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54화 (234/2,000)

< 236. 좋은x, 나쁜x, 이상한x.-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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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박지애 (비처녀, 일시 24세 7개월)

나이 : 26

호감도 : 63/100

개방성 : C

성감대 : 팔꿈치, 입술, 가슴전체

*애무 포인트 : 그녀는 거칠게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를 퍼부어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성욕지수 : 중간

공략팁

*당신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녀는 당신이 일전에 보여준 용기 넘치는 행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3교대 근무의 극심한 피로로 연애세포가 말라버린 건어물녀입니다. 바쁜 업무 탓에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고, 나이 대비 연애경험이 부족해 남자를 대하는 데 서투릅니다.

-추천멘트 : "지애씨는 몸매보다 마음이 더 예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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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을 보는 순간 오늘 미션이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장난 아니네? 연애세포가 말라버린 건어물녀라고?’

건어물녀.

소위 초식남의 여성판. 연애세포가 건어물처럼 바싹 말라죽었다고 해서 붙은 표현이다. 대게 연애에 관심이 없거나 아예 환멸을 느끼고 포기한 부류를 말한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나마 나한테 호감이 있어서 다행인건가?’

[다시 읽어 보시죠. ‘이성적’ 호감이 아닌 ‘인간적’ 호감입니다.]

‘오잉? 정말 그러네? 두 개가 구체적으로 무슨 차인데?’

[인간 대 인간으로서 느끼는 호감이란 뜻이죠. 여자가 남자에게 느끼는 이성적인 감정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경이나 관심의 의미를 담는 것입니다. 주인님도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죠?]

‘내가 게이냐?’

[아뇨. 가령···. 성수 선배는 어떻습니까?]

‘우리 부학회장? 좋은 녀석이지. 듬직하고, 책임감 있고, 나한테 잘해주고.’

[반면에 자퇴한 강찬혁은요?]

‘그 자식은 찌질이야. 아니 복싱 잘하는 척 하는 사기꾼인가? 중2병으로 가득 찬 허풍선이였지.’

[이처럼 인간적인 호감은 남녀를 떠나 한 인간에게 느끼는 개인적인 호오를 뜻합니다. 두 사람이 정보창으로 주인님의 호감도를 볼 수 있다면 성수 선배는 높게 나올 것이고, 강찬혁은 낮게 나오겠죠. 아마도 일전에 주인님께서 의협심을 발휘해 회장을 구

한 것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 그 휠체어? 그건 누구라도 그랬겠지. 사람이 차에 치이려는데 가만있는 사람이 어딨겠어?’

[누구라도 그러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더더욱 흔치않죠. 그건 칭찬받아 마땅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럴 능력이 되니까 했던 거지. 이 녀석 몸뚱이가 워낙에 좋으니까.’

이도훈의 몸은 상위 1%에 든다고 생각한다.

아마 한 가지 운동만 집중적으로 연마했다면 분명 프로급에 진출했을 것이다. 물론 머리로 0.01%를 찍었던 나에게 상위 1% 레벨이란 게 크게 대단케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주인님은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고 마침 박지애양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는 게 중요한 거죠. 그 사건으로 주인님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이 높아진 상태니까요.]

‘가만, 그럼 만약 그런 일이 없었음 나를 보고 반하지 않았을 거란 말이야?’

[모든 여자들이 주인님을 보고 반하리라는 것은 착각입니다. 주인님보다 훨씬 잘생긴 연애인을 보고도 호불호가 갈리는 판에 말이죠.]

‘하긴 그것도 비현실적이네. 그나저나 연애세포가 말라비틀어진 저 여자를 무슨 수로 하룻밤 새 자빠뜨리지? 차라리 송미나처럼 2달 정도 여유를 두고 눈도장 찍기로 나갔으면 모를까···.’

[그렇게 되면 이미 미션이 아니죠. 난이도 보정이 걸린 미션은 당연히 해결이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평범한 일반인들에겐 우연에 기적이 얹혀야 가능할 법한 사건이 될 테니까요.]

‘흥.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승부욕이 솟구치는 군. 어디 한 번 시작해 볼까?’

"근데 사복 입으니까 좀 다른 느낌이네요. 몰라볼 뻔 했어요."

"아···, 그런 말 가끔 들어요. 전 그래도 유니폼이 제일 좋더라구요."

‘물론이지, 백의의 천사니까. 아아, 다른 건 몰라도 가슴만큼은 진퉁이구나.’

지애는 사실 옷맵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팔다리는 마르고 늘씬한데 반해, 가슴이 유독 도드라져 전체적인 신체 밸런스가 불균형적이었다. 하지만 저런 몸이야 말로 벗겨놨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법.

나의 눈은 어느새 엑스레이 투시광선을 쏘며 그녀의 실루엣을 그리고 있었다.

굿이다. 10점 만점에 100점 주고 싶다.

"설마 이 시간에 출근하시는 거예요?"

"네. 오늘은 나이트에요."

나는 일부러 잘못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나이트요? 나이트 가신다고요?"

"아···. 그게 아니고 근무시간이 철야라고요. 음, 그러니까 당직 같은."

"아아! 죄송해요. 몰랐어요."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지애는 나이트라는 단어에 미동조차 없었다.

평소에 유흥 쪽으론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하아. 저 몸으로 하필 건어물 녀라니. 줄줄 흘리게 해서 오동통통한 통오징어 만들어 주고 싶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빈틈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연두같은 레즈비언이라면 그나마 찔러볼 여지가 있다.

여자를 좋아할 뿐이지 Sex 자체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연애자체를 즐기지 않는 건어물녀는, 허들이 높은 철벽녀보다 공략하기 어려운 타입이었다.

‘잠깐. 그렇다고 처녀는 아니잖아? 정보창에서 보면 24살 때 이미 경험을 한 것으로 나오는데···.’

[여자 나이 스물여섯에 처녀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녀 정도의 외모라면 남자친구도 몇 번 사겼겼죠.]

‘혹시 남자친구랑 첫 경험 이후 섹스에 흥미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너무 못해서.’

[그것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3교대 근무여건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와 불규칙한 생활이 더 원인일 것 같습니다.]

‘흐음. 어떻게든 과거를 한 번 캐봐야겠는데···.’

싸이코메트리는 사물에 담긴 기억을 들 춘다

그러나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무척이나 난감했다.

조그만 핸드백? 아니면 손목에 찬 시계?

무엇이 그녀의 비밀을 나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그렇게 병원입구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밖으로 나오며 말을 걸어왔다. 흰 가운을 걸친 의사였다.

"박 간, 출근했어? 이쪽은···, 남친?"

***

퍽퍽퍽-

음침해 보이는 모텔.

중년의 사내는 뒤치기 조임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하악, 하악, 김 선생님 더 쌔게."

‘씨발, 존나 헐렁하네. 좆같은 년.’

뒤치기 중이라 여자는 사내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김종찬은 인상을 찌푸리며 얼른 섹스가 끝나기를 바랐지만, 헐렁한 구멍 탓에 영 느낌이 오질 않았다.

‘아으, 이 년도 이제 물리네. 다른 년 꼬셔야지.’

상대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젊은 간호사.

색기 넘치는 스타일로 쉽게 파트너를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쉽게 먹은 여자라 그런지 두어달 만에 흥미가 뚝 떨어졌다.

‘1병동에 박지애가 맛있어 보이던데···.’

급기야 종찬은 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간호사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D컵을 훨씬 상회하는 커다란 빨통.

그 젖통을 쥐고 터뜨리고 싶었다.

‘으으으! 이 년이 박간이었음 소원이 없겠네.’

다른 여자를 떠올리자 맥아리 없던 종찬의 물건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후배위 자세라 그런지 다른 여자를 대입하기 용이했다.

"흐아앙, 다시 단단해 졌어. 더 쎄게요!"

‘씨발, 한번 만 자빠뜨리면 되는데. 내 좆맛을 보면 사족을 못 쓰게 만들 수 있는데···.’

퍽퍽퍽-

종찬은 스스로의 정력에 자부심이 강했다.

몇 년 전엔 인테리어(?) 공사를 단행하여 귀두 확대까지 받은 상황. 해바라기처럼 펼쳐진 그의 물건은 꽂을 수만 있다면, 새침 때기 같은 박지애를 자신의 육변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년이 전혀 꿈쩍도 않는단 말이지.’

간호사들 중엔 의사를 유독 선호하는 부류가 있다.

의사가 워낙에 페이가 좋으니, 남자 하나 자빠뜨려서 평생 호강하고 싶은 여자들이다.

종찬은 인턴 때 우연히 연상의 간호사와 교재하며, 그런 부류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만 잘해주면 몸주 고 마음 주는 젊은 간호사들.

그런 여자들을 마음껏 농락하며 즐기는 사이 노총각이 되고 말았지만, 종찬은 그런 인생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앗, 아앗, 김 선생님!"

퍽퍽퍽-

자신에게 뒤를 내준 간호사도 전형적인 그런 여자였다.

적당한 호감을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그러다 사귈 것처럼 액션을 취하면 스스로 팬티 끈을 내렸다.

사내 연애가 밝혀지면 곤란하니 비밀로 하자면서 물릴 때까지 질질 끌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먹고 버린다.

종찬은 이미 새로운 여자를 꿈꾸고 있었다.

‘오늘 나이트랬지? 박 간 썅년. 어떻게든 내가 그년 헐떡이게 만들어 주겠어.’

퍽퍽퍽!

"싼다."

"아아앙!"

젊은 간호사가 샤워 실에 들어간 사이 종찬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 분명 한참을 앵겨붙으며 언제쯤 부모님께 알릴 거냐는 둥 관계를 공식화하지 않는 서운함을 쏟아낼 것이다.

종찬은 그런 그녀와 잠시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나 급한일 있어서 먼저 가."

샤워 부스 안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당직 아니세요? 아직 출근 시간 전인데?"

"어. 제약회사 영맨이랑 저녁 약속. 회 사준 다나 뭐래나."

"아···."

"빽에 용돈 좀 넣어 놨으니까 나중에 옷 한 벌 사 입어."

"네."

모텔 주차장으로 향하던 종찬은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창녀 같은 년. 용돈은 꼬박꼬박 받아요 또."

그는 고급 외제차에 시동을 걸면서 생각했다.

여자만큼 쉬운 존재는 없다며.

그리고 오늘 밤 어떻게든 박지애를 따먹어야겠다고.

***

외과의 종찬이 인수인계를 마치고 밖에 담배를 피러 나오는데 입구에 박지애가 보였다. 옆에는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불쑥 화가 치밀었다.

‘뭐야? 박간이 남자친구가 있었나?’

그는 질투심이 이는 것을 느끼며 젊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훤칠한 키, 훈훈한 외모. 30대 후반에 이미 머리가 벗겨진 자신에 비해 월등힌 잘생긴 청년이었다.

‘흥, 그래봐야 능력도 없는 한심한 녀석이겠지.’

그는 3수 끝에 의대에 진학했고, 한 번의 유급을 거쳐 겨우 외과의가 되었다. 어렵게 이룬 만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이는 자신보다 공부를 못한 사람을 우습게 보는 자만심으로 변질되었다.

‘젊은 것 말곤 쥐뿔도 없는 자식이 감히 내 먹잇감을···.’

"박 간, 출근했어? 이쪽은···, 남친?"

일부러 한 번 떠보았다.

박지애는 자신을 보더니 표정을 굳힌 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김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이분은 문병오신 분이세요."

"안녕하세요."

도훈도 의사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인사했다. 병원에선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단순한 문병객이었네. 난 또.’

"어서 올라가봐. 병동 인수인계 사항 많은 것 같던데."

"아, 그래요? 암튼 그럼 다음에 또 뵈요."

갑작스런 훼방꾼의 등장으로 30분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된 도훈은 벌컥 짜증이 났다.

‘아이 씨, 이 새낀 또 뭐야? 싸이코메트리도 못 썼는데···.’

"몇 호 찾아오셨어요?"

"네?"

"아니 문병 오셨다면서."

"5062호요."

"독실이네? 아, 그 발등 뼈 금간 분 젊은 여자 환자분?"

"네, 맞아요."

"그 환자분 애인?"

도훈은 자꾸 꼬치꼬치 물어오는 종찬이 거슬렸다.

가만 보니 은근슬쩍 말도 놓고 있었다.

‘이 새낀 뭔데 자꾸 묻지?’

하지만 괜히 의사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귀찮음을 꾹 참고 대답했다.

"아뇨. 대학 후배에요."

"아, 그냥 후배?"

"네."

"거참 후배 위하는 선배고만. 늦은 시간에 문병까지."

‘뭐래? 이 미친놈이.’

"전 그럼 이만···."

"아, 혹시 불 좀 있나?"

"네?"

"아니 내가 라이터를 깜빡해서···."

종찬이 쉽게 보내주지 않자, 도훈은 슬슬 열이 받쳤다.

왠지 일부러 자신을 붙잡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왜 시비를 거는 것 같지? 설마 내가 박지애랑 같이 있어서?’

뭔가 촉이 온 도훈은 라이터를 꺼내며 말했다.

"여기요."

"고마워. 젊은 친구. 근데 박 간호사랑은 어떻게?"

‘역시 촉이 맞았네. 나를 경계하고 있구나.’

"좀 일이 있어서요."

"그러니까 무슨?"

짝다리를 짚은 체 담배를 꼬나문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새끼가 어디 초면부터 반말을 찍찍이야, 뒤질라고?’

도훈이 기분 나쁘다는 투로 대꾸했다.

"왜 그걸 선생님께 말해야 되요?"

"···어?"

"불 다 붙이셨음 라이터 줘요."

도훈은 라이터를 뺏어들 듯 챙기더니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뻥진 표정으로 도훈의 뒷통수를 쳐다보던 종찬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하-. 저런 시건방진 새끼가 어른 얘기하는데···."

그러면서 속으론 도훈과 지애가 별 사이가 아닌 것을 알고 안도했다.

‘하여튼 공부 못하는 것들이 저렇게 싸가지가 없어요. 뭐 어쨌든 신경 쓸 필욘 없겠네.’

종찬은 담배를 꼬나물며 오늘 밤 어떻게 도도한 박지애를 자빠뜨릴지 궁리를 시작했다.

***

‘별 꼰대 같은 새끼를 다 봤네? 나이도 얼마 안 처먹은 새끼가.’

[연배는 생전 주인님과 비슷해 보이던데요?]

‘아냐. 머리가 좀 벗겨져서 그렇지 어린 새끼야. 끽해야 서른 후반이나 됐겠더라.’

[주인님을 제법 견제하는 것 같던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잖아도 난이도 높은 미션에 장애물이 하나 더 는 느낌이군요.]

‘나이 처먹고 젊은 간호사나 껄떡대는 꼰대 의사 새끼가 장애물씩이나? 한 번만 더 까불면 확 그냥···. 암튼 일단 지연이나 보러가야겠다. 흐흐, 걔도 엄청 골 때리는데.’

도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실로 향했다.

< 236. 좋은x, 나쁜x, 이상한x.-1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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