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91화 (91/276)

<91화 >#91.숙취

“야.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연참하라고오오! 이민호오오!”

나은이는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 쓸데없이 라임을 맞추고 있었다.

“네가 언제부터 내 소설을 봤다고 연참을 해라 마라야. 이년아.”

굳이 소설을 안 보는 사람이 나한테 연참 타령을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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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운에 탁해진 정신으로 열심히 추리를 해본다.

사실 나은이가 내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낌새를 보인 적은 이번만이 아니기

는 했다.

종종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얘기만 나오면 급발진 할 때도 있었고, 때로

는 뭔가 진짜로 제대로 읽어본 독자 같이 말할 때도 있었다.

내 가 몰아갈 때마다 요리조리 피하거나 변명을 했던 걸로 기 억하는데 ...

대놓고 물어보면 뭔가 화들짝 놀란 토끼 마냥 도망쳐버릴 것 같아서 나는

천천히 포위 망을 좁혀보고자 했다.

“내가연참하면 뭐가 좋은데?”

쨍.

그녀와 내 잔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청량한소리를 냈다.

그대로 풀잔을 한 번에 입에 털어넣는 나은이.

“퍄! 연참하면요? 연참하면 기분이가 좋죠!”

애 매한데... 연참을 하면 기분이 가 좋다니.

그녀가 독자라면 이것은 일반적 인 반응.

내 글에도 연참하라는 댓글은 매 회차마다 달려 있었다.

만약 나은이 가 독자가 아니라면 그냥 내가 돈을 더 벌어서 좋다는 소리 일

수도 있었다.

“왜 기분이가좋아요?”

나는 갑자기 티비에서 자주 나오는 아동 전문 상담가라도 된 기분이 었다.

“그건... 말이에요...”

헤 실헤실 웃던 나은이 가 의 자를 끌고서 내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쪽.

알코올 기운으로 둔해진 오감이 었으나 지금 나은이 가 무엇을 한 것인지

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볼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

고개를 돌리자그곳에는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는 내 여자친구가 있었다.

“비밀이지롱.”

와...이건...

24살이 이렇게 귀여워도되는 건가...?

방금 전까지 얘 가 독자인지 아닌지 마구마구 수사를 할 생 각이 었으나 그

녀의 서프라이즈 스킨쉽 한 번에 나는 입꼬리 가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

었다.

“아아〜 취한다〜”

그녀는 진짜로 좀 몸을 가누기 힘들었는지 그대로 내 어깨에 몸을 폭 기댔

다.

내 팔뚝이 질감좋은쿠션이라도되는지 그녀의 눈이 점점 감기는 것이 보

였다.

“야야. 한나은 일어나. 집 가서 자”

“오빠네 갈까?”

가끔씩 튀 어나오는 반말.

술을 잔뜩 먹고 스스럼없이 우리 집에 가자고 하는 여자친구는 너무 야했

다.

술을 좀 자주 먹자고 해볼까?

평소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나은이는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

지금 당장이 라도 그녀를 업 어 가서 침 대 위 에 눕히고 싶었지 만 오늘은 날

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너희 동네까지 와놓고 왜 우리 집에 가서 잔다는 거야. 나 계산하고올 테

니까 잠깐만 기 다려.”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마치고 오자 나은이는 헤롱헤롱한 표정으로 의 자

를 붙들고 있었다.

“야. 이리와.”

a

웅!”

쪼르르 내 옆으로 달려오는 나은이는 나무를 발견한 매미처럼 내게 착 달

라붙었다.

그래 도 다행 이 도 업 어줄 정 도까지 취 하지 는 않아서 다행 이 라는 생 각이

들었다.

나은이가 목에 하고 있는 붉은색 커플 목도리를 제대로 감아준 나는 그녀

를부축해서 나은이네 오피스텔 쪽으로 향했다.

“오빠.”

“왜:

“종강해써. 우리.”

종강이 퍽이나 좋았는지 그녀는 계속 종강종강 노래를 불러댔다.

다행이도 식당에서 집까지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우리는 금방 도착할수

있었다.

띠로리로리.

현관문이 열리자 나도 그제 야 긴장감을 내 려놓을 수 있었다.

“집이다아앙.”

신발을 벗자마자 방으로 뛰어들어간그녀는그대 로침대위로 다이 빙을

시전했다.

아직 코트도 안 벗고 가방도 메고 있는 상태.

“야야. 그대로자면 안돼. 편한 옷 갈아입고 자.”

이대로 내버려두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걸리지 않으리라.

“오빠가 벗겨줘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나은이는 내게 수발을 드는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에휴...”

한숨을 푹 내쉰 나는 그녀의 어깨에서 가방끈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야. 좀 일어나봐.”

술을 먹어서 그런지 물먹은 하마처럼 무거워진 나은이를 일으킨 나는 그

녀의 코트를 벗기기 시작했다.

안쪽에 입은 니트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후우... 그래.

나은이 가 가끔씩 가사를 해줬던 것을 생각한 나는 오늘이 야말로 보은의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억지로 침대 머리 맡으로 나은이를 일으킨 나는 다 죽어 가는 그녀에 게 양

팔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반 정도 밖에 올라가지 않았지 만 그게 어디 야.

나는 니트를 벗기고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풀때마다점점 더 살색의 면적이 늘어났다.

오늘의 나은이의 속옷 색은 민트색.

평소에는 도발적 인 색상만 보다가 이렇게 수수한 색을 보니 감회 가 새롭

다고해야 하나.

언제나 나한테 따먹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날에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속

옷만 입고 왔던 그녀였다.

지금 생 각해보니 참 지극정성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그냥오늘하자고하면 평범하게 할텐데 말이야.

나은이는 굳이굳이 심술이 잔뜩 난 나랑 기습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상의는 모두 해치운 나는 치마 단추를 풀었다.

은은하게 살이 보이는 스타킹이 자꾸 내 음심을 자극했다.

와인색 스커트가 살살살 매끈한 스타킹을 타고 내려왔다.

이제 남은 녀석은스타킹 뿐.

꿀꺽.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

맥없이 흐트러진 자세.

브레지어만 남은 상체.

그녀의 이불에서 나는 달콤한향기가 내 안에 야수를 일깨우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녀를 범하는 것은 아무리 여자친구라도 좀 아니지 않나 싶

었던 나는 대신 이 끓어오르는 욕구를 해소할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나은이의 스타킹을 쭈욱 내렸다.

아오. 머리 아파.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눈을 비빈 나는 천천히 어제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크리틱 받고 나와서 오빠랑 삼겹살을 먹던 것까지는 제대로 생 각났다.

근데 종강했다고 신나서 막 퍼마시다가...

어떻게 집에 들어왔더라?

모르겠네...

하지만 제대로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을 보면 아마 오빠가 고생해 준 것 같

았다.

내 핑크색 파자마는 어디서 찾았는지 나는 평소에 잘 때와 다름없는 모습

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아. 화장 안지우고 잤네.

하긴... 이것까지 오빠가 챙겨주기에는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

방문을 열고 나가자 소파에 서 드르렁 코를 골고 있는 오빠가 보였다.

차편이 끊겨서 여기서 자는 건지, 그냥 나 케어해주다가 지쳐서 뻗은 건지

는모르겠지만그냥 내 침대에서 같이 자지.

이불도 없이 자는 것을 보니까 뭔가 마음이 짠해졌다.

종강도 했겠다 그냥 자게 내버려 두자고 생각한 나는 커피포트에 물을 끓

이기 시작했다.

진짜 마감을 한 그날 당일은 너무 쉽 게 취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체력적으로 한계가온상태에서 음주를 하게 되면 평소의 반도못

마시는것 같달까.

물이 끓은 것을 확인한 나는 찬장에서 티팩을 꺼 냈다.

얼마 전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한 찻잔에다 물을 부은 나는 차가 잘

우러나기를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어제 무슨 얘기를했더라...

가만히 앉아서 어제 일을 떠올리고 있던 나는 내가 실언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참하라고오오]

...아.

알아차렸으려나? 알아차렸겠지 ?

제발 오빠가 나만큼 취해서 기억을 하지 못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그

럴 확률이 희 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진짜 오빠도 뒤졌다면 우리 두 사람은 무사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으리

라.

내 가 독자라는 것을 걸렸다고 생각하자 나는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

다는 생각에 벽에 머리를쿵쿵박았다.

“한나은. 이 븅신 같은지지배야.”

아... 뭐 라고 해 명하지 좥 이 번에 도 또 개 소리 하면 믿 어 주려 나?

어디까지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나서 변명을 뭐라고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 아아아아”

멘탈이 나가버린 나는 입에서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술 안마셔. 다시는 안마셔.

진짜 저놈의 소주가 뭐라고.

너무 분해서 발을 동동 구른 나는 김이 모락모락 피 어오르는 잔에 입을 가

져다 댔다.

은은한 자스민 향이 내 코를 간질였다.

한 모금 들이 키고 나니 두통이 좀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 이 었다.

하아... 오빠 일어나고 나서 이야기해 봐야겠다 싶었던 나는 어제 벗어둔

옷들을 정리하려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코트는 옷걸이에 걸려있었고 스타킹 이랑 니트는 빨아야 하는데...

빨래통에 잘 넣어뒀으려나 싶었던 나는 고개를 숙여 안쪽을 내 려다보았

다.

오.센스쟁이네. 여기까지 정리해주고말이야.

라고 생 각했던 그 순간이 었다.

...뭐야. 이건.

스타킹 에 묻은 희 끗희 끗한 자국.

정체를 알수 없는 자국이 묻어 있길래 빨래통에서 스타킹을 꺼내든 나는

제대로 확인을 해 보았다.

“…일어나! 이민호!”

...나를 안 쓰고 스타킹을 썼단 말이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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