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8. 조각모음-16- >
고탄력 팬티스타킹이 찢어지며 조그만 균열이 생겼다.
도훈은 손가락을 헤집어 균열을 더욱 벌였다.
실밥이 툭 끊어지며 스타킹 가운데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보영은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잔뜩 달아오른 흥분감에 이성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도훈은 무시했다.
여자의 안된다는 말은 된다는 말과 똑같다.
지금은 무슨 말도 의미 없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
안 돼요, 돼요, 돼요.
그는 한 꺼풀 벗겨낸 구멍 안으로 축축이 젖은 팬티를 지그시 눌렀다. 안쪽에 몽글몽글해진 살덩이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도톰해진 둔덕은 이미 한껏 벌어져 그의 진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고 싶죠?"
도훈이 악마처럼 유혹했다.
"너, 너 이러려고 날 여기로···."
"훗, 이럴 줄 알면서 따라온 거 아니었어요?"
도훈이 얄밉게 비웃었다.
어느새 어리숙한 청년은 사라지고, 여자를 우습게 보는 카사노바가 앉아 있었다. 스킬을 봉인하며 보여준 미숙함이, 의도치 않게 일을 수월하게 풀리게 만든 것이다.
"그,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기는 무슨. 아랫 입은 예스구만."
그의 손가락이 멋대로 팬티를 젖히고 들어갔다. 낯선 손가락이 은밀한 부위를 마음껏 어루만지자 보영은 흥분을 주체 못 하고 격한 신음을 쏟아냈다.
"하악, 하, 하지 마. 이런 데서, 아앙."
"멈추기엔 너무 늦었어요."
찌꺽 찌꺽-
도훈이 중지 손가락을 집어넣어 위아래로 흔들자, 그에 따라 보영의 골반 역시 움찔움찔 들썩였다. 이미 그녀는 저항할 수 없는 욕망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녀가 이성을 쥐어짜 마지막으로 도훈을 만류했다.
"흐읏, 제발 그만둬. 이건 아니야."
"나 누나 마음에 들어요."
"내, 내가?
찌꺽 찌꺽-
"앙, 아아, 아아아."
"처음 본 순간부터 이렇게 해주고 싶었어."
팟팟팟!
중지가 끝까지 파고들었다.
동시에 소파에 벌러덩 쓰러진 보영의 입술을 향해 도훈이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보영은 꼼짝없이 입술을 빼앗겼다.
"우웁-."
열정적인 키스가 멈추자 보영이 두려움 섞인 눈으로 속삭였다.
"이러다가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것은 불안감의 표출이면서 동시에 허락의 의미였다.
하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들키고 싶지 않다.
"걱정 마요. 아무도 안 올 테니까."
도훈은 밑도 끝도 없는 말로 보영을 안심시키며 펌프질을 이어갔다. 나머지 한 손은 자연스레 블라우스 단추를 끌르고 있었다.
***
"썅, 우리 당한 거 아냐?"
기나긴 줄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끝없는 대기 열에 지친 사내들은 옆으로 하나둘씩 이탈해 담배를 뻐끔거리며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그중에는 남겨진 조각 멤버들도 있었다.
BMW 키 홀더를 부적처럼 손에 쥔 사내가 불만을 터뜨리자, 옆에서 맞담배를 피던 덩치가 대꾸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요. 그래도 한 팀인데."
"한 팀은 지랄, 조각으로 만난 데다 실명조차 모르잖아. 막말로, 우리 돈 가지고 튀면 우리만 새 되는 거잖아."
BMW가 흥분하자 헬스 트레이너도 조금씩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려는 듯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그렇기는 한데···. 그럴 사람 같진 않던데."
"왜 그런 새끼들 있잖아, 먹튀 하는 새끼들. 어쩌면 한 패거리 일지도 몰라, 셋 다."
"샤대생이랑 기둥이도요?"
"그렇지. 생각해 보니 나란히 같은 팀이 된 과정도 수상쩍잖아. 너도 봤지? 마지막 담배는 확인도 안 한 거. 분명 뭔가 있다니까?"
"전혀 아는 사이처럼 보이진 않던데···."
"씨발, 먼저 룸에 들어간다고 할 때 기분이 쌔 하더라니만."
"형들, 지금 입장하래요."
홀로 줄을 지키고 있던 B-Boy 막내가 두 사람을 급히 불렀다.
"지금 부스자리 나서. 먼저 들여보내 준데요."
"그래?"
"일단 들어가자."
꼬박 한 시간을 대기한 세 사람은 마침내 나이트 안으로 입장했다.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나이트 내부는 바깥과는 비교도 안 되는 별천지였다.
요란 벅적한 음악들이 심장을 바운스 했고, 술에 취해 발그래진 여자들이 당장이라도 줄 것처럼 헤롱거리고 있었다.
축제 같은 분위기가 방금 전의 짜증났던 기분을 조금은 덜어냈다.
"흐흐, 오늘 물 좋아 보이는데요?"
"됐고, 방장한테 연락부터 해. 우리 막 들어왔다고."
"안 그래도 단톡방에 글 남겼어요."
세 사람은 구석진 부스에 자리를 잡고 술을 시켰다.
웨이터가 선불을 요구했지만, 나중에 주겠다며 무시했다.
BMW가 초조하게 말했다.
"하여간 이 새끼들 튀었기만 해봐. 진짜 내가 지옥 끝까지 쫓아간다."
"너무 의심말고, 한 번 믿어 보자고요. 제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다니까요."
물살 덩치가 썩은 동태같은 눈을 뻐끔거리는 사이, 때 마침 방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오셨어요?"
BMW는 방장을 보자마자 불만을 터뜨렸다.
"야. 밖에서 한참 기다렸잖아! 돈만 내고 입장도 못 하는 줄 알았네."
"죄송해요. 저희가 선발대로 탐색 좀 하느라고."
방장의 즉각적인 사과에 BMW가 상한 감정을 덜어냈다. 실은 연락도 씹고 먹튀 하나 걱정했는데, 입장과 동시에 얼굴을 내 비추는 모습에 적잖이 안심한 모습이었다.
"왜 너만 왔어? 다른 애들은 아직 룸이야?"
"아니요. 같이 나왔는데 잠시 화장실 간 것 같아요. 참, 술값 계산은 하셨어요? 테이블은 선불 일 텐데."
"당연히 아직 못 줬지. 우리 돈까지 니가 다 들고 갔잖아. 추가 주문할거라도 좀있다 받으랬어."
"제가 일단 팁이랑 먼저 계산할게요."
방장이 지나가던 웨이터를 부르더니 지명을 호출해 술값과 팁을 건넸다. 일부러 눈에 보이게 만원짜리 3장을 시거 포켓에 꽂았다.
"여기 부킹 좀 많이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팁을 받은 웨이터는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더니 잽싸게 뛰어갔다. 방장이 말했다.
"나중에 시간 봐서 룸멤버 교체할 거에요. 일부러 양주도 최대한 킵 해놨어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나저나 부킹은 좀 어때?"
"생각보다 여자들 많이 튕기네요. 아직까진 별 소득 없어요. 무슨 여기 애들은 눈만 높아서는."
"아 씨, 근데 음악 소리 커서 니 목소리도 잘 안 들린 다야. 이래 가지고 부킹 되겠냐? 테이블이나 부스나 별 차이도 없네."
방장이 그들을 안심시켰다.
"형님, 부킹을 입으로 합니까?"
"그럼?"
"고거 손가락에 끼고 한 바퀴만 돌려주세요. 그러면 여자들 알아서 자빠질 테니."
BMW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키홀더를 추켜세우는 방장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졌다.
방장은 연이어 덩치를 향해 말했다.
"형은 뭐 몸 좋으니까 가만있어도 여자들 알아서 앵길 거고."
"하핫, 내 와꾸라면 충분히 먹어주지."
또 후드를 눌러쓴 막내에게 말했다.
"넌 스테이지 올라가서 춤 한 번 쳐주면 끝장나지. 번호 따이지 않게 조심해라."
"오랜만이라 몸이 잘 풀리려나 모르겠어요. 여긴 또 클럽이랑 레파토리가 달라서."
"그래도 그 실력 어디 가겠어? 쟤들은 아마추어고 넌 프로레벨이잖아. 너무 학살하진 마라."
"하긴 뭐···. 네 적당히 스텝만 밟을게요."
방장은 뒤늦게 입장한 멤버들의 기분을 최대한 달래 주었다. 그의 덕담에 다들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마치 방장의 말처럼 손쉽게 부킹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방장은 속으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멍청한 놈들. 이미 니들은 아웃 오브 안중이야. 필드에서 백날 입 털어 봐라. 그게 먹히나. 크크.’
물론 필드라고 무조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부킹 성사엔 운도 따라야 하므로 49,000원짜리 기본만 먹고 홈런을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만원 짜리 룸을 잡고도 허탕을 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돈을 쓴 만큼 성공률이 높아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여자들 수질도 다르고.’
테이블로 오는 부킹은 쉽게 말해 성의가 없었다.
어차피 웨이터란 팁으로 먹고사는 존재. 조금이라도 자금력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같은 부킹이라도 룸을 꽂아 주는 게 주머니에 배춧잎 한 장 꽂힐 가능성이 높았다. 나이트란 천박한 자본주의가 고스란히 통용되는 곳이었다.
방장은 오랜 경험으로 이러한 사실을 체득했기에 처음부터 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전으로 나오면 아무리 그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지는 확률 낮은 도박은 시작도 안하는 부류였다.
"근데 다른 두 사람이 왜 이렇게 안 오지? 여기 어딘지 모르는 거 아냐?"
"단톡방 봤으면 알 텐데?"
"혹시 스테이지 올라간 거 아닐까요?"
"스테이지?"
"아, 그런가 보네. 사람들 바글거려서 찾기도 힘들겠다."
"저희도 몸 좀 풀까요?"
음악을 듣자 B-boy가 흥분했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뭘 나이트까지 와서 춤을 춰? 본전 뽑을 생각으로 무한 부킹이나 하지."
"여자들 물도 확인하고 좋잖아요. 요샌 나이트도 운 좋으면 부비부비도 한데요."
"진짜?"
"정말이라니까요? 요즘 애들은 은근 개방적이라 적당히 들이대면 알아서 엉덩이 대주더라고요. 그러다 눈 맞으면 모텔 가는 거고."
"그럼 우리도 한 번 해볼까?"
"가즈아"
다들 들뜬 마음에 마의를 벗고 스테이지로 올랐다.
방장도 그들을 뒤따랐다.
‘어쨌든 얼굴 비치고 술값도 치러 줬으니 뒷말 없겠지? 그 사이 나는 단물 다 빼먹고 먼저 튀면 그만이야.’
방장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나이트의 가장 프라임 시간 동안 룸을 차지하는 것.
아무리 불금이라도 피크는 12시부터3시 사이 뿐이다.
그 전에는 술이 덜 취해 힘들고, 그 뒤로는 체력이 딸려 지친 나머지 집으로 가버린다. 새벽 4시 이후로 남아 있는 건 부킹 성사가 안 된 어중이 떠중이들과, 애초부터 원나잇은 생각도 없던 여자들 뿐이다.
따라서 룸을 양보하는 것은 황금시간이 지난 이후다.
단물 다 빠진 룸에서 사내들끼리 노가리만 까다 쓸쓸하게 퇴장하는 것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애초에 팀을 가를 때부터 너희들 운명은 정해져 있었어.’
방장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세 사람을 속으로 비웃었다. 대충 어울리는 척하다 자연스럽게 사라지기엔 스테이지 위가 딱 좋았다. 그는 춤추는 여자와 눈을 마주치자 슬쩍 윙크를 건넸다. 여자들도 잘생긴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방긋 웃어 보였다.
‘역시 나이트가 나한텐 딱이야. 이 바닥에서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방장의 가슴이 자부심으로 부풀었다.
***
샤대생이 화난 여자 친구를 달래고, 방장이 호구 잡힌 조각 멤버를 달래던 그 시각.
도훈은 신나게 보영을 따먹는 중이었다.
어느새 보영을 발가벗긴 도훈이 바지를 풀어헤치고 대물을 끄집어냈다. 우람한 그의 물건을 목도한 보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대박."
"왜요? 남자 잦이 첨 봐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왜 이렇게 크니?"
"제가 그랬잖아요. 키만 큰 거 아니라고."
도훈의 물건은 처음 환생할 때보다 더욱 발전해 있었다.
카사노바의 반지 특전에 힘입어 둘레는 한 손가락으로 잡히지도 않을 만큼 두터워졌고, 굴곡률의 변화로 위로 솟구친 각도는 바나나처럼 휘었다. 쿠퍼액 지린 귀두가 유광니스를 칠한 것처럼 번들거리는 모습에, 보영이 꿀꺽 침을 삼켰다.
적지 않은 남자 경험을 가진 보영이었지만 도훈과 같은 대물은 처음. 그녀는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꼈다.
"어우, 이건 커도 너무··· 헉!"
잠시 대물을 눈요기 시킨 도훈이 다짜고짜 박았다.
"악, 갑자기 그렇게 넣으면···."
"왜요, 이미 흥건하구만."
"하앗, 학, 그래도 너무 커··· 하아···."
도훈은 평소보다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빨 터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 두 사람 돌아오면 말짱 헛짓이야.’
[제가 외부 출입문을 최대한 경계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누구 들어오면 바로 알려줘.’
[넵.]
긴박한 상황.
들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그 모든 것이 도훈을 흥분시켰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섹스도 나름 스릴있구만’
퍽퍽퍽-
"하앙, 아아앙, 살살."
보영은 밀어붙이는 도훈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는 불도저 같았다.
거칠고 무자비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어느새 보영은 도훈의 폭압적인 섹스에 적응해 갔다.
‘하악, 이, 이런 박력은 처음이야.’
도훈이 치마를 훌쩍 걷어 올리더니 엉덩이를 때렸다.
"뒤로."
"으, 으응."
도훈이 보영을 테이블 위에 엎드리게 하더니 그대로 뒤치기를 시작했다.
퍽퍽퍽!
테이블이 흔들리며 위에 있던 술잔들이 덜덜거렸다.
잔에 넘치게 따라진 술이 요동치며 쏟아졌다.
"하악, 하악."
‘도도한 척은 다 하더니 꽂고 나니까 순한 양이네.’
도훈이 피식 웃으며 보영의 긴 머리채를 잡아챘다.
"흑!"
"누나 맛있어. 봊이 엄청 쫄깃해."
"하윽, 그, 그런 말 하지마."
"맨날 하늘 위를 날다가 이렇게 처박히니까 어때?"
"하악, 하악··· 너, 넌 너무 거칠어."
"그래서 싫어?"
"아, 아니야. 아앙, 왜, 왜이렇게 잘해?"
‘잘하니까 잘하지.’
도훈이 당연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테이블 위에 놓아둔 보영의 전화기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 378. 조각모음-16-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