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4화 〉84화, 안팔면 그만. (84/177)



〈 84화 〉84화, 안팔면 그만.

“그거다!”

“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그거다! 하고 외치는 밀크의 행동에 놀란 두 사람이 어안이 벙벙해 있자 밀크는 뻘쭘했는지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족은 얼마 전에 켄타우로스, 그리고 미노타우로스와 하피등의 종족들과 연계를 하여 동맹을 맺었어.”

“켄타우로스와 미노타우로스에 하피까지 말입니까? 허! 이 인근에서는 보기 힘든 종족들이군요,”

그도 그럴 것이 켄타우로스와 미노타우로스는 첼슨 왕국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었으며 하피의 경우는 그런  종족보다  먼 지역에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밀크의 부족 위치가 켄타우로스와 미노타우로스 부족의 위치와 가깝다  수 있었다.

밀크는 잠시 밖으로 나가 있던 밀리와 뷰렌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그녀들에게 창고에 있는 소재들을 하나씩 가져오라 지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밀리는 썬더버드의 부리와 날개 깃털 그리고 혼 바이슨의 뿔을 가져왔다.

마찬가지로 뷰렌 또 한 미노타우로스의 빠진 뿔과 다이어울프의 가죽, 이빨들을 가져와 내밀었으니 퍼슨과 레이나는 눈앞에 쌓이는 소재들을 보고 입을 벌리며 놀라워했다.

“조, 족장님.”

“이게  뭐야?! 어디서 이런 소재들을.”

“썬더버드의 부산물은 하피와 거래하는 물품이고  바이슨의 뿔은 켄타우로스와 거래하고 있지. 여기 있는 미노타우로스의 빠진 뿔은 어린 미노타우로스가 다음 뿔을 생성하기 위해 빠진 뿔들이고  다이어울프의 가죽과 이빨은 위도레빗과 거래한 물건들이야.”

“위도레빗이라면 전날 아인사냥꾼을 물리치고 구해낸 아인이로군요. 그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신가 봅니다. 하하하.”

과거 퍼슨은 아인 사냥꾼을 이끄는 반돌프 백작 상단과 설전을 벌여 그들이 에스타 상단의 거래처를 공격한 것을 맹렬하게 성토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책임을 회피하는 백작 상단을 대신한 레이나 남작의 상단과 만나게 된 인연이 생기게 되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앞으로 두 상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이미 홀스타우로스의 젖과 데빌베어 가죽은 세금이 붙고 있기에 당장은 계속 거래하기에 위험성이 컸다. 그래서 밀크가 생각한 작전은 상품을 다양화하는 전략이었다.

“내 최대한 이 물건들을 제공할 테니 지금부터는 홀스타우로스의 젖과 데빌베어 가죽의 유통을 줄이고 이 물건들을 유통하도록 해. 현재 세금이 많이 붙고 있는 물품은 젖과 가죽뿐이니 당장은 이 물건들이 있으면 적자는 면하게 될 거야. 특히나 썬더버드는 인간들이 사냥하기 여간 까다로운 마수가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소재가 아주 비싸리라 예상되는데?”

“예! 썬더버드의 부리는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입니다. 전력을 머금고 있는 깃털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요. 또  깃털의 경우는 마법사들의 소재로도 잘 사용되곤 합니다. 마법 소재는 예로부터 세금을 붙일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썬더버드의 깃털에는 왕국 귀족들이 장난질을 칠  없을 겁니다.”

“만약 이 깃털에 세금이 붙으면 어떻게 되지?”

“당연히 마법사들의 반발이 장난이 아닐 겁니다. 구매해야 하는 대상은 대부분 마법사인데 세금이 붙는다는 것은 그만큼 깃털의 가격이늘어난다는 뜻이니까요.”

“뭐 깃털은 그렇다 치고. 남은 물품들은 어때? 다른 상단에서도 취급하고 있는 물건 들인가?”

밀크의 말에 퍼슨은 고개를 들어 물품들을 쓱- 살펴본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바이슨의 뿔은 왕국 남부를 주름잡고 있는 케딜락 후작 상단이 유통하는 물건이고 이 다이어 울프 부산물의 경우는  알고 계시는 반돌프 백작이 자주 유통하고 있습니다. 미노타우로스의 뿔은 거의 유통이 없다시피  희귀품이고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데빌베어의 가죽과 홀스타우로스의 젖은지금까지 왕국에 희귀한 물품이었지. 에스타 상단이 나와 거래를 하면서 조금씩 왕국 전역에 풀리는 추세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을 유통하고 있는 상단은 자네들이 유일하네. 그렇기에 왕국은  점을 노려서 세금을 먹인다는 꼼수를 둔 거야. 에스타 상단의 경우는 한동안 젖과 가죽으로 재미를 보았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물건을 바꿀 수가 없으리라 판단하고 그 점을 이용해 상단을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이지. 그러니 세금이 붙은 물건을 굳이 유통하지 않고 다른 물건을 유통해 버리면 될 일이야. 이렇게 물건을 다양화해버리면 그들이 제아무리 왕국 귀족이라지만 이 많은 물건에 일일이 세금을 먹일 수는 없을 거야. 특히나 방금 말한 대로 케딜락 후작 상단과 반돌프 백작 상단도 취급하는 물품들인데 여기다가 세금을 먹여 버리면 자칫 귀족들 간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을 일이지. 아마 그들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될 거야.”

그의 말에 퍼슨도 명안이라 생각했는지 동의를 표하였다.

“과연 말씀대로입니다. 여기에 요즘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다른 상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하긴 요즘 들어 너무 젖에 의존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동안 젖 유통을 중지하고 족장님의 말씀대로 여기 있는 물품을 유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홀스타우로스의 젖이 끊기게 되면 곤란한 것은  귀족들이 될 거야.”

“예?”

“사치 먹거리잖아? 지금까지야 자네들 에스타 상단이 열심히 유통하여 적당한 가격에 많이들 마셨겠지. 그런데도 입을 싹 닫아 버리고 젖에 세금을 붙이지 않았나? 조금만 기다려 보게 젖이 떨어지면 품귀 현상이 일어나서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버릴 거야. 그때가 되면 아마 젖을 좀 팔아달라고 귀족들이 먼저 부탁을 해올지도 모를 일이야. 그럼 그때 가서 자네 상단주에게 말하여 유력 귀족들과 대화하여 세금 건을 조율해 달라고 타진해 버려.”

명쾌한 해결법이었다. 그의 말을 끝까지 들은 퍼슨 그리고 레이나는 바로 채비를 차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 둘의 움직임을 밀크가 잠시 막아섰다.

“잠깐.”

“예?”

“부탁이 좀 있어.”

“부탁이라니. 그냥 말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알려 줬는데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도 들어야지.”

“고마워. 다름이 아니고 레몬을  구해 줬으면 해.”

“레몬 말씀입니까?”

본디  세계의 레몬은 아무런 맛이 없는 과일이었다.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그저 시기만 엄청나게 신 과일이 바로 레몬이다.

지구에 있는 레몬의 반절 크기의 작은 녀석이 엄청나게 셔서 딱  방울만 요리에 넣어도 충분한 신맛을 넣을 수 있는 그런 과일이었다.

요리의 부속품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레몬이다. 그런 레몬을 다른 기타 과일도 없이 그것만 구해 달라는 요구에 둘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따로 질문하진 않고 밀크의 말을 들어줄 것을 약조한 뒤 그의 부족을 떠나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 얼마간 시간이 지났다.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제는 서서히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가 되자 각지에서 작은 문제를 일으키던 전염병은 에스타 상단의 도움과 낮아진 기온 덕분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에스타 상단의 새로운 물품들의 향연, 그들을 왕권 다툼에 끌어들여 자신들의 물주로 사용코자압박을 하던 귀족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마법 연구에 사용되는 물건인 썬더버드의 부리는 세금을 책정할 수 없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다른 물품들에 관하여 세금을 부과하지나 다른 상단들의 앓는 소리가 벌써 들려왔기 때문이다.

  에스타 상단만 집요하게 노리고 공격을 한다는 의심을 심어줄 수 있었고 이는  상대방의 공격 빌미를 줄 수도 있는 행위이기에 상단이 유통하는 모든 물건에 세금을 먹이는 짓은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밀크의 예상대로 그들은 갑자기 유통이 끊겨버린 홀스타우로스의 젖 때문에 아침나절부터 뭔가 부족한 기분을 느껴가는 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법으로 온도를 낮춘 시원한 홀스타우로스의 젖 한잔으로 시작을 하던 그들은 아침상에 빠진 그 한잔 때문에 뭔지 모를 허전함을 느껴가는 중이었다.

특히나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았던 귀족 부인들의 성화가 날로 커지는 중이었다. 마시는 것도 마시는 거지만, 그녀들은  젖에 영양이 많다는 것을 알고 알게 모르게 빼돌려 그것을 사용해 목욕하거나 얼굴에 발라 마사지는 받는 등 비싼 먹거리를 피부에 양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목숨보다 귀중한 미용품이 사라지니 그것을 구해오지 못하는 남편을 쥐잡듯이 잡아가며 바가지를 있는 대로 긁었다.

하급 귀족이야 가격이 가격이라 손도 못 대는 물건이지만, 백작위를 넘어가는 고위 귀족들에게는 용돈과도 같은 가격이니 구하는 것에 별문제가 없었던 지라 갑자기 사라져 버린 홀스타우로스  때문에 더욱 화가  것이었다.

별수 없이 부랴부랴 젖을 찾아 하인들을 보내본 귀족들이었지만, 돌아온 이들이 하는 말은시장 내에서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구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그들이 향한 곳은 에스타 상단이었다. 그나마 최근까지는 에스타 상단에서 남아있는 물량을 처리한다고 비싸지만 괜찮은 가격에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상품에 붙는 세금이 너무 과하여 장사를 접고 다른 물품으로 갈아탔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할 뿐이었다.

몰려온귀족들은 애꿎은 상단원들만 잡고 닦달할 뿐이었지만, 그런 소동도 역시 대행수 퍼슨이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해소 되었다.

“이보시오! 홀스타우로스의 젖을 에스타 상단이 유통한 것을 내 잘 알고 있소! 긴말하지 않을 테니 남아있는 전 물량을 나에게 파시게! 세금이고 뭐고 내 다섯 배 가격에 사겠소!”

“아니! 우린 여섯 배요! 여섯 배 가격에 사리다!”

“장난하지 말고 돈 없으면 다 비키시오! 난 여덟 배에 사겠소!!!”

귀족들이 마치 시장통의 물건 때는 상인들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진풍경에 퍼슨은 아연실색하였지만, 미미하게 웃는 미소로 모두를 대하며 그들에게 말하였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저희 상단은 한동안 홀스타우로스의 젖을 유통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뭐가 어째! 아니 잘만 유통하다가  갑자기 유통을 안 하겠다는 거요!”

“세금이 붙지 않습니까? 우린 상단입니다. 상인이 구태여 그런 세금 덩어리 물건을 취급해 봐야 장사만 안되고 적자만 일으킬 뿐입니다. 그러니 우린 홀스타우로스 젖 유통을 중지하고 다른 물품에 집중하기로 이미 의사를 결정했습니다.”

“해서 우리가 이리 높은 가격에 사겠다 말하는 거 아니오!”

“당장은 높은 가격을 붙여 팔겠지만, 시일이 지나 유통량이 많아지면 또 가격은 내려가고 세금으로 인한 적자가 지속할 겁니다. 한순간의 이익 때문에 장사를 망칠 저희 상단이 아닙니다. 흠…. 또 모르지요. 정당하지 않게 책정된 세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유통이 가능할 법도 합니다만…. 그것은 왕국 내부 사정의 일이니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부분이군요.”

“이, 이이…. 감히!”

“장사치 나부랭이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틀림없구나!”

“흥! 가십시다. 여기가 아니면뭐 그 아인놈들 젖을 구할 곳이 없는 줄 아는가!”

처음에는 다분히 욕설을 내뱉고 귀족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자존심을 세우며 장사치와 가격 이외의 협상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고수하던 왕국의 귀족들, 그러나 싸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에스타 상단에게 유리할 뿐이었다.

밀크야 남아도는 젖을 에스타 상단이 아닌 자신과 연계하는 다른 종족들에게 더 많이 돌려 그만큼 마수들의 부산물을 챙겼고 그것을 다시 에스타 상단과 거래하여 필요한 물건을 받는 것으로 중간 이익을 충분히 챙겼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레이나는 밀크에게 홀스타우로스의 젖을 아주 소량만 사 그것을 30배 가격을 책정하여 시장에 풀어 버렸다. 어차피 레이나의 상단은 홀스타우로스의 젖으로 연명하는 상단이 아니었기에 이리 단시간에 벌 요량으로 써먹기 아주 좋았다.

갑자기 치솟아 버린 엄청난 가격에 귀족들은 젖을 구할 길이 더욱 막막해져 버렸다. 조금 있으면 값이 내리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리던 귀족들은 젖의 양이  적어지고가격은 더 높아지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을 때야 드디어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결국, 왕권 다툼으로 시작되어 상단에까지 손해를 끼친 이 사건은 귀족들이 자기 무덤만 판 꼴이 되어 스스로 백기를  검으로써 종료되었다.

홀스타우로스의 젖과 데빌베어의 가죽에 붙었던 추가 세금들이 사라졌고 과거의 세율로 돌아오자 에스타상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젖의 유통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젖과 함께 생전 처음 보는 동그란 덩어리의 먹거리가 같이 팔리기 시작했다. 분명 홀스타우로스의 젖과 같은 풍미와 함께 맛이 느껴지지만 뭔가 더 깊고 독특한 맛이 일품인 먹거리였다.

상단은 이것을 치즈라고 부르며 팔기 시작했다. 레몬을 부탁했던 밀크가 젖의 유통을 기다리면서 준비한 새로운 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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