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9화 〉139화, 강함을 강함으로 꺾는것이 취향. (139/177)



〈 139화 〉139화, 강함을 강함으로 꺾는것이 취향.

“상단이라는 게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니까요.  좋은 무구를 생산하는 저희 홀스타우로스의지원이라면 충분히 이곳에서도 수요를 충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겁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충분한 대답이군,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야.  그 수중에 숨기고 있는 그 이면의 대답을 원하고 있어. 그러니 시간을 질질 쓸 생각 하지 말고 속마음을 내보이는 게 어떨까?”

날카로워지는 미레뉴의 눈빛을 받은 밀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감이 날카로운 여자다. 밀크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 만드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이면에 숨은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이거 참…. 그런 눈빛으로 쳐다 보시면 당해내기 힘들군요.”

“보통 내가 이런 눈빛을 보내면 지레 겁을 먹고 알아서 다 실토하지. 그 정도면 충분히  버티고 있는 거야.”

피식 웃으며 밀크에게 어서 이야기하라는 듯 강요를 해오는 그녀의 태도에 그는 하는 수 없다는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항복의 동작을 취했다.

“알겠습니다. 말씀드리죠. 사실 전 2 왕자님을 돕고 있습니다.”

“호- 이건 또 놀라운 이야기로군, 그러니까 그 이름이 자자한 에스타 상단의 주인이자 아인들을 이끄는 밀크라는 남자가  2 왕자의 밑에 있다. 이건가?”

“아, 아닙니다. 이해를 잘못하셨군요. 전 그와 주종관계가 아닙니다. 필요 때문에 그를 돕고 있을 뿐이지요. 1 왕자와 성국의 관계는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자가 다음 대 국왕 자리에 앉는다면 여러모로 피곤한 일상이 될 테니 일찌감치 대화가 잘 통하는 왕자를 포섭해 두자는 겁니다.”

“그런 일이라면 더  말은 없다. 식사가 끝난다면 조용히 돌아가도록.”

바로 들려온 축객령에 밀크는 이미 그녀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뭐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2 왕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했다.

“뭐…. 2 왕자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다면 다른 이야기를 하지요. 이건 오롯이 나 밀크라는 남자가 후작께 드리는 말입니다. 그러니 정치적인 이야기는 전부 배제되어 있으니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밀크공 후작님께서 조용히 식사하고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더는 후작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마시지요.”

밀크의 말에 대답한 것은 미레뉴가 아닌 그 옆에서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있던 젊은 남자 집사였다. 금방이라도 그에게 쓴소리할  같은 모습으로 외눈 안경을 올려 쓰는 그의 모습에 밀크는 미레뉴만 바라볼 뿐 다른 말은 가타부타 더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없다….”

방울토마토 위에 치즈를 얻은 작은 요리를 하나 입에 가져가려던 미레뉴는 포크를 들고 잠시 멈칫하더니그것을 좌우로 굴리며 조금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는 포크의 옆면으로 토마토를 반으로 갈라 한쪽을 포크로 찍은  입을 가리며 음식을 가져가 넣었다. 잠시  그것을 목으로 넘긴 그녀는 밀크에게 대답했다.

“한 번 들어보지. 그래도 에스타 상단의 주인이니 그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좀 기대가 되는군.”

일단 그녀의 관심을 끌어낸 밀크는 비올라와 했던 대화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나 이게 과연 그녀에게 먹힐 것인가는 좀 의심이 갔다.

첫 만남에 너무 예의 없는 행동이긴 한데 이걸 또  하자니 다음 기회는 아예 없을 거 같고 하자니 뒤에서 아까부터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는 집사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 걱정이었다.

“후작님이 제 아내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허….”

이야기는 듣겠지만, 그리 기대는 안 된다는 느낌으로 남은 반쪽 토마토를 입에 가져가려던 미레뉴는 다음 순간 이어진 밀크의 말에 포크까지 떨어트릴 정도로 놀랐다.

“뭐, 뭐….”

“말도  되는 소리를!!!”

테이블을 돌아 밀크의 옆으로 다가온 집사가 손을 들려고 하자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벨이 무서눈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그의 손을 막아섰다. 그러자 집사는 벨의 기세에는 이기지 못하겠는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매서운 눈으로 밀크를 노려보며 그를 꾸짖었다.

“2 왕자 측에서 보낸 그 귀족이 여기서 무슨 행패를 부렸는지 모르는 겁니까?! 왕도에서 소문이 자자한 당신의 상단이 설마  소문을 모를 거로 생각지는 않는데 감히 이곳에 와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다니 정신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난 2 왕자 파를 돕고 있을 뿐이지 그곳에 속해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계약상 2 왕자를 돕고 나 역시 그에게 도움을 받는 동맹의 형태라 하는  옳지요.”

“그런 아, 다르고 더 다르단 말로 속일  있으리라 보십니까?! 결국에는 당신도 2 왕자의 부탁으로 여기 계시는 후작님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온 놈팡이에 지나지않지 않습니까!”

“2 왕자의 부탁과는 상관이 없이 나 스스로 의지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미 후작님이 2 왕자에 대한  어떠한 말도 듣지 않겠다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말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궤변으로….”

“그만!”

미레뉴는 혼란에서 벗어난 것인지 집사를 매섭게 쳐다보며 뒤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집사는 뚱한 얼굴이긴 했지만, 그녀의 명령에 바로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밀크 자네가 내 남편이 되겠다?”

미레뉴의 눈이 밀크를 향했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는데 그 표정 없는 얼굴이 오히려  무서웠다.

아름다운 그 표정 없는 얼굴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밀크는 그녀의 말에 틀린 부분을 수정해 주며 그녀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그 반대입니다. 미레뉴, 당신이  아내가 되는 겁니다. 대족장 밀크의 아내가.”

“뭐라?!”

쿠웅!!!

저택이 무너져 내릴  주위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엄청난 기운, 밀크는 온 힘을 집중하여 그 기운을 정면으로 버텨내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이쯤 되면 누군가 뛰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인데  누구도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기운에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가장 그녀와 가까이 있는 집사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고 벨 역시 그녀에게 이런 무시무시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인상만 찌푸릴 뿐 아무런 영향이 없는 듯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이상한 점은 분노로 인해 밀크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기운을 집중시켜야 할 그녀의 반응이었다.

“감히 본 후작을 능멸하는 건가? 아인 주제에 뭐가 어째? 아내가 되어라? 날 지금 귀족가의 꽃밭에 휩싸인 가녀린 여인이라 무시하는 건가!”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아인 주제도 아닙니다. 이 왕국에서 가장 막대한 재력을 휘두르는 상단의 주인이자, 왕국 주변 아인들의 모든 지지를 받아 대족장에 오른 나 밀크가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입니다.”

“뭐가 다르다는 거지? 내 말과  말이 말이다.”

“이런 작은 후작령 따위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 이겁니다. 내가 당신을 바라는 것은 당신이라는 여자에게 매력을 느꼈을 뿐이고 아인이기에 숨김없이 속임 없이 내 속내를 드러낸 것이지요. 무례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후작을 깎아내리는 건 아닙니다.”

“…….”

“…….”

“…….”

밀크의 말에 방안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광활한 내용이었다. 감히 범접하기 힘든 거대한 기운을 내포한 내용 말이다.
모두가 말이 없자 밀크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어쩔 거지 미레뉴? 내 아내가  건가?

이젠 존대까지 사라진 그의 말에 미레뉴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의 입꼬리를 말아 올라가더니 고개를 들고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핫!!! 하하하하하!!!”

웃음은 길게 이어졌다. 유쾌한 기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듯 계속 웃어대던 미레뉴, 그러다가  웃음이 멎었을 때 그녀의 표정은 아까처럼 무표정한 얼굴이 아니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다.

“집사. 가서 침실 정리해둬라. 오늘 손님들 자고 가실 거다.”

“예?! 아…. 예 후작님.”

“벨.”

“예. 후작님….”

서슴없이 벨을 부른 미레뉴는 그녀가 마치 자기 부하인 양 명령을 내렸다.

“집사를 따라가라 방을 배정해 줄 거다.  주인인 대족장님은 이 순간부터 나 미레뉴도 부군으로 까듯이 모셔야 할 분이다. 그러니 호위를 더불어 모든 것은 나에게 맡기고 편히 쉬도록.”

“아…. 예 후작님!”

비올라의 예견이 적중했다. 괜히 가서 2 왕자를 도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미레뉴를 개인적으로 밀크의 편이 되게 끌어들이라는 조언, 그리고 그녀를 상대할 때 속에 뭔가를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며 당당하게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뜸 자기 여자가 되라는 것 역시 그녀가 한 주문이었다. 비올라는 밀크가 후작의 입지를 생각해 존대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절대 밀크가 후작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상기 시켰다.

그러니 그녀의 입지에 괜히 움츠러들 필요 없이 당당히 그녀를 취하고 오라고 했다. 일이 잘못돼도 그녀가 충분히 해결할 자신이 있으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일을 저지르라는 조언들이었다.

식당에서 집사와 벨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미레뉴와 밀크만 남게 되었다. 이게 설마 먹혀들어 가기라 생각지 않았던 밀크는 잠시 어안이벙벙한 모습을 보였지만, 바로 자세를 가다듬고는 그녀를 불렀다.

“저…. 후작….”

“후작이 뭐야? 아까는 미레뉴 라고 이름을 함부로 불렀으면서. 아아 책망하려는  아니야. 이름으로 부르라고. 아니면 뭐야? 아까는 그렇게나 당당하게 부르더니 인제 와서 내숭 떨 셈이야?”

편해진 그녀의 목소리였다. 밀크는 사람이 이렇게나 변할 수 있는 건가? 참으로 무시무시한 여자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다.

“뭐, 말로는 2 왕자랑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이제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그 무례한 녀석의 일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지나가는 거겠지? 그래야 2 왕자의 입지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

다 알고 있다는  말하는 미레뉴에 두 손  발 다 들어버린 밀크, 그 역시 한결 편해진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사실 그 부탁을 하려고 오긴 했어. 그 귀족 녀석은 1 왕자 측에서 준비한 스파이의 작품이거든. 얼마나  행패가 심했길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거야?”

“마치 자기가 이 후작가의 데릴사위라도 된 양 내 휘하 장병들을 마음대로 하려 하고 아주 난리가 났지. 끝내 내 침실까지 침투해 들어와서 날 자기 것으로 하겠다느니 말이 많아서 놈의 목을 잘라 주었지.”

“어휴….”

스파이가 판 함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후작가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가 날 일이었다. 놈을 추천한 것이 1 왕자든 2 왕자든 일단 이 일로 단단히 벼르고 있었으리라.

“나야 1 왕자든 2 왕자든 누가 왕이 되든 상관이 없지,  변방에 몸이 묶여 있는 몸이고 중립 귀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현 국왕 폐하의 직인도 없는데어린 것들이 설쳐봤자지. 만약 지금 국왕 폐하께서 승하라도 하시면 모를까 아직 나에게는 그다지 와 닿는 내용이 아니야. 대족장 밀크의 아내가 되는 것은 괜찮지만, 1 왕자와 2 왕자의 왕권 다툼에 우리 중립 귀족들을 희생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지금 약속을 해주겠어? 만약 이것만 받아들여 준다면 후작가의 이름 없이  미레뉴 개인의 힘이 닿는 곳까지는 당신을 도와주겠어. 물론 받아들이든 아니든  당신의 아내가 될 거지만.”

즉 변방 귀족들의 힘은 빌려줄  없지만, 후작 그녀 개인의 힘은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받아 들이던 말던 일단 그녀는 밀크의 아내가 되겠다고 선포까지 했다.

그러나 말에 분명 함정은 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밀크를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대족장 밀크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남자는 아니었다.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뭐?”

미레뉴의 곁으로다가간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미레뉴는 저항하지 않고 밀크의 품으로 안겨들었고 밀크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까도 말했지? 후작가의 힘은 필요 없어. 이 작은 왕국의 일을 해결하는데 당신 손까지 빌릴 정도면  당신 남편이 될 자격도 없지. 2 왕자와 1 왕자의 왕권 다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이번 일은 그냥 무시해 주는 것으로 족해. 그냥 입을 닫고 왕국의 일에 관심만 끊어줘도 2 왕자는 숨통이 트일 거야. 미레뉴는 후작가의 힘으로 변방을 잘 지켜줘. 외세의 침략으로 왕국이 망해 버리면 2 왕자가 왕이 되고 말고가 중요한 일이 아니잖아?”

밀크의 말을 들은 미레뉴는 자기가 기대했던 두 가지 대답이 아니라는 점에 놀랐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놀랍네. 내가 예상한 대답이 아니야.  결정 번복하지 안을 거지?”

“날 뭐로 보는 거야?”

“훗…. 당연히  남편으로 보고 있다고. 몸은 이리 작은데…. 어찌 이리 든든하고  내 마음에 쏙 드는 담력을 자랑하는 거지?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군.”

밀크에게 다가온 미레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움직여 스스로 밀크에게 키스를 해왔다. 그녀는 그의 대답으로 완전히 마음을 열었다. 조언으로 인해 미레뉴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 비올라였다면,  마음을 열게 만든 것은 순전히 밀크의 힘이었다..

“그런데 나 궁금한 게 좀 있어.”

“뭔데?”

“홀스타우로스는 자지가 크지 않아? 내가…. 전쟁이나 싸움만 할  알지 그런 건…. 처음이라서.”

“…….”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질문이라 밀크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나 질문을 하며 부끄러운지 볼을 붉히고 그녀답지 않게 부끄러움을 내보이는 미레뉴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그냥 그녀의 입에 키스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의 일이었다. 왕국 내에 자자한 소문이 돌고 돌고 있었다. 소문의 주인공은 바로 제니리스 후작의 혼인 소식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한 귀족에게 후작가의 힘이 실리는 것을 방지하고 외척을 배제하기 위해 귀족이 아닌 자 중에 데릴사위를 들였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의 전말을 비올라를 통하여 전해 들은 2 왕자와 리그릿 후작은 제니리스 후작이 밀크의 아내가 되었다는 말에 멍해진 얼굴로 한동안 바이올렛에 앉아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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