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태양아, 너 왜 목에 그렇게 진한 키스 마크가 있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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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의 딸 소유민.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수진이와 멜라니의 경우와는 다르게 집으로 무턱대고 찾아올 수 있는 여인이기 때문이다.
이미 몇 번 전적 또한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집으로 오는 건 최대한 막아야 했다.
만약에 그녀가 집에 왔을 때 춘향이 소환 된다면?
'집 안이 박살 날 수도 있다.'
춘향이는 맹목적으로 날 좋아하는 상태였고 그건 유민이도 마찬가지였다.
한 명은 소환수고 한 명은 계약으로 묶여 있는 관계였기에 굉장히 밀접한 사이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둘을 만나게 하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이것이 유민이를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이유였다.
상대적으로 멜라니와 수진이가 덜 중요하다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빨리 터지는 폭발물부터 처리하는 게 교과서적인 대처법일 뿐이다.
(소유민)
>유민아 나 그 보금자리몰에서 집 알아봐준다고 해서 그쪽으로 이미 결정 했어.
>그 기사가 글을 이상하게 써서 그래 원래 그럴 생각도 있었는데 그냥 내가
만나서?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만나면 여태까지 못 했던 만큼 섹스도 할 게 분명한데, 그때 동안 춘향이가 안 나타난다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
춘향이를 현현 시키지 않으려면 일단 얘랑도 한 판 해놔야 되는데 그럼 너무 과정이 복잡해졌다.
'춘향이랑 섹스하고 유민이랑 섹스하고... 집 이야기 달래고... 그래야 한다고?'
아무리 살 섞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무슨 자지에 지배 당한 숙주도 아니고.
나도 좋아야 하는 거지 무조건 봉사의 입장으로 좆을 놀리는 건 사양이었다.
(소유민)
>그렇긴 한데 지금은 학생이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같이 살면 내가 학업에 집중 못할 것 같아.
>당연히 아니지 근데 이제 아무래도 나도 떳떳한 사람돼서 다른 사람들 옆에 설 때 안 부끄러워지고 싶어.
어장을 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직접 감정을 전달하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거다.
로맨스 코미디 같은걸 보면 서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거의 사귀는 거나 다름없어지지 않는가?
그래서 늘 서로의 마음을 교환한 다음에도 '내가 고백할 때까지 기다려 줘...' 따위의 말을 하며 시간을 끄는 것이다.
보통 사귀면 이야기는 재미없어지는 게 보통이니까.
'순애물도 아니고 이게...'
하렘에서 갑자기 한 명만 마음을 터놓고 동거를 한다?
다른 히로인들을 모두 바보 만드는 꼴이었다.
그렇기에 김민수의 하렘 순애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유민이와 사귀고 있는 와중에 류혜미와 멜라니 그리고 앞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히로인들을 챙긴다?
상식적으로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전개가 펼쳐질 게 예상이 됐었다.
어쩌면 내가 개입함으로 인해 민수가 더 하렘 순애를 펼치기 쉬워진 걸 수도 있었다.
물론 쉬운 건 쉬운 거고 제대로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는 건 다른 이야기겠지만.
(소유민)
유민이의 아쉽다는 말을 끝으로 급한 불을 껐다고 생각했을 때.
불현듯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내가 왜 소환수 눈치 따위를 봐야 하지?'
예전에도 이런 경우가 한 번 있었다.
유민이에게 휘둘릴 뻔한 시절, 그때와 아주 상황이 유사했다.
'이런 건 내가 아니야.'
[성춘향을 소환합니다!]
유민이를 집에 불러서 대화하지 못 하는 이유.
이게 다 성춘향 때문이었다.
"나으리 어인 일로 갑자기... 저를... 역시 아무래도 나으리의 밤 시중을 들 상대가 저 말고는 생각나지 않았기에..."
"춘향아."
"네?"
왜 집 안이 박살 날 걸 걱정한단 말인가?
애초에 춘향이를 단단히 교육 시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였다.
'여자한테 휘둘리는 백태양'이라니 이 얼마나 웃긴 글인가.
알파메일은 여자한테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알파메일이었다.
"내 너를 각별히 여기는 건 맞지만 멋대로 현현하는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구나."
"나으리 그건 예전에도 한번 말씀하셨습니다 소녀 그 말을 듣고..."
"그래 그때도 분명 알겠다고 했지만 내 너를 어찌 믿을 수 있을까."
[강압 발동! 대상 성춘향]
보스 몬스터일 때의 춘향이는 내 능력을 저항 한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적이었던 존재가 동료가 되면 약해지는 건 클리셰 중에 클리셰인 바.
소환수가 된 춘향이는 내 강압을 견뎌낼 수 없었다.
또한 그녀가 원하는 마조히즘과 강압은 완전히 다른 쪽이었다.
그때도 내가 목을 조르면서 강압을 쓴 것이지, 강압 자체를 즐겨하지는 않았었다.
즉 지금 그녀는 굉장히 괴로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으리 어찌...갑자기..."
"나도 갑자기 생각 나서 그래. 솔직히 갑자기 현현하는 게 재미있는 것도 한두 번이지..."
사사건건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가 골이 아파와져서 말이야.
짤막하게 말을 내뱉은 뒤 바닥에 박혀 있는 춘향이를 내려다봤다.
내가 왜 캣파이트 같은걸 걱정하면서 여자를 만나고 꼬셔야 한단 말인가.
여자들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면서 누구 편들지 고민하는 겁쟁이가 되고 싶진 않았다.
나는 백태양이다.
"춘향아, 네가 섭섭지 않게 가끔은 놀아 줄 테니 멋대로 현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구나."
"...어...헙...네..헥...켁...나읏...리...저...수...숨이익..."
"역 소환."
[성춘향을 역 소환합니다!]
솔직히 강압 쓰고 몇 마디 했다고 효과가 완벽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예방 효과는 탁월할 게 분명했다.
나올 때마다 이런 취급받는 다는 걸 각인 시킨 이상 곱게 나오지는 못 할 터.
(소유민)
>그냥 만나는 건 어때?
>빨리 와.
봉사니 뭐니 처음에 웃기지도 않던 소리를 하던 내가 너무 쪽팔렸다.
언제부터 그런 거 따졌다고 재는 꼴이라니.
한동안 게이트에서 살다 보니까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보다.
'유민이랑 안 한 지도 체감상 꽤 오래 됐고...'
오랜만에 휴식이 찾아왔는 데 침대에서 혼자 뒹굴 거릴 생각만 했다니.
'섹스가 휴식이지.'
정신이 개운해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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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가 은근 또 짐승이라니까."
유민이는 오랜만에 꽃단장을 시작했다.
원더랜드 데이트 이후에 제대로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에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예정이었다.
최근 멜라니와 붙어 있는 것도 그렇고 2학년 선배 유수진? 이라고 했던가.
'인기가 너무 많다니까.'
잘생긴 건 알아가지고 불여시들이 아주 그냥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몸매면 몸매, 얼굴이면 얼굴, 능력이면 능력.
다 갖춘 남자를 갖고 싶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엄연히 순서가 존재하지 않겠는가?
'난 반장이기도 하니까.'
백태양이가 전학생으로 온 첫날부터 살을 섞은 게 누구?
'바로 나.'
절대신뢰계약을 통해서 끈끈한 인연으로 묶인 게 누구?
'그것도 나지.'
유민이는 여러 생각 끝에 본처는 오직 자신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러한 이유 뿐만이 아니라 몇 가지가 더 있긴 했다.
'날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민수랑 헤어지게끔 유도까지 했겠어.'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면서 뭘 입을 지 진지하게 고민 했다.
동거를 하지 못한다는 건 아쉽지만, 만약 오늘같이 진한 밤을 보낸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날도 좀 풀리고 있기도 하니까 슬슬 노출을 해도 된다고 판단해 옷장을 활짝 열었다.
살구색 시스루에 검은색 브래지어를 입어서 보일 듯 말 듯 한 연출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기에 짧은 청바지... 그리고 얇은 카디건 하나.'
붉은 머리칼이 일렁거리며 불꽃처럼 오늘의 결심을 보이었다.
속옷이 위아래 깔맞춤인지 아닌지까지 확인을 끝낸 유민은 방 밖을 나섰다.
'오늘 아주 그냥 혼을 쏙 빼놔야지!'
(소유민)
>응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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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됐지?
분명 춘향이한테 엄포를 하고 멋대로 현현하지 말라고 한 것까진 좋았다.
그 후에 유민이를 불러서 질펀한 섹스하면서 휴식을 할 계획을 짠 것까지도 완벽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태양아, 너 왜 목에 그렇게 진한 키스 마크가 있어? 누구야?"
게이트를 가기 전 수진이가 남겼던 키스 마크가 아직도 남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울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게 핑계라면 핑계였다.
'파스라도 붙여놔야 했는데...'
춘향이가 스킬을 쓰지 않았는데도 주위가 얼어 붙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왜 말을 똑바로 못 해, 그 자국 누가 만든 거냐니까? 말해 봐. 나 진짜 화 안 났으니까 괜찮다니까? 나 진짜 관대해."
자각하지 못 하는 건가?
유민이는 지금 머리카락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타오를 듯한 눈동자와 불처럼 타오르는 머리카락까지.
'침착하게 대처 해야 한다.'
차라리 나를 두고 싸우는 캣파이트를 볼 걸 그랬나.
후회가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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