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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55화 (255/325)

〈 255화 〉 백태양의 진가

* * *

군신 아레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자 야만적이고 난폭한 거로 유명한 존재.

신화에 따르면 공포의 존재니 뭐니 했지만 내 눈앞엔 그저 커다란 멧돼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덩치가 좀 있긴 하네.'

아테나는 인간의 사이즈와 똑같은데에 비해 아레스는 아파트 3층 높이 정도 되는 크기를 자랑했다.

그가 들고 있는 창도 몸에 맞춰 커다랗게 변화했는데, 커다란 어선에서 쓰는 고래 작살을 보는 것 같았다.

"인간에게 그런 건방진 말을 듣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나한테 대드는 놈은 아예 없었는데 말이야!"

슝!

아레스는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반응을 보였다.

사람 하나는 쉽게 꼬치로 만들어버릴 창이 정확히 몸의 중심을 향해 쏘아진다.

원래도 커다란 창이 움직임까지 제한되며 날아오자 난 회피보단 상쇄를 택했다.

깡!

창의 옆날을 쳐내며 그 틈을 이용해 놈의 품에 파고든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발제트의 무력과 비슷하게 생각했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놈을 손쉽게 요리할 수 있었던 건 마족에게 성검이 엄청난 이점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들은 그런 게 전혀 없었기에 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레스를 패는데 집중하다가 아테나가 갑자기 합류할 가능성.

그것도 활로 원거리 지원을 할 경우 생기는 변수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강압은 안 먹히고.'

신은 생명체로 취급하지 않는 건지, 발동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메시지 뿐이었다.

'적당히 템포를 맞추다가 한 번에 몰아친다.'

사이가 안 좋기로 소문이 난 아레스와 아테나라고 해도 그건 혐오를 넘어서지 않은 감정이었다.

실제로 둘은 몇 번 원만하게 일을 해결한 적도 있으니 아레스가 위험해 빠진다면 당연히 지원을 할 터.

그렇다면 가장 최고의 방법은 일격에 몰아치는 거였다.

생각을 마친 난 성검을 집어넣고 붓검을 꺼내 들었다.

[주인놈아 뭐 하는 짓이냐!]

'이게 맞아.'

메르피의 반항 어린 음성을 무시하며 붓검으로 파고든 아레스의 몸에 검을 찔러넣었다.

"잽싸구나! 인간! 아니지. 이름을 아니까 최소한의 배려로 이름으론 불러 주마!"

신성력이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건 마족뿐.

이런 통상적인 피해 부분에선 성검보단 붓검의 성능이 더 뛰어났다.

'단단하네.'

갑옷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힘을 적게 담은 찌르기라고 해도 흠집도 안 나다니.

아레스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쟁을 만드는 게 아닌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날 부디 재미있게 해다오 백태양!"

붕 붕 붕

창이 이리저리 춤을 추며 몸을 노리고 쏘아질 때마다 난 일부러 겨우겨우 곤봉으로 막아 내는 척했다.

갑옷의 내구도도 파악 했고 놈의 대략적인 전투력도 분석이 끝났으니 이젠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만 남았었다.

[류혜미의 메인 스킬 분석 보조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케 해주는 게 바로 혜미의 메인 스킬 덕분이었다.

시전자의 능력에 비례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대상을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힘.

늘 바로 전투에 들어가서 시간문제로 사용하지 못 했지만, 이런 탐색전에선 아주 큰 힘이 되어줬다.

"언제까지 막고 피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날 이길 수 없다! 그렇게 쓰러지는 거다 백태양!"

"말 되게 많네."

아레스는 처음의 돌파를 바로 학습했는지 더 이상 안쪽으로 파고들 틈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아까처럼 창의 옆날을 친 다음에 똑같이 진입하면 됐을 텐데.

확실히 전쟁의 신이어서 그런지 기술이 남달랐다.

'그리고 나한테 없는 거지.'

여태 모든 적들을 상대할 때 항상 힘으로 찍어 누르는 방식을 사용해왔기에 무기술 쪽은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초근접전은 격투술이어서 상관이 없었지만 솔직히 무기 쪽은 그 어떤 기교도 없이 휘두르는 어린아이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여태 그게 먹혔던 건 압도적인 무력 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지만.

"형편없구나 백태양!"

지금처럼 방심을 유도하며 반반 가는 대응을 유도했을 땐 부족한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곤봉과 창이 맞닿자마자 창날이 회전하며 몸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걸 피하고자 우측으로 몸을 옮겼을 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레스의 주먹.

'피하기 늦었군.'

몸을 피해 방향 쪽으로 회전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며.

쾅!

그대로 놈의 주먹에 맞고 콜로세움 벽에 처박혔다.

"요즘 인간들은 이런 기본적인 무기술도 배우지 않고 뭐 하는지 모르겠군!"

세상 구했다 임마.

아카데미에서 뭘 배우기도 전에 일이 뻥뻥 터지니 제대로 된 학습이 가능할 리가 있나.

핑계 아닌 핑계였지만 내가 소설 속에 들어오고 나서의 삶을 크게 보면 참교육­섹스­참교육­섹스의 반복이었다.

빡빡할 정도로 짜인 초등학교 방학 계획표 같은 순환 사이에 무기술 교육이 들어올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금 배운다.'

아레스는 방금 공격으로 승리를 확신 했는지 창과 더불어 검을 꺼낸 상태였다.

완전히 끝내버릴 생각으로 다가오는 놈과 맞부딪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검에 대해 학습한다.

[분석 보조가 당신의 의도를 깨닫습니다. 지금부터 아레스의 무기술을 분석합니다.]

"하하! 죽을 위기가 되니 전보단 낫구나! 발악하는 게 아주 좋아!"

신나서 검을 휘두르는 놈의 검술을 모조리 카피한다.

베는 방향, 벨 때 어느 정도의 힘을 넣는지부터 발의 동작과 시선 처리 등.

따라움직일 때마다 몸엔 잔 상처가 늘어나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검에 매달리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묘리조차 분석하여 뇌로 흡수하고 몸으로 체화한다.

습득과 체화를 한 번에 이루어내면서 점점 방어하는 것보다 공격하는 수를 늘려간다.

챙!

검과 검이 맞부딪쳤을 때 검날을 살짝 올리며 파고드는 방법도.

아주 가까이 있을 때 상대방의 손가락을 부러트려 제대로 검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한 번 보고 그 즉시 바로 사용한다.

그리고 마침내.

"백태양!"

"부르지 마, 시끄러워."

깡!

놈의 공격을 강하게 튕겨 내 무기를 모두 놓게 만들었고 난 다시 품에 파고들었다.

곤봉은 넣고 성검을 꺼내 저항할 여지도 없이 아레스의 몸에 깊숙이 파고든 상태에서.

[폭군 발동! 천한 것들을 멸시합니다.]

[마족화 발동! 폭군과 함께 발동된 상태입니다. 탐욕의 군주가 강림합니다.]

전력을 퍼부었다.

[일점집중 발동! 검에 모든 힘을 집중시킵니다.]

[세 번째 타격이으로 쿵쿵따가 발동됩니다.]

[일격검 발동! 3배의 힘으로 일격을 가할 수 있게 됩니다.]

세 가지 스킬을 한데 발동시키자 백색의 벼락이 되어 아레스에게 쏘아진다.

"아레스!"

"...!"

아테나가 급하게 힘의 변화를 느끼고 지원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모든 힘을 개방한 상태에서 양손의 검으로 심장에 쑤셔 박는 일격.

"아버지...?"

아레스는 그 말을 내뱉으며 커다란 힘을 견뎌 내지 못하고 그대로 삼켜졌다.

확실히 끝을 낸 게 맞는지 알림 소리를 내며 보상 창이 시야 한구석에서 계속 반짝거린다.

난 그걸 무시하고 분노에 가득 차 달려오는 아테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기다렸다."

이제 그 어떤 변수도 없었다.

왜냐면 아테나는 날 절대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아무리 미워한다고 해도 같은 신이자 피를 나눈 사이였기에 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아레스를 돕지 않은 건 정말로 그의 수준에서 정리가 가능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과 인간 사이엔 그만한 격차가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테나가 신의 모습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발상이었다.

신이 인간한테 무력으로 진다? 그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아레스!"

하얀 벼락이 아레스를 삼키며 그대로 소멸 시킨다.

완벽한 신살까진 아니었지만 저 정도면 몇백 년 동안은 얌전히 회복만 해야 될 게 확실했다.

'우릴 속였어?'

일부러 약한 척해서 내가 도와줄 생각조차 잊게 만들고 있다가 빈틈을 이용할 줄이야.

신들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인간은 대체 어디까지 성장을 했단 말인가.

'감상은 끝이야.'

아무리 인간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게 맞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지만.

눈앞에 아레스가 저렇게 사라지는 꼴을 본 이상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애초에 백태양만 잡으면 일차적인 목표는 끝이기도 했고 말이다.

타닷.

가볍게 발을 움직였을 뿐인데 시야가 바뀌고 몸은 백태양 앞으로 이동한다.

'왜 웃고 있는 거지?'

불쾌했다.

아무리 인간을 좋아한다지만 저런 태도는 옳지 않았다.

신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경배와 존경은 해야 하는 게 옳거늘.

백태양의 예의범절도 다 뜯어 고칠 생각으로 검을 휘두르는 아테나는.

퍽!

그대로 복부에 주먹을 너무 쉽게 허용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어?"

경악하는 아테나의 귓가에.

"너 처녀잖아."

백태양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처녀는 날 이길 수 없어."

아테나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아테나의 정신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처녀막은 이 상황을 완벽히 인지했다.

'도망쳐!'

처녀성의 외침을 애석하게도 아테나는 듣지 못 했다.

백태양의 시간이 시작 될 차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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