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206화 (206/276)

<206화 >#206.집

“오빠.그거는조금 더 생각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오빠의 새집 마련 플랜에 나는 진지하게 반기를 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굳이?’라는 생각 밖에 나지 않던 까닭

이었다.

“아니. 근데 건축 공부 딙년쯤 하니까 죽기 전에 꼭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었

어.”

“너무충동적인 발상 아니냐고요.”

“원래 소설도 유치하고 급전개스러운 사이다물이 잘 팔리는 거라고.”

아파트와 빌라 등을 모조리 등지고 집을 직접 설계하겠다고 날뛰는 이

남자.

땅은 뭐 어디를 살 건지 알아보고나 그런 소리를 하고 있냐고 따지니 남편

은 이미 서울 변두리에 나온 작은 대지 매물들 답사를 완료하고 왔다고 했다

“나은아. 생각을 해 봐. 너 여태까지 교수님한테 당한 수모. 그대로 돌려줄

수 있다니까?”

오빠의 계획은 이러했다.

서울에 끝자락에 있는 값싼 땅을 사서 거기에 주택을 지어 네 식구가모두

살자는 것.

심지어 우리를 지도했던 교수님이 하시는 사무소에 가서 의뢰하자는 이

남자.

낭만이 야 있는 이 야기 라고 생 각은 했지만 리스크도 많은 행위 라고 생 각

했다.

“그거 나중에 처분하기도 어렵고, 오빠 같이 생활력 없는 사람이 주택 살

면 나만 고생할 걸요.”

“내 가 진짜 열심히 집 안일 할게 . 나도 시 키면 다 한다니까?”

“하아... 모르겠어요. 아니. 뭐 오빠가 번 돈이니까 내가 막 이래라저래라

하기도 그렇기는 한데, 주변 인프라도 생 각을 해 야죠.”

“어차피 나직장이 집이라위치는상관이 없대도.”

“우리 학교도 가야할 것 아니에요.”

지금이야 이러고 매일 집에 있다지만 우리 두 사람모두 아직은 1년 가량

학교를 통학해 야만 했다.

산꼭대 기 에 집 짓고 살면 나보고 거 기 서 학교 왔다 갔다 하라는 건가.

“걱정 마라.그때쯤 되면 내가 매일같이 너 차량으로 픽업해서 데려다줄

테니까.”

“아직차도 없으면서...”

“안온 거잖아. 저 바다 어딘가에서 들어오고 있겠지.”

면허를 취득한 오빠는 그 주 주말 바로 차량을 구매하러 나와 함께 매장

을 다녀온 상태 였다.

듣자하니 적어도 네 달은 잡아야 한다던데.

설명을 듣는 우리도꽤 긴 대기 시간에 사뭇 놀랐다.

“하아... 근데 설계도 설계지만 공사 기간도 생각을 해야죠.”

“6개월 컷 하자.”

“그러면 디자인이 엄청 빨리 나와야 될 것 같은데요? 허가랑?”

목조 주택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딙개월.

콘크리트 주택 같은 경우에는 7개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의자에서 일어나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다가오는 남편님.

“나진짜 기가막힌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너도 한번 들어봐.”

“말해봐요. 들어는 볼게.”

“그게 말이지...”

:k * *

철옹성과 같이 내 의견에 반대하는 나은이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

그건 바로 내 직업을 들먹이는 법이 었다.

아이들이 있는 공간에서 글을 쓰는 건 나에게도 애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강력하게 피력하자나은이의 고집이 서서히 꺾이는 것이 보였

다.

애시당초 나은이는 하얀 눈꽃님.

작가 한겨울의 사정에는 아직도 비교적 관대한 그녀였다.

따로 사무실이나 개인 작업실을 대여하는 것도 분명히 적지 않은 지출이

될 터이니 집 안에 워킹 스페이스를 만들고싶다는 것이 내가댄 이유.

그리고 내가제시한프로젝트는 하나가 더 있었는데, 나는 아무리 봐도 이

게 아내를 설득하는 데 더 혁혁한 공을 세우지 않았나 싶었다.

그건 바로...

“오빠. 이거와서 봐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나은이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주택을 이 리 저

리 돌려보고 있었다.

“여기 지하실 느낌은 이럴 거 같은데. 이거 맞아요?”

창문 하나 없어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방.

현재 우리 집에 있는 밀실보다는 두 배는 더 큰 사이즈에 나는 세차게 고

개를 흔들었다.

“척 하면 척이네. 애독자님 아니랄까봐.”

“근데 진짜 이거 이렇게만 나와 준다면 더할 나위 가 없을 것 같기는 하네

대부분 건축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실제 공사와는 결과물이

다른 경우가 허다했다.

음식점 메뉴판 속 작은 글씨로 적힌 [실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구와 같

은느낌?

“근데 어차피 지하라 밀폐된 공간이라조명만 신경 쓰면 될 것 같은데?”

“천장 구조나 층고에 따라 다를 것 같기는 한데요.”

“그건 이제 사무소 가서 이야기 해 봐야지.”

이런 사항들은 백날 우리끼리 떠들어봐야큰의미가 없었다.

우리가 졸업을 앞두고는 있었지만 실무 경험은 둘다 전무했으니까.

하물며 지금 평면을 짜고 있는 이 대지의 지반특성도 잘모르고 있던 우리

였다.

“그래서 이거 진짜로그교수님 사무실로들고 갈 거예요?”

“고객님 신분으로 가는데 혼내지는 않으시겠지.”

나은이는 여전히 내 말에 골치가 아팠는지 모르겠다는 웃음을 지었다.

“가끔씩 보면 오빠 진짜 또라이 같은 거 알아요?”

“그건 사실 너도 비슷한데.”

연애 초반에 내가 너를 보고 얼마나 많이 질겁했는지 본인은 알기나 할까.

그래도 요즘에는 아이 엄마가 되는 거에 집중해서 그런지 욕도 거의 안

하고, 이 런저런 교양을 쌓고 있는 나은이 었다.

그래도 그렇지 , 하루 종일 집 에 클래 식 곡을 틀어둔 날은 참기 어 렵 기 는 했

다.

“일단 나 내일 사무소에 전화나 해 보게.”

“우리 같이 갈 거죠?”

“당연하지. 나 혼자 보내 지 마. 무서워.”

일대 일로 들어가면 뭔가 결과물을 검사받는 설계시간 느낌 날 것 같은 느

낌이 물씬이었다.

기껏 돈을 내고 들어갔는데 회초리를 맞을 것 같은 분위기는 사양이 었다.

“알았어요. 그럼. 일단투라인으로 심플하게 그린 도면이랑 컨셉 정도만

설명 드리죠. 뭐.”

“제자 할인 이런거 없으려나.”

“오히려 건축과출신인 주제에 다른 건축가한테 집 맡긴다고 한소리 듣지

않을까요.”

몰라. 탈건할 건데 그런 게 어딨어.

“그쯤 되 면 교수님은 장사를 하기 싫은 게 아니실까.”

“굳이 우리 아니어도 장사잘되시는분들이기는 하죠. 일단이 어디다쓸

건지 지하실 물어보면 무슨 용도라고 둘러댈 건지나 생각해둬요.”

우리가 지금 컴퓨터로 만들어놓은 이미지 속은 영락없는 본디지 클럽이나

다름없었다.

야릇한 핑크색 조명이 내부를 비춰주고 있었으며 벽걸이에는 이런저런

灰앝 플레이용목걸이들이 걸려 있었다.

이 걸 그대로 들고 갈 수는 없는 상태.

“탁구장이라 할까?”

“폭만 보면 그럴싸하기는 한데 말이죠.”

“그럼 일단은 그런 걸로 하자.”

마우스를 잡고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본 나는 아기들의 방에서 화면을 멈

췄다.

“뭔 가 아가용 침대 두 개 나란히 있으니까 귀 엽다. 그치.”

“안그래도 이거는 안그래도 실제로 이렇게 생긴 물건 있어서 검색해놨거

든요?”

나은이는 가구 사이트 주소를 저장해놨는지 쇼핑창을 띄워 내게 보여줬

다.

“완전 예쁘죠.”

“그러게. 이거는꼭사자.”

“근데 사기 전에 일단은 집이 있어야 주문도 하죠.”

객관적으로 여러모로 시 기 가 빠듯하기는 하네.

“일단 내 일 상담 받아보고 정 안된다 싶으면 포기할게 .”

“그래요. 그럼.”

괜히 무리하게 계획을 시켰다가는 네 식구가 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을 것

만 같은 예감에 나는 고집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이 집도진짜나쁘지 않은데 말이지.”

여름이 다가오자 따사롭다 못해 조금은 뜨거운 햇빛이 책상을 반절정도

비춰주고 있었다.

지금은쓰고 있지 않은쇠로 된 자들과스케일들에 빛이 반사되어 쨍하게

빛났다.

“우리 둘이 살기에는 최고의 매물이기는 했죠.”

나은이가동의한다는듯이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넷이 살기에는좀 비좁아서 그렇지.”

“그때 이 집 말고 다른 집 계약했으면 이사 안했어도 괜찮았을까?”

“음... 아뇨? 그때 그집도방이 두 개인데 그렇게 크지는 않았잖아요.”

“어차피 이사는 가야하기는했네.”

물어줘 야 하는 계 약금이 상당하기는 했다.

본래 씁년 계 약으로 입주한 거 였지만 우리 가 이곳에 서 생활하게 될 기 간은

1년도채다지나지 않은시간.

“오빠 작업실도 따로 하려면 당연한 이야기죠.”

지금우리가설계해둔집에서 내 작업실은별도의 출입구가존재했다 .

한 집에 현관문이 두 개 있는 꼴이었는데, 후문으로 들어가면 내 작업실,

정면은 우리 가족이 살게 될 공간이 펼쳐지는 꼴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출입이 불가능하게끔 하게 만들어 둘 것이 었고, 나는 집

에서 집으로 출근하는 느낌으로 그곳에서 글을 쓰며 지낼 생각이었다.

“이제 너랑 이렇게 마주 보고 작업하는 건 어렵겠네.”

아마 우리 둘 중 한 명은 애들을 봐야할 것이니까 함께 작업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드리라.

“그래도 서로 다른 회사로 출근해서 저녁 때 보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건 그렇긴 해.”

“오빠. 탈건 실패했으면 야근하고 와서 나 얼굴도 못 봤을 걸요?”

“우와. 그건 진짜 우울한걸.”

집 에 돌아오니 애들과 애 엄 마 모두 자는 걸 지 켜 만 보다 다시 출근해 야 하

다니.

실제로 그런 직장인들이 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마음이 한

편이 쓰라렸다.

“그러니까 애들이 우리 만나러 오기 전까지 우리 오래오래 같이 보자고요.

자그마한 두 손바닥이 내 뺨을 감쌌다.

“코스튬들 버리기 전에 한번 씩 입어보고 버릴까하는데…

나는 나은이를 번쩍 안아들어 밀실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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