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48화 (48/276)

<48화 >#48.순에

..좆됐다.

등골을 타고 느껴 지는 서늘한 느낌.

“어? 나은이네?”

같은 사람을 발견했지 만 전혀 다른 반응.

시은이는 반갑다는 듯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상식적으로 시은이의 반응이 조금 더 정상적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는

속으로는 그녀를 뜯어 말리 고 싶 었다.

아...제발...

이윽고 나은이는 우리 시야 밖으로 벗어나더니 카페 입구로 들어왔다.

“오. 아직도 팀플 준비 중이신 거예요?”

“응. 생각보다 자료 조사에 필요한 게 제법 되더라고.”

나은이 는 내 쪽은 쳐 다보지 도 않고 시 은이 와 대 화를 이 어 나갔다.

“밥은 먹고들 하고 있는 거예요?”

“응! 민호오빠가하진이네 밥집 데려가줬어!”

“아〜 오빠가〜 밥집을〜”

나은이의 입은 분명히 웃고 있었으나 눈빛은 싸늘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

다.

“응! 맛있더라! 너도 좋아해? 나은아?”

“그럼요〜 저도 거기 닭갈비 무척이나좋아한다고요!”

분명히 내용은 평범한 걸즈 토크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속은 점점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시은아.

내가 미안해.

제발그냥 발표 얘기만해줘...

“그래 좥 다음에 그럼 나랑 또 가자!”

“그래요!”

뭔가 영영 같이 가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약속을 들은 나는 애 써 딴짓

을 하는 척을 하며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민호 오빠.”

“네...가아니라. 왜.”

아.시발. 이민호 너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비굴하게 구냐고.

너 떳떳하잖아.

내 가 막말로 시은이랑 떡을 친것도 아니고 밥한 번 먹 었는데 이 렇게 까지

쫄아야 해?

한나은. 네가 뭔데.

“이따 제 설계 봐주기로 했잖아요. 언제 끝나나 싶어서요.”

...응?

내가 언제?

저런 약속을 했던가?

어 리 둥절한 표정 으로 서 있는 나은이 를 올려 다보자 그녀 는 친절하게 입 모

양으로 내 가 해 야 할 대 답을 알려주었다.

[말.들.어라.]

...네.

“아. 이거 음... 얼마나 걸리려나. 시은아.”

“음〜 빨리 끝내면 1시간? 안쪽이면 끝나지 않을까요?”

...그냥 1박 씁일 걸린다고 하면 안되려나.

“그럼 오빠끝내고 거기로와요! 언니 저 먼저 가볼게요!”

“응! 나은아! 연락해〜”

나은이 는 한 손으로 내 어깨를 꾸욱 한 번 주무르더 니 이 내 카페를 나갔다

허...

멀어져가는 나은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 었다.

...또 어딘가로 끌려가는 건가. 나는.

“오빠. 그럼 이제 마저 하죠!”

아무것도 모르는 시은이는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그래... 해야지...”

생각보다 너무 쉽게 나오는 자료들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빨리 끝내고 싶을 때는 더럽게 안 나오더니 왜 이럴 때만 이렇게 잘 나오는

거냐고.

위이이잉.

울리는 휴대폰.

[한나은]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메시지 창을 열었다.

[그거 끝나고 우리 집으로 와요.]

왜.]

[내일 학교에 노벨월드 한겨울 작가 이민호 선생님 플랜카드 붙고 싶지 않

으면 말듣죠?]

...시발.

“괜찮아요?”

내 안색이 급격히 안좋아지는것을 봤는지 시은이가걱정스럽다는 말투

로 내게 물었다.

“아. 별 일 아냐.”

“오빠. 지금 어디 죽으러 가는 사람 표정 같은데요.”

비슷하긴 해.

근데 죽기야 하겠니.

“에이...그런 것 아냐.슬슬 일어나자. 이 정도면 휘민이한테 보낼 것 충분

한 것같은데?”

“그렇기는 하네요. 이거 정리는 제가 마무리 할테니까 얼른 가봐요. 상태

안 좋아 보이는데.”

...그렇게 안좋아보이니?

“어.그럼 먼저 좀 가볼게. 미안하다. 시은아.”

“네.다음주에 봐요.”

카페를 벗어난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갔다.

나은이...

화난 것같은데...

그녀가 내게 아침에 해준 말을 떠올리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고백 이 라고 하기 에 는 여 러모로 어 폐 가 있기 는 했지 만 내 용은 나를

좋아한다고 하는 내용이 맞기는 했다.

근데 그런 내 가 바로 그 당일 다른 여 자애 랑 둘이 밥을 먹 었다고 함은... 음.

••

하지만 이쪽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과제를 위 한 만남이 었고 심 지 어 그 사실을 나은이도 알고 있었다.

나은이 가 내게 한 것이 고백 이 라고 전제 한다면 내 쪽도 그에 맞는 대 답을

해주는 것이 도리인 것 같기는 한데...

나는 나은이를 좋아... 하나...?

어 디 가서 말은 못하지 만 나는 순애 물을 무척 이 나 좋아하는 사람이 었다.

하렘 감금야설을 쓰는 작가가 뭔 개 소리 냐고 할 수도 있었지 만 나에 게도

연애에 대한로망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귀 여운 여자친구와 꽁냥꽁냥 썸도 타고, 서로 좋은 꿈 꾸라는 달달한

말도 해주고.

근데 나은이와그런 연애를한다는것이 뭔가잘상상이 가지 않았다.

내 자지를 물고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뿌듯해하는 나은이랑...?

내 가 읽어본 소설 속 순애물들의 전개와는 영 맞지 않는 듯한 느낌.

무릇 순애물이라 함은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어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연

인이 되어 결혼까지 골인하는 것이 정석.

차근차근 조금씩 관계 가 발전되 어 가는 것이 바로 순애물의 참된 맛이 었

다.

근데...이건...

나는그녀와의 첫 개인적인 만남에서 입에 자지를물렸으며 그녀와 나의

첫 경험은 강간이 었다.

울먹이는 그녀를 엎드리게 만들어놓고 나는 개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그런 우리가 정상적인 연애를 할수 있을까...

오히려 조금 전 시은이와 보낸 시간이 오히려 더 현실의 연애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같이 프로젝트 하면서 밥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실없는농담도하고.

•••

버스에 몸을 실은 나는 나은이와 나의 관계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을해봤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

그래.

나은이 말마따나 나는 그녀를 책임져야만했다.

나은이가 얼마나또라이 같은 년이든 그녀는 내 처음을 가져간 여자.

그리고 그녀가 내게 마음이 있고 그 이상의 관계로 나아갈 생각이 있다면

여기서 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은이의 머리에 풀려버린 나사는 내 가 조여 주면 되 겠지.

연인이라는 것은 원래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미덕 아니겠

냐고.

내가 누구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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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설 속에서는 히로인들 암컷 타락시키는 원툴이기는 했지만 뭐... 정

상인 개조도 마음만 먹으면 할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던전과도 같이 느껴지는 나은이의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띵동.

초인종을 누른 나는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들어와요.”

나은이 가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흰색 티셔츠. 검정 돌핀 팬츠.

딱 봐도 집 이 라 편한 복장을 하고 있는 나은이.

하지만나은이의 표정은 절대 나를 환영하는느낌이 아니었다.

“거기 앉아요.”

푹신한 쇼파에 몸을 기댄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제 가 오빠 왜 불렀을 것 같아요?”

...올 것이 왔군.

“내가시은이랑밥먹어서?”

“모쏠 새끼 치고는 나쁘지 않은 추측이네요.”

...야. 내 가 모쏠인 것은 맞지 만 병신은 아니 라고.

나은이의 머릿속에 모쏠은 아메바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하

는 말인가.

“제 가 오늘 말했죠. 저는 오빠가 너무 좋다고요.”

“그랬지.”

여기까지도 예상했던 범위 안.

“오. 대답 잘하네요? 근데 그걸 아는 사람이 그러셨다? 지금 나랑 장난해

요?”

나은이는 내 대답에 더 화가 났는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

다.

“나한테 고백 받고 딴 여자 앞에서 으헤헤 하고 실없이 웃고놀아요?”

“…안놀았어.”

“그럼 발표 내용이 그렇게 웃을 정도로 웃겼나 보죠?”

나한테 말할 틈을 주지도 않고 몰아붙이는 나은이.

“아냐. 안 그래도 나도 너한테 할 말 있어서 여기 온 거니까 잘 들어라.

한나은.”

“...말해 봐요.”

“나은아.”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난 내 가 그녀의 두 어깨를 양 손으로 붙잡았다.

“뭐...뭐에요. 갑자기.”

내 행동에 당황했는지 나은이가 말을 더듬었다.

후우...

내가 무척이나 진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전했다.

“너.내가제대로책임질게.”

그 순간 나은이의 얼굴에서 감출 수 없는 환희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저...정말로요?”

내 가 진지 하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그녀 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

다.

“응.정말로.”

갑자기 나은이 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여자친구가 되 어줘. 나은아.”

“오빠...”

나은이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꼭 순애물 같은 연애를 해보자.”

그 순간이었다.

나은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순애물이요?”

“응.순애.”

순애물의 뜻을 모르는 걸까. 나은이는?

하긴 웹소설 안 보면 모를지도...?

“순순히 애를 낳아라?”

나은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허...

역시 내가설명하는 편이...

나은이는 누가 개변태년 아니랄까봐.

본래의 정의를 역주행하는 나은이의 대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그럼 설마...!”

나은이의 얼굴에 경악에 물들었다.

...또 무슨 망측한 소리를 하려고 저러나 싶었던 나는 그녀의 대답에 멘탈

이 나가버릴 수밖에 없었다.

“순살... 애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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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나얘랑연애할수있을까.

슬며시 두 손을 자신의 엉덩이로 가져다대는 나은이의 모습에 나는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그거아니야. 미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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