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걸레들이 후회하며 집착한다(1)
* * *
꿀꺽!
긴장되고 초조한 순간.
예슬이가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하기 시작한다.
“시현오빠. mr제거 영상 봤는데 오빠 노래 연습 좀 빡세게 해야겠어요! 미, 미안해요. 오빠! 저. 전화 끊. 끊어요! 어, 언니! 아니라니까! 나 전화하고 있었던 거 아니라고. 앗! 전화기 가져가지 마! 언니이이~ 아, 진짜 이러기야!”
뚜 뚜 뚜······ 딸칵!
하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던 말이 박지훈 Mr 제거 영상을 보고 충격 받아서 나보고 노래 연습 좀 하라는 말이었구나.
하긴 착하기만 한 예슬이 성격상 안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저렇게 마지막까지 말을 잘 못하고 질질 끌었구나.
다시 한 번 mr 제거 박지훈 무대 영상을 틀어 보았지만········
흐으.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듣기가 괴롭다.
예슬이는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를까?
살짝 오기가 생겨서 예슬이의 영상도 뉴튜브에서 찾아보았다.
예슬이는 연습생을 오래해서인지 의외로 몇 편의 뉴튜브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춤을 추면서 노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예슬이!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의 다른 여자들에 비해 키가 작은 귀여운 스타일이어서인지.
춤의 파워나 에너지는 떨어지지만.
노래 실력 하나 만큼은 메인 보컬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이 정도 실력이면 나한테 노래 연습 좀 하라고 지적질 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직 블랙블루가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
걸 그룹 비쥬얼 멤버가 노래까지 메인 보컬만큼 잘 한다니.
예슬이의 인기가 얼마나 치솟을지 예상이 되었다.
이거 이러다. 예슬이가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 버리는 것 아니야?
예슬이도 아직은 연습생이라 인지도가 떨어져서 인기실감을 하지 못 하지만.
부와 인기는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방금 전 예슬이와 통화 할 때 느꼈던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려왔던 아픔.
그 아픔을 다시는 느끼고 싶진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단 시간 내에 보컬 능력을 향상시켜서 정규 1집을 성공시켜야 한다.
하아········
그렇게 생각하자 중압감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워진다.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에 누웠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보았지만 딱히 해결방법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서 의식의 흐름대로 네이바 포탈사이트를 킨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는 의식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제일이다.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찾고 있는데.
한 눈에 들어오는 실시간 인기상승 기사.
[일본의 100대 기업 한조의 신흥엘리트 한조 미유키. 그녀는 누구인가?]
한조 미유키? 설마 내가 아는 그 미유키?
나는 기사를 클릭해 본다.
딸칵.
[일본의 100대 기업 중 하나인 한조는 우리나라에도 고품격 일식당 다래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 활동을 개시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점점 더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 시장의 관리는 한조가문의 20대 신흥엘리트 한조 미유키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조 미유키는 일본 최고의 사립명문대학교 와사대 대학교를 조기 졸업한 천재로 한조 마사토 회장의 총예를 받아 한조 기업의 한국진출과 관련된 모든 경영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물 한 살의 어린 나이에 한조 기업 한국 사업부 총괄 이사에 오른 한조 미유키.
그녀의 한국에서의 앞으로의 행보에 국내 유수 기업가들과 정치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사를 끝까지 다 읽은 나는 머리가 멍해져 버리고 말았다.
미유키 집안이 부자인 건 알았지만.
설마 일본 100대 기업 중에 한 곳일 정도로 엄청난 재벌이었다니.
거기다가 일본 최고의 명문대 와사대 대학을 어린 나이에 조기 졸업해 버릴 정도의 엄청난 천재.
기사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모델 뺨치는 세련된 패션 센스에, 외모는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바로 걸그룹 아이돌로 데뷔해도 비쥬얼 센터를 할 정도.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한 일본 미소녀 미유키.
그런 그녀를 토요일에서 한강에서 만나기로 하다니.
부담이 되면서 설레기도 한다.
걸그룹 블랙블루의 비쥬얼 멤버이자 보컬인 귀여운 국민여동생 외모의 한예슬
그라비아 모델로 시작해서 아름답고 차가운 미모로 단번에 공영파 방송 신인 여배우로 발탁 된 여신 미모 강세나
거기다가 일본 100대 기업 한조 마사토 회장의 손녀이자.
신비하고 매력적인 외모의 미유키까지.
누구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미소녀들이다.
눈을 감고 세 명의 아름다운 미소녀들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륵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 *
“잘 못 했어요. 시현오빠. 용서해 주세요. 이렇게 빌게요. 제발!”
“시현아········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말아줘. 시현이가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할게.”
“시현씨! 나를 봐서라도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면 안돼요? 흐흑. 시현씨가 떠나면 다 너희들 책임이야!”
희미한 불빛 아래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어디지?
몽롱한 상태에서 눈을 뜬 나.
역시나 몸은 움직이지만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꿈속에서 꿈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
하지만 자각몽은 아니다.
이것은 다시 한 번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예지몽 속인 것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인 만큼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 본다.
나는 의자에 앉아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세 명의 여자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거기다가 무엇을 그리 잘 못 했는지 양손으로 싹싹 빌며 애원을 하고 있다.
“가지 마세요. 시현오빠. 오빠가 가면 우리들은 어떡하라고. 나는 진짜 몰랐어요. 오빠가 회사에서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이제 오빠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었는지 다 아니까. 그러니까······· 흐흑.”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양손이 닳도록 빌고 있는 여자.
회사에서 자주 듣던 익숙한 목소리인데.
집중해서 안력을 높여보지만, 안개가 낀 것처럼 명확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실루엣만 보일 뿐이다.
그런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자의 실루엣이 좀 이상하다.
목소리로 봐서는 서유리 사원 같은데········
문제는 언제 벗었는지 차곡차곡 하얀색 와이셔츠와 미니스커트를 내 바로 앞에 개어 놓았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위로는 정갈하게 빨간색 브레지어와 팬티.
검은색 스타킹과 하이힐까지 올려놓았다.
즉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상태라는 것이다.
“시현아. 정말 시현이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한 다니까. 자 봐.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왔어.”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서 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역시나 그녀의 앞에는 옷이 정성스럽게 개어져 있다.
하얀색의 시스룩 스타일의 원피스.
그 위에는 섹시한 호피무늬 브라자와 팬티.
분홍색의 망사 스타킹과 하이힐까지.
역시나 시현이라고 나를 부른 여자도 전라의 상태다.
거기다가 그녀의 목에는.
검은색의 개목걸이 같은 것까지 차고 있다.
그리고 내 손에는.
그녀의 목을 조이고 있는 개목걸이의 손잡이가 쥐어져있다.
“시현아. 시현이가 발을 핥으라면 핥고 어디든 빨라고 하면 개처럼 빨아줄게. 그러니까. 제발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은 하지 말아 줘. 시현이를 절대로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개처럼 핥고 빨아주겠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황당한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져 있는 사이.
이번에는 가장 오른쪽에 무릎을 꿇은 여자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시현씨. 이건 다 내 잘못이야. 나 따위가 팀장이어서 미안해. 시현씨. 시현씨가 퇴사한다는 말 나오기 전에 내가 잘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다 망쳤어. 시현씨. 시현씨 하고 싶은 데로 마음대로 해. 내 몸은 시현씨거야. 어떻게 더럽히고 엉망진창으로 망가트려도 다 죗값이라 생각하고 달게 받을게. 그러니까 제발 우리를 버리고 떠나지만 말아줘.”
이 목소리는 아영팀장인데?
아영팀장은 또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거기다가 몸을 더럽히고 엉망진창으로 망가트려주라니.
아영 팀장이라고 예상되어지는 여자도 역시 전라의 상태다.
뿌옇게 안개가 낀 듯한 시야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아영팀장의 몸매는 그녀의 하얀 피부와 더불어 생각보다도 훨씬 육덕지고 탱탱해 보인다.
꿈속에서의 나는 그런 그녀들을 마치 암캐를 보듯 바라보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그러자 내 뒤에 서 있는 또 한명의 전라의 여자가 나에게 잔을 건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주인님. 주인님을 위해 특별히 제조된 모유밀크를 준비했어요. 매일 주인님만을 생각하며 모유밀크를 생산해 낼 테니. 제발. 제 모유를 생각해서라도 회사에 남아주시면 안 돼요?”
모유 밀크라니.
하아········
생각지도 못했던 모유밀크 드립까지.
냄새를 맡아보니 향긋하면서 부드럽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건네준 모유를 마시지 않는다.
대신에 모유가 든 잔을 들고 손가락으로 아영팀장으로 보이는 여자와 서유리를 가리킨다.
그러자 내 뒤에 서있던 여자가 천천히 그리고 요염하게 자신이 들고 있던 모유잔을 들고 아영팀장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다가간다.
하얀 모유 잔을 건네받은 여자가 요염한 눈빛으로 서유리로 보이는 여자를 바라본다.
움찔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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