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 미래예지능력
* * *
띠디디디! 띠디디디!
귀를 째는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려온다.
점점 결혼식장에 균열이 생기며 판타지 세계에 나오는 고성처럼 무너져 간다.
하객들이 투명인간처럼 사라져 간다.
나를 걸어오며 웃고 있는 천사같이 아름다운 그녀.
미래의 신부를 바라보는 나의 시야도 흐려져 간다.
아........
조금만 더!
제발!
미래의 신부를 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안간힘을 써 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꿈속의 세상은 먼지처럼 흔적도 없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으.......
띠디디디! 띠디디디!
계속해서 울려 되는 알람소리에 이마를 찡긋거리며 눈을 뜬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침대를 비추고 있다.
손을 들어 핸드폰을 집어서는 알람 off 버튼을 터치한다.
“조금만 더 꿈속에서 머물렀으면 신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는데. 젠장.”
오늘따라 핸드폰 알람소리가 원망스럽다.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핸드폰 설정에 들어가서 알람소리를 우아한 클래식 음악으로 바꾼다.
내 꿈을 방해한 알람소리에 대한 작은 복수다.
그런데, 무슨 꿈이 그렇게 현실감 있지?
자각몽을 꾼 건 처음은 아니다.
주로 고등학교 때 자각몽을 많이 꾸었다.
그때는 자지가 뇌를 지배하는 발랄한 10대였다.
그래서 자각몽인 것을 눈치 채는 순간 꿈속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찾아 야한놀이를 하는데 혈안이 되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때도 막상 자각몽인 것을 눈치 채고 섹시한 여자를 찾으려고 하면, 억울하게도 어느 사이엔가 잠에서 깨고는 했었다.
다만 그 때의 자각몽과 오늘 꾸었던 자각몽의 차이가 있다면, 오늘 꾸었던 자각몽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미래에 일어날 현실처럼 느껴졌었다는 것이다.
하아........
하지만 어차피 내 미래의 신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꿈에서 깨는 건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이세계 유시현으로 빙의가 된지 이제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얼굴이다.
잠에서 깨서 막 바로 거울을 본 상태인데도, 여전히 완벽한 미소년의 얼굴이라니.
원래 내가 살던 세계의 유시현은 아침에 일어나서 폭탄 맞은 것처럼 부스스한 머리로 거울을 보면 오징어 한 마리가 퉁퉁 부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오늘도 이세계 유시현의 비현실적인 외모를 경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때 나에게만 보이는 하나의 메시지 창이 떴다.
[한 개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상태정보지창]을 확인 해주세요.(미확인)
아침부터 알림이 뜨다니.
별 다른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나는 확인을 클릭했다.
‘확인’
띠링!
청아한 소리와 함께 보지창이 열린다.
이름: 유시현
나이: 26세
사용가능한 후원 코인: 210코인
후원자들: 타르파성좌, 하은리치성좌, 산달폰 성좌, 힝빵낑꿍깡 성좌, 다크라이트 성좌.
전용특성: 페미조교(희귀) 이세계 인물 일람(일반)
전용스킬: [불꽃 싸데기 LV.2] [엉덩이 팡팡 LV.1] [맘마통 짜내기 LV.2] [선동 LV.2]
필살기각성: [미래예지능력 LV.1]
종합 능력치: [체력LV.8], [근력LV6], [민첩LV5], [지능LV5], [마력LV0], 카리스마[LV.3]
걸레 조련도: [최다정 차장 50% 완료] [서유리 80% 완료] [김미희 주임 60% 완료] [아영팀장 60% 완료]
종합 평가: 전체적인 스텝은 중상급입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로서의 재능을 각성했습니다. 필살기 [미래예지능력]이 열렸습니다. 거리 공연을 통해 카리스마 능력치가 LV.3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걸레조련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전체적인 능력이 예상했던 거 보다 훨씬 많이 상승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거리 공연 퍼포먼스 때문에 카리스마 능력치가 LV.3이 되었다.
카리스마는 아이돌로서의 아우라 뿐만 아니라 걸레들의 조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 이상 걸레조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회사 페미 걸레들의 조련도도 어제보다 상승해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걸레 조련 미션을 완료해야 하는 나로서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일은 생각지도 못했던 필살기 [미래예지능력]을 각성했다는 것이다.
‘필살기스킬 일람 [미래예지능력 LV.1]’
띠링!
+
[미래예지능력 LV.1]
메인 퀘스트 임무.
걸레 조련도가 50프로를 넘었습니다.
필살기 미래예지능력 스킬의 발동조건을 이수했습니다.
미래예지능력은 꿈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스킬입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꿈속에서 보는 미래가 더 뚜렷하게 보이고 유지 시간도 길어집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꿈은 랜덤으로 발생 합니다.
미래예지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
미래예지능력은 능력의 이름처럼 꿈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렇다면, 꿈속에서 있었던 일들이 내 미래라는 일인데........
그냥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으니 말이다.
다시 잠을 잔다고 해도 그 꿈을 이어서 꿀 수는 없다.
랜덤으로 발생한다.
발동 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건 특혜다.
욕실로 걸어가서는 샤워부스를 틀고 생각에 잠겼다.
쏴아아아아.
하얀 물방울들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린다.
정신이 맑아진다.
이제, 메인 퀘스트인 회사 팀원들 페미 걸레들의 조련은 50%를 넘어섰다.
한 명씩 완벽하게 조교하고 갱생시키면 메인 퀘스트의 임무는 끝난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걸레들은 조련 시키는 메인 퀘스트를 끝내면 아이돌 박지훈이 되어 월드스타가 되기 위해 살아가야 하겠지.
생각을 정리하며 샤워를 끝냈다.
정장으로 갈아입고 출근을 준비하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택배 왔습니다. 안에 계시나요?”
택배?
생각에 잠겼다.
택배를 시켰던가?
그리고 잊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제 회사에서 온라인으로 결제한 물품이 주문한대로 오늘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에 도착한 것이다.
역시 한국의 택배 배송은 총알이구나.
주문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 오다니.
터벅터벅 입구로 걸어가서 대수롭지 않게 덜컹!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금발 머리에 태닝을 한 여자가 박스를 들고 서 있었다.
택배기사였다.
다만 택배기사를 하기에는 너무 섹시하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검은색 탱크탑 안에 풍만하게 솟은 탱탱한 젖가슴과 탄탄하게 잡힌 복근.
운동으로 다져진 슬림한 허리라인과 업된 엉덩이가 살짝 보일 정도로 짧고 타이트한 핫팬츠.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클럽에서 남자 꽤나 홀렸을 만한 섹시하고 요염한 여자가.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는 12번가 쇼핑몰 택배기사를 하고 있다.
안그래도 성욕이 왕성한 20대 중반의 남자가 아침부터 대꼴리는 금발 태닝녀를 본다면 자연스럽게 꼬추는 발딱 서게 되어있다.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데 나보다 더 놀란 것은 택배기사 금발태닝녀 택배기사인가보다.
그녀의 눈이 고양이처럼 커졌다.
그렇게 한 참을 멍 때리며 나를 바라보다가 수취인의 이름을 확인한다.
“저, 저기 유시현씨 맞으시죠? 죄송합니다. 연예인이랑 너무 닮아서 저도 모르게..........”
아, 그렇구나.
지금은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미쳐 모자와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나왔다.
그러니까 내 생얼이 택배기사에게 그대로 공개된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수치인의 이름은 유시현에 아이돌 박지훈이 이런 낡은 아파트에 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에, 택배기사 아가씨는 그저 나를 박지훈이랑 닮은 남자쯤으로 착가한 것이다.
“아, 예. 그런 말 가끔 들어요. 무거우시죠? 택배 상자 저한테 주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안에까지 옮겨 드릴게요. 남자분이 들기에는 무리에요.”
금발 태닝 택배기사녀가 가슴에 힘을 주며 택배 상자를 번쩍 들어 올린다.
탱크탑 안에 숨겨진 금발태닝 택배기사녀의 젖가슴이 더 풍만하고 탱탱해진다.
현세계에서 운동 좀 한 남자가 미인을 보았을 때, 복근을 조이고 어깨에 힘을 줘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
대충 눈짐작으로만 봐도 가슴이 D컵은 되어 보인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은 검은색 탱크탑 안에 갇혀있는 게 갑갑한지 자꾸만 삐져나오고 싶어 한다.
“저기 괜찮은데요. 그냥 제가 가져갈게요. 이리 주세요.”
안 그래도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느라 힘든 택배 기사 아가씨에게 집 안에까지 택배상자를 옮겨 달라는 건 민폐지.
금발에 태닝을 한 택배기사 아가씨가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예. 남자 혼자 계신 집에 들어가려 했다니,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무거우니까 조심하세요.”
택배기사 아가씨가 나에게 택배 상자를 전달했다.
부피는 컸지만 전혀 무겁지는 않았다.
번쩍 택배상자를 들어 올리자, 택배 기사 아가씨가 붉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혼잣말을 한다.
“귀엽게 생긴 남자가 탄탄한 근육까지.”
무언가에 홀린 듯 내가 택배 상자를 옮기는 걸 보던 택배기사 아가씨가 나를 요염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실례가 안 된다면 갈증이 나서 그러는데, 시원한 물 한 잔만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예? 물이요? 네. 잠시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