저곳을 주물렀다.
"이쪽이려나?"
셔츠 안으로 파고든 손이 젖꼭지를 희롱하며 두터운 가슴을 문질렀다. 생각 이상으로 탄탄한 근육질 몸에 미숙이 자기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어머? 뭐야, 얘는? 몸이 왜 이렇게 좋담?’
선수들과 놀아본 경험이 적지 않은 미숙에게도, 도훈의 단단한 몸은 무척이나 이질적인 것이었다. 두 달 전 나이트에서 우연히 만나 원나잇을 했던 헬스 트레이너보다 몸이 더 좋은 것 같았다.
"겉으로만 만져서 어떻게 찾으려고? 속을 들여 다 봐야지?"
김 여사의 부추김에 고개를 끄덕인 미숙이 도훈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쳤다. 호흡이 척척 맞는 걸 보니 처음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같았다.
"그럼 실례 좀?"
미숙이 혀를 쏙 내밀더니 도훈의 상의를 순식간에 탈의시켰다. 셔츠 좌우가 완전히 벌어진 사이로 그의 단단한 식스팩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아!"
"어머나, 저게 사람 몸뚱이니, 돌덩이니?"
멸치같이 마른 몸에 살이 없어서 보이는 식스팩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씨감자 6개를 땅속에 콱 박았을 때 위로 튀어나온 것 같은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복근이었다. 도훈의 못난 얼굴에, 그를 낮춰보던 다른 여자들조차 그 순간만큼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한 사람은 당연히 미숙이었다.
‘세상에, 이런 알토란같은 것이 빼곡하게···.’
미숙은 홀린 사람처럼 도훈의 복근을 어루만지다가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정신 줄을 놓았다 생각하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흠흠, 위에는 안 보이네?"
"위에 없으면 아래 있겠지."
"빤쓰까지 싹 다 뒤져야돼."
얼음 찾기 게임을 지켜보던 두 여자가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남자를 희롱하는 데 맛들린 여자들이었다.
"어디 그럼 밑으로도 한 번."
미숙은 처음부터 목표했던 사타구니로 손을 가져갔다. 바지춤 위를 더듬거리던 미숙이 장난스럽게 도훈의 물건을 콱- 움켜쥐었다.
"···어?"
미숙이 난데없이 얼빠진 표정을 짓자 흥미진진하게 관전하던 다른 여자들이 물었다.
"왜 그래?"
"느낌 없어?"
"기대만큼은 아닌가 보네?"
"너무 실망 마. 몸매는 그럭저럭 봐 줄 만하니까."
두 사람은 티키 타카를 주고받으며 미숙의 반응을 살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지 위를 주물럭거리던 미숙이 두 눈이 휘둥그레져 소리쳤다.
"완전 대박!"
"뭐?"
"정말?"
"정우야, 이 안에 뭐가 들었길레 요래 빵빵하니?"
"···글쎄요?"
어느새 얼음의 냉기에 적응한 도훈이 여유를 갖고 대답했다.
"궁금하면 안으로 한 번 넣어 보시던가요."
도훈의 담대한 발언에 속으로 그를 응원하던 현성이 깜짝 놀랐다.
‘어쭈, 제법이잖아?’
사실 그는 다른 누구보다 도훈을 걱정하고 챙겨주고 있었다. 그 역시 이 일을 처음 시작하던 때가 있었고, 호빠의 길에 들어섰을 때 낯섦과 두려움이 마치 자기 일처럼 공감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선수가 잠재적 경쟁자가 되어버리는 이곳은, 초보를 위한 튜토리얼 모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턱대고 실전에 투입 시킨 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요령껏 깨우쳐야 했다.
진이 빠지게 면접을 보러 다니며 어색한 멘트를 날리는 일도 곤욕스러웠지만, 운 좋게 초이스가 된 후에도 파트너와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지 몰라 어물쩡거리다 뺀찌를 먹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때문에 고수익 보장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이 길에 발을 들인 부나방 같은 청춘들은, 대부분 일주일도 못가 때려치우기 일 수.
현성도 처음엔 도훈이 그저 그런 흔한 초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얘기를 나눠볼수록 배우려는 마인드가 좋았다.
약점이 명확한 부분이, 오히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어쩌면 속으로는 그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가진 자의 동정 같은?
‘이거, 사실 내가 도와줄 필요도 없었던 거 아냐?’
하지만 도훈의 능수능란한 임기응변과 과감한 멘트는 도저히 초보자의 그것으론 보이지 않았다. 나이는 20대 초반이지만 30대는 훌쩍 넘어선 사내의 연륜이 느껴졌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이 일이 적성일지도 몰라. 얼굴이 못나도 그거 하나는 확실하잖아?’
호빠에서 에이스급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연예인 뺨치게 잘생겼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엔 얼굴이 좀 못나도 끼가 출중하고 남다른 재주로 에이스의 반열에 오른 고수들도 있다고 들었다.
어쩌면 현성은, 도훈이 그런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
3번 룸이 열리고 민호가 씩씩거리며 걸어나왔다.
카운터에 있던 마담이 민호를 향해 물었다.
"뭐야? 너 왜 나오는데? 설마 안에서 담배 못 피우게 하니?"
민호는 5번째 박스인 도훈, 현성과 함께 들어간 4조의 에이스였다. 마담은 내부에 화장실이 다 있으니 설마 화장실 가려고 나온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민호가 시뻘게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저 뺀지 먹었어요."
"뭐라고?"
마담이 놀라서 되물었다.
민호는 가게에 몇 안남은 에이스였다.
경쟁업체로 에이스들이 하나둘 스카웃 되는 바람에 실질적으론 가게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초이스가 되었다가 뺀찌를 당하는 일은 보기드문 일이었다.
"뭔 일인데?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
최 마담이 심상치 않은 얼굴로 물었다.
"아니 그게··· 근데 그 신참이라는 놈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거예요?"
"신참? 아··· 이정우? 걔는 내가 뽑은 애 아니야. 언니가 발탁했다고 하더라고. 정우는 왜?"
"아니 그 새끼가."
민호가 억울한 표정으로 안에서 있던 일을 설명했다.
얼음 찾기가 끝난 후 미숙은 도훈의 대물에 완전히 매료된 상태였다. 손에 잡히는 사이즈가 이미 테크닉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사이즈가 바로 테크닉이지.’
얼음을 찾아낸 미숙이 마음에 쏙 든다는 표정으로 도훈을 쳐다보자 궁금해진 정화가 그녀에게 물었다. 정화는 바로 민호의 파트너였다.
"뭔데, 뭔데? 사람 궁금하게. 걔가 그렇게 대물이야?"
"무슨 관심이야 이것아? 네 파트너나 신경쓰지."
"아놔, 진짜 또 말 띠껍게하네."
두 사람은 견원지간 같은 앙숙이었으므로 말끝마다 서로를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화가 난 정화가 민호에게 소리쳤다.
"야, 우리도 해."
"네?"
"우리도 저 게임 하자고. 다들 했잖아. 넌 왜 안해?"
"아···네."
"어이, 몸짱 아저씨."
"저요?"
"니가 와서 나한테 얼음 숨겨."
"제가요?"
"어서."
앞선 게임에서 정화가 게임을 도왔기 때문에 이제는 도훈이 그녀를 도울 차례였다. 도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가려는데 파트너인 미숙이 그에게 몰래 귓속말로 지령을 내렸다.
"정우야, 팬티 속으로."
"네?"
"내가 시키는 데로만 해. 그럼 내가 너 오늘 머리 올려준다."
빠르게 귓속말을 속삭인 미숙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도훈은 갈등에 빠졌다.
‘진짜 여자 빤스에 얼음을 넣어도 되려나?’
아무리 막장으로 놀자고 작정했다 한들, 상대는 돈을 주고 유흥을 즐기러 온 손님이었다. 괜히 실수를 했다가 쫓겨나게 되면 오늘 밤을 이대로 공칠지도 몰랐다.
하지만 미숙의 제안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머리를 올려준다는 걸 보면, 나한테 한 번 대주겠다는 소린데···.’
도훈이 이번 호빠 알바를 결심했던 계기는 미션보상에 있었다. 첫 출전에 미숙을 자빠뜨릴 수만 있다면 도훈으로선 손쉽게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모 아니면 도지.’
도훈이 각오를 한 채 정화에게 다가갔다.
"민호는 눈 감고 있어."
민호가 눈을 감는 사이 얼음을 들고 간 도훈이 정화의 몸에 얼음을 숨겼다. 가슴팍이나 등쪽을 예상했던 정화는 도훈이 갑자기 바지를 들추고 팬티 안에 얼음을 밀어 넣자 자기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야이, 미친! 악, 차가워!"
팬티에 쏙 얼음이 들어간 정화가 방방 날뛰었다.
그 모습을 보던 김여사가 재밌는지 물개박수를 쳐댔다.
"와우, 화끈한데? 재밌다 계속해."
"어, 언니!"
정화가 울상을 지으며 투덜댔다.
"왜? 너도 했잖아. 재미없게 이럴 거야?"
왕언니인 김여사는 이들의 물주기도 했지만,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없이 살던 시절부터 밑바닥에서 고생을 많이 해온 탓에 여자답지않게 괄괄하고 거칠었다. 특히 몸집이 비대하다 보니 어지간한 남자들도 그녀 앞에선 기를 못 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김여사가 도훈의 대범한 행동을 보고 좋아하자 정화도 도리가 없었다.
‘개새끼, 두고 보자.’
정화가 매서운 눈으로 도훈을 노려보았다.
"자, 게임 시작."
눈을 뜬 민호는 자연스럽게 정화의 몸을 더듬었다.
"그럼 찾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화는 팬티 속에 들어간 얼음 때문에 굉장히 날이 선 상태. 결국 애꿎은 민호가 그녀의 욕받이가 되고 말았다.
"야이 변태 같은 새끼야! 지금 어디다 손을 집어 넣어?"
짝!
팬티 안으로 손을 넣으려던 민호의 볼기짝에 빨간 인장이 찍혔다. 민호가 억울한 표정으로 좌우를 둘러봤지만, 다들 배를 잡고 웃을 뿐이었다.
그저 지금 상황이 재밌기만 한 김여사는 민호가 뺨을 쳐맞건 정강이를 걷어 차이건 신경도 쓰지 않았고, 정화를 골탕먹인 미숙은 도훈은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잘했다고 윙크를 날렸다.
"당장 여기서 꺼져 새끼야!"
"나, 나가라고요?"
"씨발 귓구멍에 좆 박았니? 으흑, 차가워!"
참다 못한 정화가 결국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반쯤 녹은 얼음이 집어 던졌다.
"여기 보세요. 얼굴에 손자국 난 거. 이거 가만 둬야 하는 거예요?"
민호가 마담에서 자국난 볼 자국을 들이밀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마담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어디서 이런 진상 같은 년들이···.’
그녀도 화류계 생활을 오래 했으므로 진상들을 처리하는 방법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마담 대신 잠시 가게를 맡은터라 무턱대고 손님을 쫓기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민호야. 네가 맞은 건 억울할 만한데 좀 애매하다."
"네? 뭐가 애매해요? 여기 보시라니까요?"
민호가 계속 징징거리자 최마담이 단호하게 말했다.
"뭐라고 할 건데? 네가 바지 속으로 먼저 손을 넣었다가 뺨다구 맞았다고?"
"네?"
"아니, 들어보니까 얘기가 그렇잖아. 저쪽에서 네가 먼저 성추행했다고 걸고넘어지면 답도 없는 문제라고."
"아니 그건···, 그게 아니라 그쪽도 먼저 신참 물건 조물딱거렸다니까요? 정운가 뭐시긴가."
"그건 정우의 문제지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아니 최사장님···."
"그냥 똥 밟은 셈 쳐. 왜 그래 이민호? 아마추어 같이. 호빠 생활 하루이틀 해보니?"
최마담의 말에 할 말이 잃은 민호가 씩씩거리며 선수 대기실로 들어갔다. 마담의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끌끌 혀를 찼다.
"새끼, 싸가지없게 어른이 말하는데."
그러더니 지나가는 웨이터를 붙잡아 불렀다.
"박실장 오라그래."
"박실장님이요?"
"어, 3번방 선수 한명 뺀지 먹었다고. 재초이스 들어갈 거야."
"넵!"
쏜살같이 실장을 데리러 간 웨이터를 보며 최마담이 생각했다.
‘이정우. 그 못난이가 제법 앙큼한 구석이 있는데? 에이스를 뺀찌 먹이고 룸에 살아남았다 이거지?’
***
똑똑-
마담의 부름을 받은 박실장이 3번 룸의 문을 두들겼다.
"들어와요."
삐죽 고개를 내민 실장이 물었다.
"선수가 더 필요하시다고."
"누가 그래?"
"짝이 안맞지 않나요?"
실장은 룸 안을 빠르게 스캔했다.
양주는 한병이 모두 비워지고, 반병이 남은 상태.
안주는 거의 손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선수 둘은 파트너 옆에 나란히 붙어 있었고, 화가 잔뜩 난 여자 한 명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김여사가 정화에게 물었다.
"너 초이스 다시 하라는데?"
"됐어요."
"왜? 삔또 상했어? 기분 좀 풀어. 놀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필요 없다고요."
"저 손님···. 금방 싹싹한 애들로 다시 준비시키겠습니다. 늦게 출근한 선수들이 아주 쌈박합니다."
정화는 미숙에게 한 대 맞은 것이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도훈이 그런 대범한 짓을 벌인 것도 분명 미숙이 시켜서라고 생각했다.
"그래, 정화야. 너도 이번엔 큼직한 애로 하나 뽑아봐."
미숙이 도훈의 허벅지를 주무르며 놀리자 정화의 속이 확 뒤집어졌다.
‘저 썅년이 진짜! 이딴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됐으니까 그냥 나가줘요. 짝수 맞출 필요 없으니까. 양주나 한 병 더 갖다 주던가."
"아, 넵. 알겠습니다."
< 755.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5-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