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2화 〉102화, 대족장과 이단. (102/177)



〈 102화 〉102화, 대족장과 이단.
베라밀프가 신상을 통하여 현세에 잠시 강림하여 밀크에게 축복을 내리는 동안 렘톤 가까이 접근하고 있던 신성 왕국 헤베나의 군세는 갑자기 느껴지는 급격한 마력 파동에 놀라 잠시 진군을 멈춰야 했다.

“으윽!!!”

“이, 이것은….”

일반 군인들은 그다지 큰 저항감을 가지지 않아서 잠깐 주춤할 정도였지만, 성기사들과 기사단장인 파달로크, 부단장 쥴라는 엄청난 마력의 파동 때문에 잠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몇몇 성기사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구토 증세까지 보였다.

“엄청난 파동이었습니다.”

“있을  없는 일이야. 있을 수 없어!”

파달로크는 자신의 검을 땅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황금빛의 마력이 솟아 올라 주변으로 화악!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력의 기운은 주변에 어지러움과 구토증세로 힘들어하는 성기사들에게 스며들어 그들을 회복시켰다.

모두를 회복시킨 파달로크는 자신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회복이 되어 표정이 돌아온 쥴라가 그에게 다가와 방금 파달로크가 보인 행동에 대한 의문을 터트렸다.

“단장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니요.”

“마력 파동에서 신성한 기운이 느껴졌다. 우리 교황 전하께서 내뿜던 정순하고 신성한 마력, 아니 그보다 더 고등한 기운이었어.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 정도로 신성한 마력의 파동이라면 답은 하나 뿐이다.”

“서, 설마….”

“신성 강림. 교황 전하께서도 단 한 번만 성공하신 신과 대화를 나눌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 말이다. 그리고 이 기운은 누군가가  축복을 받았음이다.”

“그렇다면 지금 향하고 있는 렘톤 마을의 신의 사자분께서 계신다는 겁니까?!”

“그러니 말하지 않았느냐!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신성 왕국 헤베나가 아닌  첼슨왕국의 촌구석에서 신의 사자가 발견되다니 절대 있을 수 없어! 이건 이단이다!”

“이, 이단…. 그 말을 함부로 하시면….”

헤베나 왕국에는 여러 신을 모시는 종파가 있다. 그중 여기 있는 제 1성기사단과 그 휘하 병사들이 믿고 있는 것은 파빌로 신으로 종파 중에 가장 힘이 강하고 신도가 많은 종파라   있다.

이들은 과거 수많은 신을 모시는 종파를 유일신 파빌로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공격했는데 그때마다 이들이  말이 바로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이단이라고 부르며 그들을 멸하였다.

지금에 와서는 헤베나를 완벽하게 통일한 교황이 살아남은 종파와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이익을 위해 함께 나아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 과거의 어두운 부분을 청산하면서 금기로 자리 잡은 언어였다. 그래서 쥴라는 이단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파달로크를 걱정하여 이리 말한 것이다.

“이 현상은 우리 파빌로님과 그 휘하 하위 신들 말고도 다른 신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야말로 이단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파빌로님의 성스러운 권위에 도전하는 저 간악한 무리들이 숨어있는 렘톤 마을을 도륙한다. 개  마리, 풀 한 포기 남기지 말고 성스러운 불꽃으로 모조리 정화할 것이다! 따르라!!!”

광신도에 필적할 정도로 성격이 변한 파달로크, 그는 신실함이 너무 과한 나머지 종종 이러한 과한 행위를 하곤 했다.

평소에는 그저 쾌남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 번 그 신앙심에 금이 가게 되면 자신의 신앙심을 방해한 모든 것을 배제하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자였다.

마족의 피를 이어받은 아인들의 우두머리가 살아남아 있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 지금 누군진 몰라도 신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그로서는 자신이 믿는 유일신 파빌로의 권위가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앙심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신앙심이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관련된 자들의 죽음, 성스러운 불꽃의 정화뿐,  더러운 이단들의 죽음 만이 자신의 신앙심을 파빌로에게 증명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말을 박찼다.

“단장님을 따른다! 한놈도 남기지 말고 정화하라!”

“파빌로님께 영광을!”

영광을!!!

한 사람의 광신적 행위로 시작된 돌격은 이내 모든 사람에게 전염되었고 순식간에 렘톤으로 들이닥친 그들의 살육이 시작되었다.

“사, 살려! 컥!”

빨래하던 아낙은 목에 창이 찔려 파르르 떨다가 쓰러졌다. 그 옆에서 빨래가 끝난 옷감으로 장난을 치던 어린 딸을 병사들의 손에 끌려가 목이 꺾여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으아악!!!”

“우,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는 겁니까!”

“이!  잔인한 놈들! 아악!!!”

기사들의 돌격으로 말발굽에 짓이겨지는 사람들, 검과 창에 베여 죽어가는 몸뚱이들과 신성력으로 강화한 주먹에 속절없이 터져 나가는 머리들, 성스러운 업화를 일으킨 사제들이 집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정화해 나아갔다.

퍽!

거대한 철퇴를 휘두른 파달로크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며 즉사한 남자는  정도 사라진 얼굴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겁에 질려 미친 한 백성이 밭을 갈던 쇠스랑을 들고 파발로크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과 몸이 분리되어 쓰러졌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쥴라였다. 그는 파달로크의 뒤로 접근하던 백성의 목을 베어 쓰러트려 버리고는 그에게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찾아라.”

무표정하기 그지없는 그의 입에서는 높낮이가 전혀 없는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쥴라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의미를 바로 깨닫고 기사들을 이끌고 마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도망가!”

“산을 올라! 우리가 막을 테니 어서  일을 알려야 해!”

에스타 상단원들 중 일부는 아직 이 렘톤 마을에 남아 있었다. 그들이  공간이 ㅏ련되어 있지 않을  있으니 일단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한  준비가 끝나면 대려오기 위한 상단주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악수로 돌아왔다. 상단의 물품 50%는 헤베나 성국이 일으킨 화재로 인해 불타올랐고 에스타 상단원들은 그들의 칼과 창에 쓰러졌다. 그나마 전투를  줄 아는 힘 좋은 자들이 남아 발 빠른 자들을 대신하여 뒤를 막아서 일부는 탈출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산을 오르고 올라 미리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였다. 상단주가 있는 홀스타우로스의 마을 지금은 그곳으로 가는 것이 그들이 살길이라 생각되어 멈추지 않고 숨이 끊어져라 달리고 또 달렸다.



그때 여신의 축복을 받은 밀크는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도 전혀 자라지 않던 키가 축복을 받으며 조금 자라나 머리가 크던 가분수 신세를 이제 면하게 되었으며 몸에도 젖살 때문에 전혀 드러나지 않던 근육들이 올록볼록 조금씩 튀어나왔다.

우스갯소리로 도칸의 마이너 버전이라고 하면  알맞은 크기였다. 키도 그렇고 근육량도 그렇고 모든 부분에서 그보다 살짝 낮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확실히 풍기는 기운이 달라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겉으로 보기에 아이 같고 천진난만해 보여서 카리스마는 있으나 그것이  부각 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앳돼 모습을확실히 탈피하여 미소년에서 미청년에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

특히나 이마에 있는 뿔의 크기가 달라졌다. 미노타우로스보다는 작았던 뿔의 크기가 크고 단단하게 변하여 훨씬 멋있게 변하였다. 꼬리의 털도  윤기가 있고 길어져 한눈에 봐도 기품이 넘쳐 보였다.

변화가끝이 나자 밀크의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축복의 기운들을 멀리 퍼지면서 점점 사라져 갔다.

몸을 내려다보면서 새로운 몸에 적응이라도 하듯 손가락을 움직여 보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보기도 하면서 신기해하고 있는 밀크에게 그의 엄마이자 아내인 밀리가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대족장님”

그러자 그녀를 따라 공터에 나와 있던 모든 이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하나된 목소리는 공터가 떠나가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대족장님!!!

그들의 외침을 들은 밀크는 조용히 밀리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다른 이들에게도 일어나라는 손짓을 보냈다.

안기면 그녀의 허리에 닿았던 밀크가 이제 가슴 언저리까지 오는 키가 된 것을 본 밀리는 왠지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방금 어깨를 잡은 힘도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남자의 힘인데 강렬했어…. 여자들…. 그것도 여전사들과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거 같아!’

축복의 힘으로 달라진 아들의 모습에 잠시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의 손길과 모습은 다시 그녀의 가슴에 새겨지며 아들의 바뀐 모습을 받아들여 갔다. 그리고 왠지 모를 설렘까지 함께 새겨주는 중이었다.

“여신 베라밀프님의 축복으로 모습이 변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모두”

자기가 말하고도 좀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이 목소리도 조금 변해 있었다. 물론 미성임에 분명 했지만, 변성기가 오지 않은 남자애 같은 목소리에서 약간 낮은 음의 여성과 같은 미성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음성과는 상관없이 이곳에 모인 모든 아인들과 인간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수 없는 카리스마를 느끼며 한동안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밀크의 옆으로 다가온 도칸, 그는 훌쩍 커진 그를 내려다보면서 뭐가 그리 기쁜지 방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야~ 크게  남자라고 계속 생각했는데 이렇게 거대한 존재가 될 줄이야. 감탄했다. 밀크.”

대족장이 되었다고 태도가 변하지 않는 걸 보고 역시나 도칸이라 생각되었다. 이런 친근한 성격이 그의 매력이니 말이다.

“너무 띄워주지 마.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잖아. 기쁜날 축제가 있어야겠지만, 그건 헤베나 놈들을 물리친 다음에 하자고.”

“그래. 전력을 다해놈들을 물리치자. 아! 그리고 놈들을 물리치면 우리 부족도 이 곳에 햡류해도 될까?”

“미노타우로스 부족이?”

“그래. 이왕  대족장으로 따르기로 했으니 차라리 부족이 이주하는  더 낫다고 생각돼. 여차한 순간 바로 명령을 받고 움직일 수 있잖아? 지금의 두 부족 간의 거리는 너무 멀어 이래서는 나중에 헤베나 왕국이 제대로 일어날  오히려 각개격파될 뿐이라고.”

확실히 그의 말이 옳았다. 가까이 있으면 그만큼 연계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지낼 공간이야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여 만들어 주면 될 일이었으니 같이한다고 불편할 일은 전혀 없었다.

“음…. 나야 환영할 일이지만, 네가 미노타우로스의 족장이라도 그런 큰일은 부족과 상의해 봐야지.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나한테 말하고 이주를 준비해. 자리는 마련해 줄 테니까.”

“고맙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일은 성사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 말한 도칸은 베라밀프의 황금상을 올려다보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군. 싸움을 앞두고 있다지만, 이리 잊힌 여신님을 다시 영접할 기회를 받았으니”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베라밀프의 여신상을 우러러보고 있을 때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서 달려 들어온 여전사 하나가 린다의 귀에 가서 뭐라뭐라 속삭였고 그 말을 들은 린다는 눈을 크게 뜨더니 바로 밀크에게 다가와 보고받은 내용을 아뢰었다.

“족장님…. 아니 대족장님! 인간입니다. 상처 입은 인간을 마을 어귀에서 발견하여 우리 여전사들이 보호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뭐? 상처투성이의 인간이라니. 혹시 자기가 어디 소속이라거나 그런 말은 없었나?”

“자신을 에스타 상단원이라 밝히긴 했지만, 저희가 보던 얼굴이 아니라 신원을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 여기 계시는 에스타 상단주와 함께 같이 가주셔서 확인해 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 하지. 에스타 상단주 같이 가지”

“예. 대족장님.”

분명 렘톤에서 자신이 연락을 줄 때까지 기다리라고 신신당부를 해 놓았었다. 그런데 그들이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고 그것도 상처투성이가 되어 이 마을에 왔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빠른 걸음으로 마을 어귀까지 나간 밀크와 그 일행들은 여전사들의 도움으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스타 상단주는 바로 그들을 알아보고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자초지종을 묻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건가?!  다들 이리 다쳐서온 거냐 이 말이네!”

“사, 상단주님.”

“큰일입니다. 렘톤이, 렘톤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헤베나 성왕국 놈들이 벌써 여기까지 당도했습니다.”

“뭐야?! 놈들은 아직 이곳에 도달하려면 못해도 하루나 이틀은 걸릴 거리였어. 그런데 어떻게 이리 빨리 왔단 말이야!”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행색을 보아하니 쉬지 않고 행군해온 모양입니다. 렘톤을 공격했으니 전투의 피로를 풀기 위해 그곳에서 하루 쉬긴 하겠지만, 아마 못해도 내일부터 이 산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겁니다. 이단이라고 외치며 미친 듯이 사람들을 도살하고 있어요!”

“뭐, 뭣이….”

이단이라는 말에  나라의 관련 지식이 풍부했던 릭스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헤베나 왕국에서 이단이라는 단어는 그리 가벼운 단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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