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53화 (253/413)

〈 253화 〉 커플 마스크

* * *

“세나야.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세나의 정체도 모른 채, 가냘프기만 한 세나가 걱정되는 유시현.

혹시라도 기세 좋게 끌고 갔다가 맞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

“아니에요. 오빠. 말로 좋게 타일렀어요. 그리고 오빠! 그 것 보다 잠깐 얼굴 좀.”

“어? 얼굴?”

유시현이 얼굴을 세나쪽으로 기울이자, 세나가 얼른 유시현의 마스크를 벗기고는 자기가 쓰고 있던 마스크를 씌운다.

“오빠는 마스크 두 개 써서 더 확실하게 그 귀여운 얼굴을 가려야 해요! 안 그러면 저런 변태 같은 언니 또 만날지 어떻게 알아요!”

“마스크를 두 개나?”

“왜요? 싫어요! 저 마스크 많은데, 세 개 쓰고 싶어요!!?”

세나가 싸늘한 눈빛으로 유시현을 바라본다.

꿀꺽.

평소 담이 크고 잘 쫄지 않는 유시현이지만,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세나의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눈빛은 부담스럽다.

“아, 아니야! 안 그래도 잘 됐다. 얼굴이 커서 마스크로 한 개로 부족했는데.”

겨우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얼굴 작기로 유명한 연예인 중에서도 작은 얼굴이면서 얼굴이 크다는 망언을 쏟아내는 유시현.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

“빨리 오빠 마스크도 써요! 오빠 얼굴에서 빛나잖아요! 오빠는 너무 잘생겨서 얼굴이 조금만 보여도 여자들의 관심을 받는다고요! 아, 진짜. 빨리 써요. 이렇게!”

세나가 답답한지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서는 시범을 보여준다.

“이렇게! 이렇게! 마스크를 쓰라고요!”

얼굴 전체를 마치 붕대로 칭칭 감은 듯 마스크로 도배 한 모습!

유시현이 세나의 괴이한 모습에 놀라서 뒷걸음질 친다.

“세, 세나야! 그, 그건 미이라잖아! 나, 아직 안 죽었는데, 벌써 산송장으로 만들 셈이야?”

“오빠. 말이 많군요! 이렇게 쓰라면 써요!!”

발을 동동 구르는 세나를 겨우 설득해서 마스크로 얼굴이 잘 가리는 정도로 합의를 봤다.

“세나야,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혹시라도 다른 여자가 채어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세나를 뒤로한 채 유시현이 상가 안에 위치한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나는 남자 화장실 앞에서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새처럼 경계태세를 취한다.

한편 화장실에 들어가서 참았던 볼일을 보고 거울 앞에 선 유시현.

그가 잠시 답답했던 마스크를 벗는다.

“하아. 이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없는데,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네. 답답하게.”

그런데.

문득 그의 눈에 마스크에 묻어있는 립스틱 자국이 보인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지금 세나가 쓰던 마스크를 쓰고 있었구나.’

아무 생각 없이 세나가 씌어준 마스크를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유시현의 손이 순간 멈칫한다. 선명하게 마스크에 나있는 작고 귀여운 세나의 붉은 입술 자국.

‘어... 잠깐만. 이게 세나의 립스틱자국이라면, 나 지금 세나랑 간접키스를!’

그제야 세나가 마스크를 씌어준 순간부터 유시현은 세나의 입술과 간접키스를 하고 있었던 것을 알아챈 유시현.

그렇게 생각하자 유시현의 얼굴이 부끄러워서 빨갛게 달아오른다.

여신처럼 아름다운 세나와 간접키스라니!

붉고 촉촉한 세나의 루비 같이 빛나는 입술을 생각하니, 유시현의 머리가 어질어질 해진다.

그리고.

‘그래, 마스크를 너무 자주 바꾸는 건 환경오염이지!’

지구를 위해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유시현이 버리려던 세나의 마스크를 다시 쓴다.

* * *

“오빠! 왜 이렇게 화장실에서 오래 걸렸어요? 혹시 남자 화장실에 변태 같은 아줌마라도 숨어있었던 건 아니죠?”

세나가 볼을 부풀리며 유시현을 바라본다.

“아니야. 세나야. 잠시 지구의 환경오염에 대해 생각하느라고.”

“네? 지구? 환경오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빠?”

세나의 말에 아무 말 없이 뭐가 그리 좋은지 기분 좋은 강아지처럼 웃기만 하는 유시현.

그가 가만히 세나의 하얀 손을 잡는다.

“그..... 나 화장실 가 있는 동안, 세나 손이 차가워졌을 것 같아서.”

세나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귀여운 유시현의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맞, 맞아요! 오빠. 손 시려서 동상에 걸리는 줄 알았어요. 오빠!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세나 혼자 두고 그렇게 혼자 오래있으면 안 돼요! 알겠죠?”

섭씨 30도에 가까운 한 여름에 동상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세나의 헛소리였지만 유시현은 한 술 더 뜬다.

“미안해. 세나야. 우리 세나 동상 걸리면 안 되니까, 이제부터 절대 세나랑 잡은 손. 놓지 않을게. 그리고......”

유시현이 자신이 썼던 마스크를 꺼내며 세나를 바라본다.

“세나 얼굴도 시릴지 모르니까, 내 온기로 따뜻해진 마스크.”

유시현의 말을 찰떡같이 이해한 세나가 재빨리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서 시나의 머리에 씌어준다.

“마, 맞아요! 오빠! 저 오빠가 쓰던 마스크 꼭 써야 해요! 아, 얼굴 시리다. 오빠. 빨리 마스크 씌어주세요.”

유시현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썼던 마스크를 씌어준다.

유시현이 마스크를 씌어주는 동안 토끼 같이 귀여운 눈으로 유시현을 응시하는 세나.

‘시현 오빠와 함께하는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라고 눈으로 말하는 것만 같다.

“자, 다 됐다. 세나야. 어, 어때? 따뜻하지?”

유시현의 마스크를 쓴 세나.

그녀가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우리 시현 오빠 냄새. 따뜻하고 기분 좋아. 마치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 속 왕자님에게서나 날 것 같은 고귀한 냄새가 나.’

“세. 세나야?”

유시현의 냄새에 중독되어 있던 세나가 그제야 유시현의 말에 반응을 한다.

“네? 오, 오빠.”

별빛을 가득 품은 은하수처럼 아름다운 눈으로 유시현을 바라보는 세나.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유시현은 최면에라도 걸린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아, 아니야. 세나야. 어서 가자.”

세나의 하얀 손을 잡고, 커플 마스크를 한 채 걸어가는 유시현.

‘이거 진짜 반칙 아니야? 무슨 CG도 아니고. 무슨 눈동자가 우주를 품은 것처럼 별빛으로 반짝거려? 하아. 진짜 심쿵해서 숨 멎을 뻔 했잖아. 역시 세나는 위험해.’

유시현의 심정도 모르는 세나는 열심히 킁킁대며 유시현이 쓰던 마스크 냄새를 맡기에 한창이다.

‘오빠 냄새. 마약처럼 중독되어 버릴 것 같아. 오늘부터 오빠가 쓰던 마스크는 내 보물 1호. 아쉽지만 오빠의 귀여운 사진들은 시현 오빠 콜렉션에서 자리를 양보해야 되겠어. 오빠 냄새 맡으니까 오빠의 귀여운 입술도 가지고 싶다.’

세나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유시현의 입술을 바라본다.

마스크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꿀처럼 달콤하고 솜사탕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유시현의 입술.

‘오빠의 입술 뺏고 싶어.......’

그렇게 멍한 얼굴로 유시현의 입술을 바라보던 세나.

그러던 그녀의 눈에, 유시현이 쓰고 있는 마스크의 립스틱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어! 저 립스틱 자국은!’

그제야 세나는 자신이 유시현에게 강제로 자신이 씌던 마스크를 씌어줬던 것이 생각난다.

‘오, 오빠가 내가 썼던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그리고 나는 오빠가 쓰던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그 말은! 나 지금 오빠랑 간, 간접 키스 중!’

푸쉬쉬~!

유시현과 간접키스 중이라는 생각에 머리에 증기라도 나올 것처럼 세나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남자와 손을 잡는 것도 시현오빠가 처음.

남자와 간접 키스를 하는 것도 시현오빠가...... 처음.

어쩌다 보니 세나의 모든 처음을 가져가 버린 남녀역전 세계의 짐승남 유시현.

세나의 마음은 마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기분 좋은 봄날처럼 설레어서 심장이 쉴 새 없이 두근두근 거리고 있다.

* * * * *

더웠던 한여름의 오후가 지나고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저녁이 오고 있다.

한 손에는 아기 고양이 시나.

다른 한 손에는 세나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유시현이 문득 생각이 난 듯 말한다.

“그런데 세나야. 세나가 사려는 것이 시나 배변 용품이랑 먹이. 그리고 간식이지?”

사실 유시현과 손을 잡고 걷는 것만으로 설레고 행복해서 정작 여기에 왔던 목적은 잊고 있던 세나. 그녀가 막 꿈속에서 깨어나 현실에 돌아오기라도 한 듯 멍한 눈으로 유시현을 바라본다.

“네? 아.... 네. 오빠. 그런데 시나는 화장실에서 볼 일 잘 보는데, 배변 용품이 필요해요?”

“응? 시나가 화장실에서 배변을 본다고? 어떻게???”

아기 고양이가 사람이 쓰는 화장실을 쓴다는 말에 깜짝 놀라 반문한다.

“네. 오빠. 처음에는 거실 바닥에 쉬야를 해서, 원산폭격 좀 시켰더니, 제법 잘 따라하더라고요. 역시 고문관은 갈궈야 사람구실 한다는 복학생 언니들 말이 맞는가 봐요.”

“응? 고문관? 아기 고양이를 갈궜더니 사람처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고?”

빡세게 군대를 갔다 온 유시현.

아기 고양이 시나가 사람처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세나한테 얼마나 굴렀을지 상상이 가서 얼굴이 굳어진다.

하지만 세나는 시현이의 굳어진 얼굴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아, 오빠. 미안해요.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얘기가 군대 얘기라던데. 헤헤. 오빠는 잘 모르겠지만 고문관이라는 말이 있어요. 군대에서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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