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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722화 (695/2,000)

< 704. 중수의 자격-33- >

***

민수가 두 팔을 교차해 도훈의 앞 발차기에 대응했다.

뻑!

맞는 순간 팔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강력한 한방이었다.

"우윽!"

뱃속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 않던 강심장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말도 안 돼!’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상대의 덩치가 제법 크긴 했지만, 그는 자신보다 두 배는 더 큰 상대와 맞붙어도 때려눕히던 실력자였다.

스트리트 파이팅은 애초에 무차별 체급, 무규칙 룰.

힘으로 안 되면 무기, 무기마저 안 통하면 악다구니를 써서라도 싸움을 이겨왔다.

그러나 상대는 커다란 덩치에 비해 말도 안 되는 민첩성을 선보이고 있었다. 쉽게 말해 덩치는 헤비급인데 페더급의 스피드를 가진 존재인 것이다.

‘이, 이런 놈이 어떻게 평범한 대학생이지?’

고수는 고수를 대번에 알아본다.

민수가 보기에 도훈은 절대 자신보다 약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실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전 일격도 본능이 아니었다면 결코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눈 깜빡하는 사이 운동화 발바닥이 코앞까지 날아왔다. 무턱대고 팔을 든 것이 운 좋게 방어 자세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묵직한 충격에 주춤주춤 물러나는 순간 이번엔 각목이 날아들었다. 인정사정없는 매타작에 민수가 두 팔로 머리를 감싸 며 버텼다.

퍽! 퍼억!

‘으으, 이런 미친놈이 다 있다니!’

각목으로 흠씬 두들겨 맞고 있는데, 중간에 각목이 툭 하고 부러져 나갔다. 반 토막 난 각목을 보고 당황하는 놈을, 민수가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다!’

민수는 본래 화려하게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최단 거리로 급소를 찌르는 스타일의 타격가였다.

‘네놈이 아무리 용가리 통뼈라도 여길 맞으면 숨도 못 쉴걸?’

그가 손날로 도훈의 목젖을 빠르게 찔렀다.

단숨에 거구를 제압하는 비결은 바로 일반적인 무도에선 허용되지 않는 급소 공격에 있었다. 특히 도훈의 발차기를 눈여겨 본 그는, 도훈이 태권도나 가라데 등의 타격기에 능숙한 타입이라고 판단했다.

모든 무술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거리가 있는 법이다. 이 정도로 근접해 버리면 놈이 자랑하는 발차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죽어라!’

그러나 상대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손날을 찌르는 순간, 한 손으로 손목을 잡아채더니 몸통을 팽이처럼 돌리며 나머지 손으로 멱살을 틀어쥐는 것이었다.

‘이, 무, 무슨!’

예상치 못한 반격에 민수가 벗어나려는 순간.

한지연의 유도기술을 활용한 도훈의 업어치기가 펼쳐졌다.

"으쌰!"

민수의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르는가 싶더니 곧 상하가 반전되며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쿵-!

메트가 깔린 도장과 단단한 시멘트 바닥은 충격량부터 달랐다. 유도 유단자가 무서운 이유는 맨바닥에서 기술을 발휘하면 그 충격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맨땅에 등허리부터 매다 꽂힌 민수는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호흡곤란이 온 것처럼 세상에 새하얘지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컥!"

‘마, 말도 안 돼, 이, 이건 유도 기술 이잖아?’

실전에서 유도 기술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나 상대는 거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자신을 반격해 넘겨 한방에 넘겨 버렸다. 바닥에 처박힌 민수는 숨도 못 쉴 지경임에도, 후속타를 우려해 재빨리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빠져나갔다.

도훈은 엎어치기에 당하고도 끝까지 정신을 놓치 않는 민수를 보고 의문에 휩싸였다.

‘이걸 버틴다고? 조폭들은 본래 저렇게 맷집이 좋나?’

도훈은 민수가 평범한 조폭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고위급의 간부라는 사실을 몰랐다. 도훈이 놀라는 사이 민수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도저히 두 발로 못 설 지경으로 힘들었지만, 이제껏 싸움만 하고 살아온 본능적인 감각이 그를 억지로 붙들고 있었다.

‘괴, 굉장하다. 이놈은 진정 괴물이야!’

민수는 몇 번의 겨루기만에 도훈이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너, 너 대체 뭐 하는 새끼야?"

체력 소모를 우려한 도훈이 찰나의 지배자 스킬을 종료하고 대답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너, 너처럼 강한 놈이 어째서···."

"강한게 뭐?"

"허억, 허억. 아, 아니다. 넌 지금 너의 재능을 전혀 모르고 있군."

"싸우다 말고 무슨 헛소리야? 얼른 덤벼. 수업 늦으니까."

도훈의 대답에 민수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갑자기 가드하던 두 팔을 내려 버렸다.

도훈이 의아해 물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내가 졌다."

"뭐?"

"넌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민수의 대답에 도훈도 황당했다.

‘미친놈인가? 싸우다 말고 웬 항복 선언이야?’

도훈이 다시 물었다.

"처맞기 싫어서 꼬리 내리는 거냐, 지금?"

도훈의 도발에도 민수는 저항을 포기했다.

자존심이 강한 사내였지만, 패배를 인정할 줄도 알았다.

"그래."

"하-. 이거 어이가 없는 놈이네."

상대가 갑자기 항복 선언을 하자 도훈도 맥이 빠졌다.

사실 그 역시 긴장한 상태로 스킬을 과도하게 썼더니 입술이 살짝 떨릴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찰나의 지배가 스킬이 가진 후유증이었다.

‘차라리 잘 됐군. 더 무리했다간 나도 곤란했을 테니까.’

"좋아. 그럼 다시 묻지. 누가 널 보냈지?"

도훈은 이미 알면서도 상대를 떠보기 위해 물었다.

"우리 큰 형님하고 친한 동생이 있다. 제임스라고. 그 사람이 의뢰한 거야."

‘린다의 오빠니까 제이슴킴인가?’

민수가 의외로 순순히 불자 도훈이 다시 물었다.

"이유는?"

"이유는 나도 정확히 못 들었어."

"나를 붙잡아 뭐하려고 했지?"

"혼쭐을 내주라고 하더군."

"혼쭐?"

"그래.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말이 나올때까지."

"하-. 어처구니가 없네."

도훈이 바닥에 떨어진 사시미를 집어 들었다.

섬뜩한 쇳덩이의 느낌이 소름끼치게 다가왔다.

전생에 한 번 칼을 맞아본 적이 있기때문에, 예리하게 빛나는 날을 마주하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이딴 걸로 나를 죽이려고 했냐?"

"죽일 생각은 없었다. 조폭이라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진 않아."

"이걸 나한테 휘둘렀잖아?"

"칼에 좀 베인다고 사람은 쉽게 죽지 않으니까."

민수가 갑자기 입고 있던 셔츠를 풀어해쳤다.

드러나 그의 상반신은 온몸에 칼자국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흉터가 없는 곳은 찾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살명서 지금껏 스무번 넘게 칼에 맞아왔다. 정말 죽이려고 했으면 심장 쪽을 찔렀겠지."

"그래서 뭐 억울하다 이거야?"

"···싸움에 졌으니 더 할 말은 없다. 알아서 해."

민수는 도훈이 칼을 들고 다가오는 걸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건달이기 이전에 사나이였다. 이미 항복을 선언했으니 처분은 도훈에게 맡길 뿐이었다.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구나, 너."

"······."

도훈은 한참 동안 섬뜩한 사시미를 내려보더니 2층 너머로 멀리 던져버렸다.

"뭐, 뭐하는 거지?"

"네 말대로 나는 평범한 대학생이야. 이런 이유로 쉽게 사람으 죽이지 않아."

"···크흑."

"대신."

도훈이 말을 끊더니 민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도훈의 주먹을 맞은 민수의 고개가 훽 옆으로 돌아갔다.

"꺼져.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땐 정말 가만 안 둘테니까."

고개가 돌아간 민수가 이채가 어린 눈으로 다시 도훈을 쳐다보았다.

"뭐, 뭐하는 거냐."

"나한테 대든 값. 왜? 한 대 더 때려줄까?"

민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 도훈의 주먹이 너무 느리고 위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찰나의 지배자 스킬이 끝난 도훈은 다시 원래의 속도로 돌아왔고, 그 정도 위력의 주먹은 민수의 강한 맷집으로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민수는 단단히 오해하고 말았다.

‘나, 나를 봐준 건가?’

민수는 도훈을 말도 안 되게 강한 남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커다란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순발력과 민첩성. 타격기와 유도까지 겸비한 종합 격투기 능력.

그런데도 자신을 향해 힘을 뺀 느린 주먹을 날린 것이다.

칼까지 던져 버린 채 말이다.

"왜, 왜···."

"아 꺼지라고! 그리고 린다에게 똑똑히 전해. 이 빚은 내가 나중에 꼭 받으러 가겠다고."

"······."

도훈이 역정을 내며 돌아서는데 민수가 그를 불렀다.

"자, 잠깐."

"왜? 더 할 말 있어?"

"그, 그게 아니라···."

민수는 감동했다.

도훈이 보여준 놀라운 싸움 실력도 감탄했지만, 제압한 적을 그대로 보내주는 배포와 아량에 진심으로 탄복하고 말았다.

‘보통 놈이 아니다. 주먹 세계에 뛰어들었으면 당장 전국구로 성장할 재목이야. 이런 인재가 대학에 처박혀 있었다니···.’

"왜 불렀냐니까?"

"그, 그게···."

하지만 민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 싸우던 상대에게 감복했다고 어찌 말할 수 있을 텐가.

"이, 이 빚은 나중에 꼭 갚으마."

"웃기는 소리 마. 조폭한테 도움 청할 일 없으니까."

"아니다. 나도 남자다. 받은 것은 배로 갚아준다. 그게 무엇이든."

민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소리치자 도훈이 뻥진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저 미친놈 왜 저래?’

[왠지 주인님께 반한 것 같은데요?]

‘뭐라고? 남자가 나를? 어욱, 구역질 나.’

[아니 꼭 이성적인 것 말고 말입니다. 그의 정보창을 확인해 보시죠.]

‘흐음···. 그럴까?’

도훈의 스마트 워치로 정보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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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최민수 (비총각, 22세 9개월)

나이 : 28 #미친개 #의리 #석산파 서열 10위

호감도 : 73/100

성취향 : 여자에게 무관심.

변태성 : 전혀 없음.

*성감 포인트 : 섹스를 좋아하지 않음.

여성 편력 : 없음.

공략팁

*그는 당신이 베푼 아량에 감동했습니다.

-그는 당신을 천재적인 싸움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당신에게 진 빚을 갚고 싶어 합니다.

-그는 당신의 남자다운 모습에 반했습니다.

-추천멘트 : "너, 그 약속 꼭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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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뭐야 이 고자 같은 새끼는?’

[정말이군요.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라니···.]

‘이 정도면 조폭이 아니라 스님이 됐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요.]

‘아님 혹시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인건가? 왜 나한테 반했다고 나오지?’

[게이라면 분명 표시가 되었을 겁니다. 아마도 주인님이 보여준 놀라운 싸움 실력에 감복한 것 같습니다.]

‘허-. 또라인 줄은 알았지만 이런 타입은 또 처음이군.’

도훈은 곰곰이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놈은 내 주소랑 학적까지 모두 알고 있잖아? 괜히 적으로 놔두는 것보다 내 편으로 포섭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주인님이 여자가 아닌 남자를 거두는 모습은 처음 보는 군요.]

‘거두긴 뭘 거둬. 혹시라도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니까 그러지.’

"뭐든 배로 갚겠다고?"

"그렇다."

"좋아. 너희들이 날 더 귀찮게 하지 않는다면 나도 더는 문제 삼지 않겠어. 가서 그 제임스인가 뭔가 한테는 혼쭐을 내줬다고 전달해."

"···으음, 그렇게까지···. 알겠다."

"그리고 너 그 약속 꼭 지켜."

"약속?"

"무슨 일이든 배로 갚는 다는 약속 말이야."

도훈이 추천 멘트를 언급하자 민수가 두 눈을 반짝였다.

"당연하지.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그럼 다행이고. 암튼 린다와의 일은 내가 나중에 알아서 해결할 거야. 그땐 끼어들지 마."

"알겠다."

"그럼 난 수업이 늦어서, 이만."

도훈이 공사장을 벗어나 다시 대학 쪽으로 차를 돌렸다.

[근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뭘?’

[린다 양 말입니다.]

‘당연히 안 괜찮지. 지금은 한지연 문제를 처리하는 게 먼저니까 일단 놔두는데 조만간 손 봐줘야겠어. 감히 나를 엿 먹여?’

[흐음. 어차피 좋게 해결된 거 그냥 무시하시는 게.]

‘어림없는 소리. 내 신조 알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람 이렇게 뒤통수치면 어떻게 되는 지 똑똑히 일러줘야지.’

[허어.]

‘두고 봐. 나에게 덤빈 걸 뼈져리게 후회하게 해 줄 테니.’

도훈이 이를 부득 갈았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으으. 그나저나 찰나의 지배자 위력은 좋은데 후유증 장난없네. 아직까지 팔이 떨리는데?’

[근육이 순간적을 혹사시켜서 그렇습니다. 체력도 많이 소진되셨을 겁니다.]

‘나참, 얼른 돌아가서 정음이 만나야 되는데···.’

[아무리 한발 남았다 스킬을 사용해도 지금 체력으론···.]

‘몰라. 이가 없음 잇몸으로라도 버텨야지.’

도훈이 다시 돌아온 건 수업이 시작된 지 한참 지나서였다.

수업에 늦게 들어가자 교수가 대뜸 도훈을 보고 말했다.

"뭔가 자넨?"

"죄송합니다. 배탈이 나서 조금 늦었습니다."

교수는 도훈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다시 강의를 이어갔다. 도훈이 머쓱한 표정으로 정음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오빠, 괜찮으세요?"

정음이 걱정스럽게 묻자 도훈이 배를 잡고 말했다.

"어, 좀 배가 아파서."

"배가요?"

정음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도훈을 쳐다보다 목덜미에 난 혈흔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까 민수가 차 안에서 그를 찔렀을 때 흐른 핏자국이었다.

"오, 오빠 목에 피가!"

< 704. 중수의 자격-3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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