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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80화 (653/2,000)

< 662. 아이돌 vs 돌아이-55- >

제희가 도훈의 위로 포개졌다.

"얼씨구?"

물컹하는 가슴이 도훈의 얼굴을 짓눌렀다. 원체 바스트가 훌륭한 편이기 때문에 도훈이 내친 김에 코박죽을 시전하며 호흡을 들이켰다.

‘오늘의 에피타이젼가?’

[네?]

‘매인 디쉬는 링링하고 미소잖아. 식전 요리로 린다를 해치울 생각이었는데, 제희도 나쁘지 않겠어.’

[그럼 린다양은요?]

‘걔는 활용가치 끝났어. 어차피 여기 들어오는 데까지만 이용할 계획이었거든.’

[하지만 주인님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린다가? 확신할 수 없을 걸? 내가 2층으로 오르는 걸 보지 못 했으니까.’

[아, 그렇군요.]

‘자기 방에 내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끝내 숙소를 빠져나간 줄 알 거야. 알리바이는 완벽해.’

[무서우신 분.]

"흐읏! 뭐, 뭐예요!"

"방귀끼고 성낸다더니 덮친 건 너잖아?"

도훈이 가슴에 비비며 말했다.

"발이 걸려 넘어진 거라고요."

"자빠진 김에 떡이나 치라던데···. 그냥 이대로 있자."

도훈이 두 팔을 감아 제희를 옭아맸다. 제희도 딱히 벗어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잠자코 그에게 안겼다.

"오빠 이럴려고 왔죠?""뭐가?"

"우리 숙소요."

"아니야. 린다가 먼저 불렀다니까? 내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왔겠어?"

"어쨌든 결국 할 거였잖아요."

"내가 왜?"

"린다 언니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에요?"

제희가 진지한 눈빛으로 도훈을 쳐다보았다.

셋은 처음 만난 날 쓰리썸을 했다.

하지만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말처럼, 도훈의 마음도 둘 중 어느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제희는 그 사람이 자신이 아닌 린다라고 믿었다.

"······."

"제 말 맞죠?"

의심을 확신하려는 듯 제희가 재차 물었다.

"아니야."

"아닌데 여길 몰래 숨어들어왔다고요? 치한으로 몰릴지도 모르는 데?"

"너라면 린다가 좋겠어, 네가 좋겠어?"

역으로 도훈이 물었다.

"그거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에요?"

제희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솔직히 말할 게. 그날 둘 다 자봤잖아."

"네."

"난 네 쪽이 더 좋았어."

"거짓말."

[입에 침이나 바르고 좀.]

‘아냐, 진짜야. 린다보단 제희가 낫더라고.’

[하지만 오늘은 미소나 링링을 노리고 온 거잖습니까? 제희양은 계획에도 없었구요.]

‘그런 말도 못 들었냐?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이라. 무려 제갈량이 한 말이라고.’

[계획은 사람이 꾸며도 성공이 하늘에 달려있다는 말이죠? 그렇게 유식한 분이면 견강부회마시죠. 방금전까진 제희양을 해야 에피타이저니 뭐니 운운하던 분이 주인님 아니었습니까?]

‘들켰냐?’

[그냥 입막음하려는 거죠? 숨을 곳도 찾을 겸.]

‘제법 예리했다. 방금은.’

"거짓말 아니야. 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저한테 안 들켰으면 오늘 린다 언니랑 잤을 테니까요."

"아니. 린다를 일찍 재우고 널 찾아왔겠지."

도훈의 일관된 태도에 제희도 슬슬 흔들렸다.

‘진심인가? 내가 린다 언니보다 좋다는 말이?’

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못 믿겠어요. 린다 언니랑 자주 연락했잖아요. 제가 모를 줄 알아요?"

"연락은 너랑도 했어."

"저랑은 거의 안부 문자 수준이었죠."

"린다랑도 별반 다를 바 없어. 오히려 대놓고 씹은 적이 더 많았지."

제희가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도훈이 연락을 안 받는다면서 짜증을 내던 린다의 모습이 기억났다. 그의 말이 진심인 것 같았다.

‘설마···. 진짜 나한테 더 관심이 있으면서 린다랑 연락한 거야? 일부러 질투 나게 하려고?’

사람은 되도록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마련.

도훈의 말빨에 휘둘린 제희도 슬슬 모든 정황을 자기에게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그를 향한 연모의 감정과, 린다에 대한 질투심이 어루지며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는 것이다.

‘하긴 맞어. 정말 언니랑 깊은 사이였다면 연락을 씹고 그러진 않았겠지. 언니가 계속 첫 방송 오라고 했다는 데도 무시한 걸 보면 내 생각보다 가벼운 사이일지도.’

도훈은 제희의 눈빛을 보며 그녀가 설득당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잘 됐어. 제희를 교두보 삼아 링링과 미소를 마저 공략해야지. 질투심 많은 린다보다야, 순진한 제희쪽이 어르기도 좋겠지.’

"흠. 전 오빠가 린다 언니랑 잘되는 줄 알고···."

"그래서 혼자 이걸 쓴 거야?"

"네?"

도훈이 손에 감추고 있던 딜도를 눈앞으로 내밀었다.

"아, 앗!"

제희가 민망함에 빼앗으려 들었다.

도훈이 재빨리 손을 피했다.

"나보다 이게 좋아?"

"서, 설마요."

"그런데 왜 이게 침대 밑에 있지?"

"그냥···. 여자도 다···."

"다 뭐?"

"···다 자위하니까."

제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끄러워하는 제희를 표정을 보자 도훈은 더욱 골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걸로 여기 쑤셨어?"

도훈이 손을 내려 제희의 항문을 꾹 눌렀다.

"악! 아, 아니에요!"

"왜? 그때 보니 엄청 좋아하던데."

"좋긴 좋았지만···."

"좋았지만?"

"그 날 이후 삼 일 동안 엄청 고생했던 거 모르죠? 장염 걸린 환자마냥 화장실만 계속 들락거리고."

"미안. 그건 몰랐어. 아마 처음이라 그랬을 거야."

"제가 얼마나 힘들었다고요."

"고생했어."

도훈이 제희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침대 위에서 껴안은 채로 몸을 어루만지는 통에 제희의 몸이 점점 달아올랐다. 그건 도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물이 꼴리면서 제희의 배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뭐, 뭐예요. 밑에?"

"뭐겠어. 네가 좋아하는 그거지."

"제가 언제 좋아했다고 그래요?"

"아니었어? 그럼 이게 좋니, 이게 좋니?"

도훈이 한 손에 든 딜도와 대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제희가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자 도훈이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대답 잘 해. 더 좋아하는 걸로 해줄 테니까."

"뭐, 뭘 해준다는 거예요, 자꾸!"

"뭐긴? 니가 생각하는 그거지."

"여, 여기서요?"

"왜? 이제와서 무서워?"

"아, 아니 린다 언니가 알기라도 하면."

"걱정 마. 린다는 절대 모를 테니까."

"언니가 오빨 불렀다면서요?"

"그치만 내가 2층으로 올라온 건 모르지."

"진짜요?"

"믿어봐. 곧 전화 올 테니까.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

잠시 후 타이밍 좋게 린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도훈은 일부러 통화 소리가 밖으로 나오도록 스피커 폰으로 바꾸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도훈아 어디야? 내 방 올라왔는데 왜 없어?"

도훈이 손가락을 세워 입술 위에 붙였다.

제희에게 한마디도 하지 말고 듣고만 있으라는 사인이었다.

"미안.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나왔어."

"뭐라고?!"

"링링 때문에 방법이 없더라고."

"나한테는 어떻게든 2층으로 가겠다고 했잖아!"

흥분한 린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겨우 링링을 재우고 헐레벌떡 방으로 돌아왔으나, 도훈이 약속을 어긴 것을 깨닫자 화가 난 것이다. 별로 먹고 싶지도 않았던 족발을 꾸역꾸역 먹어 치운게 더 열받았다.

"링링이 거실을 계속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하냐? 나라고 겨우 들어온 숙소에서 나가고 싶었을까봐? 하지만 만에 하나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난 바로 구속이라고. 여자들밖에 없는 숙소에 몰래 가택 침입한 죄로. 나보고 그런 부담을 떠안으라

고?"

"하-. 진짜···."

"어쩔 수 없었다는 거 너도 알잖아. 내가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 해도 해도 안 돼 포기한 건데···. 그렇게 말하니까 좀 섭섭하네."

도훈의 연기력은 가증스러울 정도였다.

잠자코 지켜보던 제희 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해댔다.

"미, 미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솔직히. 대표가 갑자기 외출금지 내리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 우리 둘 중에 책임이 있다면 나보단 네 몫이 더 크지."

구구절절 맞는 소리였기에 린다도 할 말을 잃고 사과를 했다.

"맞어. 다 내 잘못이야. 화 내지마."

"화내는 건 아닌데, 아무튼 기분이 좋지 않네. 내일 얘기하자."

"도, 도훈아. 내가 잘못했어. 도훈아!"

"아니. 더 얘기해봐야 감정만 상할 것 같아서 그래.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우리 내일 얘기해."

"도훈아! 도훈···!"

린다가 간절히 부르는데도 도훈은 냉정하게 통화를 끊어 버렸다. 제희는 린다가 남자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자 통쾌함을 느꼈으나, 한편으로는 도훈의 능수능란한 거짓말 솜씨에 의구심이 들었다.

‘오빠는 진짜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사람을 속이는구나! 내 방에 숨어 있으면서 린다에겐 여기 없다고 하다니···.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린다와 제희의 방은 크게 말하면 목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면 질투심이 폭발한 린다가 무슨짓을 벌일지 두려워졌다.

"저···. 정말 괜찮을까요?"

"뭐가?"

"린다 언니가 오빠 제 방에 있는 걸 알면···."

"왜? 너만 조용히 하면 절대 모를 거야. 너도 들었잖아. 린다는 지금 내가 숙소에서 나간 줄 알아."

"그래도···."

"양심에 찔리니?"

"네?"

"친한 언니껄 빼앗는 것 같아서 죄책감 느껴?"

도훈은 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고의로 물었다.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잖아."

정작 제희의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

"제, 제가 워낙 신음 소리가···."

‘아차, 신음 노래방!’

도훈은 그제야 제희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깨달았다.

제희는 정보창에도 기록되어 있을 만큼 관계 시 교성이 큰 편이었다. 타고난 성량이 좋은 건지, 유독 높은 데시벨로 쉴 새 없이 흐느꼈다. 만약 도훈과 방에 숨어 관계를 벌였다간, 숙소 전체에 생중계가 될 것이다.

[하-. 몰래 해야 상황에서 이러면 대놓고 광고를 하는 꼴이군요.]

‘어쩌지? 신음을 틀어 막을 수단이 필요한데.’

[아이템을 사용하십시오. 방음 효과를 가진 아이템은 많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문제는 제희가 그걸 믿겠느냐는 거야.’

[네?]

‘나야 아이템의 효과를 아니까 들킬 리 없다는 걸 알지. 하지만 제희에게 그 비밀을 까발릴 수도 없는 거잖아. 그럼 절대 안 하려고 들 테고, 제희를 먼저 공략하지 않으면 미소나 링링도 물 건너 가는 셈이니까.’

[하. 진퇴양란이로군요.]

‘어쩌면 모든 게 내기의 신의 안배 일지도.’

[우연일수도 있구요.]

‘아무튼 방법을 강구해야겠어. 아이템으로 방음을 하고 제희는 다른 수단으로 안심시켜야지.’

"혹시 방에 수건 없어?"

"수건요?"

"응. 그걸로 입을 막으면 낫지 않을까?"

"그걸로 괜찮을까요?"

"몇 겹으로 막으면 돼."

"소리가 새어 나오면요?"

"나만 믿어. MT가서 다 같이 혼숙할 때도 몰래 한 경험이 있거든."

"아···."

도훈은 새터의 일을 과장해 말하더니 수건을 받아 돌돌 말았다. 긴 끈처럼 만든 수건으로 제희의 입에서부터 뒤통수로 질끈 묶었다.

"읍!"

한 장으론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나머지 한 장은 넓게 펼친 모양으로 한 번 더 얼굴을 휘감았다. 그러자 제희의 얼굴이 복면을 쓴 자객처럼 눈만 내놓은 채 하얀 수건으로 돌돌 싸매졌다.

"웁웁웁웁!"

"좋아. 뭐라는 지 정말 하나도 안 들려."

"웁웁!"

말을 못 하게 된 제희가 방문을 가리켰다.

확실하게 잠겼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응. 보고 올게."

동시에 도훈은 로시에게 전달받은 방음 스티커를 인계받았다.

방음 스티커는 일정 시간동안 소리가 새어나지 않도록 차단하는 아이템으로 방문에 붙이는 순간 효력을 발휘했다. 제희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이 방은 녹음실 수준의 방음 능력을 갖추되 되었다.

사전 준비를 끝낸 도훈이 다시 침대로 올라왔다.

미라처럼 얼굴에 수건을 칭칭 감은 제희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아, 근데 뭔가 좀 웃기다."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웃고 있는 도훈을 보자 제희가 투정을 부렸다.

"웁웁읍 웁읍! (오빠가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그래, 그래. 이게 최선이야. 이러면 절대 안 들킬 거야. 어디 그럼."

도훈이 손을 내밀어 제희의 파자마 단추를 하나씩 벗겼다.

제희가 긴장한 표정으로 움찔 물러섰다.

"쉿-. 가만있어봐. 아까부터 보고 싶었단 말이야."

스르륵 옷이 벗겨질수록 제희의 눈부신 몸매가 드러났다.

얼굴은 가린 채 잠옷을 벗겨 속옷만 남기자, 히잡을 쓴 아랍 여성처럼 보이기도 했다.

‘몸매 하난 끝장나네. 근데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기시감이라뇨?]

‘예전에 한번 이렇게 얼굴을 가리고 한 적이···. 아아! 빻녀!’

[빻녀라니···. 양희주양 말씀이군요.]

‘응. 몸짱인데 얼꽝인 애 있잖아. 얼굴만 보면 좆이 죽어서 봉다리 씌우고 했던 것 같아.’

[그땐 좀 심하셨습니다.]

‘어쨌든 제희도 비슷하네. 근데 훨씬 느낌 좋다.’

도훈의 말처럼 눈만 남기고 얼굴을 모두 가렸지만, 오히려 복면을 쓴 것 같은 독특한 외형이 더욱 신비감을 더했다. 쌍꺼풀진 커다란 눈과, 양옆으로 흘러내린 긴 생머리가 영화에 나오는 예쁜 복면 닌자를 연상시켰다.

‘흐흐. 어디 그럼 에피타이져를 시식해 볼까나.’

도훈이 팔을 등 뒤로 돌려 브래지어 후크를 풀자, 탐스러운 제희의 유방이 와락 쏟아져 나왔다. 안쪽으로 모여깊은 골짜리를 이룬 젖가슴은, 유난히 색이 하얗고 젖꼭지는 붉어 보기에도 무척 좋았다.

도훈이 뚫어지게 쳐다보자 부끄러워진 제희가 두 팔로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워낙에 큰 가슴은 오히려 팔뚝에 눌려 옆으로 삐죽 튀어나오며 관능적인 느낌을 더했다.

도훈이 참지 못하고 두 팔을 해제시켰다.

"한번 빨아보자."

< 662. 아이돌 vs 돌아이-5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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