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화 〉 엌! SSS급 그녀가 여기에?(2)
* * *
“오늘의 1위는 과연 누가 될까요! 떠오르는 신예 걸즈플라워! 아니면 국민남동생 박지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걸그룹 멤버 걸즈플라워 멤버들의 얼굴이 TV에서 클로즈업 된다. 물론 박지훈도 여자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민남동생이긴 하지만 요즘 걸즈 플라워의 기세가 무섭다고 들었다.
하지만 연예인에 대해 별로 관심은 없기 때문에, 그녀들의 얼굴은 모른다.
그런데 TV에 클로즈업 되는 얼굴을 보니.
정말 연예인 아이돌은 다르긴 다르구나.
아무리 설화가 대학교에서 여신으로 불릴 정도로 예쁘다고 하지만, 카메라 발 받고 소속사의 케어를 받는 연예인에게는 밀릴 수밖에 없다.
그저 감탄밖에 안 나올 정도로 천사처럼 예쁘고 완벽한 얼굴이다.
하지만 연예인은 연예인일 뿐.
나와는 상관이 없다.
지금 나의 관심은 오직 아무 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TV를 멍하니 보고 있는 형준이 어머니 뿐이다.
조심스럽게 형준이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뒤에서 그녀의 젖가슴을 꽈악 끌어안았다.
꽈악~!
탱글탱글~!
언제나 촉감이 살아있는 형준이 어머니의 젖가슴.
그런데!
오늘따라 형준이 어머니의 젖가슴이 평소보다 더 탱탱하고, 느낌이 좋다.
요즘 들어 형준이 어머니가 운동을 열심히 했나?
아니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젖가슴이 어려 질리는 없는.........없는데?
라고 생각하는데.
황당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형준이 어머니........가 아니라!
TV에 있어야 할 걸즈 플라워 멤버.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쁜 비쥬얼 센터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 * * *
TV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동적으로 1위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그녀가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다.
보석을 박아 놓은 듯이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에메랄드 눈동자.
맑고 깨끗한 하얀 피부와 브이 라인의 작은 얼굴.
오뚝한 코와 루비처럼 매혹적으로 빛나는 붉은 입술.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머리까지.
바로 눈앞에서 본 연예인은 TV 속 그녀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역시 걸그룹 아이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일반인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태어나길 인형처럼 완벽하게 태어난 미녀가 전문가의 관리까지 받고 있으니.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처럼 신비롭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하아........ 언제까지 더듬거리고 있을 건데?”
곧 이어 들리는 차가운 목소리.
앗! 그러고 보니 나는 이 연예인님을 형준이 어머니로 착각해서 젖가슴을 덥석 양손으로 쥐어버리고 말았지!
“죄, 죄송합니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계속해서 그녀의 탱글탱글하고 촉감 좋은 젖가슴을 농염하게 주무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철컹철컹~! 감옥에 가고 말겠지!
응? 그런데 생각해보니 보통 연예인이 가슴을 전혀 모르는 남자에게 만져진다면.
치한이야! 라고 소리부터 지르고 경찰에게 바로 신고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지금 내 눈 앞에서 무섭도록 아름다운 얼굴로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돌 연예인님은 너무나 차분하다.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지 모르겠는데. 제발 좀 나가 주라. 오랜만에 집에 와서 쉬고 있는 중이거든.”
마치 집까지 찾아온 사생팬을 대하 듯 자연스러운 목소리.
아! 그렇구나.
지금 이 곳은 남녀역전 세계.
젖가슴이 만져지는 것쯤이야,
언제나 팬들에게 둘러싸이는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건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나저나 방금 연예인님이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설마?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다른 차원에서 온 것 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바로 형준이 어머니의 둘 째 딸.
홍유정?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준비중이라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유명한 연예인이 되어 있을 줄이야.
물론 다른 차원에 있을 때의 얘기지만.
내가 중학교 때.
그리고 그녀가 고등학교 때는 잘 놀고 무서운 누나였는데.
일명 일진.
윽!!
아무리 여신같이 아름답고 매혹적이라고 해도 도망가야 한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그룹 아이돌 걸즈 플라워의 멤버에 형준이 어머니의 딸.
걸리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인이 아니다.
아무리 남녀역전 세계라 하더라도 연예인을 잘 못 건드렸다가는 정말 철컹철컹 쇠고랑을 찰 수도 있다.
거기다가 괜히 작업 잘 못 걸었다가 형준이 어머니에게 들키면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잘 피해 다니고 있지만, 얀데레 홍유리 누나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나는 정말로 죽은 목숨이다.
“아, 네!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재빨리 인사를 하고 후다닥~! 달려 나가려는데.
갑자기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던 유정 누나가 내 뒷덜미를 손으로 잡는다.
“잠깐!!!!”
“네???”
식은땀이 흐른다.
이렇게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형준이 어머니가 집에 오거나 유리 누나가 오기 전에 빨리 도망가야 한다.
“놓아주세요.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데 방해 안 할게요.”
“아니야. 생각이 바뀌었어. 잠시 앉아 봐.”
유정 누나가 나를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소파를 가리킨다.
그냥 도망가 버릴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받을 것이 뻔하다.
“알겠어요. 이거 놓아주세요. 그럼 아주 잠시만 있다 갈게요. 누나 방해하면 안 되니까요.”
내가 자리에 앉자 유정 누나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뭔가 긴장이 되면서 설렌다.
아니야! 정신 차려야해!
유정 누나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워낙에 무서운 누나로 유명했다.
남녀역전이 되기 전에도 무서운 누나였는데.
남녀가 역전이 된 세상에서의 그녀는 얼마나 잘 노는 여자였을까?
저 아름답고 신비로운 얼굴에 속으면 절대 안 된다.
“너. 이름이 뭐야? 우리 팬클럽 중에서 너 같은 애 본 적 없는데?”
“저, 저요? 저는 시원이요."
“시원이? 최시원? 김시원?”
“유시원이요.”
“흐음. 유시원이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유정누나가 아름다운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정말 무슨 사람이 이렇게 완벽하지?
얼굴과 피부, 몸매.
목소리까지.
유정 누나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저 천사 같은 외모에 속으면 안 된다.
“저....... 이제 가도 되죠? 시간도 늦었고. 오늘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도 있어서요. 놓치면 안 되거든요.”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
유정 누나의 눈빛이 묘하게 빛난다.
“설마 지금 나를 앞에 두고 축구 경기나 보러 집에 간다고 말하는 거야?”
말을 잘 못 했나 보다.
재빨리 수습해 본다.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실은 배가 고파서요. 저 하여간 가야 해요. 가, 갈게요!”
그래, 배가 고파서 간다는데 어쩌겠어.
원래 수면욕, 식욕, 성욕 중에서 수면욕 다음이 식욕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무리 나라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경국지색의 미인이 눈앞에 있다고 해도.
배고프다고 집에 간다고 하는데 어쩌겠어?
“하아. 지금 배가 고파서 집에 간다는 거지? 나를 앞에 두고.”
안 통하나?
이게?
어느 덧 그녀의 에메랄드 같이 파랗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한다.
“좋아. 배가 고프다니까.”
그, 그래! 역시 통할 줄 알았어!
“저, 그럼 이만 가 볼.........”
“나랑 점심 먹고 가. 안 그래도 나도 늦은 점심 먹을 참이었어. 설마 거절하진 않겠지?”
씨발.......
좆됐다.
제발 나 좀 보내줘!!!
* * * * *
잘 차려진 식탁.
얼떨결에 나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연예인 누나와 밥을 먹고 있다.
“그런데, 우리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 온 거야? 우 집 아는 사람은 걸즈 플라워 멤버들이랑 매니저 언니 밖에 없는데?”
막 잘 익은 김치를 집으려다가 내려놓고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냥 사실대로 형준이 어머니를 만나러 왔다고 말할까?
아니야. 그랬다가는 왜 형준이도 아니고 어머니를 만나러 왔냐고 캐물으면 어떡해?떡치러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아니면 지금은 유나가 되어버린 형준이를 보러 왔다고.........
아, 아니!
그것도 이상하잖아.
TV보고 있는 유정이 누나의 젖가슴을 꽈악 안아버렸는데.
이상한 오해라도 받으면 어떻게 해!
그리고 여자 유나가 되어버렸지만 녀석의 젖가슴을 만진다는 건 상상만으로 소름끼친다.
“너. 솔직히 말해. 나 만나려고 우리 집에 온 거 아니지?”
“저, 저기 그게.........”
역시 눈치가 빠른 유정이 누나.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리를 최대한 굴려 본다.
그러니까........ 앗! 있다.
벗어날 방법이.
딱 하나.
나는 들켜버려서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저기 실은 유정이 누나가 아니라 유리 누나를 보러 온 건데요.”
“뭐? 유리 언니를????”
유리누나라는 말이 나오자 유정이 누나의 눈빛이 달라졌다.
“네. 사실은 뒤에서 누나를 껴안은 것도. 유정이 누나가 유리누나인 줄 알고.......”
그제야 모든 사실을 이해했다는 듯이 유정이 누나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하아........ 이제 알겠네. 네가 바로 그 얼음처럼 차가운 유리년을 안달 나게 만든 남자구나. 형준이. 아니 유정이 친구. 유시원. 어쩐지 이름이 낯이 익더라........”
응? 자기 언니를 유리년이라고 부른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