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이 금발의 미소녀는 누구신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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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희 둘이 뭐해! 그냥 친구라며. 그런데 왜 거기 여자는 시원이한테 앙앙 애교부리면서 거리면서 안겨 있는 건데. 이건 너무 에바 아니야?”
나와 유나를 카운터에서 보고 있던 이유비가 팔을 걷어붙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유비가 보이게는 유나가 나에게 술 취해서 개수작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나는 할 수 없이 유비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형준이의 상태에 대해 얘기했다.
“유비야, 오해야. 오해. 사실 얘가 아까 내가 말한 형준이인데, 급성 TS병에 걸려서 갑자기 여자가 됐거든. 그래서 존나 킹받아서 소주 한 병을 원 샷 해 버리고 존나 술에 꼴아서 이 지랄인거 거야.”
TS병에 걸린 형준이라는 말에 유비가 관심을 보였다.
“어? 진짜 요즘 세상에도 TS병에 걸리는 남자가 있나 보네?”
술에 꼴아서 볼이 붉어진 채 귀엽게 쎅 쎅 거리며 내 품에 안겨있는 유나를 이유비가 관심있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질투어린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야. 그런데 TS병에 걸린 남자들은 다들 절세미녀가 된 다더니, 그 말이 맞긴 맞는가 보다.
분하지만 나보다 형준이? 하여간 얘가 더 예쁘다. 어떻게 어제지만 해도 남자였던 사람이 하루 만에 이렇게 만화 속에 나오는 미소녀처럼 변하냐? 대박이다.......”
술에 꼴아서 내 품에 안겨있던 형준이가 아응...... 이라고 귀엽게 신음소리를 내며 고양이 같이 큰 눈으로 유비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술에 취해서 예의 없이 유비를 향해 들이대기 시작한다.
“아가씨는 누구에요? 시원이 친구? 너무 예쁘시다. 몸매도 대게 좋고.”
유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비틀 거리며 유비에게 하얀 손을 내민다.
“시원이 친구면 내 친구니까 우리 오늘부터 친구해요. 친구. 네?”
유비가 누가 봐도 미소녀인 유나에게 직접적으로 추파를 당하자, 살짝 기분이 나빠진 얼굴로 말했다.
“저기요. 저한테 지금 관심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저는 남자를 좋아하거든요. 저는 레즈비언 아니고 그 좀 징그러우니까 관심 좀 끊어 주실래요?”
나는 유비의 딱 부러지는 답변을 들으며 생각해보았다.
하긴 이게 지금 원래 내가 살던 세계였으면, 여자였지만 하루아침에 미소년으로 변한 새끼가 지금 나에게 섹스 하자고 개수작을 벌이고 있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
BL 똥꼬충이 아니고서는 유비와 같은 반응이 당연하다.
“아, 진짜,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좀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건데. 뭘 그렇게 빼요. 그런데 그렇게 빼니까. 더 새침하고 매력 있다.”
미소녀 홍유나가 비틀 거리면서 유비를 향해 걸어간다.
당장이라도 넘어 질 것처럼 유나의 상태가 위태위태해 보인다.
유비가 할 수 없이 홍유나를 부축한다.
홍유나가 유비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자리에 앉더니 빨개진 얼굴로 나에게 말한다.
“야, 쟤, 유비라고 했지? 얼굴은 귀여운데 가슴은 또 왕가슴이네. 유비가 나 부축하면서 왕 젖가슴에 내 가슴에 와 닿는데 개 쩐다.”
씨발.......
얼굴은 존나 미소녀인데, 변태 남자 새끼같이 말 하니까
이건 또 뭔가 느낌이 존나 이상하다.
그리고 가슴은 네가 더 크거든.
홍유나야.
그런데 유나가 하는 말을 듣다보니,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든다.
지금 나한테 미소녀의 얼굴에 왕 젖가슴을 한 홍유나가 하는 말투나, 여자한테 대책 없이 들이 대는 성격.
이건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형준이와 똑같다.
사실 이세계의 형준이는 너무 점잔을 빼고 야한얘기도 못하게 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유나는 원래 내가 살던 세계의 형준이 같아서 오히려 얘기하기 더 편하고 재미있었다.
“야, 유나야. 너 그런데 갑자기 행동이나 말투가 좀 바뀐 것 같다?”
“응? 내가 왜? 씨발. 내가 뭐 여성스러워지기라도 했다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 반대로. 너 존나 남자다워 졌는데?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남자는 여자를 밝히면 안 된다느니, 지조가 어쩌고 저쪼고........ 이 딴 개소리만 했잖아. 오늘은 진짜 좀 사나이답다. 비록 외모는, 존나 미소녀에 가슴은 존나 큰 왕 젖가슴이지만.”
그제야 유나도 자기가 평소와 다르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귀여운 머리를 잡고 고민에 빠져든 듯 했다.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유비가 유나를 징그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살짝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유나에게는 안 들리게 작게 내 귀에 속삭였다.
“이거 나도 아빠한테 들은 건데, TS병에 거리면 성욕이 증가해서 조신하던 남자도 여자처럼 껄떡 된다고 하더라.”
아, 그렇구나.
하긴 여자가 남자보다 성욕이 훨씬 더 강한 남녀역전 세계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머리에 잡고 고민에 빠져있던 유나가, 멍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아, 나도 몰랑. 그냥 이상하게 예쁜 여자만 보면 자꾸 자지가. 아니 보지가 벌렁벌렁 거리고, 몸이 뜨거워지고 흥분 돼. 남자 일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미치겠네. 아, 야동 보고 싶다. 씨발.”
남자였을 때는 살짝 재수 없는 형준이였는데, 지금은 존나 친근감이 드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야, 유나야. 나는 그런데. 이런 말 들으면 너는 화날 수 있는데. 남자였던 형준이 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유나가 훨씬 마음에 든다. 훨씬 더 사나이답고 말이야. 자, 한 잔 빨자.”
유나도 이제 소주 한 병 원 샷 해서 올라왔던 취기가 좀 괜찮아졌는지 캔맥주를 작은 손으로 집어 들며 말했다.
“아, 그래. 나도 모르겠다. 술이나 빨자. 유비씨도 한 잔 해요.”
유나. 이 새끼. 진짜.
시도 때도 없이 들이 되는 구나.
유비가 경계의 눈초리로 유나를 바라보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아니에요. 저는 일하는 중이라. 시원이랑 둘이서 마시세요. 그리고 말이죠.”
유나가 고양이 큰 눈으로 귀엽게 유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유비가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로 유나를 바라보며, 살짝 날카로운 말투로 말한다.
“술 마시고 곱게 집에 들어가세요. 아무리 남자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여자니까. 괜히 시원이 꼬셔서 이상한 데 가지 말고요.”
“네? 이상한데요?”
유나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귀엽게 말하자, 유비가 뭐라고 말하려고 머뭇거리다가 빨개진 얼굴로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유나가 나를 향해 씨익 미소 지었다.
“야, 방금 유비씨 부끄러워하는 거 봤냐? 존나 귀엽다. 아, 귀여운 유비 탱탱한 왕 젖가슴 핥고싶다.”
아, 씨발.
저 변태같은 말투와 능글맞은 단어 선택.
아무리 봐도 내가 원래 살던 이세계의 형준이와 너무 비슷하다.
“야, 유비는 너 같은 미소녀 싫다 잖아. 그냥 거울 보면서 네 큰 젖가슴 붙잡고 자위나 해. 새끼야.”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형준이를 대할 때 쓰던 말투가 나온다.
“아, 씨발. 네가 그 말 하니까 진짜 또 자위 꼴리네. 이런 말하기 좆같긴 한데. 사실 뭐, 내가 봐도 내가 좀 존나 꼴리게 섹시하고 귀엽고 예쁘긴 해. 가슴도 존나 큰 왕 젖가슴이고.”
자기가 자기보고 꼴리다고 하는 새끼는 형준이.
아니 홍유나 밖에 없을 거다.
그리고 거침없이 내 앞에서 자기 왕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만져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야, 나 집에 가야겠다. 자위 꼴려서 안 되겠어. 술 잘 마셨다. 씨발. 연락 할게.”
남자라면 누구나 반해 벌릴 것 같은 청순하고 귀여운 미소녀가 자기 가슴 만지더니 자위 꼴린다고 집에 가야겠다니.
진짜 씨발, 세상이 돌아버린 거 아니냐고.
“어, 잘가. 카통 하자.”
홍유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편의점을 나가며 유비를 바라본다.
“유비씨. 다음에 또 봐요. 다음에는 시원이 빼고 둘이서. 내가 한 잔 거하게 살게요.”
유비가 꺼림칙하게 홍유나를 바라보며 성의 없이 말한다.
“잘 가요. 그 술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생각만 해도 닭살이 올라와서..........”
홍유나가 유비를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다가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갔다.
유나가 나가자 이유비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다시 말을 걸었다.
“시원아, 너 쟤 조심해라. 알았지?”
나는 의아스러워서 유비에게 궁금한 것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응? 왜? 형준이. 아, 아니. 유나가 왜? 그냥 남자였다가 여자로 TS병에 걸려서 변한 것 말고는. 조심할게 뭐가 있어?”
“그거야. 지금은 초기라서 성욕은 강하고, 남자였던 기억 때문에 여자한테 관심이 있는 건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여자라는 것에 적응 하면........ 타겟이 여자가 아니고 남자로 변한다고 아빠한테 들었어. 그래서 아빠가 그러는데, TS된 여자 근처에는 잘생긴 숫총각이 남아나질 않았데. TS된 여자가 다 따 먹고 다녀서. 특히 시원이 너는 조심해야 돼. 아까 보니까 유나인가. 쟤. 들이대는 게 장난 아니더라. 그래도 어제까지만 해도 남자였던 애가 어쩜 저렇게 수치심도 없이 저돌적으로 들이 되냐. 시원이 너 진짜 조심해. 되도록 유나인가 쟤 둘이서 만나지 말고. 그러다 큰일 난다. 진짜.”
유비의 말을 듣고 나서야, 왜 그렇게 유비가 홍유나를 경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유비는 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혹시나 홍유나한테 나를 뺏길까 봐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유비의 걱정이 기우는 아니었다.
머리로는 유나가 어제까지만 했던 남자였던 형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남자는 보이는 것. 시각적 유혹에 약한 동물이다.
완벽한 이상형의 미소녀가 젖소처럼 큰 왕 젖가슴을 들이밀며 유혹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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