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85화 (285/325)

〈 285화 〉 나 너 젖 빨고 싶어

* * *

헤라가 오지 못한 이유는 유민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지상에 바로 내려올 수 없는 신들이 존재했는데, 그들의 특징은 신명이 아주 아슬아슬하다는 거였다.

예를 들어 지상에 정말 토르처럼 망치를 들고 천둥을 뿌리는 사람이 있다면 토르는 지상에 내려오지 못한다.

'왜냐면 이미 사람들은 그를 토르라고 생각할 테니까.'

신이라는 게 굉장히 추상적이고 권위가 많이 떨어진 지금.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면 신들은 그 위용을 제대로 지상에서 떨칠 수 없게 되는 거였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듯, 지상에 비슷한 신위의 힘을 낼 수 있는 자가 둘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이치였다.

신은 유일했을 때만 그 가치가 증명 되는 까다로운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원리로 봤을 때 유민이는 아주 헤라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볼 수 있었다.

제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 격인 인물이고 헤라는 바로 그의 대표적인 부인이다.

그리고 나는 한 때 이 세계가 소설일 때 주인공이었던 존재고 유민이는 내 첫 번째 여자 친구다.

바로 이 부분이 유민이가 헤라를 대신하게 된 이유였다.

또한 질투가 많으며 첫 번째 공인 여자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히로인을 늘린 것도 큰 지분을 차지했다.

핵심적인 건 내가 한 때 주인공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생긴 여파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란 거였다.

'거기다가 유민이가 훈련까지 했고...'

힘도 약해진 헤라와 비슷한 정도까지 올라온 유민이가 강해지니 헤라와 비슷한 위상을 가지게 된 거였다.

가장 핵심적인 건 절대신뢰계약을 통해 다른 여자 친구들과 확실한 차별점이 존재 한다는 거다.

헤라가 정실이라고 불렸을 때 어떤 공인적인 모습이 있었던 것처럼.

유민이도 계약을 통해 나와 확실하게 이어져 있다는 물증이 있었고 이는 곧.

"여자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태양아, 진짜로."

그녀가 헤라를 지상에서 대신할 만큼의 위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쿠오오오오오.

전보다 더 붉어진 유민이의 머리칼이 타오르는 것처럼 위로 천천히 솟아오른다.

아직 지상에서 힘을 제대로 낼 수 없는 아테나와 아르테미스는 분명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질 터.

타겟은 나였지만 그래도 힘의 여파가 그쪽으로 가도 위험할 수 있으니 난 아테나와 아르테미스에게 눈짓을 보냈다.

'방 안에 들어가 있어.'

그녀들은 그 신호를 아주 기가 막히게 읽고 조심스럽게 방 안에 들어갔고 이 순간을 유민이는 똑똑히 목격했다.

"눈짓까지 주고받네? 진짜 미쳤어?"

하렘 섹스한 번 진행해서 소유욕과 질투심이 어느 정도 줄어들 줄 알았건만.

새로운 등장인물로 인해 분노가 새롭게 차오른걸로 추정 됐다.

'근데 유민이가 헤라를 대신할 정도라면, 유민이 젖도 그렇게 맛있고 달콤한 건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든 생각은 사과나 변명 혹은 상황을 타파할 엄청난 수단이 아니었다.

올림푸스에서 먹었던 헤라의 젖 맛이 갑자기 혀끝을 감돌기 시작했다.

전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때 느꼈던 젖 맛이 계속 생각났다.

'어쩌면 비슷하다면...'

물론 아직은 나오지 않겠지만 그런데도 계속 주무르고 어떻게 하다 보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태양아, 지금 뭐 어딜 보는 거야 이 상황에서?"

유민이도 어이가 없는지 말 하던걸 멈추고 날 빤히 바라봤다.

화를 낼 때도 짝이 맞아야 더 크게 나는 법인데,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않고 가슴이나 계속 보고 있으니 황당할 수밖에.

근데 정말 뭐에 홀린 것처럼 난 계속 유민이 젖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니 그,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내가 잠깐 어디로 여행을 가서 유부녀 젖을 빨았는데 그때 먹었던 젖이 참 맛있었어, 근데 그 유부녀가 너랑 똑 닮았거든 그래서 네 젖에 시선이 가네.

이렇게 말하면 설명이 될까.

'죽겠지.'

때로는 너무 솔직한 게 독이 되는 법이라는 걸 깨달으며 난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게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가까웠던, 둘만의 시간이 적지 않나 싶어서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그걸 내 가슴을 보면서 한다고?"

"우리의 추억엔 그런 부분도 있긴 하니까."

"..."

시선으로 이미 상황을 망쳤으니 이대로 쭉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이제 와서 허둥지둥 사과해봤자 늦었고 유민이가 화가 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갔으니.

해답은 육탄 공격 뿐이었다.

"내가 이제 어디 갈 일이 크게 없는 것 같아서, 저번에 나 일 다 끝나고 오면 한 명씩 만나기로 약속한 거 기억나? 이제부터 그거 쭉 하려고."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면 내가 뭐 좋다고 안길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안아주려고."

"진짜 능글 맞아."

유민이가 화가 난 부분은 새로운 여자가 늘었다는 것.

그렇다면 여자가 늘었음에도 사랑이 변하지 않음을 증명해주면 해결 되는 문제였다.

'이제부턴 관계를 조금 더 신경 써야지.'

진짜 무슨 일 하느라 가정에 소홀해진 아버지도 아니고.

해결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만날 때 아주 뜨겁게 관계를 뽑아먹을 수 있는 섹스한 것 말곤 추억이 많이 없었다.

바다도 좀 가보고, 산에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고 그래야 하는데.

심지어 제대로 축제를 즐기기도 전에 김민수가 게이트를 만들고 안뚱땡이 개입하고 그랬으니.

사귀고 있다고 공인으로 인식만 됐지 실질적인 추억은 전부 다 섹스뿐이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었지만 너무 섹스뿐인 건 문제가 맞았다.

우선 유민이가 날뛰지 못하게 부드럽게 끌어안은 뒤 천천히 힘을 주며 몸을 겹쳤다.

"우리가 앞으로 쌓아갈 추억이 몇 갠데, 이런 일에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다른 여자 만들고 와서 대화하자는 게 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어차피 내가 지금부터 그런 생각 안 들게 충분히 다 채워줄 거니까?"

"자신감이 아주 넘치네."

유민이는 어디 한 번 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고양이 눈으로 날 째려봤다.

한번 해보라는 말이야말로 섹스의 신호였기에 난 즉시 유민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꺅!"

"뭐 이런걸로 놀라고 그래,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나 아직 9월 처녀막 못 찢었어."

훅 들어오는 유민이의 말에 확실히 수위는 춘향이보다 더 높다는 게 느껴졌다.

춘향이는 아예 그냥 야한 말을 엎지르는 기분이라면 유민이는 가슴골 사이에 담는 느낌이었다.

한 번 먹어볼래 하는 그 앙칼짐이 피부로 전해진다.

"오늘 찢으면 되지."

대사가 되게 나이 먹은 사람의 그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나도 너무 오랜만이다 보니 생긴 문제 같았다.

'무슨 국어 시간 낭독도 아니고.'

대화를 얼마나 적게 하고 바로바로 섹스로 넘어갔으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유민이랑 하다가 신입을 소개 하는 느낌으로 잠자리에 아테나랑 아르테미스를 함께 부르면.'

헤라에게 새로운 아내를 소개하는 제우스의 느낌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던 와중 유민이가 손을 쭉 뻗어 내 입을 확 덮쳤다.

"태양아, 지금 무슨 생각해?"

"응?"

"개수작 부릴 때 나오는 얼굴을 하고 있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 봤어♥"

유민이는 말끝에 사랑을 듬뿍 담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난 고개를 살살 저었다.

아무래도 하렘 계획은 나중에 세우기로 해야겠다.

계획을 수정하며 유민이를 침대에 눕히고 이제 본격적으로 옷을 벗기며 살을 섞으려는 그때.

"근데 아까 보니까 둘 다 방 안으로 들어가던데, 여기 사는 거야?"

유민이는 불쑥, 정말 대수롭지 않고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렇지, 일단 갈 곳이 없어서..."

난 아무런 의구심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답변을 했으며.

"아, 그래."

쾅!

방이 폭발했다.

"진짜 죽고 싶은 거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배려를 하는지 모르겠네, 집도 따로 구해 줄 수 있는 돈도 있으면서 우리 태양이는♥?"

아직도 화가 안 풀리고 있었구나.

어쩌면 저 답변을 듣기 위해 내 긴장의 끈을 놓게 만들려는 고도의 수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반응할 시간도 없이 유민이의 손에서 튀어나온 불길은 그대로 방 안을 뒤덮었다.

신기하게도 어디 번지지 않고 정확히 내 몸과 방 안을 태웠는데 안타깝게도 더 이상 감상할 시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타오르는 불길 같은 머리칼과 하얀색 민나시는 어느새 불길에 휘감겨 갑옷 같은 느낌을 주었고 치마는 붉은색 꽃을 입은 것처럼 넓게 펄럭거렸다.

게임에 나오는 지옥의 불길 군주 같은 그 모습에 난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단 옷을 벗는다.

상의를 벗고 하의를 벗고 속옷까지 벗으며 알몸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다.

"뭐, 뭐 하는 거야?"

분노? 질투? 소유욕? 그런 건 어디까지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정말 '인간'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대화해야 될 상대가 알몸이 된다면? 그 어떤 말도 없이 자지를 덜렁거리며 뚜벅뚜벅 다가온다면?

"지금 장난 하자는 거야?"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옷을 벗는 사람의 몸이 아주 좋고 잘생겨야 하며 자지가 커야 된다는 부분이었다.

외적으로 완벽해야 이런 짓을 할 때 시선을 완벽히 분산시키고 현혹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인 한 마디.

"유민아, 나 너 젖 빨고 싶어."

"..."

최고의 방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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