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6. 아이돌 vs 돌아이-49- >
"뭐야, 저게···. 무서워."
"대산씨,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조용히 있던 약사 남편이 처음으로 날 선 감정을 드러냈다.
"그런 장난감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초대남을 부를 땐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1. 혼자서만 올 것.
2. 인테리어(?) 및 위험한 장난감 금지.
3. 약물 및 향정신성 약품 불허.
첫 번째 규칙은 혹시 모를 범죄 위험을 의식한 탓이다.
동시에 여러 사람을 불렀다가 갑자기 돌변하기라도 하는 날엔 위험한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규칙은 와이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질 안에 상처를 내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섹스를 미연에 차단하는 것.
마지막으로 약물 부분은 당연하게도 실형을 피하기 위해서다. 초대남을 불러 영상을 찍다 걸려봐야 범죄 구성 요소를 성립하기 힘들다. 끽해야 풍기문란이나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경범죄일 뿐. 간통죄까지 폐지된 마당에 부부 스스로가 원해서 다른 사람과 섹
스를 했다고 이를 문제 삼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전이나 약물이 개입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성매매 특별법에 저촉되거나 마약류 취급에 얽혔다간 죄질이 불량하다며 가중처벌을 받게 될지 모른다.
아무리 일탈을 즐기는 이들이라도, 그것 때문에 깜빵에서 썩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이다.
"뭐시라고?"
"분명 사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런 건 사용할 수 없다고요."
흥을 돋우기 위한 로터라든가 하다못해 진동 안마기였다면 이정도로 흥분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손으로 들기도 버거운 해머드릴에, 실리콘 딜도를 끼워놓고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대산을 보자 정도를 심각하게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따, 이거시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구마잉."
휘잉-휘잉-
대산이 다시 방아쇠를 당기자 실리콘 잦이가 꼬치에 꼬인 소시지처럼 팽그르르 돌았다. 특유의 모터 소리와 위협적인 속도는, 지켜보던 여자들마저 경악에 떨게 만들었다.
"저, 저게 대체 뭐냐고!"
"휴-. 대산씨 당장 그거 내려놓으시죠. 그런 장난감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거 참 빡빡하게 구네. 이거 진짜 한 번 맛봐블믄 나면 헤어날 수 없다니께?"
"다들 무서워하잖아요!"
대산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무리수를 던진 모양이다.
도훈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싶은 나머지 너무 빨리 패를 꺼내든 것이 패착이었다. 한창 흥분하는 중에 꺼냈다면 다들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시각적으로는 흉물스럽지만 실제 사용한 결과는 대박이었다. 가장 낮은 단수로 놓아도 어마어마한 힘으로 돌아가는 해머드릴은, 여자들을 완벽히 보내버릴 때 쓰는 결정적인 그의 비기.
‘시부럴. 예열을 시켜놓고 꺼냈어야 된디···.’
결국 대산은 딜도 꽂힌 해머드릴을 한쪽으로 치웠다.
"쩝-. 다들 싫단께 어쩔 수 없구만. 혹시라도 나중에 맘 바뀌면 사용해 보더라고."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아니 여자들이 원한다믄 말여."
대산은 끝까지 여지를 남겼다. 그의 완고한 고집에 약사 남편도 그것까진 인정했다.
"그래요. 원한다면."
"아무튼 카메라 한 번 돌려 보드라고. 나는 이번이 초출인께 힘이 남아 돌아 블구만."
살짝 흥이 식었지만, 대산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도구를 쓰면 더 좋았겠지만, 도구 없이도 그는 얼마든지 여자들을 보낼 수 있을 거로 믿었다. 도훈은 이미 한발 뽑은 상태. 그것도 2:1로 물오른 미씨 둘을 상대하느라 기력이 쇠했을 것이다. 아무리 젊다 한들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테고, 결정적으로 체력이
돌아온다 해도 성욕의 회복은 그보다 더딜게 분명했다.
배부른 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현타가 와버린 남자 역시 여자를 사냥하지 않는다.
모든 상황이 대산을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던진 대산이 건장한 몸을 뽐냈다. 육체노동을 업으로 삼아서 그런지 쩍 벌어진 어깨가 유난히 넓었다. 그러나 복근이 뚜렷한 도훈과 달리 배가 툭 튀어나온 전형적인 아저씨 몸이었다.
다만 출렁이는 뱃살 아래 단단히 솟구친 물건은 상당한 크기를 과시했다. 원래 살이 찌면 살 속에 파묻혀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이기 마련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대략 10kg가 찔수록 뿌리 끝이 1cm가량 매몰된다고 한다. 덩치가 큰 대산은 상당한 손해를 보
고도 굉장한 길이의 소유자 였던 것.
특히 귀두부터 큼지막한 도훈에 비해, 머리 쪽은 작고 뒤로 갈수록 두터워지는 첨탑 형의 물건이 인상적이었다. 사타구니는 물론 허벅지부터 다리쪽까지 털이 수북한 것은 짐승같은 야성미를 발산했다. 대산이 물건을 한 손에 쥐고 침대 위로 성큼 올랐다.
"누가 내 것 좀 빨아 줘보소."
여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머뭇거렸다.
앞서 도훈과 만족스러운 섹스를 한 뒤였기에 딱히 대산이 땡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자 둘에 남자 하나라는 성비불균형적인 섹스를 하다 보니 괜한 감정 다툼이 일었다. 서로가 물건을 독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피곤했다.
두 사람은 결국 잠깐의 휴식 때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 어쨌든 초대남이 둘인 이상 서로 싸우지 말자고. 누가 됐건 대산을 커버하면서 최대한 즐기는 쪽으로 가자며.
눈치를 보던 연정이 먼저 대산에게 다가갔다.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었다.
어차피 1:1로 계속할 것도 아니라면, 처음 서비스를 해주고 나중에 본 게임 때 도훈을 독차지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여기 누워봐요."
연정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대산이 흐뭇해 하며 침대에 바로 누웠다. 연정은 대산의 수북한 털을 보고 잠시 역겨운 생각이 들었지만, 과거의 경험을 살려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노래방 보도 뛰던 시절 진상들에 비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지.’
그녀는 과거가 불우한 여자였다.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불우한 인생으로 빠져들었다.
일찍이 사무직 경리일을 시작했지만 벌이가 시원찮았다. 월 150만원 남짓으로는 그녀의 허영을 채우기 역부족이었다.
결국 사채까지 손을 댔다. 사채꾼들은 그녀에게 담보도 없이 큰 돈을 성큼 내주었다. 그녀는 더욱 쉽게 사치를 즐겼고, 나날이 빚은 쌓여갔다.
종래에는 월급으로 이자조차 감당 못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채업자들은 치졸한 방식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회사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한편, 빚을 갚으라며 그녀가 살던 원룸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제야 연정은 자신이 완벽한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사채업자들은 젊은 여자들에게 유독 관대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사지 멀쩡한 젊은 여자라면, 얼마든지 빚을 받아낼 방법이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빚을 못 갚겠으면 몸으로라도 때워!
어느 날 돈을 받으러 온 사채업자가, 이자를 덜어주는 빌미로 그녀의 몸을 빼앗았다. 궁지에 몰린 연정은 그렇게라도 며칠을 벌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여겼다.
섹스가 끝나고 남자가 제안했다.
-너 이쪽으로 제법 소질 있어보인다. 아예 그냥 전업하는 게 어때?
-전업이요?
-막말로 경리일 그거 쌔빠지게 해봐야 월 200도 못 벌잖아? 차라리 화끈하게 몸이나 팔라고.
-저보고 창녀짓이나 하란 말이에요?
연정은 버럭 화를 내다 헐벗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이자 대신 몸으로 때우는 지금의 모습이 창녀랑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결국 사채업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녀는 노래방 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오전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보도방으로 출근하는 이중생활.
연정은 사내 말대로 노래방 도우미가 천직임을 깨달았다.
처음엔 자존심도 상하고, 가족들에게 부끄러웠지만 낯선 남자들과 하룻밤 즐기며 큰돈을 벌게 되자 이내 죄책감도 사라졌다.
요즘 같은 세상엔 납치나 강요 협박으로 몸을 파는 여자는 매우 드물다. 솔직히 말하면 땀 흘려 힘들게 일하기보다 그냥 좆이나 빨면서 가랑이만 벌리면 쉽게 큰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의외로 그런 일(?)에 적성이 맞는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몸을 팔며 본인도 재미를 보는 여자.
물론 대부분은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나중엔 죄책감과 휴우증에 시달리지만 천성적으로 남자를 밝히고 좋아하는 여자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었다.
연정이 바로 그랬다.
연정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통해 만난 대머리와 결혼하면서 모든 빚을 탕감받았다. 그러나 다른 남자 맛에 길들여진 연정은 이제는 돈이랑 상관없이 남자를 찾기에 이르렀다.
불쑥 옛날 생각이 난 연정은 피식 웃으며 대산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제대로 씻지도 않은 채 펠라를 강요했던 손님에 비하면 대산은 양반이었다.
‘흥, 너 같은 사내놈들 한 트럭도 넘게 상대해 봤거든?’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연정은 여전히 프로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그것은 곧 상대가 좋건 싫건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소리다.
쭉쭉-
연정이 다리 사이에 달라붙어 힘차게 물건을 빨아대자 대산은 간만에 묵은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오메, 좋은그. 가스나 혓바닥 굴리는 것 좀 보소?’
특히 앞선 도훈의 쓰리썸에서 콩고물도 못 얻어먹고 철저하게 방치된 터라 지금의 펠라가 너무나 황홀했다. 특히나 한때 그런 일을 업으로 삼았던 연정이기에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
대산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도훈을 쳐다보았다.
그 사이 도훈도 한쪽에 자리를 잡은 채 환희에게 펠라를 받는 중이었다. 두 여자가 경쟁적으로 파트너를 좆을 물고 있는 동안 관전하던 남편들이 분주히 카메라를 돌렸다.
‘로시, 좋은 생각이 났어.’
[네?]
‘대산이 저놈, 완전히 엿 먹일 방법 말이야.’
[정말이십니까?]
‘응. 아마 다시 초대남 같은 건 엄두도 못 낼 걸?’
도훈이 환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웃었다.
***
도훈이 경기도 외곽 펜션에서 초대남 이벤트를 즐기는 사이, 걸그룹 큐티의 쇼케이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늘 큐티 멤버들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겨우 스케줄을 소화하고 다시 이어지는 술자리.
대표와 스텝들, 방송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큐티의 리더인 미소는 겨우 몸을 빼 밖으로 빠져나왔다.
"어휴, 진짜 술을 끝도 없이 주네."
그녀가 몰래 밖으로 나온 것은 갑작스러운 젖몸살 때문이었다. 여전히 모유가 나오는 그녀는 시간을 따로 빼 유축을 해주지 않으면, 지속적인 통증에 시달렸다. 브래지어 겉을 만지자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모유로 살짝 젖어 있었다.
‘아, 진짜···. 하필 이럴 때.’
미소가 당황하며 서 있는데 자기보다 먼저 나온 린다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 린다 언니 아냐?’
호기심이 든 미소가 가까이 다가가자 린다의 혼잣말이 들렸다.
"어휴, 씨 짜증 나. 도훈이 이 새낀 왜 오늘 같은 날 전화도 안 받는 거야?"
알고 보니 통화 중이 아니라, 통화를 거는 중이었다.
한참 씩씩거리던 린다는 자동응답으로 넘어갔는지 다시 도훈에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미소가 아무 일도 모르는 사람처럼 린다에게 다가갔다.
"언니 여기서 뭐해요?"
"어, 어. 아냐 아무것도."
"전화하시려던 거 아니었어요?"
린다가 당황하며 재빨리 전화를 숨겼다.
리더인 미소에게 도훈과의 일을 걸렸다간 괜히 피곤해 질 것 같았다.
"그냥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네."
"그래요? 어머님 성함이 도훈이셨나봐요."
미소가 넌지시 찌르자 린다도 그녀가 뻔히 다 알고 물어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린다가 곧바로 짜증을 냈다.
"뭐야? 너 몰래 내 통화 엿들었니?"
"엿들은 건 사실이지만 통화는 아니지 않아요? 연락 안되서 짜증내는 소리만 들었거든요."
"그거나그거나. 매너 좀 지키지? 아무리 같은 팀이라도."
린다의 역정에 미소도 지지 않고 맞섰다.
"팀이요? 언니가 언제부터 우리 팀을 생각했다고···."
"뭐?"
두 여자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생계형 아이돌이자 그룹의 리더인 미소와 하릴없이 아이돌을 선택한 유학파 린다는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서로의 목표가 다르다 보니 끊임없이 부딪혔다.
린다는 뭘 그렇게 아등바등 사느냐며 미소를 자극했고, 한 성깔 하는 미소 역시 나태하고 이기적인 린다를 못 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감정의 골이 깊을 데로 깊어진 두 사람은 그룹 내에서도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앙숙이 되어 있었다.
"어린 게 못 하는 말이 없네? 너 말 다했어?"
"나이가 대수에요? 언니 좋아하는 거 있잖아. 아메리칸 스타일. 딱 그렇게 하는 건데?"
"이게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야. 내가 너 리더라서 별 말 않고 참았는데, 너 존나 싸가지 없는 거 알지?"
"참아요? 지금 누가 참았다고 그래? 확 그냥!"
일진 출신인 미소는 원래부터 겁이 없었다.
린다보다 훨씬 나이차가 나는 언니들에게도 서슴없이 대드는 성격이었다.
데뷔 무대까지 무사히 마치고, 긴장이 풀린 지금 미소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린다를 들이받았다.
"뭐, 뭐야. 왜들 싸우고 그래?"
그때 화장실을 다녀오던 제희가 언쟁 중인 두 사람을 발견하고 황급히 달려왔다. 뒤에서 링링도 함께 따라와 둘을 떼어 놓았다.
< 656. 아이돌 vs 돌아이-49-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