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3. 교생 실습-17- >
‘설마 현아샘이 도훈 오빠를?’
근거 없는 추측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가 무척 묘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통 때와 다를 것 없는 도훈과 달리 담임인 현아가 도훈에게 끼 부리는 느낌이었다.
"어머, 얘 계속 말해봐 그래서?"
손바닥으로 찰싹 팔뚝을 때리는 스킨쉽엔 애정이 듬뿍 묻어 있었다. 도훈을 바라보는 현아의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뒤에는 별건 없어요. 아무튼 그 교수님은 여전히 가발 쓰시고 다니시더라고요."
"···무슨 얘기 중이셨어요?"
혜진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고선 아차 싶은 마음에 움찔 몸을 떨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행동에 스스로 놀란 것이다.
‘내, 내가 다른 사람 말을 끊다니···.’
하지만 혜진의 우려와 달리 현아는 별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
"응, 교육학과 신중헌 교수 있잖아. 맨날 같은 교재로 교육학 개론 수업하시는 분. 나 때도 가발 쓰고 다녔는데, 요새도 그런다지 뭐니. 호호호!"
현아는 오랜만에 대학 얘기에 굉장히 들떠 보이는 표정이었다. 들어보니 별 시답잖은 얘긴데도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아니면 오빠랑 단둘이 있어서 저렇게 기분이 좋아진 것이려나?’
한참 웃고 떠들던 현아는 벽걸이 시계를 보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참, 내일 직원 체육 있는 거 알지?"
"직원 체육이 뭐에요?"
"응. 울 학굔 수요일마다 교직원 단합 목적으로 체육 활동하거든. 강제는 아닌데 이번 교생실습생들은 꼭 참석하라는 교감 선생님의 전언이야. 끝나고 가볍게 뒤풀이도 할 것 같고."
"그럼 체육복을 준비해야 하나요? 종목은요?"
"보통 배드민턴이나 탁구 같은 거 하는데, 내일은 인원이 많아서 배구를 한다더라. 도훈이 넌 체육과니까 배구 잘하지?"
자연스럽게 도훈에게 말을 놓는 현아의 모습이, 혜진은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말을 놓는 모습이 왜 이리 보기 싫은지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다.
"뭐, 그럭저럭요."
"흐흐. 겸손하기는. 기대할 게. 실은 3학년 팀에 있는 체육부장 샘이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했거든. 그래서 맨날 우리 2학년 팀이 졌는데, 도훈이 너가 있어서 내일은 해볼만 하겠다."
"네. 열심히 해볼게요."
현아는 너무 도훈만 챙긴 것 같아 혜진에게도 한마디 덧붙였다.
"혜진이도 운동 좋아하나?"
"저, 전··· 운동은 좀···."
"괜찮아. 못한다고 면박 주는 사람 없으니까. 정 힘들면 응원만 해도 되고."
"네."
"암튼, 오늘도 고생많았어. 집에 가면 엄청 피곤할 거야."
"넵.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
"···오빠 전 지하철 타고 가볼게요."
퇴근길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혜진은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마지못해 도훈에게 인사했다. 무엇 때문에 심통이 난 건지 대충 알고 있으면서도,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내일 보자."
"···네."
지하철 계단으로 내려가던 혜진이 갑자기 뒤를 돌더니 도훈에게 다가왔다.
"저 오빠."
"응?"
"내일은···."
"내일은 뭐?"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진짜 가볼게요."
혜진이 갑자기 도망치듯 뛰어갔다. 도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느긋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바짝 약이 오른 것 같은데?’
[네? 약이 오르다뇨?]
‘눈치 못 챘어? 혜진이가 처음으로 감정 표현한 거?’
[아까 담임 말 끊은 거 말이죠?]
‘그래. 확실히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렬한 감정이 질투가 맞는구나. 저 순해 빠진 호구녀까지 발끈하게 만드는 걸 보면.’
[호오. 그러니까 혜진양이 담임 정현아와 주인님 사이를 질투하고 있단 말씀이죠?]
‘그렇지. 그러니까 화장실 다녀온 이후 꿍해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하는 거지.’
[캬, 대단하십니다 주인님.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시는 군요.]
‘두고 봐. 내가 쟤 진짜 새끈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오늘 일로 자극 많이 받았을 거야.’
[그럼 마지막에 하려고 했던 말은 설마···.]
‘맞아. 그거야. 잘하면 내일은 학교에서 가능할지도?’
[후후. 스킬을 쓰지 않고도 이 정도라니···. 정말 많이 느셨습니다.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되게요.]
‘사실 상대가 너무 쉽다고 봐야지. 한 명은 호구녀에, 또 한 명은 나를 키잡하고 싶어 하는 변녀에.’
[연구부장과 오진아 양 역시 가시권이죠.]
‘물론 그 둘도 그냥 두진 않아. 특히 오진아는 업적까지 걸려 있으니 더더욱.’
[역시 주인님은 정말 타고난 난봉꾼입니다.]
‘기왕이면 난봉왕으로 해줄래?’
[네, 난봉왕님.]
‘가만있자. 그나저나 집에 가려면 뭘 타야 하더라.’
그동안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바람에 대중교통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도훈은 스마트 폰 어플로 지도를 확인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놓고 검색해 보니 지하철을 타면 두 번 환승해야 하지만, 가까운 정류장에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 정류장이 이쪽인가?"
지도로 방향을 잡으며 걸어가던 도훈은, 사거리에 이르러 건물을 두리번 거렸다.
‘지도상으론 문교빌딩을 왼편에 끼고 우회전이니까···.’
고개를 들어 위치를 파악하던 도훈은 문득 건물 3층에 위치한 간판을 하나 보게 되었다.
<예쁜이 왁싱
"···왁싱?"
도훈이 멈춰섰다.
‘로시. 특수직업 업적 중 왁싱 전문가 있다지 않았냐?’
[네. 있죠.]
문득 업적을 떠올린 도훈은 광고판에 적힌 설명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차피 실습 기간이니 저녁에 복습할 것도 없고···. 업적이나 해결하러 가볼까?’
[지금요?]
‘왜? 그 업적 다섯 직업을 공략해야 한다며. 시간 되는 데로 하나씩 해결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오늘은 물을 한 번도 안 빼 힘이 넘친단 말씀.’
결심을 마친 도훈이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거울에는 간략하게 업소 소개가 걸려 있었다.
‘비키니 왁싱, 디자인 왁싱, 브라질리인 왁싱? 이게 다 뭔 소리래? 어쨌든 남녀 구분 없이 손님을 받는 건 확실한 것 같군.’
기세 좋게 건물로 들어가던 도훈은 왁싱숍 입구에 이르러 걸음이 느려졌다.
‘근데 왜 왁싱 하느냐고 물어보면 뭐라 대답하지?’
여자라면 수영복을 입는 다거나, 미용 목적이라는 핑계를 대겠지만 남자가 왁싱을 한다니 불순한 의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 망설이던 도훈이 다시 용기를 냈다.
‘에이. 이유 물어보면 어쩔 거야? 그냥 삘받아서 왁싱하러 왔다고 하면 되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건물 밖으로 간판이 길게 이어져 큰 업장이라 생각했건만,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네일샵보다 살짝 큰 수준이었다.
"어서 오세요!"
테이블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젊은 여자가 도훈을 향해 인사했다.
"왁싱 하러 오셨어요?"
***
"왁싱 하시려고요?"
"네, 네."
이게 뭐라고 떨린담.
제아무리 나라도 해보지 않은 시술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려서 엄마 손 잡고 포경하러 비뇨기과를 방문하던 그 때의 떨림이랄까?
"우선 상담 좀 할까요?"
여자가 앉아있던 테이블 맞은편을 가리켰다. 처음엔 당황해서 자세히 못 봤는데, 복고풍의 뱅헤어에 짙은 속눈썹이 매력적인 20대 중반의 아가씨였다. 복장은 윗가슴이 살짝 보이는 어깨 패인 티를 입었는데, 살짝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생글생글 웃었다.
"왁싱은 처음이신가요?"
"네."
"혹시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오셨어요?"
"아뇨. 그냥 길가다가 우연히···."
"아···. 그럼 간략히 서비스부터 안내해 드릴게요. 저희 가게는 1인샵이구요, 시술 중엔 따로 대기 손님을 받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되요."
"아, 원장님이시구나."
"후훗, 원장은 너무 거창하고···. 개업한지 얼마 안 돼 가지고 직원 둘 형편은 못 돼서요."
진솔한 성격이네. 젊은 원장은 테이블 위에 있던 메뉴판 같은 것을 펼쳐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왁싱은 여러 종류가 있어요. 깔끔하게 정리하는 기본 왁싱. 그리고 팬티를 입었을 때 티가 나지 않게 하는 비키니 왁싱, 완전히 털을 모두 뽑아내는 브라질리언 왁싱등. 항문 주변 정리는 기본적으로 다 해드리고요. 배렛나루나 가슴 쪽은 추가 요금이 붙구요."
‘음···.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군.’
"혹시 학생이시면 10% 디씨 해 드릴게요. 기왕 하는 거 깔끔하게 브라질리언으로 해보실래요?"
브라질리언 왁싱.
가격표를 힐끔 보니 12만원이다. 단가에 차등이 있는 걸 보니 가장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종류인가 보다.
"하시자는 데로 할게요. 브라질리언인가 그것으로."
"네. 저기 탈의실 있으니까 씻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오세요."
"씨, 씻어요? 어딜요?"
"주변이 깨끗해야지 시술이 더 잘되거든요."
아···.
한마디로 꼬추에서 냄새날까 봐 청결하게 하라는 건가?
나는 혼자 탈의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운이 따르는 거 같아.’
[어째서요?]
‘아까 들었잖아. 1인샵이라고. 그 말은 외부인이 들어올 일이 없다는 소리거든.’
[호오. 듣던 중 다행이군요.]
‘일단 자연스럽게 대물을 노출시키면서 유혹을 해봐야겠어.’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자 그녀가 별도로 마련된 공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저기 배드로 가시겠어요?"
"네."
아로마 향초가 켜진 안락한 공간엔 싱글 침대 크기의 배드가 놓여 있었다. 아로마 향이 그윽하게 퍼져 기분을 차분하게 했고, 살짝 어두운 조명이 어딘지 모르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겼다.
"거기 누워 보세요."
"네."
일단은 시키는 대로 누웠다.
"다리를 살짝 벌려 주시구요."
"아, 저기···."
나는 쑥스러운 듯 그녀에게 질문했다.
"혹시 시술받다가··· 거기가···."
젊은 원장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자연스러운 반응인걸요. 오히려 조금 발기가 되는 편이 둘레 작업하긴 수월하거든요."
"아··· 네."
"남자들이 좀 반응이 빠르잖아요.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니까 창피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네. 저 근데···."
"네? 더 궁금하신 거라도."
"제 것이 좀 특이하게 생겼는데 놀라지 마시라고···."
"그, 그래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
"네. 그럼."
가운을 완전 탈의하지 않고, 가운데 매듭만 풀어 다리 쪽을 활짝 벌렸다. 비교적 담담하게 앉아있던 원장은 60%쯤 발기된 대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아! 이게···."
후훗.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지금 귀두 아래로는 단단한 구슬이 둘러 쳐져 있다. 그녀를 자극하기 위해 에로마늄 팔찌를 활성화 시켜놓은 것이었다.
‘로시, 속마음을 들려줘.’
[넵.]
곧 머릿속으로 원장의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벌써부터 인테리어 시공을···. 근데 왜 지렇게 크담? 받아 본 손님 중에서 제일 큰 것 같은데?}
"어렸을 때 거기에 장난을 좀 쳐가지고···."
있지도 않은 거짓말로 핑계를 했다. 원장이 괜찮다는 듯 나를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이제부터 소독제 바를 거니까 따끔하면 말하세요."
"네."
{어렸을 때라고? 대체 어떻게 하면 저 나이에 해바라기를 달 수 있지? 암튼 참 실하네. 살짝 골려줘 볼까?}
원장이 한 손으로 물건을 잡고 이리저리 돌렸다. 딴에는 약품을 바르기 위한 동작처럼 보였으나, 그녀의 생각을 읽은 나로선 그녀가 교묘하게 귀두를 자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훗. 예상대로 발랑 까진 여자였네.’
[네?]
‘아니. 편견을 갖는 건 그렇지만 왠지 이런 일 하는 여자들은 야할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 그래서 일부러 해바라길 보여준 거거든.’
[아아, 네.]
‘근데 방금도 나를 꼴리게 만들려는 거 보면 살짝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지.’
[그렇군요.]
‘좋아. 경험이 적진 않아 보이니 크기로 어필해 보자.’
"아아··· 저기 죄송해요."
"네?"
"아, 아니 그게 좀 예민해가지고···."
"후훗. 괜찮아요. 당연한 반응인데요."
젊은 원장이 잦이를 힐끔거리며 군침을 삼켰다.
{얘 좀 봐라? 정말 오지게 크네. 뭐가 이렇게 굵담?}
크크. 일부러 힘도 빳빳하게 줘야지.
{어머어머 세상에. 무슨 쇠말뚝을 잡고있는 거 같네. 엄청 단단해.}
"흠흠···. 이제 왁스 바를게요. 살짝 데워서 나와서 따뜻하실 거에요."
"네."
약품을 가져온 그녀가 다시 대물을 요리저리 돌리면서 왁스용제를 펴발랐다. 처음엔 꼬추 위 삼각주 지형부터, 밑둥 주변의 테투리, 마지막으로 회음부로 이어지는 똥꼬 쪽의 순서였다.
나는 그녀가 작업하는 내내 신경이 쓰이도록 좆 끝에 바짝 힘을 주며 껄떡 였다. 처음엔 직업 정신을 발휘해 최대한 무덤덤한 연기를 하던 원장도 차츰 신경쓰이는 지 나에게 물었다.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죠?"
"네?"
"아니, 힘이 너무 들어 갔는데···."
"아, 아니에요. 제가 원래 좀···. 죄, 죄송합니다."
"어휴. 이래선 작업에 방해되겠네요. 차라리 한 발 빼고 오시지."
"네?"
"아니 남자들을 한 번 싸고 나면 다시 작아지잖아요. 거추장스러우니 작은 체로 작업하는 게 수월하겠다구요."
‘이쯤에서 한 번 정보창 들어가 볼까?’
< 473. 교생 실습-1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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