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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34화 (214/2,000)

< 216. 깊은 밤, 달은 지고-14- >

***

희원은 저녁 식사를 알리기 위해 돌아다니는 길이었다. 그러다 멀리서 도훈을 발견했다.

‘앗, 아까 그 총각이네.’

대물을 눈앞에서 놓친 터라 아쉬움이 남은 그녀였다.

이제는 도훈의 얼굴만 봐도 조건반사처럼 대물이 떠올랐다. 그녀는 일부러 도훈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말씀 중 죄송합니다, 저녁 공양 시간입니다."

"보살님 안녕하세요."

"아까 떡 잘 먹었습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대전으로 가시면 저녁 공양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음식은 남기면 안 되니 먹을 양 만큼만 덜어다 드셔요."

"감사합니다."

"일행 분에게도 전달 부탁드려요."

"제가 다녀올 게요, 선배."

"그래. 여기 기다리고 있을 게."

정음이 물러나자 희원이 물끄러미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아가씨네요, 혹시 여자친구?"

"네? 아뇨. 과 후배요."

"아···"

왠지 안도하는 표정의 희원을 보며 도훈이 생각했다.

‘이 아줌마 은근 노골적이네? 총각김치 한번 담그고 싶은 건가?’

[감당하시겠습니까? 녹록치 않아 보이던데요.]

‘아줌마들이 다 그렇지. 허영자도 그랬잖아. 따지고 보면 전 마누라 바람난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뜨거워지니까.]

성욕은 호르몬의 영향이 가장 크다.

고환에서 생성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공격성과 성욕을 끌어 올린다.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쉽게 흥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여자라고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비중이 높지만, 나이가 들수록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비중이 올라간다. 처녀적 시절보다 아줌마가 되었을 때 성적인 농담을 즐기게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 연유로 여자들의 성욕은 30대가 넘어서야 절정기를 맞는다. 혹자는 여성을 성욕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까지 한다. 30대 중반에 이른 여자의 성욕은, 남자의 고교시절과 비슷하다고.

[벌써 두 번이나 방사를 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군요. 주인님의 체력이 100%라고 해도 힘들지 모르는데···.]

‘네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로시.’

[네?]

‘너 푸드 파이터라고 들어 봤냐?’

[음식 많이 먹는 것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피자 서너 판 정돈 입가심으로 먹어치우는 괴물들 말야. 그런 푸드 파이터들이 대회 직전 굶고 나올까?]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뱃속을 비우는 편이 훨씬 많이 들어갈 테니까요.]

‘아냐.’

[아니라고요?]

‘빈속에 갑자기 다량의 음식이 들어가면 제아무리 날고기는 푸드 파이터라도 제대로 먹지 못하거든. 오히려 위장에 신호를 주고 워밍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먹어주는 편이 더 기록이 잘 나온다더라고.]

[호오, 신기하군요.]

‘섹스도 마찬가지. 잘해 볼 거라고 오래 참으면 오히려 자극에 예민해져서 쉽게 싸버리거든. 왜 AV 남배우들도 일부러 오래 버티려고 물 한번 빼고 슛 들어  간다잖아. 한마디로 이건 운동선수의 예열하고 비슷한 거야.’

[앞 선 두 번이 설마 몸 풀기였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이제 몸 다 풀렸으니 메인 디쉬를 시식해야지.’

[캬! 주인님의 깊은 혜안에 또 한 번 감탄하고 갑니다.]

"참, 천 배 올리신다면서요? 언제 하세요?"

"저녁 예불 끝나면요. 늦게 나 할 것 같아요."

"저도 해봐도 되나요?"

"보는 것보다 힘들어요. 팔다리 쑤시고 허리도 많이 아파요."

"기왕 절에 왔으니 한 번 쯤 체험해 보고 싶어서요. 절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냥 세배하듯 하면 되나요?"

"음, 말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게 빠른데···."

"그럼 잠시 저기서 알려주실래요?"

도훈이 빈 건물을 가리켰다. 평소 수행승들이 참선 하는 곳이라 현재는 촛불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래요."

희원과 도훈은 신발을 벗고 건물로 들어갔다.

"일단 한 번 해보세요. 제가 자세를 봐드릴게요."

"네."

방석을 찾아 바닥에 깐 도훈이 세배를 하듯 절을 올렸다. 희원이 잠자코 지켜보다 도훈에게 말했다.

"자세는 좋네요. 다만 그렇게 했다간 길게 못해요. 먼저 엎드릴 때는 상체를 세운 상태로 먼저 무릎을 꿇으세요."

"이렇게요?"

"네. 그리고 손을 바닥에 짚으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일어설 때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먼저 허리를 펴 상체를 세우고 일어서는 게 편해요."

도훈은 일부로 동작을 틀리게 했다. 그러자 희원이 다가와 직접 동작을 알려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손을 뻗어 도훈의 허리와 배를 맞잡는데 돌처럼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아···, 이 총각은 정말 몸이 돌덩이 같네···.’

오랜만에 느낀 젊은 남성의 강인함에, 희원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도훈이 일부러 복근에 힘을 주고 있었으므로 몹시 딱딱해진 상태였다.

‘···거기도 이렇게 단단하려나?’

대물을 코앞에서 감상했던 희원은 자기도 모르게 도훈의 발기된 그곳을 상상하고 말았다. 그러자 밑이 근질근질해지며 온 몸에 갈증이 일었다.

‘에휴, 내가 부처님 앞에서 무슨 불경한 생각을···.’

이대로 있다간 마음속에 심마가 들것을 우려한 희원이 한 발자국 물러서며 말했다.

"제가 시범을 보여 줄 테니 잘 봐요."

"네."

희원이 정갈한 자세로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몸에 익은 자세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자세 못지 않게 호흡도 중요해요."

"호흡요?"

"처음 할 때는 절 한 번에 두 번 호흡하는 게 좋아요. 무릎을 꿇을 때 숨을 들이쉬면서 ?후읍"

희원은 호흡을 강조하기 위해 평소보다 크게 숨을 들이켰다. 폐에 공기가 들어가자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더욱 도드라졌다.

"엎드릴 때 내쉬고, 하-."

희원이 엎드리는 순간 도훈의 시선이 엉덩이 쪽으로 향했다. 발달된 골반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그녀의 범상치 않은 몸매가 드러났다.

‘후와, 저대로 바로 뒤로 꽂아 버리면 딱이겠는데. 부처님 앞에서 극락 구경도 시켜주고.’

"다시 일어설 때 한 번 더 들이쉬고 내쉬면 되요. 쉽죠?"

"네. 알 것 같아요."

야릇한 상상을 한 도훈의 바지 앞이 툭 불거져 나오자 희원의 눈이 동그레졌다.

‘헉, 저게 왜 또 커져있지?’

사실 도훈의 행동은 다분히 고의적.

자신이 잠든 척 누워있을 때 몰래 물건을 훔쳐본 사실을 알고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보살님. 1000배는 무리니까 108배라도 도전해 볼게요. 나중에 같이 해도 되죠?"

"네. 그 시간엔 다른 사람들 없으니까 둘이서 해봐요 그럼."

"도훈이 형은 어디 갔지?"

마침 밖에서 도훈을 찾는 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들 왔나 보네요.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나중에 뵈요."

"그래요."

도훈의 넓은 등판을 바라보는 희원의 눈은 더욱 촉촉해져 있었다.

***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어, 보살님에게 절하는 법 좀 배우고 왔어. 나중에 108배 좀 올려 보려고."

"형, 불교 믿으셨어요?"

"그건 아닌데 절에 왔으니 절도 한번 해봐야지. 태영이 너도 할래?"

"아뇨. 전 사양할래요. 저 교회 다니거든요."

"너 기독교 신자였어?"

"나이롱이에요."

"나이롱이라니?"

태영이 멀찍이서 뒤따라오는 일행들을 의식하며 조용히 소곤거렸다.

"실은 교회 오빠 한번 해보려고 다닌 거거든요."

"교회 오빠?"

"교회에 여자들 많이 다니잖아요. 친구 놈이 거기서 여자 꼬셨다고 자랑하길 레 몇 번 따라가 봤어요."

역시 이 자식은 자나 깨나 여자 생각뿐이군.

저렇게 노골적으로 밝히면 오히려 여자들이 싫어한 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그래서 사귀긴 했어?"

"아뇨. 생각보다 여자애들이 보수적이더라고요. 참, 그것보다 엄청 웃긴 이야기를 들었는데···."

태영이 일행의 위치를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교회서 여친 사겼다는 친구 있잖아요. 걔가 나중에 여친을 모텔까지 데려갔는데···."

"오."

"여친이 자긴 혼전 순결 주의라면서 후장을 대줬다지 뭐에요?"

"헐."

"대박이지 않아요? 거기만 안 따이면 처년가? 하여간 순진한 척 하는 애들이 더하다니까요?"

"그런가?""왜, 절에도 그런 얘기 많잖아요. 결혼해서 몇 년간 애가 안 들어서길레 기도라도 올리려고 절에 갔더니 곧바로 임신이 되 버렸다는."

"기도 빨이 통했나?"

"그게 아니고 거기 스님이랑 해가지고 임신이 된 거래요. 나중에 낌새가 이상해 검사해보니까 남편이 원래부터 불임이었다나 뭐래나?"

"넌 그런 얘기는 대체 어디서 듣는 거야?"

"인터넷에서죠. 최근엔 그 얘기도 유명하잖아요."

"또 뭔데?"

"여교사 하나가 결혼 전 혼자 유럽여행을 갔나 보더라고요. 왜 교사들은 방학 있으니까 외국 자주 나가잖아요. 나중에 남편이랑 결혼하고 애를 낳았는데, 세상에 완전 새까만 애가 태어난 거예요."

"엉?"

"흑인이요, 흑인. 남편은 자기가 속도 위반한줄 알고 결혼해 줬는데 알고 보니 그 때 혼자 여행가서 흑인이랑 즐기다 온 거죠. 못 들어보셨어요? 이 이야기 엄청 유명한데?"

"글쎄다. 난 인터넷을 잘 안 해가지고."

"흐흐. 제가 주워들은 이야기만 엮어도 야설 몇 권은 나올 걸요?"

"인마. 넌 근데 허구헌날 그런 생각이냐? 공부는 안 해?"

"공부는 군대 갔다 와서 시작하려고요. 솔직히 제가 형 정도 외모만 됐어도 벌써 여자들 다 후리고 다녔을 텐데."

"얼씨구?"

"형도 좀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형은 다 좋은데 여자한테 무관심한 게 단점이라니까요."

‘웃기고 있네. 나를 뭘로 보고.’

하지만 심심했던 나는 태영의 장단에 놀아주기로 했다.

"내가 그래 보여?"

"솔직히 저희 동기들 사이에서 형 인기 완전 쩔거든요. 거기서 하나만 골라잡아도 바로 여친 사귀실 걸요?"

‘무식한 소리는. 아무도 안 사귀는 게 결국 모두를 사귀는 거랑 같은 거란다. 내가 1학년 애들 과반수를 자빠뜨린 사실을 알면 놀라 자빠질걸?’

"같은 과는 좀 부담되더라. 뒷일 감당 안 될까봐서."

"하긴 그렇긴 해요. 저도 원래 새터 가서 몇 명 찜했다가 그냥 포기했잖아요."

"누군데?"

"저기 뒤에 있네요."

태영이 힐끔 정음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새터 때 정음이 들이댔었지? 하긴 이 껄떡쇠가 안 찝쩍거린 여자가 얼마나 있겠냐만은.

"한 번 작업 걸어 볼까 했는데, 완전 철벽이더라고요."

"그랬어?"

"네. 괜히 고백했다가 어색해질까봐 그냥 맘 접었어요. 사실 뭐 정음인 제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뭐랄까 성격이 불같은 데가 있어서."

"정음이가?"

"형은 잘 모르실수도 있겠네요. 정음이가 선배들 앞에선 되게 예의 바르니까. 저희 동기끼리 있을 땐 완전 터프해요. 남자애들도 찍소리도 못하고. 전 그런 타입보다 순종적인 애들이 좋더라고요."

‘정음인 충분히 순종적인데··· 나한테는.’

"그래서 실은 료코 작업치고 있어요."

나는 금시초문인 듯 되물었다.

"너 료코한테 관심 있었어?"

"모르셨어요? 엄청 티 나게 잘해줬는데?"

"내가 좀 그런데 무뎌서 말야. 전혀 몰랐다."

"이제 아셨으니 좀 밀어 주세요. 1박2일 여행 와서 썸씽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형이랑 드라이브 가버리질 않나."

"미안하다. 근데 내가 데려간 게 아니고 료코가 자진한 거잖아. 아, 니가 면허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친구들이 따자고 했을 때 딸걸 그랬어요."

‘그때 면허를 땄으면 오늘 료코를 땄겠지. 나처럼.’

료코와 관계를 끝낸 후 그녀를 설득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지만, 아직 누굴 사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다행히 료코는 나의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 자기가 좋아서 그런 거니까 후회하지 않는 다면서. 다만 앞으로 어색해 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이제 알았으니, 내가 제대로 밀어 줄 게."

"고마워요 형. 역시 형밖에 없네요."

[짓궂으시군요, 주인님.]

‘뭐가?’

[이미 료코양 공략을 하셔 놓고선···.]

‘사귈 것도 아닌데 뭐 상관없지.’

[그나저나 태영군도 참으로 딱하네요. 본인이 관심 있어 한 대상은 다 주인님께 뺏기고 말았군요. 정음양도 그렇고, 료코까지.]

‘서윤이도 빼먹음 안 되지.’

"둘이 무슨 얘길 그렇게 재밌게 하냐?"

여자들과 함께 뒤따라오던 주찬이 어느새 우리 쪽으로 붙었다. 눈치를 보니 여자들 사이에서 이빨을 털다 쫓겨난 모양새다. 쯧쯧, 비 맞은 개처럼 처량하군.

"별 얘기 아니에요. 그나저나 저희 저녁 먹고 한 판 쳐야죠. 도훈이 형이 멀리까지 가서 화투 사왔는데."

"태영이 너 도박 좀 하냐?"

"하하. 이래봬도 제가 불광동 타짜로 불렸던 몸입니다."

"어쭈? 전라도 짝귀 앞에서 주접을 떠네? 시작부터 장난질 들어가 줘? 근데 도훈이 넌 어때?"

"뭐? 고스톱?"

"고스톱은 좀 약하지. 사람이 다섯이라 광팔기도 애매하고. 섯다로 가자. 섯다 할 줄 알아?"

‘서기야 맨날 서는데···.’

"족보는 볼 줄 알어."

"그럼 섯다로 가자. 그리고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내기라도 걸까?"

"무슨 내기?"

"꼴등한 사람이 내일 점심 쏘기. 어때?"

"전 콜이요. 이 맴버면 적어도 꼴등은 안할 거 같은데요?"

"도훈이 너도 콜?"

자신감 넘치는 주찬을 보니 도박에 무척 자신이 있어 보였다. 저런 걸로 여자들 앞에서 점수라도 따고 싶은 모양일까?

"그러자 그럼."

물론 져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적어도 이런 쩌리들에겐.

< 216. 깊은 밤, 달은 지고-14-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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