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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98화 (198/370)

〈 198화 〉 세경이와 바닷가로 여름휴가(5)

* * *

“네? 어머님.”

세경이가 한효린을 바라보자, 그녀가 미소를 띠며 말한다.

“혹시 부산에 시원씨랑 같이 지낼 호텔은 예약 하셨나요?”

세경이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아직요. 가서 민박집 알아보려고요.”

“민박집이요? 뭐 젊어서 민박집도 괜찮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한효린이 나를 여러 감정이 섞인 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지금은 휴가철이기도 해서 방 구하기도 힘들고. 어때요? 우리 펜션에서 지내시는 게?”

“사모님 펜션에서요?”

“네. 어차피 시원씨가 우리 딸 친구. 선생님도 평소에 PT잘 가르쳐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세경이가 눈치를 보며 말한다.

“그, 그런데. 어머님 펜션이면. 숙박비는 어떻게···”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세경이.

돈은 없고 혈기만 왕성한 20살의 피트니스 센터 강사 세경이.

돈 걱정이 앞선다.

한효린이 입을 가리고 여유롭게 웃는다.

“돈은요. 무슨. 됐어요. 그럼 저 펜션에 전화 넣을게요. 그렇게 해요. 알았죠?”

“정말요!!!”

무료라는 말에 세경이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시원아. 고, 괜찮아? 우리 효린 어머님 펜션에서 숙박해도?”

하아····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지만, 지금 이 시기에 미리 예약안하고 방을 잡기는 어렵다.

거기다가 세경이가 이렇게 좋아하니.

“그래. 세경아. 그렇게 하자.”

기뻐하는 세경이를 위해 승낙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웬일로.

“엄마. 시원이랑 세경이도 우리 펜션에서 숙박하기로 한 거야? 잘됐다.”

반대 할 줄만 알았던 유설화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환영한다.

꾸욱­!

버튼을 눌러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한효린.

그녀가 전화 속 상대와 대화를 나눈다.

“네. 김실장님. 우리 VIP방 있죠. 거기 오늘 있는 예약 취소해요.”

뭐야? 방이 비어서 주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예약까지 취소하면서?

“아. 됐어요. 환불 해 주고 하얏트 잡아준다고 하세요. 네. 네. 알겠어요. 그럼 부탁해요.”

원래 예약자에게 환불에, 오성급 럭셔리 하얏트 호텔까지 무료로 예약해 준다고?

그렇게 까지 하면서 세경이와 나를 위해 펜션 VIP방을 마련해 준다니.

고마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안하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한편 나와 한효린의 관계를 모르는 세경이는 너무 고마워서 꾸벅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정말 감사드려요.”

“에이. 뭘요. 별거 아닌데.”

이런 것이 성공한 미망인의 삶이구나.

적어도 백 만 원 이상은 썼을 텐데.

마치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한 개 산 것 같은 말투다.

“자, 그럼 숙박도 정해졌겠다. 여름 바다를 즐기는 일만 남았네?”

유설화가 친근하게 세경이에게 말한다.

“응. 설화? 설화 맞지? 우리 친하게 지내자.”

세경이가 먼저 펜션에 무료로 숙박하게 해 준 것이 고마워서 살갑게 군다.

“그래. 그건 그렇고, 세경이는 시원이랑 어디 갈 거야?”

“우리? 우리는 펜션에 짐 풀고 자갈치 시장에 가서 장 좀 봐 오려고. 산낙지랑 멍게, 해삼, 먹고 싶다. 으····”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운지 세경이의 입에서 침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다.

하지만 설화는 산낙지라는 말에 기겁을 한다.

“산낙지? 거기에 멍게, 해삼? 그런 징그러운 걸 어떻게 먹어?”

역시 남녀가 역전되기 전 세계에서 온 여자답게 징그러운 것에 민감하다.

“어머, 설화야. 너도 산낙지라면 환장했잖아. 작년 여름에도 제주도에서 엄마랑 산낙지에 초장 찍어서 소주 빨면서 신나게 먹어 놓고는. 얘도 참. 진짜 몇 주 사이에 입맛이 완전 바뀐 것 같아. 남자도 아니고 무슨 산낙지에 그렇게 요란을 떨어?.”

“내··· 내가 그랬나? 아 몰라. 요즘에 대학교 생활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입맛이 까다로워져서 그런가 봐.”

눈치를 보며 말을 얼버무리는 설화.

사실 남녀가 역전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걸 말해봤자 믿어 줄 사람도 없고, 괜히 정신병원 신세나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로 나나, 유설화 모두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은 숨기고 있다.

“그러면, 자갈치 시장에 갔다가 또 어디 갈 건데?”

유설화가 세경이에게 꼬치꼬치 우리 행선지를 캐묻고 있다.

뭔가 예감이 안 좋다.

하지만 나와 유설화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세경이는 숨김없이 계획을 다 말한다.

“응. 뭐 바닷가나 좀 거닐고, 호텔방에서 쉬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꽈악 잡는 세경이.

평소 청순한 세경이지만 지금은 색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긴, 혈기가 왕성한 20살의 헬스 트레이너 실장 세경이.

얼마나 섹스가 하고 싶겠는가?

뭐, 그건 콘돔을 100개 챙겨 온 나도 바라는 바다.

“아, 그래~ 알겠어. 세경아.”

이제 알아낼 것은 다 알아냈다는 듯 미소를 짓는 유설화.

이어서 이번에는 한효린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우리 오늘 저녁에 다 같이 한 잔 해야지. 이렇게 모이게 된 것도 인연인데.”

저녁에 다 같이 한 잔 하자는 말에 유설화가 싫은 내색을 한다.

“엄마는. 세경이랑 시원이 오붓하게 둘이 시간 보내려고 하는데, 왜 방해하고 그래.”

세경이도 밤 시간을 방해받는 것은 싫은지, 쉽게 한효린의 말에 동조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얘! 너는. 너무 무뚝뚝해서 재미없어 얘. 엄마도 젊고 활기 넘치는 친구들이랑 술도 좀 마시고 기분도 내보자.”

한효린의 도움으로 차도 얻어 타고, 펜션도 무료로 숙박하게 되었다.

세경이도 한효린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거절하기 어렵다.

“알겠어요. 어머니. 그러면 저녁 먹고 가볍게 한 잔 해요.”

“네. 그래요. 선생님. 뭐, 대게랑 랍스터 안주 삼아서 한 잔 하면 되겠네. 저녁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우리 방으로 들려요. 알았죠?”

술안주가 대게와 랍스터라니!

역시 부잣집 아줌마는 다르구나.

대게와 랍스터라는 말에 세경이가 들떴는지 큰 소리로 대답한다.

“네! 꼭 저녁 조금만 먹고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점점 더 유설화가 운전하는 벤츠 SUV는 부산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유설화는 유설화 대로.

한효린은 한효린 대로 다 꿍꿍이가 있어 보이지만, 직접 부딪쳐 봐야 알 수 있겠지.

* * * * *

“와! 진짜 좋다! 정말 여기 우리가 써도 되요?”

“네. 한효린 사장님의 손님이시니 편하게 쓰세요. 저희가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죠.”

세경이와 내가 펜션 실장의 도움을 받아 펜션에 입실하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원래 세경이가 숙박하려 했던 민박집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50평은 되어 보이는 평수의 깔끔한 모던 스타일의 펜션.

넓은 주방에는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도록, 스토브와 각종 조리도구가 다 갖추어져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거실에는 최신식 스마트 80인치 TV가 놓여 있고, 넷플릭스등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원래는 우리 같이 커플들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다.

방도 세 개.

화장실도 네 개나 있다.

세경이와 펜션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살펴보다가 펜션 실장에게 조용히 물어본다.

“원래, 이 정도 방 잡으려면 가격이 얼마나 해요? 한 20만원 쯤 하나요?”

20만원.

20만원이면, 세경이에게 있어서는 2주일 용돈이다.

설마 일박에 그렇게나 비쌀까?

펜션 실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래, 너무 큰 금액을 불렀나보다.

아무리 좋은 펜션이라도 일 박 가격이 무슨 20만원이나 하겠어···

라고 생각하는데.

“일 박에 50만원입니다. 그마저도 몇 달 전에 예약 안하시면 지금 같은 성수기에는 방을 못 잡죠. 두 분은 아마 저희 효린 사장님이랑 아주 가까운 분들이신가 봐요? 보통 아무리 사장님이라도 이렇게까지 방을 적극적으로 빼지는 않는데.”

그렇게 말하며 펜션실장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훑어본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중얼 거린다.

‘하여간 우리 사장님 취향은 안 변한다니까. 이번에는 이 남자애가 타깃이구나.’

“네? 뭐라고요?”

세경이가 펜션실장이 하는 혼잣말을 듣고 반문한다.

하지만 펜션실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세경이의 말을 못들은 척 한다.

“그러면 두 분 좋은 시간 되세요.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수화기 들고 다이얼 0를 누르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황급히 사라져가는 펜션실장.

펜션실장이 나가버리자 세경이와 나.

온전히 단 둘만 남게 되었다.

“시원아, 이것 봐! 펜션에 사우나도 있어!”

세경이가 1층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열며 기뻐한다.

사우나라···

야동에서 보면 사우나를 하며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섹스도 많이 하던데.

이번에는 세경이랑 사우나 섹스를 한 번 해볼까?

“세경아. 잘됐다. 바닷가에서 입을 수영복. 사우나에서도 입으면 되겠다.”

“으응. 그. 그러네?”

세경이가 수영복이라는 말이 나오자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뭐지. 이 반응은?

설마 또 놀이공원 갈 때 입고 나왔던 치파오처럼 파격적인 수영복을 준비 한 걸까?

세경이와 같이 사우나 할 시간이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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