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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4화 (3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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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섹터!08

편은 무작위로 갈렸다. 나누고 보니 강찬혁과는 반대 팀, 육정음과는 같은 팀이었다.

"다들 규칙 알지? 상대팀이 모두 오르기 전에 무너지면 수비팀 패배, 다 오른 다음엔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팀에 공격권. 낙마해도 상관없지만 맨 앞사람이 떨어지면 몰수패."

"넵."

"그럼 시작."

먼저 수비를 맡게 된 우리 팀은 뻘쭘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있었다. 남녀가 섞인 이상 대형을 취하기가 무척 난감한 상황이었다.

잠자코 지켜보던 성수가 결국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계속 시간 끈다 이거지? 1분 안에 시작안하면 전원 PT8번 실시한다."

"흐익!"

PT8번. 이른바 온몸 비틀기.

바닥에 누워 두 다리를 모아 들고 좌우로 왕복하는 운동으로, 잠깐만 해도 복근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유발한다.

유격 받아본 예비역이라면 하나같이 치를 떠는 그 자세는, 이미 풋살장에서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어, 얼른 하자!"

또 다시 기합을 준다는 성수의 말에 남녀 할 것 없이 후다닥 움직였다. 설마 처음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룬 이유가 이것 이었나?

가장 체격 작은 여자애가 벽에 붙어 서자, 여자들이 하나둘씩 머리를 밀어 넣고 수비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아무리 남녀를 구분하려 해도 무조건 한 명은 여자 다리 사이에 머리를 처박아야 했다.

다른 남자애들이 쭈뼛대는 사이 내가 선수를 쳤다.

"이러다 시간 오버 되겠다. 그냥 해."

나는 과감히 앞선 여자애의 엉덩이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푸욱-

‘아싸, 여기가 천국이구나!’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처막고 두 손을 뻗어 허벅지를 잡아 지탱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성수 저 새끼 얼차려 줄 때만 해도 확 엎어 버리고 싶었는데. 이런 기막힌 게임을 준비해 뒀다니... 형이 격하게 애낀다.’

앞 선 여자애는 육정음.

태권도를 오래 배운 탓에 츄리닝에서 드러나는 하체의 곡선이 탄탄하면서도 볼륨 넘쳤다.

‘아쉽군. 이럴 때 몸에 좋은 크림만 있었어도 츄리닝 바깥까지 다 적셔 버리는 건데...’

생각해 보면 몸에 좋은 크림은 효과하나는 끝내줬다.

다만 1회용 치고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 흠이다.

무려 400포인트.

2시간이라는 짧은 사용시간을 고려할 때 소모성 아이템 중에선 가장 값비싼 물건인 것 같다.

어쨌든 가장 곤혹스러운 연결고리가 완성되고 나자, 나머지 대형은 순식간에 갖추어 졌다.

"시작한다!"

과대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놈들은 처음부터 우릴 무너뜨리기로 작정했는지 가장 덩치 큰 인원을 출격시켰다.

처박은 고개를 살짝 비틀어 전방을 보자, 유난히 몸집이 거대한 동기 놈이 쿵쾅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으으. 땅이 울리는 것 같군.’

쿵-!

놈이 끝에 올라타자 묵직한 충격파가 도미노처럼 밀려왔다. 버텨보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정음의 엉덩이를 머리로 찌르고 말았다.

"아!"

육정음이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뭐지? 혹시 내가 머리로 건드린 건가?

"미안."

내가 사과하자 정음이 괜찮다는 듯 말했다.

"아냐. 형. 괜찮아."

그러나 덩치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한 칸 씩 전진할수록 출렁임이 가중되었다. 내 뒤에 머리를 막은 놈은 자꾸 내 불알을 정수리로 후들긴다.

‘와 씨바! 이 무슨 좆같은...’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앞에선 정음의 가랑이를 머리로 문지르는 형국이었다.

‘...좆나 좋잖아?’

"흐응..."

계속되는 자극에 끝내 정음이 끝내 신음을 터뜨렸다.

"혀, 형. 움직이지 좀 말아줘."

"알았어. 최대한 버텨볼 게."

드디어 덩치가 내 허리위에 올라섰다. 순간 허리가 휘청하며 무게 중심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윽, 돼지새끼. 대체 얼마나 처먹은 거야?’

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정음의 허벅지를 잡은 손을 더욱 안쪽으로 밀어 넣어 결박을 공고히 했다.

내 손끝이 정음의 그곳에 닿을 정도로 근접했다. 나는 실수를 가장하며 손가락으로 정음의 안쪽을 슬쩍 찔러보았다.

"흡!"

"조금만 힘내자!"

나는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우며 정음을 다독였다.

"으,응... 형."

상대편은 무게 순으로 차례로 사람들을 올려 보냈다.

끝내 모든 사람들이 오르고 나자 가위바위보가 시작되었다.

"가위바위보!"

"우아아아! 이겼다!"

"나이쓰 한 번 더!"

상황은 볼 수 없지만 귀에 들리는 소리만으로 승패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들 머리에 피가 쏠려 시뻘게진 얼굴로 일어서며 거친 숨을 몰아냈다.

"진거야? 헉헉."

"미안..."

말뚝을 맡은 여자애는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괜찮아. 다시 해서 이기면 되지."

"진짜 미안."

우린 다시 한 번 같은 포지션으로 가기로 했다. 육정음이 슬쩍 나를 흘겨 보는 듯 했지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이내 의심을 거두었다.

‘흐흐. 계속 수비만 봐도 괜찮겠는데...’

2차전이 시작되었다.

우리 팀은 다시 자세를 갖추고 심기일전 했다.

이번엔 상대편에서 전략을 바꾸어 여자애들부터 내보냈다. 여자애들은 상대적으로 가벼웠으므로 아까처럼 충격이 밀려오지 않았다.

선두로 오던 여자애가 낑낑거리며 전진하다 내 위에서 철퍼덕 넘어졌다.

물컹.

‘어랍쇼?’

여자애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나를 붙들어 맸다. 그러는 사이 젖가슴이 내 등에 문질러지며 기분 좋은 촉감을 전달해 왔다.

‘...이 게임 만든 새끼 누군지 몰라도 상 줘야 된다니까.’

여자들이 하나둘씩 오르며 그곳를 비벼대는 통에 나도 모르게 자극이 되었다. 나는 등을 오므리며 최대한 척추뼈가 드러나도록 노출시켰다.

내 위를 지나가는 여자애들은 유난히 튀어 나온 돌기뼈(?)에 하나둘 씩 신음을 터뜨렸다.

"흑."

"하아.."

"흡!"

나는 모르는 척 일부러 등을 들썩이며 약간의 진동을 더했다.

‘어떠냐, 등골 바이브레이터 맛이!’

결국 견디다 못한 여자애 하나가 옆으로 넘어졌다.

체육관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심판을 보던 성수에게 항의했다.

"선배! 밑에서 흔들기 있어요?"

"그 정돈 반칙 아냐."

성수는 당연히 내 편이지. 크크.

"다 올랐다. 얼른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아싸, 또 이겼다!"

"나이쓰!"

젠장! 2연패.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고 승부까지 버틴 것이 허탈해질 정도였다.

"나 도저히 못하겠어. 그냥 수비할래."

"누구 자신 있는 사람?"

말뚝 자리가 중도사퇴를 선언했지만,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패배로 직결된다.

누구도 패전의 책임을 떠맡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내가 할 게."

"도훈이 형이요?"

"그래. 내가 말뚝 설 게."

어차피 가위바위보는 운이다.

나는 나의 운을 믿어 보기로 했다.

다시 수비대형을 취하는데 여자애들이 선뜻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길 꺼려했다. 아무래도 남자의 거시기에 얼굴을 처박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테다.

"이번엔 남자들이 앞에 서는 게 어때?"

"안 돼. 뒤가 더 힘들어. 처음부터 무너지면 가위바위보도 못하고 끝나버린다고."

다시 망설임이 엿보이자 성수가 말없이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어쭈, 시간 잘 가잉?"

"아앗!"

결국 보다 못한 육정음이 나섰다.

"비켜. 내가 설 테니까."

‘멘탈도 좋군.’

그녀는 빼는 법이 없었다. 당찬 모습이 매력적인 여성이다.

정음의 머리가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자 불기둥이 자극 받았다. 그렇잖아도 상대편 여학우들이 가랑이 사이를 비벼대는 통에 살짝 성이 나 있던 상태였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정음이 머리를 처박은 체 말했다.

"형, 바지에 뭐 든 것 같은데? 좀 치워줘."

"어, 으응."

다행히 그녀는 설마 그것이 대물이라곤 생각 못한 것 같다. 나는 바지춤에 손을 넣어 물건의 방향을 옆으로 비틀었다.

‘순진한 거야 알면서 모른척 하는거야?’

대형이 갖추어지자 과대 팀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이번엔 강찬혁이 선두였다.

놈은 빠른 속도로 도약하더니 뜀틀을 넘는 것처럼 한 번에 3칸을 전진해 왔다.

쿵-!!!

놈의 몸무게는 가벼운 편이었지만 높이에 따른 충격 탓에 순식간에 줄이 휘청 흔들렸다.

‘아오, 저 새끼! 여자들도 같이 있는데 기술을 써?’

다행히 찬혁을 받아낸 남자애가 원체 덩치가 좋았기 때문에 일격에 무너지진 않았다.

찬혁은 "쳇" 혀를 차며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올라타자 마지막에 있던 나에게도 슬슬 충격이 전해졌다. 정음의 머리가 불알 밑을 툭툭 건드리며 전립선을 자극했다.

‘아...말뚝 말고 좆 박기나 했으면...’

나는 우리과 새내기 여덟 명을 허리 숙여놓고 차례로 뒷치기 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이 얼마나 후배를 위하는 선배의 마음이란 말인가.

그러는 사이 상대편 전원이 올라탔다. 찬혁은 내 바로 앞까지 전진해 있었다. 놈은 2연승을 올린 탓에 여유 만만한 표정이다.

‘...이 녀석 분명 복싱을 배웠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가위바위보!"

찬혁은 주먹, 나는 보자기였다.

"이겼다!"

드디어 역전. 설마하니 ‘남자는 주먹’이라는 말을 맹신하는 놈일 줄이야.

"공수 교대! 현재 스코어 2 VS 1."

성수의 외침에 우리 편이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3번의 수비 끝에 얻은 반격의 찬스.

가위바위보를 진 찬혁이 시무룩 고개를 떨궜다.

넌 임마, 나 한테 안 돼.

"역시 도훈이 형!"

"승부를 아는 남자!"

"멋져요 오빠."

우리는 찌뿌둥한 허리를 두드리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이제부터 지옥을 보여주지.

놈들이 수비대형을 갖추는 사이 내가 애들을 불러 모았다.

"가위바위보까지 가는 건 승산이 없어."

"그럼 어떡하죠?"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어요?"

나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일 약한 부위를 노려야 돼."

"거기가 어딘데요?"

"등 타고 가지 말고 엉덩이랑 머리가 만나는 곳 있지. 거길 눌러."

"아!"

"좀 치사한 것 같기도..."

"치사라고? 아까 저 놈들 하는 것 못 봤어? 젤 무거운애부터 올려 보내지 않나, 과대는 무슨 3단 날라 뛰기까지 하더라?"

"맞다."

"복수해야 돼."

"밟아 버리자."

나의 선동에 순진했던 새내기들의 얼굴에 투쟁심이 떠올랐다.

크크. 참으로 단순한 놈들이다.

"형이 앞에 서."

"내가?"

정음이 나를 선두로 추천했다.

"형이 가위바위보 젤 잘하잖아. 끝까지 가게 될 경우도 생각해야지."

"오케이."

나는 자신감 있게 선봉에 섰다.

어차피 거기까지 갈 생각도 없다.

내 대물로 확 꽂아 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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