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76화 (449/2,000)

< 458. 교생 실습-2- >

가토는 세계적인 포르노 스타들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대충 다섯 사람 정도다.

독일의 구스타프.

게르만족 특유의 거대한 덩치에, 대머리 임에도 존잘인 마초적 외모. 커다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섹스로 유명한 유럽계 섹스 머신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알 자지라.

이름부터 음탕하기 짝이 없는 아랍산 거근.

포경하지 않은 노포에 풀 발기가 25Cm에 이른다는 타고난 대물.

인도의 자말 사우드.

카마수트라를 극성까지 익힌 현존 최고의 테크니션. 그의 30계단 콤보를 맞으면 그 어떤 명기도 버텨내질 못한다고 한다.

미국의 부커 킹 주니어.

영화 ‘부기 나이트’로 유명한 불세출 포르노 스타 존 홈즈의 계승자로 알려진 흑형. 장장 28Cm에 달하는 막강한 물건의 소유자로 흑인 특유의 유연함과 끈끈한 정력으로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현역 최고의 야동 배우.

필리핀의 엔리케 엔더슨.

서양계 혼혈로 24시간 내 57명의 여자를 상대하며 기네스북을 갈아치운 정력왕. 크기와 테크닉은 의외로 평범한 편.

-이처럼 세상엔 너보다 훌륭한 섹서는 얼마든지···.

-됐고, 안 물 안 궁.

그땐 사정 후 밀려온 피로감에 귀찮다는 듯 일축했지만, 가토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상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정말 어마무시하군요. 가히 오대천황이라고 불러도 되겠는데요?]

‘오대 천황씩이나? 하긴 뭐 이름이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니까.’

[살짝 과장이 섞인 게 아닐까요?]

‘글쎄? 굳이 패배한 마당에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실제 피지컬에선 인종적 차이를 무시 못 하니까.’

[역시 세상엔 잘난 사람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뭐 그게 나랑 상관있나? 설마하니 저 사람들하고 일이 만나 대결을 벌일 것도 아닌데. 딱히 라이벌 의식을 느끼진 않는다고.’

물론 거짓말이었다.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기왕 대물 플레이어가 된 이상 나보다 떡을 잘 치는 놈들이 있다는 사실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좀 더 힘을 비축해야 할 시기다.

대물도 아닌 가토를 상대로도 고전한 마당에, 위에 언급한 기라성같은 섹서들과 자웅을 겨루기 위해선 최소 고수 등급 이상으로 올라서야 할 건 자명했다.

그때까진 존버 타이밍이다.

[그나저나 마지막 남은 마법의 정액 스킬은 어떤 옵션을 상향하시겠습니까?]

참, 현자 타임이 얼마 안 남았군.

가토의 얘기를 떠올리다 소중한 시간만 허비하고 말았다.

중독의 정액이 정액을 섭취한 상대에게 조건 없는 충성심을 끌어낸다면, 마법의 정액은 나를 상대한 여성에게 주는 보상과도 같다.

정액을 피부에 바르면 피부가 좋아지고, 활력이 증가하는 등 그야말로 여자에겐 참 좋은 마법의 포션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옵션 창을 열자 설명이 나왔다.

*마법의 정액(3Lv)_패시브

-당신의 정액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선택 가능한 옵션

1. 풍유환의 축복 : 정액을 가슴에 바르면 성장호르몬을 촉진시켜 가슴의 사이즈를 키워줍니다.

2. 처녀막 재생 : 정액을 질 내 사정할 경우 늘어진 대음순과 질 주름을 개선시켜 조임력을 강화합니다.

3. 피로야 가라 : 강력한 각성효과를 주어 섹스 후 오히려 피로가 풀리며 컨디션이 회복됩니다.

‘캬, 이건 정말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는데···.’

시뮬레이션을 몇 차례 돌려봤지만 모두가 비등한 점수가 나왔다. 여기서부턴 취향의 문제지 효용 가치는 엇비슷했다.

고민 끝에 나는 남은 포인트를 모두 마법의 정액 스킬을 쏟아부었다. 순식간에 3단계의 강화가 이루어지며 보유하고 있던 모든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흠흠. 아쉽지만 이게 최선인 걸로.’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곧 현자 타임이 풀리겠군요.]

로시의 말처럼 딱 10분이 지나자 팽팽 돌던 머리가 버퍼링에 걸린 것처럼 느려졌다. 기민했던 감각은 자취를 감추고, 대상의 본질을 꿰뚫던 혜안이 안개가 낀 듯 흐리멍덩해졌다.

‘윽, 어째서 더 멍청해진 것 같은데?’

[아마 급격한 지능 저하로 인한 착시일 겁니다. 주인님의 몸 상태는 평소와 똑같습니다.]

‘으음. 정말이지 빡대가리로 산다는 건 슬픈 일이구나.’

곧 비행기 탑승에 대한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나는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야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해 로시.’

[네?]

‘승무원들을 봐도 전혀 꼴리지 않는데?’

[아. 현자 타임 스킬의 후유증이군요. 말씀드렸다시피 현자 타임이 끝나면 성욕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근데 이건 성욕이 급감한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좁은 비행기 통로를 지나가던 일본 여자의 가슴이 우연히 팔을 스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짜증이 치솟았다.

‘윽. 이게 뭐지? 어째서 여자가 꼴도 보기 싫어진 거지?’

[부작용이 의외로 강력하군요.]

‘이건 성욕 감퇴가 아니라 없던 여성 혐오가 생길 지경이라고.’

예쁜 여성 스튜어디스를 보는데도 전혀 설레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상냥한 미소와 웃음이 가식적이고 역겹게 느껴졌다.

‘으으, 이럴 수가! 부작용 정말 심각하구만.’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일단은 눈 감고 귀를 막으시지요.]

로시의 조언대로 안대와 이어플레그를 착용하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다만 위업이나 미션을 수행하기 직전 현자타임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욕은 나를 움직이는 연료나 마찬가지야. 현자 타임의 문제는 강력한 스킬 성능만큼 연료를 몽땅 소진 시켜 버린다는 점이군. 앞으론 생각하면서 써야겠어.’

곧 있어 비행기가 이륙하는 느낌과 함께 나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짧았던 일본 여행도 이것으로 안녕이다.

***

한국으로 돌아온 도훈은 오랜만에 휴대전화를 켰다.

예상대로 카톡 폭탄이 쏟아져 내렸다.

‘휘유-. 뭔 놈의 단톡방 글이···.’

그간 쌓인 메시지들을 대충 훑어 넘기던 도훈은, 문득 개인적으로 온 메시지 하나를 발견했다.

-태영 : 형,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메시지 보시면 연락 좀 주세요.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가지고요.

‘응? 태영이가 무슨 일로?’

태영의 카톡 프로필은 외국의 유명 코믹스 중 하나인 배트맨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배트맨 옆에 조수인 로빈이 나란히 서 있는 그림.

‘흠, 배트맨이라···. 왠지 의미심장한걸?’

최근에 마블이니 DC의 유명 시리즈들이 영화로 컨버젼 되었기 때문에 인기 캐릭터로 프로필을 바꾼 것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BJ가영과 촬영을 할 때 대물 배트맨으로 화했던 도훈이었기에, 태영의 프로필 변화를 우연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느낌 싸한데···. 이 자식이 뭔가를 눈치챈 걸까?’

[글쎄요. 하긴 예전에도 태영군이 주인님을 의심한 적 있었죠?]

‘어. 서윤이랑 성방 할 때. 생각해보니 그땐 목소리도 변조하고 알리바이까지 만들어서 무사히 넘어가긴 했는데···.’

도훈은 깜빡하고 이번 촬영 당시 목소리 변조를 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물론 메소드 연기를 펼친 탓에 평소의 목소리와 연기 톤이 달라지긴 했지만, 눈썰미가 좋은 관찰자라면 살짝 의구심을 느낄수 있을 정도였다.

도훈은 공항 주변 흡연실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수신음 끝에 태영이 자다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도훈이···형? 한국 돌아오신 거예요?

"어. 방금. 메시지 남겨 놨길래. 근데 자고 있었냐?"

-아, 네···. 연휴 기간 내내 주침 야활을 했더니만 낮 밤이 바뀌어가지고요.

"나보단 네가 시차 적응해야겠다야. 근데 할 얘기라는 게 뭔데? 낼 어차피 학교 가니까 학교서 볼까?"

도훈은 일부러 만남을 뒤로 잡아 보았다. 만일 시답잖은 내용이라면 언제 봐도 무방할 것이라는 계산.

-아··· 저 근데··· 학교에서 할만한 얘기는 아니라서요.

도훈은 머뭇거리는 태영의 목소리에 뭔가 촉이 왔지만, 내심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 공항 리무진 버스 타고 돌아가려면 1시간 좀 넘게 걸릴 거야. 우리 집 근처 사거리 까페 알지? 거기서 보자."

-넵. 준비하고 있을게요.

통화를 끊은 도훈이 담배를 비벼끄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눈치 깐 거 같은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역시 살인멸구가···.]

‘뭐, 뭔 소리야? 멀쩡한 애를 왜 죽여?’

[농담이었습니다. 다만 태영군을 확실히 처리하지 못한다면 학교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이고, 자칫 원주인의 소망을 저버리게 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만약 내가 교사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글쎄요···.]

항상 즉각적인 답을 내놓던 로시도 그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신중했다.

‘실은 타인의 몸에 영혼이 전이되면서 플레이어가 된 경우는 주인님이 유일무이합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 환생의 약속을 어겼을 때 어떤 패널티가 주어질지 쉽게 짐작이 되질 않는군요.’

[혹시나 영혼 소멸인가?]

‘글쎄요. 그건 정말 최악의 경우입니다. 플레이어의 규약을 어겼을 때를 가정하면 자격 박탈이나 기억 삭제등이 있습니다.’

[응? 규약을 어기다니?]

‘본인이 플레이어라는 것을 드러내거나, 세상에 신의 존재를 알리는 경우죠. 신께선 결코 해당 행위에서는 자비를 베풀지 않으니까요.’

도훈은 환생 직후 로시에게 들었던 경고들을 떠올렸다.

자신은 억울하게 죽은 원주인의 삶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소망이었던 교사의 꿈을 이뤄내야 한다.

두 번째 삶을 받은 대가로는 소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플레이어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 못 하고 한계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었다.

‘흠, 하여간 태영이 이 자식이 문제구만?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 가지고는.’

[대책은 세우셨습니까?]

‘대책? 이제부터 세워봐야지.’

도훈은 버스를 타고 가며 어떻게 태영을 구워삶을지 궁리했다.

***

태영은 무척이나 긴장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도착한 그는 주문한 커피를 다 마시고는 추가 주문할 여력이 없어 생수를 떠 마시는 형편이었다.

핸드폰 시계를 힐끔거리던 태영은 커피숍 입구를 쳐다보면 도훈을 기다렸다.

‘뭐라고 얘기를 꺼내지? 시작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받아 버려?’

태영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했다. 도훈이 발뺌하는 경우를 대비해 영상까지 다운받아 핸드폰에 담아왔다.

‘그냥 무릎 꿇고 제자로 받아 달라고 그럴까? 형이 막 나쁜 짓을 하고 다닌 건 아니잖아. 괜히 협박하는 모양새로 비쳤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태영이 혼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커피숍 문으로 도훈이 들어왔다. 여독이 남아 조금은 지친 표정의 도훈이었지만, 오랜만에 본 후배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 태영아. 일찍 왔네."

태영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 벌떡 일어섰다.

"도훈이 형! 오셨어요?"

일주일만에 본 도훈이었지만 언제봐도 훨친했다.

키가 크고 머리가 작은 편이라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이상적인 비율이었다.

‘캬. 역시 저 정도 와꾸는 되니까 해외진출까지 하는 구나. 물건도 엄청나고···. 진심 부럽다.’

태영이 도훈의 몸매를 보고 부러워하는 사이 도훈이 물었다.

"뭐 마실래? 형이 사줄게."

"아, 전 아까 시켰는데···."

"빈 잔이잖아. 커피 또 마시기 그러면 파르페 같은 거라도 시켜줄까?"

"가, 감사합니다."

태영은 자신에게 항상 호의적인 도훈이 고마웠다.

같이 있으면 든든하고 자랑스러워지는 선배였다.

공부도 곧 잘하고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이었다.

‘이제 알겠어. 도훈이 형이 그동안 왜 학과 여자애들한테 시큰둥한지 말이야. 큰물에서 노는 사람이니까 일반인들이 얼마나 하찮아 보였겠어?’

도훈을 대물 배트맨으로 확신하는 태영은 그가 만났던 여자들을 떠올렸다. 역대급 분수쇼를 펼치고 은퇴한 BJ가영을 비롯해, 일본 원정에서만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파이즈리의 명인 시즈카, 합법 로리 리카, 게다가 근 10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안도 미키까지. 그런 대단한 여자들만 상대한 도훈이었으니, 평범한 대학생들이 성에나 찾겠는가?

음료를 들고 자리에 앉은 태영은 가볍게 안부 인사를 올렸다.

"일본 여행은 재밌으셨어요?"

"응. 금각사랑 은각사 들르고 오사카성도 가봤는데 엄청멋있더라. 신칸센 타고 하도 돌아다녀서 고생은 했지만."

‘금각사, 은각사? 그건 교토에 있는 절 아냐? 오사카도 교토랑은 엄청 먼데?’

컴퓨터 게임을 통해 일본 지리에 나름 조예가 있던 태영은 의구심을 느꼈다. 도훈의 말대로라면 일주일 내내 일본 전역을 돌고 다닌 셈인데, 도무지 3부작을 촬영한 시간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설마 거짓말하는 건가?’

그때 태영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것처럼 도훈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여기가 금각사인데, 표면에 금칠을 해가지고 삐까뻔쩍하더라고."

‘어엇? 정말 금각사에서 찍은 사진이잖아?’

태영은 도훈이 내민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뒤이어진 사진 역시 커다란 건물을 배경으로 혼자 셀카봉으로 찍거나, 누군가 찍어준 사진이었다.

"인터넷 후기 보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는데 엄청 고생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시부야에서 쇼핑하면서 사케나 실컷 먹을 것을."

"아···. 저는 도쿄에만 계신 줄 알았는데···."

"응?"

"아니 형이 카톡 프로필에 [in Tokyo]라고 써놓으셔 가지고요."

"어 맞어. 연휴 기간이라 표 구하기 엄청 어려웠잖아. 마침 취소된 표가 한 장이 나왔는데 그게 인천-도쿄발 비행기였거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기서 출발한 거야."

태영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도훈의 설명은 논리적으로 전혀 오류가 없었다.

무엇보다 증거처럼 나온 핸드폰 사진들은 정말로 현장에 가 찍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화질이었다. 만약 도훈이 대물 배트맨이라면 여행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와중에 야동 3편을 연달아 찍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나 혼자 또 착각한 건가?’

태영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얼룩지는 순간 도훈이 훅 치고 들어왔다.

"참, 나한테 긴히 할말이라는 게 뭐야?"

< 458. 교생 실습-2-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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