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9. 조각모음-17- >
잠시 뒤 진동도 이어졌다.
테이블이 삐거덕대며 흔들리는 와중에, 핸드폰도 덩달아 부르르 떨렸다.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보영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도훈이 물었다.
"누군데?"
"치, 친구야."
"받아 봐."
"받으라고?"
"그래, 내 앞에서 받아."
"어, 어떻게 이러고 있는데···."
퍼억!
도훈이 일침을 날렸다.
힘을 모아 때려 박은 한방.
보영이 테이블 째 밀려나가며 비명을 질렀다.
"하악!"
"얼른 받으라니까?"
"모, 못 받아. 목소리 떨려서 다 티 날거야."
퍼어억!
끼익-
한 번 더 테이블이 앞으로 밀리며 맥주병이 쓰러졌다. 접시에 담겨있던 땅콩이 쏟아지며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흑!"
"내가 받으라고 했다."
보영은 아무리 애원해봐야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아, 알았어. 잠깐만 멈춰줘. 부탁이야."
그녀가 절충안을 제시했다. 도훈이 알겠다는 듯 대물을 꽂아 넣은 채 움직임을 중단했다.
"여보세요?"
"보영아 너 어딘데?"
조용한 룸 안으로 통화 내용이 울려 퍼졌다.
"으, 응 잠시 화장실에···."
"나 지금 화장실인데, 어느 칸?"
"아··· 아니 화장실에 갔다 잠깐 나왔··· 하악!"
도훈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허리를 꿈틀거렸다.
"보영아? 방금 무슨 소리야?"
"아, 아니 잠깐 발을 헛딛었어."
"뭐래는 거야, 얘는? 암튼 우리 괜찮은 오빠들 만났거든? 지금 2차 나가기로 했으니까 얼른 와."
"이, 이차? 흡!"
도훈은 이차라는 소리에 볼을 씰룩이며 한 방 더 꽂아 넣었다.
"보영아? 너 괜찮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아, 아니야. 가, 갑자기 딸국질이···."
"암튼 너만 오면 바로 출발할 거야. 오빠들이 우리 술값도 대신 내주기로 했어. 매너 짱이지?"
"나, 난···."
퍽퍽-!
"난··· 흑, 나···"
"보영아?"
퍽퍽퍽-!
"흐으··· 내가 금방 있다 다시 걸게."
신음을 주체 못 한 보영이 통화를 종료했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돌린 채 도훈에게 빽-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이야. 들킬 뻔 했잖아!"
퍽퍽!
"아앙, 앙, 아!"
"들키면 뭐?"
"하윽, 그래도 친구들이 다 듣고 있는데···."
"이렇게 질질 흐르는데, 내가 안 막고 배겨?"
"모, 못 됐어!"
도훈이 빠르게 수긍했다.
"맞아. 나 못된 놈이야. 그래서 누나가 나한테 박히면서 다른 남자들 보러 간다니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더라고."
"아···. 이, 이건 그런 거 아니잖아."
퍽!
"아니면 뭐?"
"하아앙, 치, 친구들하고 같이 왔으니까 어쩔 수가···."
"같이 왔으니까, 그럼 같이 박힐래?"
"하윽, 야! 너 진짜! 말을 해도."
도훈이 바짝 엎드려 있던 보영의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번쩍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소파 뒤로 주저앉았다. 소파에 기대앉은 도훈의 허벅지 위로 보영이 나란히 포개졌다.
도훈은 그 상태로 골반을 위로 튕기며 앉아치기를 시작했다.
퍼벅퍼벅!
"하응, 핫, 기, 깊어. 아아앙."
"누난 누굴 만나도."
퍼벅퍼벅!
"나만한 대물은"
퍽퍽퍽!
"절대 못 만나."
"흐아아아앙!"
"알고 있지?"
"아, 아아아앙!"
보영은 밑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미, 미쳤어! 이런 섹스라니!’
도무지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압도적인 힘.
보영은 자궁이 터질 같은 희열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도훈이 속도를 끌어 올리며 속삭였다.
퍽버버벅! 퍼버버버벅!
"딴 놈들 만나서 벌리기만 해봐."
"아앙, 하앙, 아, 안 그래."
"그땐 아주 작살을 내 버릴 테니까."
"아흐으응, 아앙."
"알아 들어?"
"아, 알았어. 하악!"
퍽! 퍽! 퍽!
보영의 허리를 붙잡아 내리 꽂던 도훈이 급격한 사정감을 느꼈다. 일부러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쉼없이 몰아친 탓에 평소보다 빠르게 절정을 맞이한 것이었다.
‘읏, 못 참겠군.’
보영을 빠르게 일으켜 세운 도훈이 그녀를 돌려세워 잦이를 입에 물렸다.
"물어."
"우우웁!"
대물을 입에 물린 도훈이 보영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다.
"읍읍!"
왈칵-!
보영의 입속에서 대물이 대분출을 일으켰다.
정액이 한껏 뿜어져 나오며 보영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뱉지 말고 삼켜."
"욱!"
"한 방울도 흘리지 마."
도훈의 강압적인 명령에 보영이 꿀꺽 정액을 받아냈다.
도훈은 그제야 쥐고 있던 머리채를 풀어주었다.
"케헥-"
한바탕 휘몰아친 섹스가 끝나자 도훈이 손가락으로 입가에 묻은 정액을 닦아 주었다.
"괜찮아?"
"너, 이씨!"
도훈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지자 보영이 다짜고짜 화를 냈다.
"미안해."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흥분하면 주체를 못 해가지고···. 진짜 미안."
보영은 자신을 막대한 도훈에게 화가 났지만, 도저히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만큼 강렬한 쾌감을 선사했던 것이다.
‘씨···, 잘하니까 미워할 수가 없네.’
아직도 밑이 얼얼했다.
중간에 걸려온 전화만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오래 즐길 있었을 거란 생각에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너 진짜 거칠어."
"원래 이렇진 않아. 근데 장소가 장소다 보니 너무 흥분해가지고···."
보영이 엉거주춤 일어서며 흐트러진 옷을 바로 했다. 하지만 가운데가 뻥 뚫려버린 팬티스타킹은 도저히 복구할 방법이 없었다.
"어휴, 내가 진짜 못 살아."
보영은 결국 팬티스타킹을 완전히 벗어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벗어도 괜찮아?"
"몰라! 올 나가서 벗었다고 해야지."
"미안."
"미안한 줄은 아니?"
복장을 정비한 보영이 팔짱을 끼며 눈을 흘겼지만, 그녀의 눈빛에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진짜 최고였어. 친구들만 아니면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다음에 내가 하나 사줄게."
"다음에?"
"오늘만 보고 말게?"
"웃기다, 너? 데이트 신청 할 거면 똑바로 해. 내가 쉽니?"
"알았어. 다음에 데이트 할 때 사줄게."
그때 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보나마나 친구들의 재촉 전화였다.
보영이 통화를 차단하며 도훈에게 물었다.
"너 번호 뭐야."
"내 번호?"
"그래. 나 지금 가봐야 하니까 나중에 폰으로 연락할 게."
도훈은 번호를 찍어주며 이름 란에 ‘이정우’라고 적었다.
"정우?"
"응. 내 이름이야. 누난?"
"보영. 김보영이야. 문자 보낼 테니까 까먹지 마."
"누날 어떻게 까먹어."
"으이구, 말은!"
부르르-
계속 울려대는 전화에 보영이 짜증을 냈다.
"아이씨, 진짜 이것들이···. 이정우. 나중에 연락할거니까 전화 꼭 받아라. 알았지?"
"응. 얼른 가. 친구들 의심하겠다."
보영이 전화를 받으며 후다닥 룸을 떠났다.
홀로 남겨진 도훈은 난장판으로 변한 담배를 입에 물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정말이지 주인님은···. 아무리 급해도 룸 안에서.]
‘어쩔 수 없잖아. 업적을 완수 못했으니 나이트를 떠날 수도 없고.’
[어쨌든 기록 달성이군요.]
‘무슨 기록?’
[8분 컷이네요. 이번엔.]
‘좀 급하긴 했지? 방장이랑 샤대생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 그랬어.’
[이제 좀 만족하셨습니까?]
‘어. 한발 빼고 나니 정신이 확 깬다야. 나 지금 현자야.’
[근데 아무 보상도 걸려있지 않은데 굳이 무리하신 이유라도?]
‘아깝잖아.’
[네?]
‘기껏 스킬까지 썼는데 그냥 보내기가. 그리고 그거랑 상관없이 예뻐서. 스튜어디스는 처음이기도 하고.’
[얼씨구? 모든 직업의 여성들을 다 공략하실 셈인가요?]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도훈이 한참 테이블을 정리하는 데 방장과 샤대생이 나란히 룸으로 들어왔다.
"뭐야? 기둥이 여기 있었네?"
"네. 부스를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요."
"아, 우리 스테이지 나갈 때 왔나보구나."
"음? 근데 무슨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요?"
후각이 예민한 샤대생이 코를 킁킁거렸다. 밀폐된 룸 안에는 두 남녀의 정사를 치른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뭔가 야리 꼬리한 냄샌데?"
방장이 샤대생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거야?"
"모르겠어요. 아까랑 뭔가 다른데···. 기둥이 너 혹시 혼자 딸친 건 아니지?"
"아닌데요."
"아, 이거 분명 그 냄새 같은데···."
"뭔 소리야 인마. 기둥이가 우리 없는 사이에 여자 불러서 룸 떡이라도 쳤다는 거야?"
"하긴 그럴리가···."
"아, 제가 신발을 벗고 있어 그런가 봐요."
도훈이 말하는 도중 테이블 아래로 몰래 신발을 벗었다.
"야 인마! 고린내 나게 신발은 왜 벗고 있어?"
"발에 땀이 많아서···."
"여자들 그런 거 질색한다고. 아재냐?"
‘아재다, 이 좆만한 새끼야.’
"다시 신을게요."
"환기 좀 시켜야 겠다."
도훈의 임기응변으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넘어갔다.
방장이 소파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참, 밖에 팀이랑 합의 보고 왔다."
"무슨 합의요?"
"우리가 두어 시간만 더 놀고, 체인지하기로."
"그럼 그땐 우리가 부스로 가요?"
방장이 피식 웃었다.
"아니. 그땐 2차 나가고 있겠지."
"아!"
"그 시간에 테이블 죽쳐봐야 부킹이나 제대로 되겠냐? 운 좋아야 골뱅이 얻어 걸리는 거지."
환풍기를 켜고 온 샤대생이 물었다.
"근데 그것도 괜찮지 않아요? 골뱅이 따 먹는 것도 나름 재순데."
"아서라. 골뱅이 얻어 걸리길 기다리느니, 골뱅이를 제작해 먹는 게 빠르겠다."
"제작이라고요?"
"다들 가까이 와봐."
방장이 두 사람을 가까이 불렀다.
그는 작전명령을 하달하듯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이제 새벽 1시 다 되 가잖아. 지금 부터가 피크 타임이야."
"으음."
"낚시도 물때가 있듯, 부킹에도 때가 있어. 내가 왜 10시부터 안 입성안할 줄 알아? 빨리 가면 룸에 더 오래 있을 수 있는데?"
"잘 모르겠는데요."
"그 시간에 오는 애들은 나이트가 1차인 경우가 많아. 아니면 직장에서 회식삼아 단체로 오거나. 그런 애들한테 부킹해봐야 원나잇 각이 나오겠냐?"
"아니죠. 술에 취하지도 않는데 무슨 수로 꼬셔요?"
"단체로 오면 아무래도 직장 사람들 눈치가 보이니까···."
도훈과 샤대생의 대답에 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래서 일찍 입성해 봐야 비싼 술만 축내는 거야. 끽해야 맨 처음 죽순들이 들어와서 말 상대나 해주겠지."
"근데 11시에 와도 별 차이는 없을 텐데···."
샤대생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고작 1시간 차이에 물이 얼마나 바뀌겠느냐는 말투였다.
"아니지. 그때는 그래도 좀 놀아보고 싶은 애들이 오는 시간이거든. 난 여자들 나이트 와서 하는 말 중에 그 말을 제일 안 믿어."
"뭐요?"
"나이트 춤추러 왔다는 말. 부킹 별로 안 좋아 한다는 말."
말이 많이 쏟아낸 방장이 목이 타는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남자보단 덜하지만, 나이트 오는 여자들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오는 거야. 언제든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원나잇도 할 수 있다는."
"정말이에요?"
"당연하지. 그럼 나이트를 술 마시러 오겠냐? 포차랑 호프집 놔두고. 다 남자랑 부킹하러 오지. 근데 왜 여자들이 부킹을 안 좋아 하는 줄 알어?"
"글쎄요."
"남자가 좆도 마음에 안 들거든."
"네?"
"말했잖아. 남자가 별로라고 말 하긴 그러니까 의례 하는 말이라고. 자긴 부킹 안 좋아한다고. 그게 아니라, 남자가 마음에 들면 여자들도 환장하고 좋아해. 정우성, 원빈 이런 애들 앉아있으면 스프링 튕길 것 같아? 아주 뽄드 붙인 듯 움직이지도 않을 걸?"
"하긴 그렇겠네요."
"그러니까 이걸 기억해야 해. 나이트에 온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밑이 근질근질한 상태야. 하지만 남자보다 적극적이진 않지. 막말로 남자는 주면 다 먹지지만, 여자들은 그 정도는 아니거든. 그렇지만 분위기만 잡히면 얼마든지 원나잇까진 할 수 있다고 생각하
고 있다고."
"오!"
"역시 대단하시네요."
"내가 11시에 입성한 건 사실 번호를 따기 위해서 였어. 그때는 그냥 간만 보는 시간이야. 비싼 돈 주고 왔는데, 고작 한 명 먹고 끝낼 건 아니잖아?"
"에프터를 노리구요?"
"그렇지. 굳이 오늘 아니라도 좋으니까. 이미지만 적당히 좋게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따로 만나서 먹을 수 있거든. 그렇게 몇 명은 킵해 놓고 적당히 취기가 도는 이 시간부터가."
방장이 손목에 찬 시계를 두들겼다.
때마침 시계가 정확히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진정한 부킹이 시작되는 거지."
"오오오오!"
샤대생은 엄청난 비밀과외라도 받은 것처럼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지만 현자 타임에 이른 도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방장은 샤대생의 격한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계속 작전을 하달했다.
"이제부턴 술로 여자를 꼬시는 시간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골뱅이를 만든 다는 거죠?"
"그렇지. 콧대 높게 굴던 여자들도 지금쯤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거든. 결국 괜찮은 애들 있으면 거기 눌러 앉으려 한단 말이지. 그럴 때 자연스럽게 술을 먹이는 거야. 그렇게 마시다 보면 저도 모르게 꽐라 되서 골뱅이가 되는 거지."
"키야! 근데 어떻게 여자들 술을 먹이죠?"
"방법이야 많지. 이제부터 내가 신호를 줄 테니까 잘 들어둬. 내가 잔을 들고 거국적으로 한잔 합시다, 그럼 무조건 옆에 파트너 원 샷 때려."
"네."
"그리고 게임 같은 거 하면 눈치 봐서 몰아주란 말이야. 흑기사 뭐 이딴 거 절대 들어주지 말고."
"네."
"그리고 여자들 적당히 취하잖아? 그럼 그런 것도 가능해."
"뭐요?"
방장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룸 떡."
"우앗! 진짜요?"
"그래. 바로 옆에서 물빨도 하고, 심지어 화장실가서 실떡도 가능하지. 왜 그 연예인, 걔도 그랬잖아."
"역시 형 밖에 없어요."
방장이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데로만 해. 형이 오늘 멱살 잡고 캐리해 준다."
도훈은 오만방자한 방장의 말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미 룸 떡으로 예열을 끝낸 그에게 방장의 호기 넘치는 선언은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 379. 조각모음-1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