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택배기사 금태양녀
* * *
냉장고 문을 열고 유리컵에 병에 담긴 시원한 물을 따랐다.
콸 콸 콸..........
그리고 택배 기사 아가씨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나에게 물 컵을 받아 든 그녀가 요염하게 나를 보며 터프하게 물을 단 숨에 쭈욱 들이킨다.
그런데........
주르르륵!
너무 급하게 마셔서 인지 물의 유리컵 안에 담긴 물의 절반 정도가 그녀의 섹시한 구릿빛 쇄골라인타고 흘러내린다.
흘러내린 물은 검은색 탱크탑을 적셔서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그대로 비춰 보일 정도다.
대담하게도 그녀는 노브라였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에 눈이 갔다.
남자라면 본능이지.
내 눈치를 살피던 택배기사 아가씨가 나에게 다가오며 허스키한 섹시한 목소리로 말한다.
“저기, 죄송해요. 제가 급하게 마시느라 물을 다 흘려버려서요. 실례가 안 된다면, 샤워 좀 하고 가면 안 될까요?”
이건 노골적으로 들이대며 꼬시는 건데.
물 좀 흘렸다고 샤워하고 가겠다는 건 사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니까.
사실 일본 야동에서나 나올 것 같은 탄탄한 몸매에 육덕진 젖가슴을 가진 20대 초반의 섹시한 아가씨가 유혹한다면 그 유혹을 이십대의 젊은 남자가 뿌리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냥 이십대의 젊은 남자가 아니라 아이돌 박지훈이다.
여자와 가볍게 만났다가 JYK에서 알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더군다나 지금 내 마음속에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이성이 본능을 이기는 건 흔한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이성이 본능을 억누른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거절을 하려고 입을 떼었다.
“아, 저기, 그게.........”
그런데 요염한 눈빛으로 내 눈치를 살피던 택배기사 아가씨가 슬쩍 손을 올려서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교태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진짜 잠깐이면 돼요. 오빠. 저 들어가요.”
이제는 아예 말고 교태를 부리며 우리 집으로 발을 들이려는 순간.
그녀의 뒤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택배기사. 여기서 뭐해? 한참 찾았잖아.”
교태를 부리며 가슴을 주무르던 택배기사 아가씨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그녀 뒤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런데 모자를 눌러 쓴 그녀의 눈이 이상하게도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위압감이다.
“저기? 누구세요? 제가 택배기사는 맞는데, 저를 왜 찾아요?”
“왜 찾기는. 택배 배달을 똑바로 못하고 있으니까 찾지. 1310호 택배 온 물건 배송 잘못됐으니까 따라와서 반품 처리 해줘”
“네? 1310호 오늘 택배 배송한 것 없는데요? 그리고 나를 언제 봤다고 반말이니. 반말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택배기사 아가씨가 검은 모자에 마스크를 낀 여자를 사납게 노려본다.
사실 키나 운동으로 잘 단련된 몸으로 봤을 때는 택배기사 아가씨가 남녀역전 세계 기준으로 아담해 보이는 검은 모자 아가씨보다 신체적으로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검은 모자를 쓴 아가씨의 기세가 무섭다.
특히 활활 타오를 것만 같은 자안의 붉은 눈.
“그거야 네가 똑바로 택배배달일은 똑바로 안하고 걸레 같은 짓이나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지.”
“뭐? 걸레? 야! 너 지금 말 다 했어? 나를 언제 봤다고 걸레야! 걸레는. 이거 완전 미친년 아니야! 택배 시킨 적도 없으면서 왜 시비를 처걸고 있는 건데?”
점점 둘 사이의 기류가 과격해지고 있다.
말려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검은 모자를 쓴 여자가 나를 힐끗 보며 말한다.
“오빠는 회사 출근 하셔야죠. 여기는 제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출근 준비 하세요.”
응? 저 여자가 나를 아나?
눈만 살짝 보여서 도저히 누군지 알아 볼 수가 없다.
그녀가 자연스럽게 택배기사 아가씨를 잡아서 끌어내고는 우리집 현관문을 밀어서 닫아버렸다.
끼이익. 쾅.
문이 닫히고.........
“야! 이거 안 놔! 이 미친년이 진짜!”
택배기사 아가씨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시끄러워. 걸레 주제에. 옥상에 가서 얘기하자.”
모자를 눌러쓴 여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 앞은 잠잠해졌다.
택배기사 아가씨를 도와줘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나로서는 누구 편을 들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검은 모자를 눌러 쓴 아가씨의 루비같이 크고 아름다운 눈.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눈만 보고 알아내는 건 우리 부모님이라고 해도 쉽지 않으니.
그냥 같은 동네 주민이니까 어디에서 몇 번 마주쳤나 보지.
둘 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배달 온 택배 상자를 열어 보았다.
택배 상자 안에는.......
오늘 회사에서 팀원들에게 줄 특별한 선물들이 들어있었다.
이 특별한 선물들을 받고 좋아한 팀원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한시라도 빨리 회사에 가고 싶어졌다.
재빨리 가방에 선물들을 담고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서 나오는데, 카통이 울린다.
카통, 카통!
누구지? 이 이른 아침에?
핸드폰 카통을 열어서 확인해 보았다.
[강세나: 오빠, 좋은 아침이에요.]
아. 세나구나.
시간을 보았다.
아직 시간 여유가 좀 있었다.
[나: 네. 세나씨 일찍 일어났네요? 좋은 아침이에요.]
[세나: 오빠, 출근하면 바빠지실 것 같아서, 아침 인사겸 카통 보냈어요. 출근 준비하는데 방해되었다면 미안해요.]
[나: 아니에요. 오늘 마침 출근 준비 빨리 끝내서 마침 잠시 쉬고 있었어요.]
[강세나: 네. 오빠. 아침은 먹었어요?]
[나: 네. 간단하게 먹었어요. 세나씨는 요?]
[강세나: 저도. 먹었어요. 오빠, 그런데 음식은 꼭! 건강하게 먹어야 해요! 아침부터 불량식품 먹으면 큰일 나요! 아시겠죠?]
응? 아침부터 불량식품?
도대체 무슨 말이지?
세나는 정말 인형처럼 예쁘기는 한데, 가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나: 네. 걱정 말아요. 세나씨. 그럼 저는 이만 출근해야 해서. 이따가 또 카통해요.]
[강세나: 네. 오빠. 오빠 앞에 불량식품이 나타나면 제가 다 치워줄게요. 오빠는 세나가 지킬 테니까요. 그럼, 출근 잘 하세요! >.
하아.......
무슨 말이지?
역시 세나는 정말 알 수 없는 소녀다.
나는 마지막으로 옷차림을 다시 한 번 정갈하게 매만지고는 출근을 하기 위해 현관문을 달칵 열었다.
오늘도 눈부신 햇살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린다.
남녀역전 세계로 빙의 된 이후로 하루하루가 설레고 기대되는 일의 연속일 뿐이다.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오늘은 어떤 좆같은 일이 생길까? 하는 걱정뿐이었는데.
이 아름다운 남녀역전 세상.
평생 이 곳에서 머물고 싶다.
* * * * *
[강세나 시점]
하아.......
도대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우리 시현이 오빠는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매력을 가진 남자이기 때문에.
이제는 별 날파리 같은 년들까지 다 우리 시현오빠에게 앵앵 거리며 들러붙기 시작한다.
시현오빠에게 카통을 보낸 후, 원산폭격 자세로 땅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걸레 같은 년에게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야! 똑바로 머리 안 박지? 확, 그냥!”
“제, 제대로 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땅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섹시한 얼굴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금발 소녀가 울상을 지으며 대답한다.
“자, 다시 한 번 복창한다. 나는 앞으로 절대로 시현 오빠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금발 소녀가 머리를 땅에 막은 자세에서 쩌렁쩌렁하게 외친다.
“시현 오빠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목소리 봐라!! 언니한테 또 참교육 당해야 정신 차리겠어?”
“아닙니다! 세나 언니! 제대로 시정 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다시 한 번 외친다. 걸레 같은 몸으로 시현 오빠를 유혹하지 않는다!”
“거, 걸레 같은 몸으로 시현 오빠를 유혹하지 않는다!!”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
좋아, 이제 반성 좀 한 것 같군.
“자, 일어섯!”
“이, 일어섯!”
“아니, 야! 따라하지 말고 일어나라고. 일어나기 싫어? 계속 땅에 머리 박고 있을래? 너 군대에서 고문관이었지?”
“아닙니다! 전설의 은광고 미친 년.... 세나 언니를 만나서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하아........
이걸 또 교육시켜야 하나.
대놓고 미친년이라니.
고문관 맞네. 맞아.
아니다. 이거 또 줘 팬다고 내 인생에 도움 될 것도 하나 없고.
참자. 참아. 안 그래도 인생 힘들게 살 것 같은 앤데.
“오늘 언니가 컨디션이 좋아서 쉽게 용서해 주는 거야. 알지? 고등학교 시절이었으면 너 같이 운동 좀 했다고 깝치는 헬창년들 단백질 고기가 될 때까지 팼을 텐데. 하아. 언니도 나이가 들어서 이제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러니 언니 착하게 살게 우리 시현 오빠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라. 알겠지?”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서 일어난 금발 머리의 태닝녀의 머리카락이 원형탈모처럼 한 움큼 빠져있었다.
“네. 언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언니가 조용히 대화로 끝내려고 했는데, 어디서 배운 손버릇으로 선빵을 날리니. 날리길. 앞으로는 사람보고 선빵도 날리렴. 알겠지? 특별히 우리 은광고 후배라서 언니가 많이 참는 거다. 언니 만났다는 얘기 다른 사람들한테 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언니! 언니의 후배라서 정말 영광입니다!”
금발 머리 태닝녀가 폴더처럼 허리를 접어서 90도로 인사를 한다.
“그래........ 그리고 말이야. 혹시라도.”
세나가 천천히 금발 태닝녀에게 붉은 눈빛을 빛내며 다가온다.
바짝 긴장한 금발 태닝녀가 호랑이를 만난 토끼처럼 오돌오돌 떨며 두려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세나를 바라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