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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51화 (250/413)

〈 251화 〉 두근거리는 마음(2)

* * *

‘뭐야. 애인 사이도 아니고 고작 썸타는 사이 같은데, 감히 나처럼 귀여운 남자를 무시해!’

평소 귀여움을 받던 종업원의 승부욕을 자극 시킨다.

‘내가 저 여자, pet샵에서 나가기 전까지 꼭 꼬시고야 만다!’

그렇게 다짐을 하며 유시현이 펫 샵을 둘러보는 사이 세나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점원.

“저기 혹시 이름이.”

“네?”

“아. 너무 아름다우셔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됐어요.”

길게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딱 잘라서 철벽 방어를 치는 세나.

사실 관심 없는 사람들은 세나에게 있어서 귀찮은 NPC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세나의 철벽같은 방어는 더욱 더 PET샵 점원의 질투심에 불을 지른다.

‘뭐야! 도도하네. 내가 어떻게든 꼬셔서 차 버린다.’

“아. 썸남 때문에 그러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설마 자신같이 귀여운 남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 거라는 걸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원.

그가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정어리 캔을 건네주며 은근 슬쩍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이거 드릴게요. 고양이들이 환장하거든요. 그리고 제 명함도, 같이 드렸으니까. 이따 저녁에 연락 주세요. 술 한 잔 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이정도 적극적으로 어필했으면, 아무리 도도한 여자라도 안 넘어 올 수가 없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세나를 바라보는 점원.

하지만 세나의 눈빛이 사나운 늑대처럼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쿵!

유시현이 페르시안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세나가 점원의 어깨를 밀어서 벽으로 밀어붙인다.

그리고는 베일 듯이 날카롭고 차갑게 속삭인다.

“관심 없어. 그러니까 귀찮게 들러붙지 마. 혹시 우리 오빠 오해라도 하면...”

점원의 목을 가볍게 긋는 시늉을 한다.

“죽여 버릴 테니까.”

가까이서 본 세나는 정말 탐이 나도록 아름답고 신비롭다.

하지만 아름다울수록 가지기는 힘든 법.

얼음처럼 차가운 나쁜 여자.

남자들이 앞에서는 싫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매력을 가진 여자다.

여자 좀 가지고 놀아봤다 생각하는 PET샵 점원도 당연히 세나의 매력에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하지만 그의 본능이 말해준다.

이 매력적인 나쁜 여자는 감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아, 알겠어요. 그러니까, 이건 좀 놓아주세요.”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점원.

사실 이대로 세나가 자신을 꽈악 끌어안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 * * * *

한편 유시현도 검은 페르시안 고양이를 만지며 세나에게 꼬리치는 점원을 보고 있었다.

‘저 새끼가 미쳤나!’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곳에서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하지만.

지금 세나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저 PC방 한 번 같이 간 사이 정도일 뿐.

그런데 왜 이렇게 질투가 나는 거지?

알 수 없는 마음.

유시현도 그런 자신이 혼란스럽다.

‘내가 모쏠이긴 하지만, 이렇게 쉬운 남자는 아닌데...’

남녀역전 세계로 빙의된 유시현은 대한민국 신인 아이돌 중에서는 가장 인기 많은 박지훈.

당연히 단지 외모가 예쁘다는 이유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나에게는 그를 매료시키는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정신 차리자. 신경 쓰지 마. 유시현. 너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이돌이야.’

스스로 뺨을 톡 때리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런데!

어느 덧 그의 시야에서 사라진 세나와 점원.

잠시 한눈 판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평소 느긋한 그의 마음이 초조하다.

가슴 속에서 참을 수 없는 용광로처럼 뜨거운 불길이 솟아오른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세나와 점원.

둘이서 딱 붙어서 다정하게 무슨 말을 속삭이고 있다.

더군다나 세나는 점원의 목에 손을 대고 알 수 없는 제스처를 취한다.

화르르르륵!

질투심에 불타는 유시현.

감히 세나에게 가냘픈 짐승처럼 애교부리며 목을 만져달라고 가져다 되다니!

나도 아직 손 밖에 못 잡았는데.

유시현이 성큼성큼 세나와 점원을 향해 걸어간다.

“세나야!”

유시현이 세나를 부르자, 마치 밀애라도 들킨 연인처럼 세나와 점원이 흠칫 놀란다.

“오, 오빠.”

“지금 뭐하는 거야! 우리 시나 애완 용품 사러 온 거 아니야? 그런데 점원이랑 노닥거리기나 하고!”

평소의 유시현에게는 볼 수 없는 타오르는 불같은 박력!

겁 많고 소심한 점원뿐만 아니라, 평소 담이 크고 용맹한 세나까지도 뒷걸음질 치게 만들 정도다.

“그게 아니라요. 오빠. 점원이 자꾸 만나자고 귀찮게 달라붙어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점원을 응시하는 세나.

아무리 세나가 강하고 물불 안 가리는 화끈한 성격을 가진 여자라지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

유시현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놓인 생쥐 꼴이다.

세나의 말에 유시현이 휙! 고개를 돌려 점원을 바라본다.

꿀꺽.

당장이라도 불붙은 가솔린처럼 폭발할 것 같은 유시현의 사나운 눈빛에 점원의 가녀린 몸이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린다.

“아저씨가. 지금... 감히. 나와 같이 온. 친구를 귀찮게 했다고!!!”

버럭!

큰 목소리만으로도 상대를 쫄게 만드는 유시현의 카리스마.

이건 잘 못 건드렸다.

점원은 가벼운 마음으로 세나에게 작업 걸었던 것이 얼마나 큰 잘 못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아, 아니요.... 그, 그게 아니라... 저, 저는. 두 분이 사귀는 사, 사이가 아니라고 해. 해서요........”

“그래서. 사귀는 사이 아니면. 막 함부로 내 친구 귀찮게 해도 되는 겁니까!”

유시현이 한 발짝 한 발짝 점원에게 다가 갈수록, 점원은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이 무섭다.

“죄, 죄송합니다! 여자 분이 너, 너무 예쁘셔서. 저도 모르게. 자, 잘 못했습니다! 용. 용서해 주십시오!!! 제, 제발요. 흐윽.....”

파랗게 질린 입술로 덜덜덜 떨며 말하는 점원.

심지어 흐느끼기 까지 한다.

“하아. 정말. 안되겠네. 세나씨!!!”

열 받은 유시현이 세나야가 아니라 세나씨라고 부른다.

“네! 네... 오, 오빠!! 자, 잘 못했습니다. 대, 대가리 박겠습니다!”

사실 아무 잘 못도 없는 세나지만, 지금 유시현의 박력 앞에서는 대가리를 박으며 사죄해야 할 것만 같다.

유시현이 한숨을 쉬며, 세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본다.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완벽하고 환상적이다.

“아, 정말. 세나씨는 왜 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사람을 힘들게 해요! 예쁘게 생겼으면 얼굴이라도 좀 제대로 가리던가! 앞으로 이렇게 하고 다녀요!”

유시현이 자신의 가방에서 후드티를 꺼내서는 세나의 하얀 원피스 위에 가져다된다.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쑤욱 올리는 세나.

유시현이 캥거루 아기가 엄마 주머니에 들어가듯 쑤욱! 후드티를 세나에게 입힌다.

그리고는 후드로 세나의 머리와 입까지 안 보이도록 꽁꽁 싸맨다.

꾸욱.

후티티 끈을 꽈악 졸라매자, 세나가 불쌍한 고양이 같은 눈빛으로 시현이를 바라본다.

“케, 켁. 오, 오빠. 이렇게 하면 너무 꽉 조여서 숨이 안 쉬어....”

하지만 활활 불같이 타오르는 유시현의 눈빛.

세나가 끝내 마지막 말을 뱉지 못하고 눈을 깔며 말한다.

“아, 수, 숨은 알아서 쉬겠습니다! 얼굴 꼭 가리고 다니겠습니다! 세나 얼굴은 오빠에게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제야 만족한 듯 유시현이 박력 있게 세나의 하얗고 작은 손을 꼬옥 잡는다.

“세나야. 가자! 여기는 매장이 너무 커서 살게 없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유였지만, 여기서 토를 달았다가는 진짜로 대가리 박아야 할 것 같다.

“그, 그러게요! 오빠! 매장이 너무 커서 마음에 안 들어요. 가, 가자 시나야!”

유시현의 카리스마에 눌린 매장 점원도 한 마디 한다.

“그, 그러게요! 저희 매장이 너무 커서 애완용품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손님!”

척­!

세나의 하얀 손을 꼬옥 잡은 유시현이 그대로 세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간다.

“세나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세나는 손이 너무 차서 내가 이렇게 계속 손잡고 다녀야지. 세나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하지?”

“네! 오빠. 세나는 손이 너무 차서 시현 오빠가 따뜻하게 계속 잡고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동상에 걸릴 거예요!”

딸랑딸랑~!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며 애완용품 샵을 나가는 세나와 유시현.

그리고 그런 세나와 유시현을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점원.

“하. 진짜 뭐 저런 커플이 다 있어? 저렇게 손잡고 다니면 저게 사귀는 거지. 다른 게 사귀는 거야? 씨발. 나만 괜히 바보 됐네.”

* * * * *

PET 상점. ‘고양이 천국’에서 당당하게 손을 잡고 나온 유시현과 세나.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 유시현의 맛이 갔던 이성도 돌아온다.

‘아. 내가 지금 뭐 한 거지? 갑자기 너무 흥분해서 세나 남자 친구처럼 행동해 버렸잖아.’

사실 유시현도 Pet 상점 점원이 그렇게 귀엽게 생기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흥분해서 박력 있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거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세나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유시현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짐승남을 불러 낸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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