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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41화 (240/413)

〈 241화 〉 얀데레 강세나와 데이트(2)

* * *

지금 시각은 9시 30분이 아니라, 오전 11시 30분!

우리 시현 오빠가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현 오빠.

안되겠다!

드르르륵­!

감히 시현 오빠의 단잠을 깨울 수는 없으니, 햇살이 잘 들어오도록 창문을 더 활짝 열었다.

햇살이 시현 오빠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자, 시현 오빠가 잠자리를 뒤척거리며 소리친다.

“으으응. 미, 미유키! 미유키!”

미유키···

24시간 풀타임 시현오빠 관리가 직업인 나.

당연히 미유키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어제는 시현 오빠가 일본 재벌 집 손녀 미유키와 데이트를 했다.

위치추적 센서로 김포공항까지 가는 건 확인했는데, 그 이후는 나도 알 방법이 없었다.

물론 다행히 시현오빠가 순결을 뺏기지 않고 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재벌 집 손녀딸이고 뭐고 확 다 뒤집어엎고, 시현 오빠를 못 만나게 하고 싶지만.

그건 진정 시현 오빠를 위한 길이 아니다.

시현 오빠의 신부는 시현오빠가 선택하도록 방해하면 안 된다.

물론 시현 오빠가 미유키나 한예슬을 선택한다고 해도 내가 시현 오빠를 좋아하는 걸 그만두겠다는 말은 아니다. 시현 오빠가 다른 여자를 선택하다고 해도 나는 시현 오빠만을 평생 뒤에서 보살 펴 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

끝까지 모든 걸 주는 어머니와 같은 사랑이다.

아니면···

그냥 시현 오빠를 납치해서 평생 독방에 가둬두고 우리 단 둘이 알콩달콩 행복한 시간을.

아, 아니야!

시현 오빠를 향한 집착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

정신 차리자. 강세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아 본다.

그래도 시현오빠가 미유키의 이름을 잠꼬대로 연발하니 질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 우리 시현 오빠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일본 여자 따위가 뭐가 좋은 거야!’

속상해서 머리 위에서 시현 오빠를 바라보고 있는 시나를 괴롭힌다.

“시나! 나하고 미유키하고 누가 더 예뻐?”

“냐, 냐옹?”

당연히 내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시나이지만 분위기상 앞발로 나를 콕 찍는다.

녀석, 제법인 걸.

역시 눈치 밥 3년이면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고 하더니.

시나는 며칠 만에 주인님의 심중을 읽는다.

“이제 그만 가자. 시나. 오빠도 일어나는 것 같아.”

아니나 다를까 시현 오빠가 손으로 내리 찌는 햇살을 가로막으며, 눈을 뜨기 시작한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현 오빠를 위해 메시지를 보낸다.

[나: 오빠, 미안해요. 저 늦잠 자서 늦을 것 같아요. 우리 2시에 봐도 괜찮아요?]

우리 시현 오빠가 잠자리에서 일어난 시간이 12시 20분.

보통 우리 시현 오빠가 샤워를 하고 옷을 입으면 1시 30분.

느긋하게 나를 만날 수 있게 배려를 하며 두 시가 딱 좋은 시간이다.

거기다가 우리 시현 오빠가 고작 나 따위 때문에 걷게 할 수는 없지.

[나: 네. 미안해요. 오빠. 아, 그리고! 오빠. 마침 오빠 동네 가까운 곳이라 픽업할게요!]

[시현오빠: 알겠어요. 세나씨. 그럼 두 시에··]

[나: 그럼 두 시에 오빠네 아파트 711에서 봐요. 늦어서 미안해요.]

[시현오빠: 괜찮아요. 세나씨. 이따 봐요]

이제 우리 오빠를 두 시에 픽업하면 완벽한 데이트 플랜이 완성되었다.

며칠 전부터 밤새가며 시현오빠를 위해 짜놓은 데이트 플랜.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린다.

다시 한 번 모든 계획을 체크 한 후, 시간이 남아 인터넷을 한다.

[화제의 그룹. 블랙블루 전격 데뷔!]

지금 연예계의 모든 헤드라인은 블랙블루라는 신인 걸그룹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걸그룹 중에서도 비쥬얼 센터가 바로 내 경쟁상대인 한예슬이다.

한예슬.

여자인 내가 봐도 귀엽고 청순한 외모다.

우리 시현오빠가 좋아할만 해.

내가 그녀를 꺾고 시현 오빠를 차지할 수 있을까?

일본 재벌가의 손녀딸 미유키와 걸 그룹 아이돌 한예슬까지.

재력과 외모.

모든 것을 다 갖춘 여자들이 우리 시현오빠를 좋아한다.

고작 나 같은 게···

자신이 없어진다.

하지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놓칠 수 없지.

오늘은 시현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들의 옷차림.

딱 붙는 하얀색 원피스에 십자가 귀걸이.

이니셜 목걸이로 마무리를 해 본다.

거울 앞에 선 나.

너무 짧은 원피스의 길이에 보기 민망하다.

하아···

우리 시현 오빠와 함께 하기엔 너무 모자란 외모이지만 최선을 다했어.

분명 우리 시현 오빠가 야동을 볼 때, 여자들이 이런 옷을 입었을 때 반응을 많이 했으니까. 이렇게 짧은 옷은 처음 입어보지만, 당당해 져야 해!

평소에는 일 때문이 아니라면 아디다스 추리닝에 후드 티가 나 강세나의 옷차림.

시간을 보니 어느 덧 1시 30분이 다 되어 간다.

빨리 가야 해.

신발장에서 굽이 높은 하이힐을 꺼내 신는다.

하얀 원피스에 하얀색 하이힐.

마치 겨울왕국의 공주라도 된 느낌이다.

또각또각.

아직 어색한 하이힐이지만 최근 며칠 간 일을 하면서 그래도 하이힐 신는 것에 단련이 되었다.

끼익­!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선다.

여름의 눈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한 태양.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현 오빠와의 첫 번째 데이트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 * * * *

“안녕하세요. 오빠.”

711 앞에 서 있는 시현오빠를 발견하고는 먼저 인사를 한다.

시현 오빠는 회사원 유시현이지만, 연예인 박지훈 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어. 세나씨?”

시현 오빠가 짧은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주춤한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역시 너무 오버 했나?

그냥 평소대로 입고 올 걸···

“세나씨. 오늘 예쁘게 하고 나왔네요. 못 알아 볼 뻔 했어요.”

시현 오빠의 시선이 딱 붙어서 출렁출렁 거리는 가슴과 하얀 허벅지를 향한다.

시현 오빠에게 관심을 받고 있어!

너무 설레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네? 네··· 오빠.”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진 채 시현 오빠를 바라보자, 시현오빠가 급히 가슴과 허벅지를 바라보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아, 미. 미안해요. 세나씨. 그게 세나씨 입은 옷이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랑 딱 맞아서, 그만 실례를 하고 말았네요.”

오, 오빠! 세나는 오빠가 더 노골적으로 봐 줘도 좋아요!

오빠의 시선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아요.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말을 할 수는 없다.

“오빠. 그럼 차에 타요. 오빠랑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네. 세나씨. 그런데 우리 오늘 어디가요?”

오빠가 차에 타며 궁금하다는 듯이 말한다.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요.”

이미 시현 오빠에 대한 분석은 2208번 끝냈다.

그만큼 시현 오빠가 좋아하는 장소, 음식, 모든 건 다 데이터화 되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요?”

“네. 후회 안 시켜 드릴게요. 그러니까 오빠의 오늘 하루는 저에게 맡겨 주세요.”

“알겠어요. 세나씨. 그럼 세나씨만 믿어요.”

오늘따라 눈동자가 슬퍼 보이는 시현 오빠.

그런 시현 오빠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한 곳.

이미 내 머릿속엔 다 지도가 그려져 있다.

“아, 그런데. 세나씨! 얘는 그 때 그 아기 고양이?”

“네?”

“아, 아니에요. 그냥 고양이가 너무 달라붙어서···”

고양이가 달라붙어?

시현 오빠의 말을 듣고 보니, 시현 오빠에게 온 몸을 다 맡기고 갸르릉! 거리고 있는 시나 녀석.

건방지게도 저 몸짓은.

‘나를 데려가 주세요! 제가 잘 하겠습니다!’

라는 의사표현이다.

“시나야. 착하지 이리 와.”

시현오빠에게 안 보이도록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을 시나에게 보낸다.

시현오빠에게 찰싹 달라붙어 갸르릉 거리던 녀석이 ‘히꾹!’ 딸꾹질을 하며 주섬주섬 나에게 온다.

시나의 단 몇 분간의 반란.

그리고는 시나의 난은 꿈을 펼치지 못하고 눈빛 한 번에 정리 되어 버린다.

“아. 고양이 이름이 시나에요? 귀엽다.”

“네? 귀엽죠. 오빠.”

“네. 그런데 왜 시나라고 고양이 이름을 지었어요?”

그, 그거야.

시현 오빠의 시.

세나의 나.

그래서 시나인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진도를 앞서 나가는 일이니까.

“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레슬러가 존, 존시나! 여서요.”

대충 생각나는 대로 얼버무린다.

“아~ 존시나! 저도 존시나 좋아해요.”

역시 시현 오빠는 다른 남자들과는 뭐가 달라도 달라.

프로레슬링까지 좋아하는 남자라니.

정말 상위 1프로 중에 1프로다.

“그렇죠? 시나야. 빠밤바밤바!”

존시나가 무대에 나올 때 나오는 배경음악을 불러 본다.

하지만 분위기는 썰렁.

“세나씨? 지금 뭐 한 거예요?”

기분이 좋아서 너무 오버했다!

“아니에요. 오빠. 가요. 우리 오렌지 주스 마시러.”

“오렌지 주스요?”

“네. 오빠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차를 출발시킨다.

시현 오빠와의 설레이는 첫 데이트.

데이트 장소는 바로···!

시현 오빠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

바로 그 곳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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