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0. 오빠랑 MT갈래?-30- >
***
조교가 도훈을 불러 뭐라 귓속말을 하더니 잠시 뒤 두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방향으로 보아 교수가 머무르는 팬션 쪽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체육교육과 학생들도 이번 기회에 자연을 벗 삼아 호연지기를 기르고···."
교수의 끝나지 않는 건배사를 듣고 있자니 술잔을 받쳐 든 팔이 저릴 지경. 결국 참을성 부족한 희주가 가장 먼저 바닥에 술잔을 내려놓았다.
"씨뎅, 노땅들 거 드럽게 말 많네."
"야, 얼른 잔 들어.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나연이 희주를 나무랐지만 그녀는 어깨만 으쓱할 뿐 이었다.
본디 청개구리같은 희주는 애초 하라는 것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성격이었다.
"됐어. 누가 본다 그러니? 그나저나 조교 샘이 도훈 오빠는 왜 데려 갔을까?"
"일 시킬 게 있나보지."
나연의 뻔한 대답에도 희주는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았다. 아침 출발하는 버스에서 공개 스트립쇼까지 했는데도, 하루 종일 눈길도 주지 않는 그에게 조금은 심통이 난 그녀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왜 하필 도훈 오빠냐는 거지. 오빠가 여기서 젤 막내도 아니잖아. 1학년들 시켜도 되겠구만."
옆에 있던 희수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새터 때도 도훈오빠만 따로 불러내지 않았니? 울 조교 샘, 혹시 도훈 오빠한테 사심 있는 거 아냐?"
희수의 발언은 그렇잖아도 도훈의 신출귀몰한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품던 1학년 여학생들 사이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가만보면 오늘만 해도 몇 번을 종적을 감추었는지 모른다. 그는 늘 어디로 사라졌다가 뜬금없이 나타나는 것일까?
‘···설마 도훈 오빠가, 조교 샘을?’
‘에이, 아무리 그래도 조교 샘이랑···.’
‘아니지. 따지고 보면 두 사람 별로 나이차도 안 나잖아? 도훈 오빠가 1학년 때 조교 샘도 4학년이었다고 했으니까.’
서로 말을 못 할 뿐 대부분 도훈과 비밀스런 관계에 있는 터라, 한 번 시작된 의심은 곧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다른 자리에선 말 못 할 이야기지만, 동기들끼리 모여 있으니 이만한 화젯거리가 없었다.
"솔직히 도훈 오빠 정도면 연상도 혹할 법 하지. 워낙 성숙했잖아."
"어머 웃긴다? 효민이 니가 그걸 어떻게 아니? 오빠가 성숙한지 안한지? 뭔가 아는 사람처럼 말하네?"
"뭐, 뭘? 그냥 키도 크고 행동도 어른스러우니까···. 근데 왜 갑자기 나한테 따져?"
"따지긴? 네 입으로 먼저 그랬잖아."
"희주 네가 도훈 오빠한테 관심 있으니까 오버하는 거 아니고?"
"뭐? 관심은 효민이 네가 있겠지. 아까 도훈 오빠 상의 탈의 할 때 아주 눈을 못 때 던데?"
"이게 씨!"
"야! 너희들 그만 못 해?"
보다 못한 정음이 소리쳤다. 카리스마 넘치는 일갈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교수님 건배사 하시는 데 뭐하니 니들 지금?"
"정음이 말이 맞아. 별것도 아닌 일로 왜들 흥분하고 그러니?"
서현도 정음 편을 들자, 뜨끔한 여학생들이 침묵에 빠졌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도훈에 대한 의혹은 조용한 가운데 소리 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오빠라면 조교샘도 꼬시지 않았을까?’
‘나한테 했던 짓을 조교샘이라고 못할 건 뭐야?’
‘이 오빠 정말 바람둥인가?’
‘아아···. 오빠가 나랑만 즐기는 줄 알았는데···.’
서현은 1학년 여학생들 사이에 번져가는 도훈에 대한 의혹을 보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런 일 벌어지기 전에 그만두라니까! 꼬리가 길면 밟힐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지. 무슨 대책도 없이.’
서현은 자업자득이다 싶으면서도 도훈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도는 것이 못 마땅했다.
어쨌든 도훈은 언젠간 자신의 남자가 되어야 할 사람. 그런 그에게 기분 나쁜 꼬리표가 붙는 것이, 자신까지 도매금으로 욕먹는 것 같았다.
‘쳇! 나라도 커버 쳐줘지.’
서현이 입을 열었다.
"아까 교수님 묵는 팬션에 잠시 들를 일이 있었거든. 그때 우연히 들었는데 졸업한 선배들이 우리 준다고 통닭을 스무 마리나 시켰다는 거야. 아마 그거 받으러 간 것 같아."
"진짜?"
"우아, 역시 선배님들!"
"근데 왜 도훈 오빠만 불렀을까?"
"조교샘이랑 친하니까 불렀겠지. 단지 가까이 있어서 불렀을 수도 있고."
서현은 이어 강경희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경희. 너 아까 도훈 오빠랑 단 둘이 있었지?"
"어, 나? 응."
"그 때 무슨 일 있었니?"
"일은 무슨 일? 발목 삐어가지고 오빠가 발목에 압박 붕대 해준 게 전부야. 도훈 오빠가 자기 때문에 다쳤다고 엄청 미안해 하더라고."
경희는 차마 본부 텐트에서 있었던 일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도훈의 교묘한 애무에 흥분해 번갯불에 콩 꿔 먹듯 처녀를 헌납했다고 어떻게 밝힌단 말인가? 그것은 쪽팔림을 넘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서현은 뻔히 상황을 짐작하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1학년 동기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봐. 오빠가 저렇게 착한 일을 하고도 괜히 쓸데없는 의심이나 받아야겠니? 너희들 앞에 사람 없다고 괜히 뒷담화 하고 그러는 거 아냐."
그러자 가장 먼저 도훈이 얘기를 꺼낸 희주가 양심에 찔리는 지 대번에 꼬릴 내렸다.
"아, 아니 뒷담화 하려던 게 아니라···. 쩝. 괜히 민망하네."
그 모습을 본 1학년들은 다시 도훈에 대한 의심을 거두었다.
‘역시 도훈 오빠가 그럴 리가 있나.’
‘하여간 희주 쟨 지부터 흘리고 다니는 얘가 누굴 흉봐?’
‘오빠가 인기가 많으니까 별의 별 이야기가 와전되는 구나.’
‘그럼 그렇지. 오빠가 나한테나 그러지, 아무한테나 그러고 다니겠어?’
그 무렵, 타이밍 좋게 교수의 기나긴 건배사가 끝이 났다.
"···자 그럼, 체육교육과! 마시고!"
"죽자아아아!"
"가즈아아아!"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도훈의 대한 의심이 불식되는 걸 보며 서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겨우 한시름 놨네. 그나저나 이런 식이면 나도 점점 커버치기 힘든데. 이 바람둥이 자식! 적당히 좀 쑤시고 다니지!’
***
"저희가 직접 가지러 가야 된다고요?"
"그렇다니까? 지희가 오는 길에 사오면 식을까봐 캠핑장 근처에 주문을 넣었나 봐. 근데 거기서 오토바이로 스무 마리 배달은 무리라며 가게까지 차로 가지러 와야 된다네?"
"아니 무슨 배달음식을 셀프로 가져다 먹어요? 근처에 닭 튀기는 집이 거기 뿐 이에요?"
"응."
"······."
쩝. 할 말 없다. 하긴 이런 시골 캠핑장에 치킨 주문을 받는 것도 감지덕지인 셈인가?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민주의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는 길이다. 민주가 밤길 운전이 무섭다며, 기사로 나를 부른 것이 내가 차출된 이유였다.
"송지희, 걔도 참. 빈손으로 올 것이지 무슨 생색을 내려고 통닭을 스무 마리나···."
"지희 혼자 아니고 다른 선배 둘이랑 같이 냈데. 임용되고 처음 후배들 보는 거니까 멋있게 한 턱 내고 싶겠지. 근데 도훈이 너, 지희랑 완전 말 놓기로 한 거야?"
"네."
민주가 운전에 열중하는 나의 허벅지 위로 슬쩍 손을 올렸다.
"그런데 왜 저한테는 계속 존댓말 쓰세요, 주인님?"
캠핑장 입구를 벗어나자마자 민주의 말투가 극존칭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손이 허벅지를 스쳐 천천히 가운뎃다리를 쓰다듬는다.
어쩐지 자기 차를 나보고 운전하라고 등 떠밀더니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군.
"···나 지금 할 기분이 아닌데."
"네? 왜요?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민주가 여전히 바지 위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고민거리가 하나 있는데, 좀처럼 방법을 못 찾겠네."
"제가 도와드릴 수는 없는 건가요?"
비좁은 차 안.
덜컹거리는 시골길의 진동과 진한 분 냄새가 어우러지자 슬슬 대물에 반응이 왔다. 하여간 이 정액도둑 같으니. 어떤 상황에서든 물을 빼려고 안달이 난 여자같다.
"글쎄···."
"한 번 말씀해 보세요.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민주의 손이 슬그머니 츄리닝을 들추고 팬티 속에 대물을 뽑아냈다. 츄리닝 밴드에 걸린 대물이 배꼽에 바짝 붙은 체 우스꽝스럽게 튀어나왔다. 민주가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귀두를 어루만진다.
그녀가 속삭였다.
"한 발 뽑고 나면 머리가 더 잘 돌아가실지도 몰라요. 남자들에겐 현자타임이 있잖아요."
"···그러려나?"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민주의 어깨를 내리 눌러 대물을 입에 물렸다. 어쨌든 치킨 배달이 끝날 때까진 싫으나 좋으나 그녀와 함께 있어야 한다. 내친 김에 S도달도나 마무리 해야겠다.
"그럼 한 번 시원하게 빨아 봐."
"네."
보조석에서 운전석 쪽으로 엎드린 민주가 대물을 신나게 빠는 사이, 나는 천천히 속도를 조절해가며 시골길을 내달렸다.
사타구니에 바짝 붙은 그녀의 머리가 운전을 방해했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흐음. 그나저나 여러모로 악조건이야. 주지육림 위업은 역시나 무리일까?’
[사실 너무 조급해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순번에 의미는 없다지만 108번째 위업을 하수2레벨에서 완료하시는 것은 욕심일지도.]
‘꼭 그런 이유는 아니었어. 우연히 기 공략인원 12명이 한 자리에 모였잖아. 이런 기회가 앞으로 또 올까 싶어서.’
하룻밤 사이 12명의 공략대상이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이는 일. 몇 번을 고쳐 생각해도 쉽지 않다. 이것은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적한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예수를 모시는 12사도 중에서도 배신자가 나왔습니다. 하룻밤에 무려 3번을 배신하기도 했죠. 정말 12명을 입막음할 자신, 있으십니까?]
‘끄응···.’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죠. 12명의 여성들 중 단 하나만 입을 뻥긋해도 주인님은 나락으로 떨어질 겁니다.]
‘그 부분은 메저키스트의 밧줄로 해결될 거라고 봤지. 밧줄을 실험해 보니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거든.’
[좋습니다. 입막음 부분은 밧줄을 이용한다 치죠. 하지만 무슨 수로 12명을 한데 모아 묶을 생각이죠?]
사실 그게 가장 문제다.
밧줄은 만능이 아니다.
밧줄에 손을 놓는 순간, 최면은 풀리게 되고 그 다음부턴 12명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 차라리 모두가 잠든 상황이라면 모를까.
가만, 잠들어?
"아, 어쩌면?"
"네? 주인님 저 부르셨···."
"넌 계속 빨기나 해."
"우읍."
민주를 다시 처박은 체 빠르게 머릴 굴렸다.
‘면간은 범죄라고 했지?’
[네. 동의 없는 섹스니까요.]
‘하지만 잠든 사람을 밧줄로 묶은 다음 깨우는 것은 어떻게 되나?’
[···아. 그것은 일종의 버그에 가까운···.]
‘대답 똑바로 해. 가능해?’
[시스템 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밧줄의 효력은 호감도80이상에서만 작동하니까요.]
‘그렇지? 예를 들어 연인사이끼리 자는 동안 애무로 깨워 관계하는 게 추행은 아닌 것처럼?’
[뭔가 비유가 이상하지만 어쨌든 가능은 합니다.]
‘좋아, 그렇단 말이지.’
뭔가 헝클어진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신벌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12명을 쌈 싸먹을 견적.
다만 문제는 한 가지 더 있다.
‘근데 아까 수정이한테 밧줄을 써보니까 시체처럼 뻣뻣하더란 말이지. 그건 진짜 별론데···.’
12명이 잠든 사이 밧줄을 묶을 순 있다. 자는 걸 깨워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섹스가 아닌 그저 업적을 위한 몸짓일 뿐.
교감 없는 행위가 주는 허무함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그런 일방적인 섹스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
"주, 주인님 시내로 거의 들어온 것 같은데···."
어둑한 시골길을 지나 네온사인 켜진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름 시내라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도 제법 보였다.
"그래서? 걸릴까봐 못 빨겠다고?"
"아, 아니 그게···."
"이제부터 입때는 순간 너랑은 끝인 줄 알아. 숨도 쉬지 말고 빨아, 알았어?"
"네, 네!"
‘끝’이라는 말에 민주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대물에 머릴 처박았다. 2차선 좁은 도로에서 유유히 펠라를 시키며 사고를 진전시켰다.
‘로시, 혹시 포박된 상태에서도 평소처럼 섹스를 즐기게 할 방법은 없을까? 자유의지 없는 인형하곤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단 말이지.’
[정말 피곤하게 사시는 군요. 위업만 달성하면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인마. 니가 대물의 섹스 철학을 알기나 해?’
[그, 그게 뭡니까?]
‘서로가 즐기지 않는 건 섹스가 아니라 강간이다.’
[민주 양을 욕보이는 상황에서 그닥 어울리는 말은 아니군요.]
‘음···. 얘는 본인이 이걸 즐기니까 그렇고.’
로시가 한참 뒤에 방법을 제안했다.
[주인님. 혹시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뭔데? 뭐든 말해봐.’
[사실 이건 추체험과 같은 환상일 뿐 실제의 현실과는 무관합니다만···.]
‘돌려서 설명하지 말고 핵심만 말해. 통닭집 다 온 것 같으니까.’
[넵. 그러니까···.]
로시가 한참 긴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다면 주인님도 만족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듣고 보니 지금 상황에선 가장 적합한 방법이긴 하네. 근데 실제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진데 여기다 2000포인트를 꼴아 박아야 한다고?’
[가격은 어쩔 수 없습니다.]
‘흐음.’
고민이 많이 된다.
2000포인트면 지금껏 모아온 거의 모든 포인트를 한 방에 날릴 정도의 거금. 그러나 분명 그 값어치는 분명히 할 수 있는 아이템인 것은 확실했다. 로시가 처음부터 이를 추천하지 않았던 건, 어차피 이 아이템을 사용하나 마나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심하던 차 치킨을 시킨 통닭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민주의 머리채를 거칠 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다 왔다. 가서 통닭 받아와."
"케엑, 켁. 도착 했어요?"
"응."
"지금 받아서 올게요."
"어딜 그냥 가려고?"
"네?"
"팬티는 여기 두고 가야지."
나는 최대한 사악하게 웃었다.
< 290. 오빠랑 MT갈래?-30-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