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3. 중수의 자격-2- >
얼핏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손발을 다 합쳐도 못 샐 지경이었다.
그가 가진 마성의 지배자 스킬은 호감도 하락을 방지했고, 중독의 정액은 여자들이 그의 몸을 그리워하게 했다. 또한, 망부석이 되지 마오 아이템이 주요 인물을 자동 관리해주니 그는 언제든 원하는 여자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가 간택만 하면 집 앞으로 뛰어나올 여자들이 한 트럭인 것이다.
‘예림이?’
불쑥 밀린 숙제 같은 여자들이 떠올랐다.
나예림은 도훈 때문에 육덕으로 변했다. 도훈은 그녀를 섹다이어트 시켜준다고 약속을 했다.
‘아니지. 그렇게 따지면 희주가 더 먼전가?’
과 후배인 빻녀 양희주.
현재 얼굴에 정액을 뿌려가며 미인으로 변신 중이다.
‘아니지.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 법조인 집안인 법학과 설수지도 관리해 줘야 하는데···.’
교생실습 때 인연을 맺은 그녀는 지금보다 장차의 쓸모가 많을 것이다.
‘아아! 이런 게 풍요 속의 빈곤이란 거구나. 대체 어느 꽃에 먼저 물을 줘야 하는 거야?’
마음 같아선 싹 다 불러놓고 일렬종대로 엎드려뻗쳐 시킨다음 하나씩 다 박아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대기표 받아가면서 말이지. 가만, 그럼 내가 왠지 창남이 된 기분인데? 이게 따먹히는 거야 따주는 거야?’
도훈이 혼자 씰룩거리자 로시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아니 여자가 너무 많아서. 운빨 좀 올리려고 아무나 부르려고 했는데, 사연을 가진 여자가 너무 많네.’
[쯧쯧. 옛말에 성공한 사람이 조강지처를 버리면 벌 받는다는 말이 있죠. 주인님이 허접할 때부터 일편단심이던 처자를 떠올려 보시죠.]
‘음. 그렇다면···.’
도훈은 좀 더 고민했다.
다른 여자들은 그에게 바라는 게 있거나, 불순한(?) 의도가 있는 여자들이었지만 그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지고지순하게 퍼주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본처를 먼저 챙겨야겠지?’
[육정음양 말이죠.]
‘응. 저번에 드라이브만 시켜주고 끝나는 바람에 섭섭했을 것 같아서.’
도훈은 오랜만에 정음에게 연락했다.
"여보세요?"
-네, 오빠.
"뭐하고 있어?"
-주말이라 가족들하고 할머니 집 왔어요.
"아···. 그럼 시골이야?"
-네. 오빠는요?
효심이 가득한 정음은 일전에 병원에 입원했던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시골에 내려간 상태였다. 도훈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집에서 쉬고 있지."
-그러셨구나.
도훈은 정음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적당히 대화를 끝냈다.
"그래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네, 오빠. 모처럼 만날 기회였는데 아쉬워요.
"아니야. 주말인데 미리 약속을 잡았어야 했는데."
통화를 마친 도훈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하-. 생각해보니 지금이 일요일 오후라는 걸 생각 못 했네. 다들 선약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렇군요. 아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어장관리 어플을 띄워드릴까요?]
‘그래. 위치부터 파악하고 연락하는 게 낫겠다.’
도훈은 어장관리 어플을 켜 대상에 포함된 여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대부분 외출 중인 경우가 많았다. 혼자 나갔을 리는 없으니, 현재 집에 있는 사람 중에서 추려야했다.
‘아, 마땅한 애들이 없네.’
한참 목록을 뒤지던 도훈은 호감도에 빨간불이 들어온 사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업데이트된 기능 중 하나로 일정 수치 이하로 호감도가 떨어진 대상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박지애, 그 폭유 간호사던가?’
[호감도가 아슬아슬하군요. 어장 이탈 직전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스킬로 보정 효과를 받더라도 만나질 않으니 자연스럽게 어장에서 떨어져 나가는 중이었다. 더욱이 마성의 지배자와 중독의 정액이 스킬을 얻기 전에 만난 여자들의 경우, 그 하락 속도가 더 빨랐다.
[어차피 모두를 챙길 수 없다면 적당히 놓아주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틀린 말은 아닌데···. 지애는 버리기 아까운 캐릭턴데.’
도훈은 지애의 암소같은 젖가슴을 떠올렸다. 글래머도 많고, 거유도 많았지만 그만한 폭유는 보기 드물었다.
겨우 공략해 놓고 손에 쥐질 못해 방출해야 하는 게 아쉽기도 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번에 특수직종 위업도 일부 달성한 거 맞지?’
[네. 현재 왁싱 전문가에 이어 아이돌까지 추가하셨습니다. 남은 직종은 여경, 여의사, 치어리더구요.]
도훈이 꾀를 냈다.
‘지애를 어장에 붙잡아 둬야겠어.’
[네? 박지애양은 해당 위업과는 무관한 직업인데요?]
‘그게 아니라, 내가 아는 유일한 의료인 인맥이잖아. 특수직종에 여의사를 공략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어?’
[아, 그게 그렇게 되나요?]
‘무턱대고 여의사를 만나는 찾는 것보다 간호사를 통해 소개받는 쪽이 더 나을 테니까 말이야.’
[하긴 그것도 나쁘진 않네요.]
‘겸사겸사 위업까지 챙기면 일석이조고.’
간호사인 지애의 현 위치는 집.
교대근무를 하는 직업 특성상 아마 쉬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도훈은 지애의 연락처를 뒤져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머? 웬일이야 네가 전화를 다하고?
지애의 목소리가 살짝 들떠 있었다. 도훈은 무엇보다 그녀가 자신의 연락처를 아직 갖고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다행이군. 호감도가 많이 떨어져 있길래 상대 쪽에서 연락처를 지워버렸을까 걱정했는데.’
"왜요? 혹시 전화하면 안 되는 사인가요?"
-그게 아니라 그날 이후로 연락도 안 했잖아?
그날이라는 것은 도훈이 지애의 근무지로 쳐들어가 야간병동 미션을 수행하던 날을 말했다. 추후 그녀를 통해 애자매 집안과 연결되었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냥 생각나서 전화해 봤어요. 귀찮으시면 끊구요."
도훈이 세게 나갔다.
어차피 아쉬운 쪽이 약자라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너 말고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의 이런 뻔뻔한 태도가 오히려 여자들을 붙잡는 데 더 도움이 되었다. 돈이 많을수록 돈 벌기가 쉽듯이, 여자가 많은 남자일수록 더 여자를 만나기가 쉬운 법이다.
-아, 아니 뭐 그런 뜻은 아닌데.
마침 비번인 지애는 방에서 뒹굴고 있던 차에 도훈의 전화를 받았다. 타 직종과 쉬는 시간대가 다른 3교대 근무 간호사는 쉬는 날이라고 해서 딱히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한참 무료하던 차에 도훈의 전화를 받으니 쌩뚱맞기도 했지만, 은근히 그의 연락에 두근거리던 지애였다.
"지금 뭐하시는 데요?"
-그냥 집에서 뒹굴고 있지.
"데이트 안 해요?"
-데이트는 무슨 혼자 하니? 남자가 있어야 하지.
"알았어요. 그럼 제가 데이트 해드릴 게요."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왜요? 저 별로에요?"
-아니 나갈 채비도 안 했고··· 시, 시간도.
도훈도 시각을 확인했다.
일요일 오후 6시.
이미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면 모를까, 새롭게 누굴 만나기엔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왜요? 박기 딱 좋은 시간이구만."
-박, 뭐?
도훈의 노골적인 대사에 지애가 당황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한 번 썸씽이 있던 사이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 이유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직접적일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야, 너 내가 우습니?
"우습긴요. 누나 이름 따라 부른건데요."
-내 이름이 뭐?
"박지애. 박기 딱 좋은 이름 아닌가요?"
-참나. 진짜 어이가 없네? 혼날래?
지애가 화를 내자 도훈이 한 걸음 물러섰다.
"농담이에요. 삐진거 아니죠?"
-무슨 농담을 그렇게 저질스럽게 해?
"사실 제가 이번에 차 뽑았거든요. 같이 드라이브 가자고요."
-차? 대학생이 무슨 돈이 나서?
"학생은 돈 벌면 안되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나와요. 사죄의 의미로 맛있는 것도 사줄 테니까."
-뭐야, 진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니?
"실제로도 잘해요. 들었다 놨다 해드려요?"
-자꾸 무슨 소리야 진짜!
"암튼 30분이면 충분하죠? 집으로 데리러 갈게요."
-야, 야!!
"문자로 주소 남겨요. 알았죠?"
-무슨···
도훈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완전 상남자신데요?]
‘왜? 지애가 안 넘어 올 것 같아?’
[그렇게 몰아붙이면 싫어하지 않을까요?]
‘두고봐. 분명 연락온다. 나도 나갈 채비 해야지.’
도훈의 말대로 잠시 후 주소가 적힌 문자가 도착했다.
그녀의 원룸 주소였다.
[헉. 어떻게 이게 통하죠?]
‘말했잖아. 저번에 보니까 지애가 은근히 순종적이더라고. 이런 애들은 멋대로 휘두르는 편이 훨씬 잘 먹혀.’
[확실히 얼굴 값을 하시는 군요.]
‘노노. 이건 대물값이라고 해야지. 왜 그런 말 못 들었어? 대물이랑 한 번도 떡 안친 여자는 있어도···.’
[대물이랑 한 번만 떡 친 여자는 없다고요? 이젠 말 안해도 압니다.]
‘잘 아네.’
[허구허날 그 소리니까요.]
도훈은 씩 웃으며 차 키를 챙겨 나갔다.
확실히 차가 생기니 이동이 편해져 여자를 만나기 용이했다.
역시 남자는 차가 있고 볼 일이라고 생각했다.
***
강남의 모 클럽 VIP룸.
건들거리는 양아치 하나가 인상 험악한 건달에게 양주를 따랐다.
"형님, 요새도 별일 없으시죠?"
셔츠를 걷은 건달의 팔목에는 문신이 새겨 있었는데, 팔 전체를 덮을 정도로 진한 문신이었다.
"별일은 무신. 근디 무슨 일로 내를 보자켔노?"
"아이고, 형님. 제가 일이 있어야 보자고 하는 놈입니까. 그냥 오랜만에 적적해서 오붓하게 얘기나 나누자는 거죠."
양아치는 린다의 오빠인 제임스였다.
어지간해선 머리를 숙이지 않는 그였지만, 강남 일대를 주름잡는 석산파의 행동 대장 앞에선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수밖에 없었다.
듣기론 이미 20대가 되기 전 2명을 담갔다고 하는데, 소문 만큼이나 거칠고 험상궂은 사내였다. 마산에서 단신으로 올라와 강남 최고 조직의 오른팔에 오를만큼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했다.
"까고 있네. 말만 해라, 누굴 손 봐달라꼬?"
"저 실은···."
제임스는 린다와 도훈 사이의 일을 과장해서 부풀렸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도훈은 순진한 여동생을 맘껏 따먹고 버린 천하의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다.
"제 동생이 막 데뷔를 하다 보니··· 구설수에 오르길 꺼려해서요. 제가 직접 혼내주고 싶은데, 놈이 운동 좀 배운 놈이라 덩치고 크고 그렇다고 해서···."
"운동?"
"네. 체육과라고 합니다."
"웃기고 자빠졌네. 내 밑에 얼라들 운동 안 한 애들이 없다. 아나?"
"당연하죠."
"대충 알겠고. 이름이랑 사는 곳만 말해라. 확 마 애들 풀어서 다리 몽뎅이 하나 뽀사 쁠라니께로."
"아이고, 또 이렇게 형님한테 신세를···."
제임스가 건달의 어깨를 주무르는 시늉을 하자 건달이 귀찮다는 듯 손을 쳐냈다.
"치아라. 남사시럽게. 글고, 저번에 말한 NB클럽 투자건은 우찌 되고 있노?"
"아예, 뭐 그건···."
그 뒤로 비즈니스 적인 얘기가 오고 갔다.
제임스는 이제 이도훈인가 뭐하는 놈인가는 반쯤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게 감히 누구 동생을 건드려? 대한민국은 돈만 주면 사람도 죽여준다는 나라라고. 좆도 아닌 새끼가 까불기는.’
***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주말이라 차가 막혔다.
갑자기 귀가 간지러워 귀를 후볐다.
‘아씨, 누가 또 내 욕하나.’
[욕먹을 짓을 하고 다니니 그럴수도 있겠네요.]
‘내가 뭘?’
[주인님이 건들다만 여자들이 한 둘입니까? 그만큼 원망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요?]
‘업적을 위해서라며 부추길 땐 언제고, 참나.’
[아무튼 업적을 깨다보면 업보도 남는 법이지요.]
‘뭐, 떳떳한 건 아니지만 나름 그래도 선을 지키면서 살아왔어.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구제해 주려고 뒷수습도 했고.’
[그건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그나저나 지애도 오랜만이네.’
발목이 부러진 지연을 병문안 가며 만났던 폭유 간호사.
나중에는 그녀를 통해 최후식 회장까지 연결되었다.
그러고 보니 애자매는 잘살고 있으려나?
콩가루 집안이라 아슬아슬했지만, 괜히 내가 끼어들어 붕괴를 가속화 한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애자매는 잘 살겠지?’
[이제와 궁금하신가요?]
‘그냥 뭐. 부모들이 문제였지, 딸 들은 잘못 없잖아.’
[연이 되면 또 만날 일이 있겠죠.]
그때 지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어, 거의 다 왔어. 넌?"
-집 앞에 나와 있어.
"알았어. 금방 갈게."
속도를 올려 네비게이션에 찍은 지애의 집 앞에 도착했다.
사복차림의 지애는 몸에 붙은 민소매 티에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었다.
‘와우, 가슴 앞으로 튀어나오는 거 아니냐?’
워낙에 폭탄 같은 가슴이라 그런지 몸에 붙는 옷을 입자 윤곽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무릎 위로 15cm는 올라온 청치마도 유난히 짧은 게 작정을 한 모습이었다.
‘참나. 아까는 튕기는 것 같더니 아주···.’
나는 차창을 내려 두리번 거리는 지애에게 말했다.
"오랜만. 누나."
"어?"
지애가 고개를 내밀어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 다리를 밀어 넣는 중에 치마가 들리자 새하얀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와우. 진짜 오늘 박음직 스럽네.’
"아빠 차 끌고 온 거 아니지?"
"무슨 소리야. 우리 아빠 미국에 계셔."
"아···."
지애가 허리를 꼿꼿히 세우며 물었다.
"저녁 뭐 사줄건데?"
"일단 벨트부터 매시고."
지애가 안전벨트를 매는데, 가슴골 사이에 벨트가 파고들며 그녀의 폭탄 같은 가슴이 더욱 도드라졌다. 정말이지, 가슴밖에 안 보이는 여자였다.
< 673. 중수의 자격-2-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