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93화 (273/2,000)

< 275. 오빠랑 MT갈래?-15- >

헉!

나는 심장이 멎는 것처럼 놀랐다.

겨울잠 자듯 쿨쿨 퍼 자고 있던 성수가 갑자기 눈을 뜰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아니, 성수는 이미 한참 전에 잠에서 깬 뜻 말똥말똥한 표정으로 내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젠장, 희주 또라이 짓에 한눈 파는 사이···.’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내 핸드폰 화면이 여성의 적라한 부위를 클로즈업 해 비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이, 이게 그러니까···."

당황하는 사이 성수가 갑자기 폰을 빼었다.

여우처럼 날랜 동작에 꼼짝없이 폰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성수 역시 고교시절 유도를 배웠다고 했던 것 같다.

2단이라던가, 3단이라던가?

"어쭈 이도후니?"

"이, 이리 줘요."

"야. 좋은 건 공유해야지. 이런걸 혼자 보고 있냐?"

다행히 성수는 사진이 방금 막 찍힌 희주의 셀카라는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지금은 최대한 그걸 이용하는 수밖에.

"이거 어디서 났냐? 도찰은 아닌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거에요."

성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니가 이런 것도 보냐? 여자한테 관심도 없다던 놈이."

"관심이 없는 건 아니고, 아직 사귈 생각이 없는 건데요."

"어라? 근데 사진이 한 장이 아니네?"

성수가 화면을 슬라이드 해 넘기자 희주가 앞서 보냈던 가슴 사진이 등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수가 깨톡 사진첩 화면을 내 개인 앨범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아, 슴가보소? 얘 누군데?"

"몰라요 저도. 그냥 변태아닐까요? 인터넷에 자기가 직접 찍어 올린거 보면."

"몸매 오지네 진짜. 이런애들은 얼굴도 엄청 예쁘겠지?"

"글쎄요?"

퍽이나. 빻녀가?

희주가 얼굴에 자신이 없던 것이 이렇게 행운으로 작용할 줄이야.

만약 얼굴도 함께 나온 사진을 보냈었다면 빼도 박도 못하고 걸릴뻔 했다.

사진을 모두 감상한 성수가 순순히 핸드폰을 건냈다.

"너도 사내는 사내자식이구나? 대낮부터 야짤이나 보고 있고."

"요새 좀 몰려가지고요."

나는 슬쩍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씨바, 좆될뻔 했네 완전.’

[조심, 또 조심 하셔야 합니다. 성수 군이 눈치가 빨랐다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하긴 나도 군대 막 전역했을 때가···. 아니지 난 의병제대했으니 암튼, 막 나왔을 때가 제일 꼴리더라."

"그러니까요. 어렸을 땐 안 그랬는데, 요새 좀 힘드네요. 여친을 사귀긴 사겨야 할까 봐요."

"말만 하래니까. 형 여친 후배들 소개시켜 줄 수 있으니까. 안 그래도 내 여친도 너 사진보더니 자기한테 부탁만 하면 얼마든지 주선해 주겠다고."

"형수님이요?"

"형수님은 무슨. 너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

"그래도 형 여친이니까 저한테 당연히 형수죠. 아무리 시대가 어수선해도 호칭은 바로 해야죠."

"하여간 예의바른 새끼같으니. 암튼, 대낮부터 몰래 이런 거 보고 있을 정도면 너도 좀 심각하다. 몽정도 하냐?"

"할 일이 있어야죠. 차기 전에 다 빼버리는 데."

"크크. 하긴 그렇겠네. 너에겐 오른손이 있구나."

"형. 저 왼딸럽니다."

"아, 오른손은 처녀야?"

"그런 셈인가요?"

"하하하!"

성수는 한바탕 호탕하게 웃더니 사진 속 주인공에 대해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가 단순한 성격이라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었다.

나는 한참 뒤에 희주에게 따로 깨톡을 남겼다.

-이도훈 : 야, 방금 성수형한테 걸렸다.

-양희주 : 헉, 진짜요? 어뜨케.

-이도훈 : 다행히 얼굴 안 나와서 대충 넘겼어. 하마터면 둘 다 매장당할 뻔.

-양희주 : ㅎㅎ 안 걸렸음 됐죠. 부회장님이 뭐래요? 제 몸매?

헐! 진짜 얘도 정상 아니네.

남이 자기 알몸을 봤다는 데 감상평이나 묻고 있고.

-이도훈 : 지린덴다. 아니, 오지다던가?

-양희주 : 그럴 줄 알았어요. 우리과 남자애들 은근 제 몸 훔쳐보는 거 모르죠?

-이도훈 : 야! 너 과에선 더 이상 파트너 늘리지 마. 구멍동서 만들긴 싫으니까.

-양희주 : 그건 오라방 하는 거 봐서?

이게 씨.

내가 희주를 돌아보자 희주나 혓바닥을 낼름 내밀며 아랫입술을 핥아보였다. 하여간 저 색녀같으니, 한번 꾹 눌러줘야 저렇게 못 까불지.

***

장시간의 운전 끝에 버스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캠핑장에 당도했다. 2시간을 내리 쉬지 않고 달려온 국성대 체교과 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찌뿌둥한 몸을 풀었다.

"어으. 어떻게 휴게소 한 번을 안 들르냐?"

"내 말이. 나 완전 바지에 지릴 뻔 했잖아."

"하긴 넌 거기가 짧아 오래 못 버티지?"

"뭐? 이거 확 깔 수도 없고."

"거기 신입생들. 고만 떠들고 학년 별로 2열로 정렬하도록."

도훈이 무게를 잡으며 버스에서 승차한 학생들을 학년별로 줄 세웠다. MT장소에 도착한 만큼 지금부턴 MT교관이 학년 무관 최고 통수권자였다.

"남녀 구분 없이 2열 종대 해쳐 모입니다. 실시."

"실시."

도훈의 명령에 체육과 학생들이 각각의 짐을 들고 일사분란 움직였다. 평소 군기가 강한 학과 특성상 지휘 통제 받는 것이 몸에 밴 학생들은 순식간에 오와 열을 맞추었다.

확 분위기가 바뀐 도훈의 모습에 1학년 여학생들이 소곤거렸다.

"오빠 카리스마 쩐다."

"역시 군필자는 다르구나."

"거기. 새내기들. MT 놀러왔나?"

"아, 아닙니다!"

"그렇지. MT는 노는 곳이 아니다. 지금부턴 모든 것이 멤버쉽 트레이닝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도록."

"넵!"

"그럼 지금부터 텐트 조별로 텐트를 설치한다. 4학년과 3학년들은 캠핑장에 설치된 글램핑 장으로 이동해 짐을 푼다. 실시."

"실시!"

3,4학년이 유유히 짐을 들고 빠져나가자 나머지 1,2학년은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치기 시작했다. 남학생들은 캠핑 경험이 많은지 뚝딱뚝딱 금새 텐트를 폈으나, 대체로 여학생 조는 텐트 설치에 미숙해 보였다. 도훈은 2학년 집행부와 돌아다니며 텐트 설

치가 미비된 조를 지원했다.

"도훈 오빠 여기 좀 도와주세요."

도훈을 부른 것은 나연과 연두 콤비.

그들은 체육과 텐트 동에서도 가장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도훈이 다가가자 연두가 친한 척을 했다.

"오빠 저희 둘 일부러 한 텐트에 넣으신 거 맞죠?"

"내가 왜?"

도훈은 묵묵히 뼈대를 세우며 모르는 척 했다.

"에이, 다 알거든요?"

"나연이 거기 지주대 잡아봐. 그렇지, 그걸 거기 구멍에 끼워."

도훈이 여전히 딴청을 피우자 연두가 도훈보고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아-. 나도 누가 쿡 끼워줬음 좋겠네."

"······."

도훈은 혹시나 누가 들을까봐 신경을 곤두세우며 연두에게 속삭였다.

"야. 적당히 해. 가만 있음 어련히 해 줄까."

"히힛. 정말요?"

연두가 도훈에게 팔짱을 끼며 들러붙자 아까부터 도훈을 도와 일하고 있던 나연이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야! 이연두. 너 일 안 할래? 지금 우리가 젤 늦거든?."

"알았어, 계집애야. 질투하기는."

"질투 아니거든?"

"그럼 옆에서 오빠랑 단둘이 해도 가만있을 거지?"

"너, 넌 무슨 대낮부터."

수줍음이 많은 나연이 얼굴을 붉혔다. 세 사람은 이미 나연의 자췻방에서 쓰리썸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갑자기 나연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 정말 오빠가 우리랑 밤에 몰래 만나려고 둘이 한 텐트에 넣은 걸까? 그렇다면 오늘밤···.’

도훈은 두 사람이 자신의 속셈을 눈치 채자 두 손 들었다는 듯 말했다.

"잡소리 그만하고 텐트나 튼튼히 지어. 방음 잘 되도록."

"네. 히히."

"바, 방음. 네."

세 사람이 힘을 모으자 텐트는 금세 외관이 완성되었다. 밑에서 찬 기운 올라오지 말라고 내부에 메트를 깔고 있던 도훈이 두 사람을 불렀다.

"너희들 밖에 끝났으면 안에 들어와서 모서리 좀 잡아."

"네."

세 사람이 들어가자 2인용 텐트가 비좁게 느껴졌다. 꼼꼼히 메트를 깔던 도훈이 뒤 돌아서자 갑자기 연두가 그를 뒤에서 껴안았다.

"오빠!"

"윽, 뭐, 뭐야. 누가 보면 어쩌려고?"

"텐트 안인데 누가 본 다구요?"

물컹-

연두의 가슴이 등판에 비벼지자 도훈도 점점 물건이 부풀었다.

"저녁에 따로 보자니까."

"안고만 있음 안돼요?"

"일 해야 지. 나연이 봐라. 혼자···."

도훈이 나연을 언급하는데 어느새 다가온 나연이 이번엔 앞에서 도훈을 얼싸안았다.

"오빠 저두···."

순식간에 두 여학생에게 둘러싸인 도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가 되었다.

‘어휴, 큰일이네 이것들이 틈 만 나면 달려드니···.’

그때 백허깅을 하고 있던 연두의 손이 앞으로 뻗어나와 도훈의 물건을 와락 움켜쥐었다.

"야! 지금 어딜 잡아?"

"보고 싶었어요!"

"나 보고 싶었던 거 맞아? 이거 아니고?"

대물은 어느새 부풀어 올라 말캉한 단계를 넘어 단단해졌다.

"물론 둘 다죠."

"야이 기집애야, 너만 만질 거야?"

연두의 짖궂은 행동을 말리기는커녕 나연도 덩달아 가세해 도훈의 대물을 붙잡았다. 그녀는 아예 츄리닝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대물을 주물러 댔다.

"아니 이것들이 지금 텐트치라니까···."

"치고 있잖아요."

"뭐?"

"오빠 텐트♥"

"헐!"

어이가 없어진 도훈은 할말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두 사람은 도훈의 대물을 독차지 하기 위해 바지속 안에서 혈투를 벌였다. 그 와중에 대물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만 못해?"

도훈이 버럭 성을 내자 두 사람이 겨우 멈추었다.

"이것들이 오냐오냐 했더니 남의 물건을 아주 장난감 취급하고 있어."

"히잉. 오빠가 우리랑 안 놀아 주니까 그쵸."

"맞아요. 최근에 저희한테 너무 무관심했잖아요."

"그거야···."

도훈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너희들 아니어도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렸다고?

한 번 먹은 애는 별로 안 땡기더라고?

"음···, 학과 사람들 눈치 보이니까 그렇지."

"소문 때문에요?"

"그거 2학년 현미 언니에요. 제가 직접 들었어요."

"알아 나도. 안 그래도 따로 불러서 한 소리 했어."

"진짜요? 확 혼구녕 내주시지."

혼구녕을 낸건 아니고 뚫었지.

물론 좆방맹이로.

"성인인데 말로 해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야. 미안하다고 하더라. 아무튼 현미가 이상한 소문내는 바람에 몸 좀 사렸어. 내가 1학년 여자애들 어장관리 한다고 하는데 너희들하고 자꾸 어울리고 다녀봐. 괜히 의심살 수 있잖아."

"확실히 그럴수도 있겠네요."

나연은 수긍했지만 연두는 아니었다.

"근데 어장관리가 틀린 소리 아니지 않아요?"

"뭐라고?"

"저랑 나연이랑 오빠한테 가둬놓고 딴 사람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잖아요."

"내가 언제? 니들이 나한테 안 떨어지는 거지."

"어떻게 떨어져요. 그렇게 천국을 보여줘놓고선."

"맞아요. 치사해요. 이제 오빠 아니면 못 느끼는 여자가 되어버렸다구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도훈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두 사람의 대답에 속으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나연과 연두는 정음과 함께 체육과 8선녀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드는 미모의 소유자들. 그런 둘을  처녀까지 정복함으로써 완전히 예속시켰다는 사실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무용을 배운 나연은 청순해 보이는 외모에 몸매까지 완벽했고, 톡톡 튀는 성격이 매력적인 연두는 특유의 대담함과 깜찍한 외모가 매력적이었다. 아마 정음이 없었다면 필시 두 사람 중 한명이 체육과 퀸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연두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근데 오빠. 저희 둘 중에 누구랑 하는 게 더 좋았어요?"

"응?"

"저 옛날부터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거든요."

"나, 나야 당연히 둘 다···."

"지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가 아니잖아요. 진지하게 대답해 주세요. 저희 둘 중에 딱 한명이랑만 평생 할 수 있다면 누굴 고를 거에요?"

"너희 둘 중에?"

잠자코 있던 나연도 도훈의 대답이 궁금했는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 이런 난감한 질문을.’

그야말로 진퇴양난. 빠져나갈 구멍까지 미연에 차단한 연두의 전략에 도훈이 우물쭈물 했다. 그러자 연두가 더욱 몰아 붙였다.

"대답해 보시라니까요? 우리 둘 중에 누가 맛있는데요?"

"나연이도 대답 듣고 싶어?"

"···네. 저도 궁금해요."

"음···."

도훈은 솔직히 말해서 둘 다 좋았다.

각기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누구 한명을 콕 찝어 상처주는 것도 별로였다.

‘젠장, 뭐라고 대답하지?’

[주인님, 이럴 때를 대비해 스킬이 있지 않습니까?]

‘아! 이지선다!’

도훈은 급하게 스킬을 실행했다.

잠시 뒤 결과를 확인한 도훈이 대답했다.

"대답은 오늘 밤 들려줄게."

"네?"

"그렇게 치사하게 회피하지 마시구요."

"아냐. 진짜로. 그땐 셋이 동시에 같이 해서 누가 좋은지 구분이 안 돼. 그러니까 오늘 밤엔 따로 따로 해보자. 그땐 꼭 대답해 줄게."

"진짜죠?"

"근데 이럼 나중에 한 사람이 불리하지 않나요?"

"왜?"

나연이 모처럼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아무래도···. 한 번 하고 나면 흥이 식어버리니까···."

도훈이 피식 웃었다.

"내가? 정말로 그럴 거 같니?"

도훈이 모처럼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니 그것은 섹부심이었다.

"늬들이 날 너무 띄엄띄엄 봤구나. 1학년 여학생들 싹 다 모아놓고 해도 끄떡없거든? 싹 다 뒤치기 자세로 일렬 종대 해볼까?"

"아잉, 오빠 무슨 망측한 소리에요."

"알았어요. 아무튼 저녁에 꼭 대답해 주기에요?"

"그래. 그나저나 텐트에 너무 오래 있었다. 나 일단 다른 데 가 볼테니까 뒷정리 마저 하고 나와."

"네."

도훈이 돌아보는 데 절친인 나연과 연두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누굴 간택 하던 도훈의 입장에선 신나는 일이었다. 어쨌든 둘다 먹을 거니까.

도훈이 텐트 문을 걷고 밖으로 나오는 데 입구 쪽으로 사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드니 팔짱을 낀 서현이 도훈을 째려보고 있었다.

"거기서 뭐하다 나오세요?"

< 275. 오빠랑 MT갈래?-1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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