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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05화 (1,523/2,000)

< 387. 조각모음-25- >

난데없는 때 씹 선언에 세 사람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젖소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스키니는 자존심이 상한 듯 인상을 찌푸렸으며, 시스루는 뭔가 각오를 다지는지 진지한 표정이었다.

재스민이라는 예명을 가진 스키니가 먼저 말했다.

"뭐? 우리 셋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너 우리가 우습니?"

물론 그녀는 충분히 화낼 자격이 있었다.

간발 차긴 했지만, 어쨌든 혼자서 나를 5분 컷 시킨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내가 뻔뻔하게 포 썸을 하겠다 나섰으니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그녀의 성화에 아이비가 대꾸했다.

"야, 너만 재미 보면 다니? 자기가 해보겠다잖아?"

"기둥이 쟤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그럼 넌 빠지던가?"

잠자코 있던 시스루가 씨니컬하게 반응했다.

"뭐, 뭐라고요?"

"그래. 로즈 언니 말대로 하면 되겠네. 싫으면 너 혼자 빠져. 괜히 초치지 말고."

"아, 아니 난 꼭 그렇다는 게 아니고···."

시스루의 예명이 로즈였군. 어째 다 꽃 이름이지? 밤에 피는 꽃들이라 그런가? 의외의 반응에 재스민이 주춤하자 로즈가 말을 이었다.

"눈 있으면 똑바로 봐. 저게 막 사정한 사람처럼 보여?"

로즈가 손가락으로 대물을 가리켰다.

그에 호응하며 물건을 한 번 더 껄떡여 주었다.

"전혀 아니지? 싸게 만들었다고 착각했겠지만, 기둥이는 이제 겨우 몸이 풀린 상태란 말이야."

"아, 아니에요! 분명히 쌌다고요. 제가 아까 닦으면서 냄새도 맡아 본 걸요!"

재스민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로즈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그래서 아직 멀었다는 거야."

"제가 뭘요?"

"예전에 우연히 저런 특이 체질을 만난 적이 있어."

"특이 체질요?"

‘체질이라니? 뭔 소리야 저 여잔?’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내 체질에 대한 이야기를 로즈가 대뜸 시작했다.

"그게 한 5년 전 쯤 이었나. 손님이 2차 나가자고 조르는 통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간 적이 있어. 그냥 한 번 대주고 잠이나 자자는 식이었지. 그 남잔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거든."

"그런데요?"

아이비가 큰 눈을 껌뻑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나 역시 귀를 쫑긋 세웠다.

"근데 그 남자가 딱 저런 체질이더라고."

"그러니까 그게 무슨 체질이냐고요."

"모르겠니? 싸자마자 바로 세우는 오뚜기 체질 말이야."

"헉, 정말요?"

"싸자마자 바로요?"

‘내가 오뚜기라고? 이건 그냥 스킬 빨인데?’

[뭐, 흔친 않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런 사람이 있을 순 있겠죠.]

로즈가 확신을 갖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분명히. 싸자마자 바로 세웠더랬지. 그리고는 또 다시 덤볐어. 도대체가 끝을 모르는 남자였지. 싸고 또 세우고 또 싸고 세우고···. 정말이지 그날 밤 이후 거기가 다 헐어가지고 삼일 간 몸 져 누웠거든."

"아아···."

"세상에, 로즈 언니에게 그런 일이···."

로즈가 맹렬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 대물을.

"기둥이는 그놈하고 똑같은 체질이야. 그렇지?"

나는 서슬퍼런 로즈의 기세에 눌려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드,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저 봐. 내 말 맞잖아. 저런 남자는 한 명으론 절대 만족 못 해. 불알에 든 정액을 모두 뽑아내야 멈출 거야."

"기둥이 정말이야? 너 그런 체질이었니?"

"아, 예 뭐···."

로즈의 풀어낸 특이한 경험담 덕에 다들 착각에 빠진 것 같았다. 어쨌든 나로선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이 나쁘진 않았으므로, 얼렁뚱땅 넘겼다.

사실 그렇게 많은 정액을 뿌려놓고, 곧바로 세우는 건 보통 사람에겐 불가능한 일이니까.

‘근데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까? 혹시 또 다른 플레이어 아냐?’

[아닙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주인님과 유사한 능력의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그거 확실해?’

[네. 카사노바 이후 처음이니까요. 남자로서는.]

‘가만 남자로선 이라니?’

[자세한 이야기는 등급 외 정보입니다.]

‘지금 그 말은 여성 플레이어 중에선 나 같은 계열이 있다는 소리잖아?’

[타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는 클레스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현재 하수 등급인 주인님께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거참 더럽게 빡빡하게 구네. 나 방금 업적 달성했거든?’

[중수까지 여전히 6개의 위업이 더 남아있지요.]

‘젠장. 일단 그 얘긴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지금은 로시와 다툴 때가 아니었다. 3명의 텐프로 여성들이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 설사 기둥이가 그런 특이 체질이라고 쳐. 지가 마르지 않는 샘도 아닌 데 빼다 보면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지 않겠어?"

"재스민, 물러서. 이번엔 내 차례야. 나 진짜 오래 기다렸다고."

"혼자선 무리야 아이비. 난 저런 체질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모두 힘을 합쳐야해."

왠지 내가 괴물이라도 된 기분이다.

포썸 한 번 하자는데, 저렇게 결의에 찬 각오까지 필요한 것일까?

"자, 잠시 만요! 좀 있음 담배 사러 나간 친구들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문득 방장과 샤대생이 떠올랐다.

담배 사러 나간지 한참 되었으니 지금쯤 복귀할 시점이다. 놈들은 자기들을 내팽개치고 포썸을 즐기고 있는 나를 보면 눈이 뒤집힐 것이다.

"이제 와서 발 빼겠다고?"

"좆 달고 남자가 두 말하니?"

‘젠장,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룸을 옮기고서 덤빌 껄 그랬나?’

[그러게 왜 자존심을 건드리셨습니까? 아무리 몸 파는 여자들이라도, 그 쪽 방면으로 절기를 가진 고수들인데 말이죠.]

‘금제에서 풀렸다고 생각 나니 나도 모르게 흥분해 버려가지고···. 이제 어쩌지? 막무가내로 덤빌 분위긴데?’

[일단 시간을 버십시오. 제가 적절한 아이템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오케이.’

"알았어요. 그럼 문이라도 잠글게요. 중간에 방해 받긴 싫거든요."

입구 쪽으로 걸어 나가는 나를 아이비가 막아섰다.

"도망가려는 거지?"

"상의만 입고 이꼴로요?"

그녀는 하의를 실종한 나의 모습에 납득했다.

"그래. 문만 잠그고 와."

여자들에게서 풀려난 나는 재빨리 룸밖으로 나갔다. 중문을 여니 옆으로 화장실과 외부 출입문이 보였다.

‘이제 어떡해?’

[착각의 문패라는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그게 뭔데?’

[특정 시간 동안 출입구를 찾지 못하도록 랜덤하게 숫자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가격은 300포인트입니다.]

‘일단 구매해.’

[전송위치는 어디로 할까요?]

나는 걸친 셔츠의 담배 포켓을 가리켰다.

‘여기뿐이군.’

[넵. 지금 전송하겠습니다.]

잠시 후 포켓이 묵직해졌다. 물건을 꺼내 보니 목각으로 된 문패가 나타났다.

‘이게 그 아이템이라고? 아무 것도 안 쓰여 있는데?’

[주인님이 보시기엔 그렇습니다.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는 룸 번호가 바뀐 것처럼 보일 겁니다.]

‘아아, 그렇군. 어떻게 사용하지?’

[바깥 출입문에 부착하시면 됩니다. 룸 번호가 쓰인 곳에 가져가면 저절로 발동할 것입니다.]

‘나 참, 바지도 입지 않고 뭐하는 짓인지.’

나는 슬쩍 문을 열어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갑자기 데시벨을 높이며 고막을 강타했다. 손을 뻗어 룸 숫자가 양각으로 파인 부위에 문패를 붙이자 희미한 빛을 발하며 문패가 스스륵 녹아 내렸다.

누가 볼새랴 빠르게 문을 닫으며 물었다.

‘다 된 건가? 혹시 웨이터가 방을 착각하고 문을 열어 버리면 어떡하지?’

[해당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아닌 자들의 시선을 현혹합니다. 자신의 원하는 숫자가 절대 나오지 않게끔 랜덤하게 번호를 갱신하지요.]

‘오오. 은근히 쓸모 있는데?’

[천상계의 기술력을 믿으십시오.]

‘암, 믿다마다!’

아이템 덕에 나이트 내부에 거대한 밀실이 만들어 졌다. 이제 훼방꾼은 오지 못한다.

‘자, 오뚜기 들어 가신다!’

안쪽 문을 벌컥 열자, 이미 여자들이 홀딱 벗은 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풍만한 젖가슴을 드러낸 아이비는 압도적인 씬스틸러 였다.

‘우아, 젖소부인이 따로 없네.’

"문은 다 잠궜니?"

"네."

"그럼 어디 한 번 시작해 볼까?"

굶주린 젖소가 성난 투우처럼 달려들었다.

***

"아오, 무슨 편의점이 왕복 20분 거리에 있죠? 담배 사러 갔다 오는데 한참 걸렸네."

부스로 돌아온 샤대생이 투절대자, 덩치가 대꾸했다.

"너 방금 담배 사러 나간 거야?"

"네."

"나이트 입구 바로 옆에 가게 있을 텐데···."

"네? 어플로 편의점 검색해도 안 나오던데요?"

"당연하지. 편의점이 아니라 그냥 구멍가게니까. 그래도 거기 장사 엄청 잘 돼."

그제야 자신의 삽질을 깨달은 샤대생이 억울함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오 씨! 어쩐지 뭔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라···. 전 앞에 테이블에서 오뎅 먹고 있길래 분식점 인줄!"

"거기 분식도 팔어. 이것저것 다 파는 거 같더라. 아, 그 생각하니까 떡볶이 먹고 싶네."

갑자기 입맛을 다시던 덩치가 껍데기만 남은 파인애플을 이빨로 긁어 먹었다. 술안주가 동이 날 정도로 안주 빨을 세우는 덩치의 먹성에, 지켜보던 방장이 혀를 끌끌 찼다.

‘저 돼지 새끼는 평생 비시즌이겠네. 아까도 무식하게 처먹더니···. 정말 헬스 트레이너는 맞긴 한가 몰라? 하긴 여기 오는새끼들이 제대로 직업을 밝힐 리 만무하지만.’

"담배 다 사왔음 룸 들어가자."

"저흰 언제 가요? 계속 여기 있어봐야 부킹도 잘 안 해주데···."

혼자 어깨춤을 추고 있던 춤꾼이 물었다. 방장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다시 가면을 쓰며 웃으며 말했다.

"약속한대로 교대 해 줄게. 지금은 우리 팀 타임이니까."

"벤츠 형님은 연락도 안 되는 데요?"

"벤츠? 아아, BMW 모시는 형님? 나야 모르지. 근데 어쩌면 둘이서만 가는 게 더 나을 지도 몰라."

"정말요?"

"원래 셋보단 둘이 홈런 칠 확률이 높거든. 여자들이 둘둘 오는 경우가 많아서."

"아···."

"그리고 솔직히 없는 사람 흉보려는 건 아닌데···."

방장이 목소리를 죽여 춤꾼에게만 속삭였다.

"그 노티 나는 형님 때문에 너희 팀 손해 본 것 많잖아. 안 그래? 여자들 의자에 앉자마자 스프링 하는 게 누구 때문 인거 같아?"

교묘한 방장의 언변에 춤꾼은 그제야 진실을 깨달았다는 듯 이마를 탁 쳤다.

"아! 설마 그래서!"

"그치? 막말로 너나 근육형님이나 어디 가서 빠지는 사람도 아닌데, 민폐 한명 때문에 괜히 시간만 낭비 했잖아. 원래 이바닥에선 에이스 셋도 트롤 하나는 못 막는 법 이랬거든."

"이제 알겠어요. 어쩐지 여자들이 절 맘에 들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튕기더라니···."

‘병신. 너나 저 돼지가 더 문제야. 하여간 주제 파악도 못하는 꼴 하고는.’

"그러니까 좀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네."

"여어, 방장."

방장이 일어서는 데 이번엔 덩치가 그를 불러 세웠다.

"왜요?"

"나 저기···."

"부킹 걱정 마세요. 제가 웨이터 만나서 팁 한 번 더 찔러 줄···."

"그게 아니라 안주 좀 더 시켜도 돼냐?"

"아···."

‘저 돼지 새낀 진짜 먹으로 왔나.’

"네네. 물론 이죠. 저희 룸으로 달아 놓으세요. 69번 룸이에요."

"땡큐!"

두 사람은 겨우 조각 멤버들을 떼어내고 룸으로 향했다.

담배 한 갑 사러 멀리 돌아갔다 온 샤대생도, 그를 기다리면서 진상들의 꼴불견을 묵묵히 견뎌야 했던 방장도 이를 부득 갈긴 마찬가지였다.

‘밖에서 조뺑이 치고 왔는데, 기둥이 이 새끼 여자들  내보냈기만 해봐.’

‘좆기둥 개새끼. 눈 알 튀어 나올 정도로 뒤통수를 후려주마. 감히 날 물먹여?’

그러나 한참을 돌아도 69번 룸은 보이지 않았다.

"어? 이쪽이 아닌가?"

"3층 맞지 않아요?"

"잠깐··· 이상하네. 분명 저 쪽 계단에서 이쪽으로···."

두 사람은 쳇바퀴를 돌며 빙빙 돌았지만, 어찌된 영문이지 자신들이 나왔던 방 번호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술 기운에 위치를 착각했다고 생각하고 웨이터를 불렀다.

"저기요."

"네, 손님."

"69번 룸이 어디죠?"

"69번? 이쪽으로 따라 오시죠."

웨이터가 자신만만하게 안내했지만, 그조차도 길을 헤매긴 마찬가지였다.

"어라, 여기가 아니었나?"

"룸 위치 모르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홀 전담이라···. 혹시 지명이 누구시죠?"

"쏴인가 싸인가."

"네. 쏴이 불러드리겠습니다."

치칙-

웨이터가 무전기에 대고 쏴이를 호출한 뒤 말했다.

"부킹 마치고 바로 온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쏴이를 만날 수 있었다.

"손님! 찾으셨나요?"

"저희가 방을 못 찾아가지고···."

"네? 저쪽 방···"

쏴이는 룸 번호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 여기가 아닌가? 잠시만요. 저도 담당하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헛갈려가지고."

쏴이 역시 방을 찾지 못했다.

"허, 이상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그 방이 어디가버렸지?"

룸을 담당하는 지명웨이터마저 헛갈려 하자 참다못한 방장이 소리쳤다.

"저기요, 저랑 장난쳐요? 지금 팁 안줬다고 꼬장 부리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손님. 제가 분명 예쁜 누님들하고 매칭까지 시켜드렸잖아요."

"그니까 우리 방이 어디냐고요! 하- 씨발 진짜."

이미 도훈에게 뿔이 나있던 방장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다. 그러자 쏴이 역시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뭐? 씨이발? 너 지금 말 다했냐?"

< 387. 조각모음-2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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