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37화 (237/325)

〈 237화 〉 거짓말 탐지

* * *

(리리엘)

>오늘 시간 돼?

>그럼 내일 만날 수 있을까?

귀국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건 리리엘한테 메시지를 보내는 거였다.

'이번에 그녀랑 관계 된 게 많네.'

김민수를 잡으러 갔는데 연결점이 생긴 건 리리엘이라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메르피와 리리엘이 정말로 성적으로 연결된 게 맞는지'였다.

메르피랑 그 정도로 살을 섞었는데 리리엘한테 아무 반응이 없다는 건 뭔가 너무 수상했다.

'그 정도로 격하게 했는데... 보통 신호가 와야 정상 아냐?'

먼저 연락을 했음에도 그런 기색은커녕 너무 태연하게 연락을 받다니.

처음에 리리엘이 말했던 성검과 육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성검을 사용했을 때 힘 소모에 대해서도 물어볼 게 많았다.

'어떻게 보면 리리엘의 힘을 사용 했지만 사용한 게 아닌 거로 볼 수도 있으니까.'

백태양의 설명을 보면 사랑을 나눈 여인의 메인 스킬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럼 내가 성검의 힘을 쓴 건 리리엘의 힘이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쓴 게 되니 그녀한테 부담이 없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계 회담도 알고 있으면 물어보는 게 좋고 말이야.'

난 그 생각을 끝으로 전용기에서 내 짐을 하나씩 챙겼다.

예전엔 멜라니가 챙겨 준 침대 만한 무기 케이스가 있어서 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인간이 만들어 준 무기보다 곤봉의 효율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내구성도 차원이 다르고.'

실제로 백두산에 가기 전에 몇 번 연습용으로 카이반 시리즈를 사용해 본 결과.

마족화한 상태에서 무기를 쥐자 과자가 부서지듯 쉽게 으스러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력의 한계와 한계 없이 강해지고 있는 내 성장 사이에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대로 바로 집 가십니까?"

"네 그럴 것 같습니다. 어차피 기자 회견도 나갈 생각이 없는지라."

"진짜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다들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인 우리가 아는데요 뭘."

전 온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난 그 말을 끝으로 바로 로시난테를 소환했다.

강태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뒤로 멀찍이 떨어져 고개를 푹 숙였다.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진짜 너무 사람을 극진하게 대접한다니까.

부릉 부릉 부아아아아아아아앙!

[로시난테 소환! 안전 운전하세요!]

아주 오랜만에 소환해서 그런지 로시난테는 거친 배기음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어차피 입국 절차도 이미 전용기 앞에서 다 처리가 됐으니 이대로 나가도 상관없었다.

굳이 공항이 만들어둔 출입구 쪽으로 나가 기자들한테 휩싸일 고생은 사서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나 또한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 바로 풀엑셀을 땡겼다.

높게 치솟는 앞바퀴와 미친 듯이 전진하는 뒷바퀴.

충분한 도움 닫기 거리를 확보한 후 그대로 공항에 쳐진 벽을 뛰어넘었다.

'얼마 만에 집이냐.'

일단 빨리 집에 가서 침대에 눕고 싶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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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백태양과 연락을 끝낸 리리엘은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전에 당연히 준비물을 챙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페르쿠스! 페르쿠스! 도움! 도움!"

"예 성녀님 무슨 일이십니까!"

남들이 볼 땐 위엄 있고 기품이 깃든 교황이었으나 리리엘한텐 그저 아빠 같은 존재일 뿐.

자비로운 성품을 가진 교황이 성녀의 방 안을 헐레벌떡 들어올 거라고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페르쿠스는 리리엘의 부름에 급하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페르쿠스! 왜 바로 가려는 거예요! 지금 딱 봐도 도움이 필요해 보이잖아요!"

"...옷을 이렇게 다 꺼내 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청소를 도와달라는 말이지 않습니까?"

이제 그런 건 좀 제발 혼자서 하세요. 나이가 벌써 스물 몇 개인데 참.

페르쿠스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리리엘을 노려봤다.

하지만 저 눈빛에 질 리리엘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주 당당하게 몸을 쫙 피고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것 말고도 내일 제가 용사님네에 입고 갈 옷도 같이 결정해 달라는 거였어요."

"태양 씨네 말입니까? 거긴 왜 가는 겁니까.

"그...그건 당연히 성검에 관한 뭐 그런 걸 묻는 거 아니겠어요? 아무래도 저랑 용사님은 그... 성검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요."

리리엘은 성검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단 거짓말을 백태양에게만 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모를 테니까'라는 마음으로 페르쿠스에게도 말했고, 이는 아주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고 리리엘은 생각했다.

절대 이상한 게 아니고 성검에 관한 아주 건설적인 이야기하러 가는 거고, 사심은 하나도 없다.

이걸 대변해주기엔 성검만한 핑계가 없었다.

'페르쿠스도 내가 이 정도로 건설적인 판단을 내릴 줄 몰랐겠지.'

그러나 페르쿠스는 그녀가 혼자서 남자 집에 간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이미 속으로 경악하는 상태였다.

리리엘이 페르쿠스를 아빠라고 생각하듯 페르쿠스도 리리엘을 딸이라고 생각하는바.

또한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익명으로 파파더에 가입한 상태였다.

파파더에 가입함으로 딸 키우는 아빠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페르쿠스.

그는 얼마 전 1급 헌터 유민혁의 고민 글을 읽으며 이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었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이 상황은 리리엘이 아무리 부정해도 '남자 친구 집에 가기 위해 꾸미는 여자 친구'의 모습이었다.

그건 즉 그 안에서 어떤 야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렇다고 집으로 가는걸 막거나 하진 않을 테지만 최소한의 대비는 할 수 있을 터.

'만약의 사건을 대비해서 코,콘돔을... 아냐 이건 안 돼 상황을 아예 그쪽으로 흘러가게 할 수도 있다.'

페르쿠스는 두뇌를 최대한 회전시켜 그녀가 백태양 집에 가더라도 멀쩡하게 올 수 있을 방법을 고민했다.

"...알겠습니다. 성녀님, 그럼 지금부터 제가 아주 최고의 코디를 추천해드릴 테니 이대로 입고 가셔야 합니다."

"...? 뭐 근데 그 말을 하는데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지어요."

"큼흠, 그만큼 저도 그 두 분의 관계에 아주 진심이란 거 아니겠습니까?"

"관계는요 무슨 뭐 저, 저희가 그런 사이가 될... 뭐 그런 건 아니니까요!"

리리엘의 말에 페르쿠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옷을 골랐다.

반드시 안전하게 그녀를 귀가시키리라.

딸을 가진 아빠는 필사의 각오를 다졌다.

++++++++++++++++

"안 더워?"

"조금 덥긴 한데 괜찮아요."

리리엘이 집으로 오기로 한 날 당일.

난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날씨는 7월.

찌는 듯한 무더위와 장마철 바로 직전으로 습해진 날씨로 인해 밖은 사우나 그 자체였다.

'저러고 온 거야?'

리리엘은 그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꽁꽁 싸맨 복장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공기 한 점 통하지 않아 보이는 수녀복과 얼굴을 완전히 가린 면사포.

발목보다 조금 더 올라온 부츠와 면장갑까지.

아무리 차를 타고 왔고 고급 소재여서 통풍이 잘 된다고 해도 이건 너무 과한 수준이었다.

"일단 들어와 덥겠다."

"사실 조금 더웠어요."

리리엘은 문 안으로 쏙 들어오자마자 부츠를 벗고 가장 먼저 면사포부터 벗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후 에어컨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수녀복 단추를 풀며 살갗을 조금 드러냈다.

"페르쿠스가 이렇게 입는 게 좋다고 해서 입었는데, 좋긴 한데 더운 것도 있네요."

"아... 그래? 어쩐지 예쁘더라."

"그쵸? 페르쿠스가 센스가 좋다니까요."

환하게 웃는 리리엘의 말에 차마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남자한테서 완전 보호하기 위해 인간 콘돔룩을 입힌 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싫어한다면 모를까 저렇게 환하게 웃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갈아입을 옷 줄까?"

"음... 아뇨, 괜찮은 것 같아요."

근데 페르쿠스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사람은 옷을 처음 그 상태 그대로 냅두지 않는다는 거다.

더우면 옷도 조금 내리고 치마도 걷어올린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이렇게 하면...시원 하거든요."

리리엘은 소파에 푹 기대고 앉아 치마는 걷어 올리고 옷 단추는 쇄골까지 풀어 내렸다.

송골송골 맺힌 땀이 쇄골에 고이는 게 보일 정도로 더워 보이는구만, 괜찮기는 무슨.

"뭐 마실 거 줄까?"

"아뇨 괜찮아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으시면 바로 말씀하셔도 돼요."

저 그렇게 많이 배려 안 해주셔도 돼요.

화사하게 웃는 리리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난 바로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넵, 편하게 말하세요."

잠시 말을 멈춰 집중하게 만든 후.

난 입을 천천히 열었다.

"내가 성검 봉인을 풀었거든."

"정말요?"

"응."

인벤토리를 열어서 돌덩이에서 쑥 빠진 성검의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정타.

"근데 정말 성검이랑 몸이 이어져 있는 거 맞아?"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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