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0화 (90/2,000)

< 92. 옆방에 BJ-21- >

***

하린이 빨았던 젖을 입에 물고, 하린이 나온 구멍에 내 것을 밀어 넣는다.

그 생각에 이르자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되도록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금기를 깨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거부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폐륜적이다.

지극히 폐륜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아···.나 미쳐 버릴 것 같아."

그러나 격정에 찬 영자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한 줌 남아있던 이성이 끝내 휘발되어 버렸다.

그녀의 딸과 잔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고 보면 환생해서 가장 먼저 관계한 사람이 바로 영자가 아니었냐며.

지금은 도덕이나 규범 따윈 개나 줘버리고,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밀어붙이라고 나를 부추긴다.

그래. 고뇌하지 말자.

지금 내 앞엔 선 사람은 하린의 어머니가 아닌, 인간 허영자다.

41세의 이혼녀.

밤마다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불우한 여인.

이건 그녀를 위한 봉사다.

그녀를 위한 최고의 접대다.

그녀에게 일말의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그녀가 갈망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나의 도리.

영자. 오늘 너에게 나를 보낸다.

"으으앗."

"어, 어머 도훈아!"

허벅지에 올려놓고 앉아 치기를 하고 있던 나는, 영자를 붙들고 수직으로 몸을 일으켰다.

스쿼트로 단련된 허벅지가 터질 듯 팽팽해지고, 아래로 미끄러지는 엉덩이를 움켜쥔 나의 팔뚝에 강한 부하가 걸렸다.

"얘, 그러지마 나 무거워."

"아니. 이 정돈 거뜬해 누나."

영자는 지금껏 관계한 누구보다 무거운 축에 속했다.

나잇살이 붙은 배는 허리를 수그리면 겹쳐진 살이 접힐 정도.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여성성을 해치진 않는다.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대단한 볼륨의 젖가슴과, 빵빵한 힙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하건 뱃살이 있고 없고가 아니고, 전체적인 가슴과 허리, 골반의 비율이다.

영자를 붙들고 위아래로 흔들어 대자 그녀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의 목을 휘감았다.

"꺄아, 이, 이 자세 너무 자극적이야···."

"좋아?"

"으, 으응, 허공에 붕 뜬 것 같아."

해당 체위는 여자가 지면에 발을 딛지 못한다. 마치 무중력 공간에서 섹스한다면 딱 그런 기분이 들겠지.

뿍찍-뿍찍-

흔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밑에선 음탕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팔이 땡땡해지는 느낌이 들자 나는 그녀를 매단 체 걸음을 옮겨 벽면으로 밀어붙였다.

"흐읏!"

등을 벽에 기대자 한결 수월하다. 그녀의 허벅지를 단단히 받친 채, 대구경 포신을 상향 각으로 고정하여 빠른 왕복을 전개했다.

뿍찍-뿍찍- 틴틴틴-

깊이 두 번 박아주고, 짧게 세 번 끊어친다.

박자에 맞춰 삽입 깊이와 스피드를 능수능란 조절하자, 영자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악! 조, 좋아. 도훈아, 나 너무 좋아."

"나도 좋아여, 누나. 누나가 내 첫 여자 같아."

"저, 정말?"

"응. 누나랑 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어. 누날 절대 잊지 못할 거야."

"흐으어엉! 계속해줘! 계속 박아줘! 날 끝까지 보내줘."

영자가 진심을 다해 소리쳤다.

나 역시 전력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가 첫 여자 같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다시 태어난 나에게, 내가 가진 능력의 가능성을 최초로 보여준 이가 바로 영자였다.

만약 처음 작업한 그녀가 나를 거부했다면, 나는 자신감을 잃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만나고서야 나는 대물로 태어난 것을 완전히 실감했다.

그녀는 나의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다.

아아, 하린이 엄마, 아니 영자.

이렇게 당신을 보내야 하는 게 아쉽구려!

어찌 보면 지금껏 관계한 여자들은, 이정우의 영혼을 가진 나에겐 조카뻘밖에 되지 않았다. 실제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바로 허영자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왔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두 겪었던 여인.

남편과 이혼하고 지금껏 참으로 외로웠겠소.

그 외로움, 오늘 모두 씻겨 주리라.

"하아앙! 좋아. 굵고 단단한 도훈 군의 잦이, 놓치고 싶지 않아."

"놓지마 그럼. 꽉 붙잡고 있어."

"붙잡으면 안 떠날 거야?"

"지금은 그저 박고 싶을 뿐이야."

"박아줘. 맘껏, 도훈 군 하고 싶은 대로 해."

"으흑! 느, 느낌 온다."

"싸! 싸버려! 안에다 왕창 싸버려! 내 안을 도훈 군의 것으로 가득 채워줘."

‘젠장, 진짜로 질싸하고 싶어지는데? 괜찮을까?’

[임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만, 그래도 위험합니다. 질외사정을 추천합니다.]

"안에 싸도 돼?"

"응, 괜찮아. 안전한 날이야."

"에라, 모르겠다!"

[주, 주인님!]

‘안 위험하다고 그러잖아.’

"흐아아아아아앙!~"

벌컥벌컥-

나도 모르게 마무리 순간, 모든 걸 쏟아붓고 말았다. 허공에 들린 체위 상 갑작스레 물건을 뽑아내기 마땅치 않은 점도 있었다.

"하아···, 하아..."

나는 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의자에 되돌아 앉았다. 벽을 기대고 서 있다던 영자는,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허옇고 진득한 정액을 손으로 훔쳐냈다.

"정말 가득 싸버렸구나, 도훈군."

"네. 저도 모르게."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이 나이 들면 임신도 힘들어. 생리 주기도 안전하고."

"네."

영자가 물티슈로 몸에 묻은 흔적을 지우는 동안 나는 옷을 갈아입고 주변을 정리했다. 잠시 후 대강의 정리가 마무리되자 옷매무새를 갖춰 입은 영자가 나를 보고 말했다.

"고마웠어, 도훈 군. 이제 정말 작별이구나."

"미안해요. 안 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아니야. 도훈 군이 내 생각해서 해준 거 다 알아."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여자로서 싫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저도 사정이···."

"쉿-. 아무말 하지마. 누나 나이 헛먹은 거 아냐. 다 이해할 수 있어. 세상일이 욕심대로 안 되는 것도 알고. 그러니까 너무 마음 안 써도 돼."

"···네."

"가끔 놀러 와. 가게도 좋고, 집도 상관없어. 앞으론 안 해줘도 괜찮으니까."

"정말요?"

"응. 나 진짜 욕심 안 부릴 게 이제."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세요?"

나는 처음으로 호감도 100을 찍은 그녀의 마음이 궁금했다. 어찌하다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어린 나에게 연정을 품게 된 것일까?

"모르겠어. 좀 주책스런 얘기지만, 도훈 군의 눈을 보면 나랑 같은 또래처럼 느껴졌어."

"···정말요?"

"응. 도훈 군은 분명 아줌마들한테 인기 많을 거야. 아줌마의 마음을 불사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렇군.

이제 알겠다.

그녀는 이도훈의 겉모습이 아니라, 이정우의 실체를 꿰뚫어 봤던 것이다.

"음, 칭찬 맞아요? 왠지 아재 같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에이, 칭찬이지."

"아무튼 사장님, 저 그만 가볼게요.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뵈요. 어떤 식으로든."

"응. 알았어. 잘 가."

***

편의점 나온 도훈은 로시에게 한참 꾸중을 들어야 했다.

[아니, 질싸가 뭡니까 대체?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었습니다.]

‘미안. 그러려던 건 아닌데 너무 흥분해가지고.’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어쩌시려고!]

‘설마? 노산에다 생리 주기도 아니라고 하는데.’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야, 그리 따지면 노콘에 질외 사정도 위험한 거야. 쿠퍼액에도 정자가 들어 있는 거 알지? 마지막에 빼도 임신할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고.’

[안 되겠군요. 주인님은 얼른 정관수술부터 받으십시오.]

‘뭔 소리야. 정관수술이라니? 앞으로 애도 낳지 말란 말이냐?’

[묶었다가 다시 풀 수 있습니다.]

‘안 해! 그건 정말 씨 없는 수박이 된 기분이라고!’

[그럼 피임을 하시던지요!]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 지금껏 아무 일도 없었잖아? 실수한 적도 없고.’

[주인님, 주인님은 완전한 자유의 몸이 아닙니다. 도훈 군의 인생이 뒤틀어지는 순간, 언제 다시 플레이어의 권능을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알았어. 나도 안다고. 그 얘긴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으니까 그만 해.’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그만하래도!’

[이건 좀 다른 예깁니다.]

‘뭐?’

[어째서 허영자에게 여지를 주셨습니까? 분명 관계를 끝낼 찬스였다고 보입니다만.]

‘음···.’

도훈은 갈팡질팡하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로,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로시도 납득시킬 수 없었다.

[마지막 그 말 때문인가요?]

‘뭐?’

[모르겠어. 좀 주책스런 얘기지만, 도훈 군의 눈을 보면 나랑 같은 또래처럼 느껴졌어.]

‘헐, 영자랑 똑같은 목소리로 말하지 마. 나 소름 돋았다, 방금.’

[음성 변조는 제 특기 중 하나입니다. 지금 목소리도 주인님께서 원하는 톤으로 변경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그건 아는데 머릿속에서 울리니까 마치 텔레파시를 받은 느낌이란 말이지.’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암튼 굳이 따지자면 그 말 때문인 것 같긴 해.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진심으로 나의 영혼을 알아본 느낌이 들었달까?’

[휴, 생전에 허영자와 엮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군요.]

‘왜?’

[분명 바람났을 테니까요.]

‘뭐라고? 오늘 아주 막말 쩐다? 아무튼 여지를 남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는 아냐. 위업 쌓기도 바쁜 마당에 보면 또 얼마나 보겠어? 하린이 만날 때나 우연히 마주치면 모를까.’

[알겠습니다. 제가 주인님의 결정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는 거니까요.]

‘아깐 잘만 하더만?’

[그건 제 맡은 직분에 따라 어드바이스를 해드리는 것뿐입니다. 모든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주인님의 몫이구요.]

‘알았다. 어쨌든 명심하마.’

도훈이 원룸에 도착한 시각은 10시가 살짝 안 됐다. 예정보다 일찍 오게 된 도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윤의 방문을 노크해 보았다.

똑-똑-똑-

"누구 있어요?"

그러나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들어오면서 얼핏 봤을 때 창문에 불이 꺼진 것으로 보아 집에는 없는 것 같았다.

‘아직 독서실에서 공부 중인가?’

연락처를 따로 받지 않았던 도훈은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싸이코메트리 능력을 이용하면 문을 따고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지금 하고 싶진 않았다.

방으로 들어온 도훈은 샤워를 마치고 방바닥에 퍼질러 누웠다. 아무래도 야밤의 거사(?)를 위해선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음. 3번을 끊어서 하긴 했지만, 확실히 피곤하긴 하군.’

방바닥을 뒹굴뒹굴하던 도훈은 내일 귀국한다는 동생의 일정을 살폈다. 당시 통화로는 인천 공항 오후 3시 편 비행기라고 했다.

‘으. 그나저나 여동생이라는 얘가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할 텐데···.’

도훈은 살짝 걱정이 되었다.

지금껏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고작해야 ‘회귀자’ 아니냐고 묻던 태영이 정도? 그나마 그것도 우스갯 소리로 던진 멘트였기 때문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조심히만 행동하시면 됩니다. 제가 원주인의 기억에 있던 습관을 바로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알았어. 어차피 주말만 넘기면 들킬 일도 없겠지.’

도훈은 스마트 폰을 들고 서울 안내를 위한 관광지를 검색했다.

‘외국에서 왔으니 경복궁이나 보여주면 되려나? 또 뭐가 있지?’

여행 후기를 쓴 블로거의 페이지를 넘나들며, 음식점과 관광지의 동선을 짜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삐삐삣- 띠리링!

그때 원룸 밖 복도에서 도어락을 해제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윤이가 도착했나 보군.’

시간을 보니 어느덧 자정이 넘은 시각.

그녀의 어마 무시한 공부량을 확인한 도훈은 끌끌 혀를 찼다.

‘얘도 대단하구나.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와서 심야에 또 성인 방송을 하는 거야?’

도훈은 잡화점에서 구매한 배트맨 마스크를 챙겨 서윤의 집으로 향했다.

***

똑-똑-똑-

잠시 후 안전고리에 걸린 현관문이 살짝 열렸다.

"누구세요?"

"나야. 누나."

"도훈이니?"

"응."

그녀는 벌어진 문틈으로 얼굴을 확인하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어떻게 벌써 왔어? 새벽 두 시나 되서 끝난다며?"

"사장님이 마지막이라고 일찍 보내줬어. 내일 일정도 있고 해서."

"좋으신 분이구나."

"응."

"방송 시작은 새벽 1시부터야. 좀 기다려야 해."

"원래 그렇게 늦게 시작해?"

"아무래도 라이브 방송이니까. 시간대를 몇 번 옮겨 봤지만, 그때가 가장 접속자가 많더라고."

하긴, 초저녁부터 딸치는 새끼들은 별로 없겠지.

"뭐 좀 마시고 있을래? 나 막 샤워하려고 참인데."

그렇게 말한 서윤은 서슴없이 입고 있던 상의를 풀어헤쳤다.

"엇, 이젠 의식도 안 하네? 벌써 가영이로 변신한 거야?"

"뭐래 얘가? 프로답게 굴라며. 우리 사이에 이런 거 신경 쓰면 어떻게 같이 일하니?"

"그것도 그렇군."

"너도 같이 씻을래?"

어느새 속옷만 남긴 체 훌러덩 벗어던진 서윤이 물었다.

그녀의 잘 빠진 몸매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역시 좆나 꼴리는 몸뚱이다.’

"아냐. 아까 샤워 끝냈어. 두 번 씻긴 좀 그렇네."

"그래. 그럼 포트에 물 올려져 있으니까 선반에서 차 꺼내서 마시고 있어."

"응."

서윤이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들어 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탐스러운 히프를 보자 나도 모르게 뒤따라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아, 그냥 같이 따라가서 한 판하고 올 걸 그랬나?’

하지만 이미 쏘아진 화살이다. 이제 와 화장실 문 열고 들어갔다간 구차해 보일 것이다.

‘에이. 됐다. 정력이나 아끼자. 리허설에 힘 다 쓰고 본 방에서 창피당할 순 없지.’

쏴아아-

쏟아지는 샤워기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늘의 방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 92. 옆방에 BJ-2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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