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5화 (75/2,000)

< 77. 옆방의 BJ-6- >

***

도훈이 밖으로 나간 뒤 서윤은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빠진 탓이다.

"뭐야, 쟤는 대체···."

집으로 따라간 것부터가 실수였다. 그가 자신의 방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나머지, 진실을 확인하고픈 호기심이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왔다.

도훈은 분명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비록 새벽에 야동이나 보는 음란한 여자로 낙인찍히고 말았지만, 그런 평판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혼자 사는 여자가 야동 보는 게 떳떳한 일은 아닐지라도, 큰 흉은 되지 않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성방 BJ라는 걸 알고 있었다.

느닷없이 서랍을 뒤지고, 증거를 찾아내, 인터넷 방송까지 언급하며 자신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였다.

꼼짝없이 덫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음란한 망가에서나 보던 거지 같은 상황이 자신에게 펼쳐지기 직전이었다.

머릿속이 아찔해지던 순간.

그는 돌연 생각을 고쳐먹고 나가 버렸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몸을 바쳐서라도 이번 일을 무마시키고자 했으니까.

‘왜 그랬을까?’

문득 서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준다는 여자를 거부하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별론가?"

이해할 수 없는 도훈의 행동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자신의 시청자 중에선 얼굴만 공개해주면 그 자리에서 100만원을 쏘겠다고 공언하는 팬까지 있었다. 설혹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치더라도, 그녀는 바디 또한 환상적이었다.

마른 거유.

시청자들이 확대수술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할 정도로 언밸런스한 몸매의 소유자. 얼굴을 가리고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 축복받은 몸매 덕이었다. 도훈이 방송을 봤다면, 분명 자신의 몸매가 굉장한(?)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를 거부해?’

이쯤에서 서윤은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 설마 까인 거야?"

약점을 틀어쥐고도 결정적 순간 방생(?)해 버리는 그의 선택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은 그것뿐이다. 에둘러 말하긴 했지만, 결국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의 고고한 자존심에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순간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서윤이 자취를 감추고, 도발적인 음탕한 기운을 풍기는 여인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변신은 너무도 기이한 것이어서 누군가 그녀의 모습을 봤다면 메소드 연기에 몰입한 베테랑 배우를 떠올렸을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네?"

주저앉아 있던 서윤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

쾅쾅쾅-!

알바 가기 전 잠시나마 눈을 붙이려 누워있는데 누군가 부술 듯 문을 두들긴다.

"뭐지? 택밴가?"

하지만 택배를 시킨 기억은 없다.

그리고 택배 기사라면 저렇게 행동할 리도 없다.

"누구세요?"

쾅쾅쾅-!!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나는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뭘 믿고 저리 행패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음의 태권도 실력을 복제한 나는 이제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실력은 절대 아니다. 어지간한 싸움꾼이 아닌 이상, 오히려 나를 피해 다녀야 할 정도.

"에이씨, 대체 누군데 문을!"

벌컥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서윤이 누나?"

"나 들어가도 되지?"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서윤이 나를 밀치고 들어 왔다. 어이없는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왜 저래? 뭐 잘못 먹었나?

"갑자기 무슨 일로?"

"너한테 확답을 들어야겠어."

원룸 가운데 자리 잡은 서윤이 점령군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뭘요?"

"비밀 보장말이야."

"네?"

서윤이 다시 말했다.

"널 못 믿겠다고. 내 신상 뿌리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해?"

허-!

나는 기가 막힌 나머지 허리에 손을 얹고 콧방귀를 꼈다. 조금 전까지 바짝 졸아 있던 그녀가 맞나 싶다.

하긴 낮에는 공시생, 밤에는 별창녀라는 이중생활을 하는 그녀의 본 모습이 하나 일리는 없겠지. 밖으로 보이는 소심하고 말 수 없는 모습은 야누스의 한쪽 얼굴에 불과하다.

그녀의 내면에는 그것과 대척점에 선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할 것이다. 아마도 정체를 들킨 순간,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겠지.

한마디로 지금 우리 집을 방문한 여자는, 공시생 서윤이 아니라 별창녀 서윤이었다.

어느 정도 상황을 분석한 나는 다소 여유를 되찾았다. 거침없은 기세에 잠시 주춤했지만, 결국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내 쪽이다.

대체 뭘 믿고 저리 까부는지 모르겠군.

"이봐, 하서윤 씨."

"씨? 그거 반말아니니?"

"반말은 그쪽부터 했지. 사회생활 안 해봤어? 한두 살이면 친구나 마찬가지라고."

"아까부터 되게 나이 먹은 사람처럼 말한다, 너? 아직 대학도 졸업 안 한 게."

뭔가 이상하다.

분위기도 그렇지만 말투부터 전혀 다르다.

나는 해리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과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대체 그녀의 진짜 모습은 뭘까?

마음씨 고운 효녀이자, 열심히 공부하는 고학생? 아니면 만인 앞에 거리낌 없이 음부를 드러낸 채 야한 말을 쏟아내는 별창녀?

어쩌면 둘 다 그녀가 맞을 것이다.

"내가 좀 일찍 철들었거든. 어쩌다 보니."

"이리저리 말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대답해."

"각서라도 써 드려?"

"법 공부 안 해서 모르나 본데 그런건 법적으로 효력 없어."

"그럼 어떡하라고?"

"나랑 자."

"···뭐?"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더 분명한 의사표현을 해왔다.

"나랑 섹스하자고."

아니, 이게 무슨 질방구로 오케스트라 연주하는 소리야?

완전 미친년 수준이잖아?

"내가 너랑 그걸 왜 해야 되는 데?"

"나도 생각 좀 해 봤어."

"뭘?"

"너가 국성대 사범대 생이라는 걸."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사범대도 나중에 임용 치지? 선생도 공무원이니까."

"너 설마···."

"그래. 너나 나나 몸 사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거지. 그러니까 나랑 섹스해. 얼굴 나오게 해서 찍어 놓게. 그럼 너도 날 협박 못 하겠지."

이건···. 상상 이상으로 파격적인 수다.

소심한 서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고는 믿어지지 않는···.

한마디로 동귀어진하자는 소리.

"너, 제정신 아니구나?"

"그럼 성방BJ가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건 줄 알았어? 나 자존심 따윈 없는 여자야. 그딴 거 버린 지 오래라고."

아니다.

영상으로 본 서윤은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학처럼 고고하게 자존심을 지키며 사는 여자였다.

그럼 대체 이 여자는 뭘가?

진짜로 이중인격인 것일까?

나는 그녀를 타일러야겠다 생각했다.

정말로 그녀가 두 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의 일은 본래의 서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어이, 정신 차려. 후회할 짓은 시작도 않는 게 좋아."

"너 내가 우스워?"

"뭐?"

"아님 고자야? 줘도 못 먹는?"

하-.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런 여자인 줄 진즉 알았더라면 아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불우한 처지를 동정하고 죄의식 느끼던 나만 병신 된 기분이다.

"고자 같은 소리 하네."

"고자 아니야? 아~, 그럼 거기가 존나 작나?"

"뭐?"

"그렇네, 맞네. 그래서 아까 내 방에서 허겁지겁 도망친 거네.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서는 은근 실잦인 가봐?"

"···너 다시 말해 봐."

"뭐? 실잦이? 몇 번이고 해줄 수 있지. 한남 소추, 6Cm도 안 되는 실잦이새끼."

투둑-.

머릿속 한구석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도훈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전생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물건 작다는 소리가 무엇보다 싫었다. 그것은 심지어 18Cm의 대물로 태어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너 방금 실수한 거야."

도훈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본래 도훈은 서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난봉꾼으로 다시 태어난 그였지만, 먹을 여자와 안 먹을 여자는 구분할 줄 알았다. 속사정을 몰랐다면 모를까, 그녀를 겁박해서까지 살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물러선 것이었다. 그가 먹음직한 여자를 눈앞에 두고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먼저 선을 넘은 건 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다 참아도, 바로 전의 도발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종류였다. 그것이 비록 서윤의 또 다른 자아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도훈이 매서운 표정으로 서윤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한 서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뭐, 뭔데? 니가 다시 말해 보라며? 왜 사람 겁주는데?"

도훈이 물러서는 서윤의 손목을 붙잡았다. 뿌리치고자 했지만 도훈의 강력한 악력은 약한 서윤으로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었다.

"아, 아파. 아프다고."

"이게 소추냐?"

덥석-!

도훈이 서윤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대물 위로 끌고 왔다.

"이게 실잦이야?"

서윤은 도훈의 바지 속에서 꿈틀대는 물건의 크기에 깜짝 놀랐다.

‘헉! 뭐야, 이, 이 자식은···.’

"내가 고자라서 너 안 따먹은 줄 알아? 이게 불쌍해서 봐줬더니 사람 우습게 만드네?"

"미, 미안."

"미안하면 다냐? 그래, 너 말 한번 잘했다. 어디 야동 한판 찍어보자. 성방BJ는 무슨 맛일지 궁금했는데."

도훈은 손이 서윤의 가는 허리를 휘감아 당겼다. 순식간에 품속으로 끌려온 서윤은 강제로 입맞춤 당했다.

"읍읍읍!"

게걸스럽게 입술을 탐닉하던 도훈이 몸에 와 닿는 물컹한 느낌에 슬쩍 가슴을 쳐다보았다. 평범한 체크 남방 속에 감추어진 그녀의 가슴은 겉보기와 달리 상당한 풍만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슴 좀 있는데?"

"흥. 보는 것보다 촉감은 더 좋을걸?"

도훈의 기세에 잠시 주춤하던 서윤은 다시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말하는 것 좀 보소. 얼굴상부터 어딘가 야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공시생이라는 가면 속에 이런 색녀를 꽁꽁 숨겨 놓았다니···.’

도훈이 상의를 벗기려 들자 서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방에서 해."

"왜?"

"여기선 녹화가 안 되니까."

"폰 없어?"

"나 2g폰이야. 게다가 여긴 침대도 없고."

두 사람은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

서윤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감춰 놓았던 고화질 웹캠을 모니터 위에 설치하고 침대 쪽으로 앵글을 돌렸다.

"이게 방송 장비구나."

"녹화 뜨고 있으니까 얼굴 가릴 생각 마."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나는 서윤을 침대에 넘어뜨린 후 곧바로 단추를 벗겼다. 잠시 후 숨겨져 있던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이건? 스포츠 브라냐?"

"그래. 독서실에서 남자들이 쳐다보는 게 싫어서 꽁꽁 숨기고 다녔지."

"웃기네.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가슴 싸맨다고 타고난 색기가 감춰질 거 같아? 넌 눈빛부터가 음탕해."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들이 가만두질 않더라고."

등 뒤로 손을 집어넣어 후크를 찾았지만 걸리는 게 없었다.

"이건 어떻게 벗겨?"

"위로 들어 올리는 거야."

"아."

서윤이 만세 하듯 팔을 올려 브라를 벗기기 쉽게 해주었다. 브라를 벗겨내자 꽁꽁 감춰져 있던 그녀의 풍만한 유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의 햇살을 받아 유난히 하얀 그녀의 가슴은 모양도 봉긋하고 유륜과 유두의 비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때? 방송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까?"

"몸은 말랐는데 빨통은 오지게 크네."

"이 저질. 닥치고 빨기나 해."

서윤은 도훈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에 처박았다. 그녀의 적극적인 리드에 도훈이 자신이 따먹는 건지 따먹히는 건지도 헛갈릴 지경이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시겠다? 나도 그럼 젖긁적으로 맞서는 수밖에.’

도훈은 왼쪽 젖꼭지를 한입에 물고, 반대편의 젖꼭지를 손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말랑한 유두가 바짝 곧추서며 금세 딱딱해졌다.

"흐으응."

쩝쩝-

도훈은 맛있는 음식이라도 되는 양 쩝쩝거리며 가슴을 빨아댔다. 번갈아 가면서 양쪽에 침을 묻혀 손가락으로 자극하자 서윤이 허리를 비틀며 요동쳤다.

"흐아앙, 이게 얼마 만이야. 너무 좋아."

"성방은 매일 하면서 섹스는 안 했나 보지?"

"당연하지. 공시 합격 삼금 몰라?"

"삼금?"

"연애금지, 스마트폰 금지, 섹스 금지."

"참나···."

‘예민한 몸 상태로 봐선 남자 없인 못 살 여잔데. 설마 성방을 했던 이유가 돈벌이뿐만 아니라 욕구 해소 목적도 있었던거 아냐?’

어느 정도 예열이 되었다고 생각한 도훈은 서윤의 바지를 벗겼다. 몸에 꽉 끼는 청바지는 서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 벗기기 힘들었다.

겨우 바지를 벗겨내자 그녀의 비밀스러운 계곡을 가리고 있던 팬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범한 옷과 달리 팬티는 엉덩이 쪽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

"섹스도 안 한다더니 속옷은 야시시하기 짝이 없네."

"시끄러. 시험만 아니었음 미니스커트에 노팬티로 다녔을 거야."

"질질 흘리고 다니게?"

"난 남자들 나보고 꼴릴 때가 제일 좋거든."

서윤이 갑자기 도훈의 운동복 바지를 끌어 내렸다. 동시에 팬티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곧장 도훈의 대물이 튀어나왔다.

"우아!"

도훈의 대물을 본 서윤이 감탄했다.

"이렇게 긴 건 태어나서 처음 봐."

"길기만 하냐? 씨알도 굵거든?"

"내 거에 들어나 갈지 모르겠네."

"그럼 남기남?"

도훈이 서윤을 밀쳐 침대 위로 넘어뜨렸다.

< 77. 옆방의 BJ-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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