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왜 그렇게 심각해 민수야
* * *
김민수의 얼굴이 보인다.
흔들리는 동공이 보이고 부들부들 떨리는 턱과 목이 눈에 들어온다.
핏발 선 눈과 꽉 깨문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침까지.
'좋네.'
순식간에 알림창이 시야를 가리며 두 번째 분기점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창문 밖의 민수는 뭐라 뭐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방음이 철저한 연구실은 정말 얇은 창문 하나로 들어오려는 소리조차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태야으..."
"응?"
"나...입 맞춰...저흣...어어..."
난 민수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혜미와 혀를 섞어갔다.
뚝 뚝 바닥에 떨어지는 타액.
찌걱거리며 계속 뒤엉키는 다리.
내가 존재함으로 김민수는 '절대로' 누릴 수 없는 것들.
'슬슬 혜미도 힘들어 보이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을 꽉 잡고 있던 손과 발이 점점 늘어지는 게 보였다.
슬슬 끝을 낼 때가 다가온 걸 직감해 난 몸을 더 거세게 놀렸다.
찌걱찌걱 찌걱.
"핫...으흐...나...앗...프...아...안에...."
"응?"
"안에...자궁 안에...싸주흣...으...에여..."
자기도 슬슬 지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그녀는 없는 힘까지 모조리 끌어올려서 내 몸에 착 달라붙었다.
처녀 보지가 좆 뿌리까지 모조리 삼키고는 움직이지도 않고 오물오물 좆대를 빨아댄다.
"사랑해."
"나..나도...흣...으..."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자궁에 정액을 밀어 넣는다.
울컥울컥하는 좆대가 꿈틀거리고 보지 안에 백탁액을 가득 채운다.
'잘 보고 있네.'
혜미의 몸을 보여주긴 싫었기에 오로지 딱 김민수의 시야엔 그녀의 등만 보일 거다.
그녀의 등과 간헐적으로 가랑이 사이에서 떨어지는 정액.
오로지 그 두 개만이 놈의 시야를 장악한다.
"하읏...흐아...응...읍...흐으..."
그녀는 길고 얇은 신음을 쭉 뱉어내며 천천히 내 몸에 몸을 기댔다.
축 늘어지듯이 쓰러지는 그녀를 부드럽게 잡아 연구실 침대에 눕힌다.
[뒤처리 발동! 모든 흔적을 말끔히 정리합니다!]
스킬을 발동해 연구실에 있는 모든 흔적을 깔끔하게 치운 뒤 옷을 챙겨입었다.
'이제 나가야겠다.'
그녀는 이제 뭘 더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침대에 눕히자마자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자는 류혜미.
'정보는 다 나중에 봐야겠네.'
류혜미의 처녀를 따서 메인 스킬 정보가 갱신 됐다는 알림창부터.
처녀 폭격기가 발동 했다는 것과 NTL 퀘스트의 두 번째 분기점을 맞이했다는 메시지까지.
수많은 알림들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마음 같아선 지금 하나하나 열어 보며 즐거운 보상 시간을 맞이하고 싶었으나.
눈물 콧물 침 가리지 않고 줄줄 쏟아 내며 소리치고 있는 민수가 날 더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다.
딸각.
민수를 맞이하러 갈 차례였다.
'어우 문고리를 완전히 망가트렸었네.'
문을 닫은 후 바깥쪽의 문고리를 보니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김민수 정도의 신체 능력자라면 문을 뽑을 수도 있었을 텐데, 고작 한 최대한의 저항이 이 정도라니.
"왜 그렇게 심각해 민수야."
"...큽...흥...키흥...너...너 지금 혜미 누나랑 뭐 한 거야."
와 화가 많이 났네.
놈은 누가 봐도 '나 지금 굉장히 분노했어!'라는 걸 온몸으로 알리고 있었다.
빨간색으로 칠 된 얼굴과 부르르르 떨리는 덜 빠진 젖살까지.
안뚱땡이 보정 어플을 사용해서 셀카를 찍으면 저런 얼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 알잖아."
"똑바로 말햇!!!!"
화가 엄청 났네.
그래도 대화는 해야 되니까 잘 달래긴 해야지.
그런 생각하며 민수의 말에 답을 하려던 찰나.
놈의 착장이 내 눈에 쏙 들어왔다.
"아니 근데 민수야 너 무슨 그... 히어로 영화에 너무 과몰입한 거 아냐? 약간 복장이 지금 되게 우스꽝스러워."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백태양!!!"
"그게 아니라 지금 옷 꼬라지가 너무 웃겨서 그렇잖아... 맞춤 정장도 아니고 기성복 정장은 그... 야 너 바지 밑단 신발 뒷굼치에 씹힌다."
설마 올해의 유행 컬러가 퍼플이어서 보라색 정장을 사입은 거 아니겠지?
쇼핑몰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구입한 옷이 기성복 보라색 정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을 리가.
'진짠가 본데.'
김민수 표정을 보니 모든 게 예상이 갔다.
무슨 자기가 박쥐 영화에 나오는 광대도 아니고.
머리는 왜 올백이야.
"백태양! 마지막 경고야! 그간의 정 그리고 같이 게이트를 클리어한 추억! 그런 걸 봐서 모두 넘어갈 수 있어. 처음? 그래 처음은 감히 네가 내 여자를 건드린 것도 다 참아넘어갈 수 있어! 어차피 나 그렇게 막 유민이 좋아한 편은 아니었으니까! 근데 이건 아니야! 혜미 누나는 날 좋아하고 있었다고! 나도 그래서 뒤늦게나마 마음을 알아차리고 최고의 모습을 하고 고백하려고 한 건데! 네가 다 망친거야! 그러니까 말햬! 뭐 했냐고! 개소리하지말고! 똑바로 대답해!"
우다다다 쏟아지는 민수의 말을 들으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기 합리화 하나는 예술이라니까.
지적할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확실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단 하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모습은 최고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 민수야. 그... 아빠 정장 입은 것 같아. 풉...아 미안 내가 그 되도록 웃음을 참고 말하려고 했는데 이게 잘 안되네."
꼬라지가 보통 웃긴 게 아니어서, 이거 니 잘못도 있는 거다?
난 급하게 말을 마무리 지으며 입을 틀어막았다.
민수에겐 나름 굉장히 진지하고 진중한 상황일 텐데, 쉽사리 비웃는 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오버핏이 대세라고 했다고!"
쾅!
더 이상 분노를 주체하지 못 했는지, 민수는 여기가 아카데미 내부라는 것도 잊어먹고 나에게 돌진했다.
복도 바닥에 균열이 갈 정도로 강한 진각과 벌써 꿈틀거리는 왼쪽 어깨.
'일단은...'
빡!
시원하게 한 대 맞았다.
누가 봐도 김민수가 일방적으로 급발진해서 사람을 친 거라고 보일 수 있도록.
억울한 피해자가 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놈의 주먹이 얼굴에 닿기 전 미리 고개를 돌려 피해를 최소화했다.
'근데 바로 그냥 얼굴을 쳐 버리네.'
당연히 전력으로 친 주먹이었기에 피해를 최소화해도 타격이 엄청 났다.
밀려나지 않게 하체에 힘까지 줬는데 두 세 걸음 정도 몸이 밀릴 정도라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 이제 네가 얼마나 쓰레기 새낀지 잘 알았으니까!"
"아깐 묻는 말에 꼭 대답해 달라며."
"이젠 필요 없어! 생각이 바뀌었으니까!"
"나 혜미랑 섹스 했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민수는 거친 분노를 담은 함성을 토해냈다.
'근데 아무도 안 오네.'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질렀는데 교관은 커녕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딱 민수와 나 그리고 연구실 안의 류혜미.
이 셋을 제외하면 아무도 접근하지 못 하는 공간이 생긴 것처럼.
'아 이거 설마.'
내가 주인공의 각성을 위한 트리거가 된 건가?
실제로 함성을 지른 민수는 점점 기세가 올라가고 있었다.
왁스로 떡칠 된 머리가붕 뜨기 시작하면서 약간 만화 캐릭터 같기도 했다.
'초X이언...'
어느새 민수의 손엔 붓검까지 쥐어져 있었다.
절대로 대화로 끝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백태양! 참교육의 시간이다! 두 번 다시는 개 같은 짓거리를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민수야 근데 너 바지 사이에 앵무새 튀어나왔다."
"닥쳐!"
"아니 진짜로 궁금해서 그래, 바지는 큰데 왜 꼬툭튀가 그렇게 심하게 되는 거야. 설마 발기 했어?"
"닥치라고!"
쾅!
민수는 뒤로 잠깐 몸을 뺏다가 그 반동을 이용해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다.
찐따 용사와 구원 백태양.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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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쿠스! 페르쿠스!"
우당탕탕탕.
"부르셨습니까 성녀님!!!"
페르쿠스는 절박해 보이는 성녀의 부름에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어오며 바닥에 어질러진 게임기를 밟을 뻔했으나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위기를 모면했다.
'후, 이게 무슨 그 한정판이라고 했었지.'
밟으면 최소 두 시간 동안 이불 속에 들어가 꿍얼 거릴 아주 악독한 폭탄 스위치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페르쿠스는 일단 성녀의 주변을 재빠르게 살펴보며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성녀의 절박한 표정은 일단 무시하고 위험 요소의 유무를 모두 확인하고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
그때야 그는 성녀에게 말을 걸었다.
"음...왜 부르셨습니까?"
"제가 뭔가 지금 엄청 재미있는 걸 놓쳤다는 기분이 들어요."
"...예?"
"...제가 없는 공간에서 제가 꼭 있어야 할 일이 벌어지는 느낌...? 인생의 절반을 손해 봤다는 감각이 뒤통수를 때렸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페르쿠스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성녀를 내려다봤다.
'진짜 성녀만 아니었으면...'
쓴소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했을 텐데.
계급이 깡패였다.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 건지 저는 잘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신의 계시는 아닌데 신의 계시 같은 느낌이 드는...아...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시...신의 계시 말씀이십니까?!"
"네네!제가 꼭 반드시 직관 1열로 가서 모든 걸 눈에 담고 동영상에 찍고 인터넷에 뿌려야 할 만한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뭐라는 거야 또.
페르쿠스는 신의 계시라는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가 이어지는 뒷말에 다시 눈을 반 정도 감았다.
'신은 인성 면접을 보지 않고 성녀를 뽑았다는 내 가설이 더욱더 증명되는 순간이군.'
아무리 공평하다지만 너무 과한 블라인드 면접인 것 같습니다.
그는 그렇게 속으로 되내이며 성녀의 뜬구름 잡는 소리를 가만히 경청했다.
"제가 지금 당장 빅토리 아카데미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안 됩니다."
안 되는 건 확실하게 거절하며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