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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1화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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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생그녀04

‘오, 보인다. 이번엔 정보가 다 떴네?’

[박하린 양의 호감도가 70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70부턴 모든 정보가 공개됩니다.]

‘가만, 70이라면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는 단계라고 하지 않았나? 설마 하린이가 생전의 이도훈을 짝사랑했다는 뜻인가?’

[아마도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긴 이도훈이 잘생기긴 했지.

이 키에, 이 얼굴이면 갓 대학 올라가는 스무 살 소녀에겐 아이돌이나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런 사람이 자기 엄마 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으니 흠모하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르지.

신기한 것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성개방성 지수가 A급이란 점이었다. 일전의 설명에 따르면 A급의 개방성은 달라면 그냥 주는 수준이라고 했는데...

나이도 어린애가 어떻게 이렇게 개방적인 된 걸까?

‘로시, 그럼 박하린은 타고난 색녀 인거야?’

[네?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고작 20살 먹은 애가 경험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개방성이 이렇게 높은건데?’

[여러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주인님 말씀처럼 색기를 타고나서 그럴 수도 있지만, 충격적 사건을 접하면서 성의식이 변화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대체로 연령대가 어릴수록 성의식이 서구화 되면서 개방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하기야, 요새 애들은 우리 세대랑은 또 다르지. 외국만 봐도 고등학생 때 섹스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편이니.

아무튼 박하린의 호감도와 개방성을 종합하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다.

‘가만있자, 만약에 내가 하린이까지 공략하게 되면...’

[네. 3번째 위업인 ‘모녀덮밥’을 달성한 것으로 간주되어, 업적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1000포인트 씩이나!?’

[그렇습니다. 또 첫 위업을 달성 특전으로 마켓 할인 쿠폰도 1장 주어집니다.]

‘쿠폰은 뭔데?’

[아이템 구매 시 50% 할인 되는 쿠폰인데 최대 2000포인트까지 절감이 가능합니다.]

‘무슨 소셜커머스도 아니고... 앗, 설마 그럼 소셜커머스 판매 기법도 플레이어가 만든건가?’

[그렇습니다. 이제 쫌 눈치가 빨라지셨군요.]

‘젠장. 천상계 시스템을 안 베낀 데가 없구만.’

[아무래도 문명의 발달 수준이 다르니까요. 고대의 인류가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통화하는 현대인을 봤다면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마법사라고 생각했겠죠. 현대의 인류가 천상계의 기술을 보면서 느끼는 놀라움이 이와 비슷할 겁니다.]

나는 로시의 설명을 들으면서 문득 괴이한 상상이 들었다.

누가 그랬더라?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처럼 보인다. 라고.

어쩌면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존재는, 단지 우리보다 발달된 과학문명을 이룩한 또 다른 ‘인간’인것은 아닐까?

"도훈 오빠, 왜 갑자기 아무 말이 없어요?"

상념에 잠겨있던 나는 하린의 물음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로시와 대화를 나누다가 쓸데없는 상상에 빠져 눈앞의 그녀를 깜빡해 버린 것이었다.

"응, 아냐. 너 보니까 갑자기 내 신입생 때가 생각나서. 나도 그땐 OT니 MT니 참여하면서 정신없이 보냈거든."

물론 20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정말요? 저 사실 엄청 기대되요. 교대는 학교가 작아가지고 모든 과가 한자리에 모인데요."

"그래?"

"네. 이번 새터 일정도 2박 3일이거든요. 술 같은 거 많이 마시겠죠? 힝. 저 한 번도 안 마셔 봤는데 어떡하죠?"

"살면서 한 모금도 안 마셔 봤어?"

"네."

문득 그녀와 친해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음, 그럼 오빠가 주도(酒道)에 대해 알려줄까?"

"주도가 뭐에요?"

"그러니까 술 마시는 예절을 말하는 건데, 나중에 선배한테 술 따르다 실수하면 안 되잖아."

"아...그런 것도 있어요? 근데 언제요? 저 금요일 출발인데..."

"그럼 내일밖에 시간이 없겠네."

"오빠 일해야 하잖아요."

"일 끝나고 마실까?"

"에? 새벽 두시에요? 저 엄마한테 걸림 죽어요."

"흠... 그럼 너무 늦은 시간인가..."

"차라리 낮술은 어때요? 저 졸업해서 요즘 할 것도 없는데..."

이거 봐라? 생각보다 적극적인데?

역시 나에게 호감이 있구나.

"술집이 안 열걸, 그 시간에는."

"어디 마실 데 없을까요? 공원이라든가."

"2월에 노상에서? 그러다 얼어 죽어. 그리고 대낮부터 술 마시고 있음 사람들이 욕할 걸."

"아..."

"아님 너만 괜찮다고 하면."

"네."

"우리 집은 어떠니?"

"헛...오빠 집요?"

"아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구. 오빠 자취하잖아.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하는 거지. 주도도 알려줄 겸."

"그래도 남자 혼자 사는 집은 좀..."

"하긴 좀 그렇지? 미안해. 내가 괜한 말 꺼냈나 보다. 네가  여동생 같아서 너무 편하게 말했나봐."

"오빠 여동생도 있어요?"

"응. 내가 말 안했나?"

[이도훈이 가족사항을 밝힌 적은 없었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게 내 여동생이야."

"와...예쁘네요."

"다 사진 빨이지. 지금은 미국에서 학교 다니고 있어. 부모님도 모두 미국에 계시고."

"진짜요? 그럼 한국에 오빠 혼자 들어와 사시는 거에요?"

"응. 동생이 아직 고등학생이거든. 난 군대 갔다 오느라 어차피 한국에 가족 있어봐야 의미가 없기도 했고."

"오빠 혼자서 외롭겠어요."

하린의 눈에 살짝 동정심이 일었다.

잔정이 많은 아가씨로구만.

"아니야. 난 원래 독립적인 걸 좋아해서 가족이 한국에 있었더라도 나가 살았을 거야. 지금도 내가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 대고 있거든."

멘트 좋고.

"와...오빠 정말 어른스럽네요."

"뭘 이런 걸 가지고... 부모님은 건강하게 키워주셨으면 된 거야. 스무살 이후의 삶은 내가 책임져야지. 이제 성인이니까."

난 일부러 ‘스무살’과 ‘성인’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었다.

어른스러움을 동경하는 하린이에게 분명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스무살이 되었으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성인이라는.

"아무튼 아까 한 말은 그냥 잊어버려. 난 혹시나 네가 새터 가서 실수할까봐 술 알려주려고 한 건데,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에요. 그런 거... 그냥 음... 어쩌지?"

"너 편한 데로 해."

"정말 술만 알려주시는 거죠?"

"그렇다니까. 그럼 또 뭐?"

"아, 아니요. 헛소리였어요. 내일 그럼 몇 시에 볼까요?"

"점심 어때? 6시엔 일 나가야 되니까 그전에 술 깨려면 그쯤이 좋을 것 같은데."

"네. 알겠어요."

"참, 하린아."

"네?"

"너네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혹시라도 오해하시면 내 입장이 좀 곤란해 질거 같아서."

"당연하죠. 제가 그렇게 눈치 없어 보이세요?"

여사장은 양반은 못되는 모양이다. 마침 정산을 마친 사장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하린이 상담은 잘 받았니?"

"응. 오빠가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어."

"고마워. 내가 도훈 학생한테 참 신세가 많아."

사장은 내 어깨를 짚은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씽긋 웃었다. 이건 무슨 시그널일까?

"하린이 이번 주 2박 3일로 새터가면 엄마 혼자 심심해서 어떡하니..."

아하. 저 소리하려고? 하여간 아줌마 밝히기는...

나는 모른 척 시치미를 때며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마침 손님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는 바람에 금방 분주해졌다.

"그럼 도훈학생 열심히 해. 난 이만 가볼 게."

"넵, 들어가세요!"

"오빠, 조언 고마웠어요."

"응, 하린이도 새터 잘 다녀오고."

"넹."

두 사람이 가고 한 시간 뒤에 문자가 왔다.

저장이 안 된 번호였지만 내용을 보니 하린이였다.

-엄마 폰으로 번호 알아내서 문자 남겨요. 내일 우리 몇 시 어디서 보는지 말을 못해서.

나는 씨익 웃으며 답장을 남겼다.

-응. 오빠가 집에서 점심 해줄게. 우리 집으로 바로 와. 주소는...

-네. 내일 봐요! 뿅.

흐흐. 여자를 집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면 이미 반쯤 삽입 한 거나 마찬가지다. 특히 나에 대한 호감도와 성개방 지수로 봤을 때 백퍼 따먹는 각이었다.

나는 산삼보다 좋다는 고삼을 먹는다는 생각에 금세 그곳이 부풀어 올랐다. 물론 졸업을 했으니 이제 고딩이라고 볼 순 없지만, 아직 입학도 안했으니 대딩도 아니지 않는가?

가만 스무살이면 어쩌면 처녀일지도?

‘로시. 정보창에 아다폭격기 위업은 안 알려주나?’

[그것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무슨 소리지?’

[정보창에 아다폭격기 위업의 달성 여부를 표시한다면 자동으로 ‘처녀감별사’ 옵션이 작동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초창기에 오류를 발견하고 패치한 뒤부터는 해당 위업은 표시되지 않게끔 변경되었습니다.]

‘키햐. 참으로 꼼꼼하구만 꼼꼼해. 악마는 티테일에 있다더니, 오히려 천사들이 더 하네.’

[근원적으로 두 존재는 같은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엉? 천사와 악마 말야?’

[네. 그러니까 바이블에도 은유적으로 표현 된 이야긴데...]

로시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금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교대 시간이 되자 기춘이 어슬렁 거리며 나타났다.

"형 오셨어요."

"여어, 수고 많다. 도훈이."

기춘의 시선이 뭔가 달라진 느낌이다.

이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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