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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6화 (16/325)

〈 16화 〉 수진이와 데이트(1)

* * *

교복 데이트를 나이 먹고 하면 굉장히 쪽팔린 경우가 많다.

게다가 상대방도 교복을 맞춰서 입은 것도 아니었고, 놀이공원 같은 특수한 장소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근데 빅토리 아카데미의 교복이라면 쪽팔려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었다.

아카데미 내에서나 아직 힘의 사용이 미숙하다는 취급을 받을 뿐, 일반인 눈에는 다 똑같은 각성자였다.

1% 아카데미의 생도가 식당에 있다는 건 저절로 범죄가 억제 된다는 거였다.

일반 대학생들이 학교 잠바를 입고 다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우였으며 경찰 제복의 느낌이었다.

또한 각성자들은 보통 사복 차림이기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지만 생도의 교복은 누구든지 알 수 있었다.

알려져서 얻을 수 있는 이점? 당연히 있었다.

"이건 서비스 입니다."

"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도가 교복을 입고 돌아 다닌다? 그건 아니었다.

인식이 좋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행동하면 순식간에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생도들은 되도록 교복을 입는 걸 지양했고, 나는 어쩔 수 없는 경우였다.

"옷 없는 게 이런 부분에서는 좋다, 그치?"

"그러게요,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등갈비 폭립이 서비스로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야말로 파격적인 대우였다.

자정 작용으로 외부 활동 시 교복 착용 지양 건의가 나오지 않았다면 악용하는 생도가 나올 법도 했다.

"먹고 옷 바로 사러 갈 거야?"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우물거리면서 말하는 게 귀여웠다.

볼도 빵빵하고 얼굴도 강아지상이고 청순 가련한 이미지에...

나열하자면 끝도 없었다.

정말로 봄 같은 여자였다.

이런 사소한 부분조차 매력이 터져 나오는데, 왜 그때는 그렇게 급하게 떡부터 쳤을까.

"아무래도 그렇죠? 누나만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으면 미안 하잖아요."

단 한 번도 데이트를 나갈 때 츄리닝을 입어 본 적이 없었다.

늘 약속 시간 세 시간 전에 기상해서 풀세팅을 하는 게 의무였는데.

교복 취급이 좋아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민수한테 연락해서 옷을 빌릴 뻔했다.

김민수의 패션 감각? 그냥 안 봐도 비디오였다.

"뭘 그런 것까지 그래... 난 정말 교복도 괜찮은데..."

처음에는 분명 옷도 골라준다고 했는데, 이게 수진이 나름의 배려구나 싶었다.

교복도 정말로 괜찮으니까 상관없다는 상냥한 마음씨.

감동이었다.

"아니예요, 데이트 오늘이 마지막도 아닌데 맨날 교복일 수는 없잖아요."

"그, 그렇지... 마지막 데이트...아니니까..."

그리 말하면서 폭립을 쏙 넣는데, 입을 크게 벌릴 때 아픈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 부분은 정말로 미안 했다. 입이 찢어져서 아픈 원인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펠라 청소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펠라 청소를 안 받아본 적이 없으므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건 받아야 했다.

스테이크는 딱 한입에 먹기 편하게 잘라줬는데, 그게 좋은지 또 배시시 웃는다.

식탁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로 봐선 아마도 발을 기분 좋게 흔들고 있을 터였다.

"반 애들이랑은 좀 친해졌어?"

"그...렇죠?"

자연스럽게 말했어야 하는데 실패했다.

전학 온 첫날 생긴 같은 반 친구라곤 딱 둘인데, 그 둘은 사귀고 있고 난 그 둘의 사이를 찢었다.

이걸 친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전 누나랑 제일 친할걸요?"

"아까부터 느꼈던 건데 오늘 하루 종일 기분 좋은 말만 할 거야?"

새삼 연애 경험 없는 게 티가 났다.

몇 마디 했다고 얼굴이 발개지는 점이나 금방 기뻐하는 점, 정말로 다루기 어려운 유리공예를 보는 기분이다.

정말로 예쁘지만 조금만 건드려도 깨질 지도 모른다.

'근데 생각해 보면 첫 만남에 들박을 그렇게 했는데...'

유리공예도 유리공예 나름인가?

"저 원래 예쁜 사람한테 이래요."

"그렇구나..."

대답을 듣자마자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분명 식당 때 유민이의 얼굴을 봐서 그런 거겠지?

불편한 기억은 빨리 사라지게 만드는 게 옳았다.

"누나, 아 하세요 아."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아직도 지글지글한 철판 위에 있는 양고기 스테이크를 큐브 모양으로 자른다.

그 위에 머스타드 소스를 살짝 발라 준 뒤 입가에 내민다.

보통 이런 건 상남자 규율에 어긋나기 때문에 잘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걸 해 무슨... 부끄럽게..."

말은 싫다고 하는데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포크를 입안에 쏙 넣는데, 효과가 아주 훌륭했다.

"사진 찍을까요?"

1차 공격으로 끝나면 안 되고 최소한 2차까지는 가줘야 불편한 상상을 완전히 흩어지게 할 수 있다.

여기선 자연스럽게 남친짤, 여친짤 느낌으로 접근하면 성공인데…‥, 수진이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아까보다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급기야 몸을 살짝 숙여 작게 말했다.

"지금 여기서...?"

사진 찍자는 게 그렇게 이상한 건가? 사진 찍는 걸 혹시 싫어하나?

"누나 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찍지 말까요...?"

"아니 그... 사람도 너무 많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기엔 너무..."

아, 이거 설마.

급하게 말을 하려고 했는데 수진의 말이 먼저 이어졌다.

"시,싫다는 건 아닌데... 갑자기 태,양이 거 무는 게 긴장돼서..."

와 진짜 예상했던 게 맞구나.

제일 처음 사진 찍은 게 치즈샷이어서 그런지 당연히 그쪽으로 연상이 가는 건 이해가 됐다.

근데 내가 아무 곳에서나 그런 치즈샷을 요구할 정도로 발정 난 놈은 아니었다.

"아니예요 누나, 그냥, 그냥 사진이요. 왜 식당에서 서로 찍어 주고 그러잖아요."

"아, 아 그 나는, 그..."

"알아요, 무슨 말하고 싶은 지 다 아니까 진정하고 밥 마저 먹어요..."

가만히 냅뒀다간 우왕좌왕 할지도 몰라서 얼른 입에 고기를 하나 더 썰어 넣었다.

나 이런 이미지였구나.

퀘스트가 시켰다 해도 치즈샷은 내 자의였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밥도 거의 다 먹어가니까 사진은 나중에 스티커 사진으로 찍을까요?"

입안에 아직 고기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볼을 열심히 움직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스티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멀리 갈 필요 없이 근처를 돌아다니면 금방 나온다.

빅토리 아카데미가 워낙 커서 그런지 그 인근은 엄청난 번화가였다.

가게가 다 흩어져 있는 게 아니라 건물 하나하나에 모두 뭉친 방식이었다.

상권이 거대하다는 표현이 딱 알맞을 정도였는데, 신X계나 X데타워급 건물이 자기 브랜드를 내세우며 우뚝 솟아올라 있었다.

건물 하나에 데이트 코스가 다 들어가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숙박 업소까지 있으면 말 다 한 거 아닐까.

"입맛에는 맞으셨나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주방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위생에 얼마나 진심인지 머리칼이 하나도 없었다.

"아, 네 아주 좋네요."

왜 갑자기 왔지? 의문이 들었지만 서비스로 폭립까지 먹은 지라 매몰차게 대할 수도 없었다.

"사실 저희가 개업한 지가 얼마 안 됐는데... 생도분이 오신 게 처음인지라... 사진 한 장 남겨도 될까요?"

빅토리 생도는 엄연히 따지면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취급은 비슷했다.

유명세도 엄청나고 졸업만 해도 수많은 길드에서 스카웃 제의가 쏟아진다.

등수가 꼴등이어도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인생은 보장된 거였다.

즉 유명인이 될 기회가 높다는 거고, 가게 처지에서는 생도한테 폭립 정도의 투자로 가게에 흔적을 남긴다면 큰 이득이겠지.

아까부터 눈치를 계속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식사도 거의 마무리 됐고 대화가 잠깐 끊긴 그 시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거 보면 무조건이었다.

"네, 네 그럼요 돼요. 가까이 붙어서 찍을까요?"

조금 전에 사진 이야기를 만회하려는 듯 적극적인 수진이의 모습에 미소가 그려진다.

"아닙니다. 그렇게 불편하게 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식사 하시는 장면 한 컷만 담겠습니다."

식사하는 장면이라……

이왕 찍을 거면 그래도 달달하게 남기는 게 좋겠지?

"누나, 아 하세요."

이렇게 찍을 거다라고 신호를 보낸 뒤 수진이에게 포크를 내밀었다.

덥썩 무는 소리와 함께 찰칵 거리는 소리가 난다.

연이어서 두 번 터졌는데, 폴라로이드 카메라여서 한 장은 우리에게 나눠줬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가게를 나오는데 옆에서 계속 팔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 한 장이 뭐가 그리 좋은지 빨리 인화 되길 바라며 계속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요?"

"응! 근데 이건 아까 사진 찍기로 했던 그거랑 다른 거다? 스티커 사진도 찍어야돼, 알지?"

저 작은 입을 우물거리면서 말하는데 진짜 공공장소만 아니었으면 바로 뽀뽀였다.

"알죠, 알죠. 옷 사고 스티커 사진 바로 찍어요."

"헤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우리 똑같네."

오늘 데이트는 안 봐도 순항이었다.

'옷 갈아입고 오락실 대충 들렀다가... 바로 떡이나 치러 가야겠다.'

솔직히 하얀색 속옷에 허벅지 스타킹? 빨리 벗겨보고 싶었다.

원피스도 벗기지 말고 무조건 입힌 채로 해야지

띠링!

그때 데이트 순항이 마음에 안 드는 지 퀘스트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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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게이트를 거치지 않은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클리어 조건 :: 몬스터를 모두 사냥하시오.(0/13)

기한 :: 지금 당장

보상 :: 존재감 1 / 페널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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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몬스터? 존재감?

처음 있는 경우였다.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을 때 허공이 갈라지더니 고블린들이 쏟아져 나왔다.

"꺄아아악!"

상황은 내가 대응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고블린은 순식간에 매장 복도에서 가구들을 부수고 있었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진다.

방금까지 웃고 있던 얼굴은 모두 비명으로 색칠 된다.

1분도 안 된 그 짧은 시간에 갑자기 일상이 망가진다.

괴물과 싸워야 한다고? 갑자기?

몸이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흩날리는 검은 머리칼, 펄럭이는 원피스, 수진이었다.

"태양아, 처음엔 다 그럴 수 있어, 너무 자책하지 마."

위로하는 따듯한 말과 함께 수진의 주먹에 검붉은빛이 모였다.

"최소출력 철혈"

고블린이 폭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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