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64화 (164/413)

〈 164화 〉 세 명의 미소녀(2)

* * *

[귀,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이~.

다시 나를 애태우고 있지이만. 너는 이미 없는데!

이건 나의 착가악!, black hole. 잊으려고 할수록 더욱 더 빨려 들어가!]

뭐, 뭐야 이거!

분명 방금 뉴튜브를 틀고 노래를 불렀을 때는 괜찮았는데, 박지훈의 mr제거 영상 속 노래실력은 무슨 좀비가 나와서 숨을 헉헉 대며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는다.

그야말로 개판이다.

[black hole. ohohoho.

헤어어~ 나올 수 없는 너는!

black hole. ahahaha

이~제는 너에게서서 벗어나고 싶어.]

고음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삑사리나서 그야말로 듣기가 괴로울 정도다.

박지훈! 진짜 가수 맞아?

내가 생각하는 가수라면 비쥬얼. 춤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

왜 이런 걸까?

뉴튜브로 박지훈의 대표곡 블랙홀을 틀고 따라 불러 보았다.

특별나게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영상 속 mr제거 버전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게 왜 이런거야!

스스로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다시 박지훈의 블랙홀을 틀고 노래 속 안무에 맞춰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본다.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이~. 다시 나를 애태우고 있지이만. 너는 이미 없는데!”

심하게 춤을 추지 않았는데도, 음정이 흔들리고 박자가 맞지 않는다.

아니 몇 소절 따라 부르는 것조차 힘들다.

그래, 이거구나!

그냥 가만히 서서 부르는 건, 일반인보다는 더 나은 정도의 노래실력이지만.

그 정도로는 절대 잘나가는 아이돌이 절대 될 수 없다.

다른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도록 특별하게 잘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장점인 춤 안무를 빡세게 짜고, 대신에 평범한 노래실력을 숨긴 것이다.

하아·······

이건 생각보다 앞길이 더 막막한 것 같다.

카리스마 있고 절도 있게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기 위해서는 발성과 호흡이 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박지훈은 연습생 생활이 다른 소속사 아이돌들에 비해 길지 않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발매한 싱글앨범이 천사 같은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춤 실력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반짝 떠버린 라이징 스타였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 돼! 다시 아이돌로 복귀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노래 실력을 끌어올려야 해.

이건 아이돌로서 성공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가수로서의 양심 문제다.

이 노래실력으로 가수를 한다는 건 그야말로 사기에 가깝다.

그렇게 눈을 감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울리는 핸드폰 진동.

­드르르륵!

핸드폰을 올려놓은 책상이 떨린다.

다시 핸드폰을 들어서 확인해 본다.

카통을 보낸 사람은········

[한예슬: 오빠. 뭐해요? 지금 바빠요? 안 바쁘면 통화 좀 할 수 있어요?]

놀랍게도 나와 통화하기를 원하는 예슬이었다.

예슬이 괜찮은 건가?

YJ에서 나랑 데이트한 거 걸려서 지금 매니저들 감시가 장난 아닐 텐데.

나는 재빨리 카통을 보냈다.

[나: 응. 예슬아. 지금 전화 괜찮아.]

잠시 후···

카통 통화 연결음 소리가 울린다.

통화연결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오빠. 저 예슬이에요.”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상큼한 목소리.

귀여운 예슬이다.

“응. 예슬아. 예슬이가 전화를 다 하고 바쁘지 않아?”

예슬이가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네. 오빠. 사실. 어제 오빠랑 만난 거 걸려서 어젯밤부터 소속사에 끌려가서 정신없었어요.”

“진짜? 나랑 헤어지고 YJ에 또 불려 간 거야? 피곤했겠다.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해. 예슬아.”

예슬이가 귀엽게 한숨을 휴우······· 쉬며 말했다.

“오빠가 미안할 게 뭐 있어요. 다 제가 자초한 일인걸요. 그래도 길거리 공연 영상에 출현했던 건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진짜 어제 하루 종일 소속사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하긴.

아무리 아직은 연습생이라고 할지라도 YJ 정도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키우는 핵심그룹의 비쥬얼 멤버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랬구나. 예슬아. 미안해········”

“치. 오빠도 참. 그만 미안하다고 해요. 오빠가 저한테 진짜 미안해 할 일은 따로 있으니.”

갑자기 변하는 예슬이 말투.

마치 얼음처럼 차갑다.

긴장이 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지?

“예슬아.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오늘 오빠한테 전화하자고 한 건. 사실 문자말고 오빠 목소리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예요.”

“확인?”

“네. 오빠. 오빠 사실·········”

뜸을 들이며 천천히 말하는 예슬이.

긴장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간이 쪼그라들 것 같다.

* * * * *

“오빠. 오빠이름. 유시현 아니고 박지훈이죠? 어제 대표님이랑 매니저분께 듣고, 저도 뉴튜브 영상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박지훈이라는 아이돌 가수. 오빠랑 똑같이 생겼어요.”

하아·······

끝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그때 한강에서 예슬이가 나에게 블랙블루 걸그룹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말 했을 때.

나도 어떻게든 사실을 고백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고백을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예슬아. 미안해. 나도 예슬이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진짜야.”

한동안 수화기를 통해 말이 없는 예슬이.

그러다 혼잣말하듯 읊조린다.

“진짜구나. 진짜야········ 오빠, 그동안 저랑 카통하고 대화하면서 재미있었겠어요. 오빠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인데. 아직 데뷔도 안한 하찮은 연습생이 충고나 하는 걸 듣고 있었으니.”

차가워서 얼어버릴 것만 같은 목소리.

설마.

예슬이와 나의 인연은 이걸로 끝인가?

안 돼!

그럴 순 없다.

나는 다급하게 전화기를 붙잡고 말 해 본다.

“예슬아. 미안해. 정말 그런 건 아니야. 실은 나도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래. 그리고 예슬이가 연습생이라고 하찮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예슬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흐음··· 하고 잠시 대화를 끊었다가 다시 말한다.

“오빠 처음 만났을 때. 살던 곳도 그렇고. 회사를 다닌다는 것도 거짓말 같지는 않고. 오빠도 사연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그래도라니.

예슬아..........

심장이 산산 조각 나는 것만 같이 아려온다.

이제 막 예슬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숨이 턱턱 막히고 잘 안 쉬어져서 괴로울 정도다.

어떻게든 예슬이를 붙잡아야해!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을 꺼내려는데.

들려오는 예슬이의 목소리.

“그래도 거짓말은 나쁜 거예요. 오빠! 하지만 저도 오빠한테 거짓말했었고. 오빠도 사연이 있는 것 같으니. 이번에는 우리 서로 비긴 걸로 해요. 하지만 오빠. 또 거짓말하면 진짜 오빠 다시는 안········ 아니, 그. 그냥 그 때 부터는 나쁜 오빠라고 부를 거예요!”

한껏 토라진 예슬이의 목소리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다 풀어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아········

나도 모르게 안도가 되어 깊게 숨을 들이 마신다.

“고마워. 예슬아. 예슬이한테 나쁜 오빠 안 되게. 다시는 거짓말 안 할게.”

예슬이가 귀엽게 웃으며 다시 말한다.

“치. 알겠어요. 오빠. 저도 오빠한테 거짓말 안 할게요. 그런데 오빠. 이제부터 저 오빠 어떻게 불러야 해요? 시현 오빠? 아니면 지훈 오빠?”

“아. 사실 내 원래 이름은 유시현이 맞아. 박지훈은 연예인으로 활동할 때 쓰는 가명이고. 그러니까 시현오빠라고 부르면 돼.”

“진짜요? 사실 저도 박지훈 보다는 시현 오빠라는 이름이 더 정감가고 좋았어요. 마치 나만 알고 있는 이름 같고요. 시현오빠.”

“응?”

“시현오빠. 시현오빠! 시현오빠!!”

“으응? 예슬아 왜 그러니?”

잠시 말을 안 하고 실실 거리며 웃기만 하던 예슬이가 수줍은 목소리로 말한다.

“몰라요! 그냥. 그냥 좋아서요. 오빠 이름 부르는 거.”

“응? 그. 그래?"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좋다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하여간 예슬이 기분이 풀린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예슬이와 다시 못 만나고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나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가슴이 아리는 듯한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었다.

마치 지옥과 천국을 교대로 왔다갔다 한 것 같다.

“그런데. 시현오빠. 나 전화 끊기 전에 오빠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꼭 해주고 싶은 말?”

아니 오늘따라 예슬이가 내 마음을 완전히 가지고 노는구나.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거린다.

“그게 무슨 말인데? 예슬아 말해 줘.”

하지만 예슬이가 뜸을 들이며 빨리 말하지 않는다.

“시현오빠, 충격 받거나 놀라면 절대 안돼요! 실은········”

“실은?”

그 때 예슬이의 뒤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남자 목소리.

[예슬아 화장실에서 뭐하니. 다른 멤버들 다 연습하려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와!]

[네. 알았어요. 잠시만요!]

[너, 혹시! 또 그 박지훈인가 뭔가 하는 JYK 아이돌이랑 통화하고 있는 거 아니지! 야! 정신 안 차릴래! 안되겠다. 서 매니저. 화장실 가서 예슬이 뭐하나 체크 하고 와. 여자 화장실이라서 나는 못 가니까.]

갑자기 급박해 지는 전개.

예슬이가 허겁지겁 전화기에 대고 나에게 말한다.

“오빠! 제가 오빠한테 전화 끊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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