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화 〉 얀데레 강세나와 데이트(1)
* * *
[Z드래곤의 연인으로 알려진 한예슬이 속한 YZ의 걸그룹 블랙블루가 화려하게 데뷔했다.]
[인형 같은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을 겸비한 한예슬 공중파 방송에서도 거침없는 무대!]
[한예슬. 피자 배달부터 걸 그룹 아이돌이 되기까지? Z드래곤의 마음을 빼앗은 이유 있어.]
예슬이에 관해 쏟아지는 수많은 관심과 기사들.
피자배달부터 걸 그룹 아이돌이라는 기사 제목에 예슬이와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천사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피자배달부라니.
그녀의 청순한 모습에 첫 눈에 반하고 말았지.
‘예슬이 보고 싶다.’
예슬이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 해도, 그녀의 귀여운 미소가 자꾸만 눈에 밟혀서인지 쉽지 않다.
‘예슬이에게 답장. 해볼까?’
핸드폰을 쥐고 만지작거리는 나.
고민하고 있는데, 다시 핸드폰이 ‘부르르’ 떨린다.
‘누구지? 혹시 예슬이?’
핸드폰을 들어서 재빨리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메시지를 보낸 상대는 예슬이가 아니라···
[미유키: 오빠. 어제 많이 놀랐죠? 미유키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어제 나를 감싸주다 칼에 찔렸던 미유키였다.
미유키.
그래 나에겐 내 대신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나를 구해 준 미유키가 있어.
[나: 미유키. 이제 괜찮은 거야? 미안해 나 때문에, 미유키가 다치고. 정말 면목이 없어.]
[미유키: 아니에요. 오빠.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오빠가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에요.]
수술 받은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 내가 안 다친 걸 더 걱정해준다.
잠시나마 예슬이를 생각했던 게 미유키에게 미안해진다.
[나: 미유키. 상처는 어때?]
[미유키: 괜찮아요. 다행히 깊게 찔리기 전에 단도로 막아서요. 일주일 후면 퇴원할 수 있어요]
[나: 그래도 상처는 남을 것 아니야? 미유키.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그 고운 몸에 흉터가 남게 생겼으니.]
[미유키: 아니에요. 오빠. 헤헤. 안 그래도 허리 쪽에 문신 하나 더 하려고 했어요. 마침 잘 됐죠 뭐. 오빠. 저 오빠랑 채팅 더 하고 싶은데, 약 먹어서 너무 졸려요. 이따 다시 채팅해요.♡]
미유키는 내가 무안해하지 않게 문신으로 덮으면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 마음 속은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개새끼!
은발 머리에 실눈.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히 우리 미유키의 하얀 속살에 상처를 낸 너 이 새끼를 잡는다!
[나: 알겠어. 미유키. 푹 쉬고, 이따 톡하자. 정말 고마워. 미유키. 미유키 아니었다면 나 암살당했을지도 몰라.]
[미유키: 치. 오빠는. 괜찮다니까. 정, 고마우면··· 다음에 또 데이트 해줘요.]
미유키와 데이트라니.
100번이고.
아니 1,000번이고 하고 싶다.
[나: 미유키, 미유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내가 일본으로 갈게. 우리 데이트 하자. 알겠지? 그러니까 빨리 나아서 보자.]
정말, 다행이야.
미유키와 다시 연락 할 수 있어서.
미유키의 가녀린 허리를 안고 있을 때, 흘러내리던 그녀의 붉은 피.
그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하아. 미유키. 보고 싶다.’
미유키가 하얀 얼굴로 강아지처럼 귀엽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자, 미유키가 견딜 수 없이 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미유키를 생각하다가 문득 다시 시계를 본다.
[1시 50분]
‘헉! 벌써 시간이 이렇게!’
재빨리 지갑과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선다.
뜨겁게 내려 찌는 한 여름의 태양.
오늘은 세나와 어떤 일이 생길지···
설렘과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 * * * *
(강세나 시점)
5시간 전.
오늘은 드디어 시현 오빠와 첫 데이트가 있는 날이다.
두근두근.
이틀 전부터 심장이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래서. 오늘 일정 전부다 취소하고 싶다고?”
“네. 아침부터 열이 있고 몸이 안 좋아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매니저 언니의 목소리.
당연히 그녀의 심기가 좋을 리 없다.
“세나야. 너는 잘 모르나 본데. 이 바닥이 얼마나 올라가기 힘든 곳인 줄 알아? 오늘 약속 잡힌 일정이 몇 개 인데 그걸 다 취소 해. 아, 미치겠네. 진짜.”
씨발, 샤넬 프리미엄 프라이빗 클럽파티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이후로, 갑자기 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샤넬 잡지 모델.
드라마 서브 주인공.
화장품 TV 광고 모델.
영화 주연 제의 까지.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복잡한 일정을 오늘 단 하루만을 보며 참아왔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오늘 시현 오빠와의 일정은 절대 양보 할 수 없다.
“네. 알아요. 그런데 요즘 너무 무리하게 일을 해서 몸이 아픈 걸 어쩌겠어요. 오늘 하루만 집에서 쉴게요.”
“하아··· 진자. 미치겠네. 오늘 에르메스랑 광고 협업도 있고. 아침드라마 대본 리딩도 있는데. 하필 오늘 같이 바쁜 날에···”
에르메스고, 아침드라마고.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저 우리 시현 오빠랑 알콩달콩 신혼살림을 차리기 위한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
“네. 하여간 저 오늘 쉬어요.”
“세나야! 강세나! 진짜 한 번만 부탁하자. 너 오늘 일정 아프다고 펑크 내면, 사장님한테 보고 올라간단 말이야. 지금 이거 너 혼자 통보식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일단 나와. 지금 집 앞으로 데리러···!”
딸칵.
뒤에 말은 안 들어도 뻔 할 것 같아서 전화를 끊었다.
뭐래?
사장이고 뭐고.
우리 시현 오빠보다 중요한 건 세상에 없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시끄럽게 울려 되는 전화.
딸칵!
매니저언니 번호를 차단시킨다.
사실, 오늘 일정은 원래 없던 다 갑자기 잡힌 일정들이다.
계약서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게 다 그 놈의 파티에서 너무 주목을 받아버린 탓이다.
하여간 귀찮다니까.
닝겐이란 것들은.
조금만 꾸미고 나타나면 항상 이런 식으로 귀찮게 구니까.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이제 귀찮은 일은 다 처리했으니까, 우리 오빠와의 데이트만이 남았다.
이틀 전부터 세워두었던 일정표를 꺼내 본다.
[오후12시: 시현 오빠를 기다린다.]
약속시간은 오후 한 시지만, 시현 오빠 같이 귀여운 남자라면 한 시간쯤은 여자가 당연히 기다려야한다.
혹시라도 시현 오빠가 일찍 나타나서, 내가 없는 사이에 누가 낚아채 가 버리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여간 시현 오빠는 왜 그렇게 귀엽게 생겨가지고.
시현 오빠를 생각하자 다시 두 볼이 빨개지고 심장이 마음대로 두근두근 거린다.
이틀 전부터 오늘 일정을 준비한 탓에, 약간의 여유가 있다.
‘이제 뭐하지?’
지금 시각은 오전 9시.
어떡해에에!!!!!!
시현오빠와 만나기까지 4시간 밖에 남지 않았어!!!
시간도 남는데.
우리 귀여운 시현오빠나 보러 갔다 올까?
조금만 보고 와야지. 아주 잠시만.
그렇게 마음먹고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다.
덜컹!
삑!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에 탑승 한다.
우우우웅!
낡은 엘리베이터가 멈춰 선다.
소속사에서 대표가 살고 있는 청담동 빌라로 이사를 제안했지만, 어림없다.
우리 시현 오빠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보다 더 멋진 곳은 세상에 없다.
띠딩!
시현 오빠가 살고 있는 아파트 층수에 도착했다.
몸을 숨기고 자세를 낮춘다.
벽에 촤악 달라붙어 평소대로 시현오빠가 살고 있는 방을 향해 다가간다.
그런데, 그 때.
언제 따라왔는지, 고양이 녀석도 내 뒤를 따라 벽에 촤악 달라붙어 있다.
“시나야. 돌아가. 지금 누나는 중요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단 말이야.”
“캬옹. 냐옹! 그르릉!”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는 시나.
시나 역시 나처럼 시현 오빠 바라기인지, 강하게 거부한다.
“하아. 진짜. 알겠어. 그러면 대신에 안 들키게 따라와야 한다. 혹시라도 오빠한테 들키는 날에는, 고양이 고기로 만든 수육이 될 줄 알아.”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시나를 바라보자, 시나가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냐옹. 냐옷!”
설마 정말로 고양이 수육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시나 때문에 일을 그르치면 저녁으로는 시나가 제일 싫어하는 당근을 줄 생각이다.
그렇게 시나와 같이 벽에 촥 달라붙어 살금살금 오빠가 자고 있는 방 문 앞에 다다랐다.
다행히 오래된 아파트라서, 빈 집도 많다.
그만큼 들킬 확률이 적다.
드르륵!
조심스럽게 오빠가 자고 있는 방의 창문을 살짝 열었다.
다다다닷!
시나가 내 허리와 등 어깨를 타고 넘어와서는 머리 위에 올라선다.
그리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꿀잠자고 있는 시현오빠를 바라본다.
역시 우리 시나는 미래의 아빠를 잘 알아보는 구나.
“시나야. 우리 오빠 잠자는 모습이 정말 천사 같지 않니?”
“냐옹. 냐옹.”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 녀석.
그렇게 시나와 시현 오빠가 곤히 잠든 모습을 바라본다.
하아···
정말 하루 종일.
아니 365일 이렇게 시현 오빠만 바라봐도 행복할 것 같아.
나만의 너무나 소중한 시간.
잠 든 시현 오빠 감상하기.
그런데 오늘 시현 오빠 상태가 좀 이상하다.
평소보다 호흡이 길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습.
하긴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왔으니까 피곤할거야.
바보 같이 내가 너무 약속을 일찍 잡았나봐···.
머리를 꽁 때리며 자책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등을 내려 찌고 있는 햇살이 너무 따갑다.
응? 지금 시간은 고작해야 9시 30분········
어?
이게 뭐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