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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73화 (646/2,000)

< 655. 아이돌 vs 돌아이-48- >

모두가 울었다.

대머리도 울고, 약사 남편도 울었다.

화냥년 같은 연정도, 불여우같은 환희도 울었다.

밑으로 울었다.

남자들은 정액을, 여자들은 애액을 토했다.

거친 숨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여자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오르가즘에 부들부들 후폭풍을 겪으며 자지러졌고, 남자들은 시원한 사정 이후 찾아온 현자타임의 후유증을 감내해야 했다.

이 방에서 울지 못한 사람은 오로지 대산 뿐이었다.

그의 눈빛이 난장판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로 얼룩졌다.

‘이, 이런 씨버럴 년놈들 같으니!’

그는 싸지 못했다. 모두가 만찬을 즐긴 뒤 포만감에 휩싸여 있는데, 여전히 그는 굶주린 상태였다.

순간 침대에 등을 맞대고 누운 도훈이 보였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자, 축제의 날을 엉망으로 망친 주범이었다.

"아야, 니는 재미 좀 봤는 갑다잉."

대산이 특유의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물었다.

명백한 시비조의 목소리에 도훈이 대꾸 없이 바지를 껴입었다.

"어째 어른이 말한디 대꾸도 없데."

대산이 노가다로 단련된 주먹을 굳게 쥐고 다가갔다.

투박한 손은 망치처럼 보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도훈에게 한 방 먹일 기세였다.

도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밖에 나가 담배 좀 피우려고요."

"담배? 그것도 좋제."

도훈이 널브러진 사람들 사이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자 대산이 뒤따랐다. 맨몸에 바지만 걸친 도훈은 팬션 1층의 거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었다.

대산은 여전히 위협적인 자세였지만, 도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었다.

[열이 잔뜩 받은 모습인데요?]

‘지 까짓 게 열 받으면 어쩔 거야? 시비를 걸어주면야 나야 쌩큐지.’

도훈은 싸움에 자신이 있었다.

뛰어난 피지컬에 지금껏 상대한 여자들부터 다양한 대련능력을 흡수했다. 상대가 거친 환경에서 육체노동을 일삼아 온 사람이라고 한들 자신을 이길 수 없다고 믿었다. 정식으로 무도를 배운 파이터가 아닌 이상 일반 중엔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대산도 눈치가 빠른 편이라 금세 도훈의 당당함을 깨달았다.

‘아따, 애새끼 눈빛 보소? 싸움 좀 해본 놈인가?’

기가 약한 사내들은 자신이 째려만 봐도 눈을 깔았다.

원체 인상이 험악하고, 말투가 거칠어 슬금슬금 자신을 피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특히 오랜 육체 노동으로 탄탄해진 몸은 사무직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하지만 도훈은 전혀 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당당히 상체를 드러낸 채 올 테면 와보라는 식으로 맞서고 있었다. 대산은 그의 근육이 어쩌면 패션으로 만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계산에 이르렀다.

인간의 육체적 능력은 끝없이 증가하지 않는다. 전성기를 맞이한 뒤에는 노화가 시작되며 오히려 힘이 빠진다.

20대 중반인 도훈은 전성기였고, 30 후반에 다다른 자신은 늙어가는 중이었다. 힘으로야 백중세라 하더라도, 유연성과 순발력, 반사신경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특히 운동을 이것저것 배웠다는 소리에 분명 한 가닥 했을 거라는 확신마저 들었다. 저 당당한 눈빛은 싸움을 걸어도 얼마든지 받아 주겠다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니기미, 완력으론 못 이기겄네.’

결국 대산이 꼬리를 내렸다.

상대를 윽박질러 기를 꺽으려고 했으나 전혀 통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까딱 수틀리면 혼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따 정 없는 그. 어째 혼자만 핀데. 나도 한 대만 주라."

"······."

도훈이 바뀐 분위기를 감지했다.

‘새끼. 쫄았네.’

[네?]

‘뒤따라 내려올 때만 해도 한 대 칠 것 같은 기세였잖아. 주먹 꽉 쥐고 째려보면서.’

[그러니까요.]

‘지금은 봐. 좀만 세게 나가니까 먼저 쫄아서 꼬리 내린 거. 확 그냥 시비 걸었으면 줘패 버리려고 했는데 눈치가 보통이 아니네.’

[나이 먹고 싸워서 득 될 게 있겠습니까? 말로 풀어야죠.]

"여기요."

도훈이 담배를 건네자 대산이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대산은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러 따라온 것처럼 자연스레 도훈에게 말했다.

"워메, 인자 좀 살 것 같네. 위층에 밤꽃 냄새가 진동을 해가꼬 숨을 못 쉬겄더라나까?"

"그랬어요?"

"근디 너 쪼까 하드만?"

"뭘요?"

"요거 말이여."

대산이 활짝 편 손바닥에, 망치 같은 주먹을 팡팡 내리쳤다.

"떡떡."

"아, 네. 아직 못 푸셨겠네요."

"인자 시작인디 뭐시 걱정이데. 밤은 길고 여자는 많은 께."

대산이 한껏 여유를 드러냈다.

비록 너 혼자 즐겼지만, 나는 상관없다는 말투였다. 도훈이 그 허세에 피식 웃었지만, 대산은 묵묵히 조롱을 견뎌냈다.

‘두고 보자잉, 어린놈의 새끼. 나가 요걸로 본때를 보여 줄 텐게.’

그는 완력으로 도훈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섹스라면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도훈은 이미 한 발 쌌고, 자신은 장전 중이었다.

이차 전은 백퍼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

어차피 초대남을 부를 정도로 성욕이 넘치는 여자들이라면, 한 번으로 만족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이미 다 끝나서요."

"뭔 소리데? 끝나?"

"한 발 싸고 나니까 영 흥이 식어버리네요."

도훈은 어차피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연정의 입에 입싸를 쏟아내는 순간, 머릿속으로 미션 해결의 알람이 울렸다. 낙서, 강간 플레이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초대남 이벤트까지 완수하며 ‘이상성욕을 달성하라’ 미션을 성공한 것이었다.

‘로시 보상은 다 들어왔지?’

[네. 3000포인트와 비밀의 문고리가 지급되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케이. 여기서 끝내도 되겠네.’

"뭐여? 이대로 간다고?"

"네. 나머진 아저씨가 잘 마무리해 주세요."

마치 자긴 실컷 포식했으니 잔반 처리를 부탁한다는 식의 말투. 대산이 오기가 치밀었다.

‘이, 이런 씨부랄. 내가 무슨 짬처리 전담반도 아니고···. 먹다 버린 걸 나한테 준다고?’

이것은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이대로 도훈이 떠나버린다면 그는 영원히 치욕감에 시달릴 게 분명했다.

"아따, 학상 쫄아브렀구마잉."

"···네?"

"딱 본게 그란디? 왜? 나란히 덤빌 자신은 없는 갑제?"

"그게 무슨 소리에요?"

도훈은 상대가 의도적으로 도발한다는 걸 알았지만 슬슬 약이 올랐다.

"아니 상황이 글잖여. 혼자 실컷 하다가 힘이 다 빠져서 내빼는 거 아녀? 안 그려?"

"내 뺀다고요?"

"인자, 안 서제? 하그사, 그 정도로 용을 뺐으믄 불알이 쪼그라들긴 했겄구만. 원래 젊은 사람들이 바짝 불타다 금방 식어 븐께."

[주인님. 도발입니다. 무시하시죠.]

‘알아. 아는데 듣고 있으니 열 받네. 내가 자기한테 쫄아서 튄다는 데 이 소릴 듣고 참아야 해?’

[주인님. 이미 미션은 완료입니다. 여기 더 있어봐야 얻을 게 있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도훈은 고민했다.

취할 건 취했으니 남은 건 사족일 뿐이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대산을 무시하고 물러나면 그만이다. 어차피 다시 볼 사람도 아닐뿐더러, 그를 이긴다고 달라질 거도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기도 했다.

지금 등을 돌리면 그는 정말로 체력이 다해 도망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산 같은 하등한 인간에게 그런 모욕을 받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일어서려던 도훈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듣고 있으니 어이가 없네."

"뭐시여?"

"그렇게 자신 있어요?"

"뭐가?"

"진짜 저랑 정력으로 붙어서 이길 자신 있냐고요."

[주, 주인님 왜 굳이···.]

‘나봐. 이 새낀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되겠어. 이 기회에 확 조져버려야지.’

[쓸데없는 사족입니다.]

‘자존심이 걸린 이상 사족이 아냐. 모욕은 모욕을 받고도 참는 사람이 당하는 거야. 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어쩌시려고요?]

‘대산이 저 새끼, 더 이상 함부로 좆 못 놀리게 조져 버려야지.’

[네?]

도훈이 도발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한 대산이 회심의 미소를 띄으며 대답했다.

"자신이야 넘치 제. 나가 소싯적에 하룻밤에 다섯도 돌린 사람이여."

"지금도 가능해요?"

"나이가 먹어봐야 그때보다 몇 살이나 더 먹었겄냐? 아직 한창인디."

"제가 아저씨보다 더 쎌 거 같은데요?"

도훈의 응수에 대산도 눈꼬리가 험악해졌다.

"아따, 새끼 고거 말하는 뽄새 좀 보소?"

"내가 아저씨 새끼는 아닌데?"

"거, 적당히 혀라잉. 한참 어린 노무 새끼가 말 짧게 하지 말고."

"왜요? 진짜 붙어 보자니까 막상 자신 없나 봐요?"

"니기미, 듣자 듣자 하니까!"

"아저씨부터 말 상스럽게 말하지 마요. 누군 욕을 못 해서 안 하나, 씨발."

도훈이 대차게 나가자 대산도 슬슬 걱정이 들었다. 막상 육탄전으로 붙어 이길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거 씨벌새끼. 쌈 좀 한다고 존나 까부네. 저 새끼를 어떻게 조져버린다?’

"알았다. 근디 그라믄 우짜자자는 거여?"

"한 번 붙어보죠."

"붙어?"

"아저씨가 그렇게 자신 있다니까 누가 더 잘하는지 보자고요."

"흐흐. 섹스로 한 판 붙자고?"

"네. 여자들이 고르게 해요. 누가 더 잘하는 지."

"그런거라믄 자신 있제. 근디 승패가 가려지면 우짤 건디? 승부를 할거믄 내기가 걸려야제."

"가랑이 사이로 기는 건 어때요?"

"뭐?"

"지는 쪽이 이긴 사람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걸로."

도훈이 도발적인 조건을 걸었다.

만에 하나 진다면 평생에 남을 굴욕적인 승부였다.

"아야, 너 진짜 그라고 자신 있냐잉."

"제가 어디 가서 이런 걸로 지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요."

"그래. 한 번 해보자잉."

대산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대신 한 가지 단서를 덧붙였다.

"도구도 써도 되제?"

"도구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른 께 말여."

"상관없어요."

"글믄 차에 가서 내 짐 좀 가져와야 쓰겄다."

"맘대로 하세요."

도훈이 잠시 소파에 앉아 있는 사이 대산이 펜션 밖에 세워둔 차를 열고 짐가방을 챙겨왔다. 술집에서부터 들고 다니던 공구 가방이었다.

"그게 뭔데요? 연장통 아니에요?"

"지금 알려 주믄 재미없제. 너도 뭐라도 챙겨야지 않겄냐."

"저는 온몸이 도구라. 그리고 저도 가방 가져왔는데 필요하면 꺼낼게요."

도훈의 대답에 대산이 껄껄 웃었다.

"그라든가. 글믄 슬슬 올라가 볼까?"

두 사람이 각기 짐가방을 챙겨 2층으로 올랐다.

어느새 정리가 끝난 방안에선 스탠드에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가 보였다.

‘비디오 카메라라고?’

"한참 있다 오시네요."

"저게 뭐에요?"

"아, 촬영 좀 남기려고요."

"촬영요?"

"걱정마요. 유포할 목적은 아니니까. 그냥 추억으로 남기는 거예요. 나중에 편집해서 올리기도 하고."

약사 남편이 상세히 설명했다.

초대남 이벤트를 하고 나면 늘 그는 영상을 편집해 올린다고 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이벤트가 진짜인지 가까인지 구별할 수 있는 거라고. 그리고 그것을 본 다른 초대남들도 기대감을 안고 신청한다며.

"얼굴은 안 나오게 잘 모자이크 처리 할거에요. 어차피 제 마누라도 나오는데 설마 얼굴 공개되게 올리겠어요?"

도훈이 보니 고정식으로 설치된 카메라 외에도, 약사 남편과 대머리 둘 다 핸드폰을 촬영 모드로 바꿔놓고 손에 들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각지대를 커버하고, 다양한 각도를 위해 동시에 3장면을 촬영하는 것이다. 도훈이 그 세심함과 전문성에 혀를 내둘렀다.

‘하-. 저 미친 새끼들. 이 딴게 추억이라고? 자기 마누라가 다른 남자들에게 돌림빵 당하는 걸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게 추억? 진짜 소름 돋는 구만.’

[주인님 영상은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 얼굴이 올라가는 날에는 그 파장이···. 거기다 인터넷에 계속 영상이 떠돌건데 설마 얼굴이 모자이크 된다 하더라도 괜히 주인님의 흔적을 남길수도 있구요.]

‘그렇다고 여기서 내빼면 내 꼴이 너무 우스워지잖아. 혹시 촬영 끝나고 영상만 제거해 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영상만요···? 음.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로시가 마켓을 뒤지는 사이 대산이 들고 온 연장 가방을 펴치기 시작했다.

"나가 어려서부터 노가판에서 굴러가꼬 연장을 좀 쓰는 편이거든."

"연장이요?"

"일단 한 번 보랑게."

대산이 처음 꺼내 든 것은 평범한 실리콘 딜도였다.

순 고무로 이루어진 그것은 기계 장치도 없이 단단한 모양만 잡혀 있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던 여자들이 실망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게 뭐예요, 오빠?"

"에이, 시시해. 그런 건 우리 집에도 많은데."

"흐흐. 아직 결합도 안 했응께 기다려 보랑께."

대산이 두 번째로 꺼내든 것은 전동 드릴이었다.

‘ㄱ’자로 꺾인 형태의 드릴 방아쇠를 당기자 드릴 심이 휘잉- 돌아가며 매서운 소리를 냈다.

"뭐, 뭐야?"

"왜 공구를 꺼내고 그래?"

도훈도 대산이 꺼낸 신박한 도구에 정신이 팔렸다.

‘서, 설마 저거.’

[뭡니까? 저건 그냥 휴대용 전동 드라이버 아닌가요?]

‘드라이버 수준이 아냐. 크기로 봐선 콘트리트 벽에도 구멍을 낼 수 있는 전동해머드릴이야.’

[해머드릴요?]

‘저런 미친 새끼!’

대산이 씩 웃으며 실리콘 딜도를 드릴심에 꽂았다.

평소에도 결합을 많이 해본 것처럼 능숙한 솜씨였다.

휘잉- 휘잉-!

방아쇠를 당기자 드릴에 꽂힌 딜도가 빠르게 회전했다.

귀두 끝이 휘어진 채 돌아가는 모습이 음탕하면서도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도훈을 쳐다보며 재차 물었다.

"분명 도구 써도 된다고 했다잉?"

< 655. 아이돌 vs 돌아이-4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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