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동철 과장과 신입사원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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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과장이 김아영 신입사원을 느끼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말을 건다.
“아영씨. 아영씨. 잠깐 이리 좀 와 봐요.”
신입사원답게 커피를 선배들에게 나눠 주던 김아영 신입사원이 귀찮은 듯 말한다.
“네? 아이씨. 또 왜요?”
“아, 글쎄. 이리 좀 와보라니까. 빨리요. 빨리!”
김동철 과장의 독촉에 할 수 없이 김아영 사원이 한숨을 쉬며 다가간다.
“아니, 아영씨. 이게 그 커피가 내가 평소에 다방에서 마시던 맛이 아닌데?”
김아영 사원이 기가 찬 다는 듯이 화를 내며 말한다.
“과장님. 스탈벅스 처음 마셔보는 거죠? 스탈벅스같은 어메리칸스러운 브랜드에서 어떻게 저급한 다방커피 맛이 나요? 어이가 없어서 진짜.”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뭔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말이에요. 아영씨. 잠깐 이리 와봐!”
김동철 과장이 억지로 김아영 신입사원이 팔을 붙잡는다.
“이거 왜 이러세요. 과장님. 회사에서! 이, 이러지 말아요. 어멋!”
김아영 신입사원이 동철과장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욕망이 가득 담긴 그의 손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사원 김아영의 팔을 붙잡은 동철과장이 강제로 그녀를 자신의 무릎위에 슬쩍 앉히고는 커피를 다시 빨아 본다.
“어? 이거 예쁜 아가씨가 무릎 위에 앉아도 다방 커피 맛이 안 나네? 뭐가 부족 한 거야 대체.”
동철과장의 혼잣말에 사원 김아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몸을 발버둥 쳐서 동철과장의 품에서 벗어난다.
“씨. 씨발! 진짜 참는데도 한계가 있지. 내가 다방 레지야. 뭐야! 과장님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 흐윽.......”
김아영 팀장이 울분에 차서 흐윽 거리며 소리를 친다.
이제 보니 김아영 팀장을 조교하는 건 딱히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냥 동철과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김아영 사원은 기가 차서 질식사 해 버릴 것 같다.
“아. 이거 안 되겠네. 아영씨. 내 것 좀 다시 스탈벅스에서 바꿔다 줘요. 각설탕 3개, 프림 1개. 이건 써서 못 마시겠네. 부탁해요~”
신입사원 김아영이 거친 숨을 내쉬며, 동철과장과 스탈벅스 커피 잔을 바라본다.
원래 있던 세계라면 당장 커피를 동철과장 대머리에 쏟아부어버렸겠지만, 지금 남녀가 역전 된 세계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바로 해고된다.
억울하고 분해도 참을 수 밖에 없다.
“안된다고요! 교환. 이미 더럽게 과장님이 입 대고 마신 걸 어떻게 다시 환불 해 달라고 해요! 아니 안 마셨어도, 교환 안 되거든요. 진짜......... 내가, 속에 열불이 나서 미쳐버리겠네. 진짜!!!!”
그 때 내가 살짝 끼어들었다.
“스탈벅스 교환 안 되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런데 왜 나한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왔다고 뜨거운 녹차로 교환해 오라고 했던 건데?”
팀장에서 신입사원 강등당한 김아영이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 그거야. 내가 생리인데, 팀장님이 눈치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와서.......”
“아, 그랬어? 그럼 아영씨는 왜 눈치 없이 동철 과장님이 다방 스타일 커피 사오라는데, 안 사왔어?”
신입사원 김아영이 세상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본다
“팀장님. 스탈벅스에 다방 커피가 어디 있어요? 팀장님도 잘 아시면서........”
나는 아영 사원을 바라 바라보았다가, 다시 동철과장님을 보며 말한다.
“아니, 아영씨.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신입사원이 그렇게 열정이 없어서 어디다 써먹어? 하여간 요즘 신입사원들은 열정이 부족해요. 안 그래요. 과장님?”
“그렇죠! 유시원 팀장님.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아니, 다방 커피 스탈벅스에서 안 팔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와야 할 거 아니에요. 아영씨! 어떻게 사람이 편하게만 살려고 그래.”
나와 동철 과장의 협공에 아영사원의 얼굴이 휴지처럼 구겨진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며 도움의 눈빛을 동료 여자 팀원들에게 보냈지만, 모두 그녀를 무시한다.
나 하나로도 버거운데, 괜히 끼어들었다가 미치도록 눈치 없는 동철과장에게 까지 물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영씨. 뭘 그렇게, 허수아비마냥 서 있어! 어서 가서, 동철 과장님 커피 다방 스타일로 교환해 오세요. 그리고 과장님이 그 다방 스타일로 마시고 싶다는데, 과장님 무릎에 앉아서 커피도 좀 따라드리고. 그게 어렵나? 안 그래?”
사실 내가 원래 살던 개한민국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는 회사에서는 왕따, 사회에서 매장당하기 딱 좋다.
하지만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야, 남자 무릎위에 여자보고 앉으라고 하면 그냥 귀여운 장난쯤으로 다들 생각한다.
할 말이 없어진 신입사원 김아영이 묵묵히 다시 지갑을 들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와 동철 과장을 바라보며 걸어 나간다.
모르긴 몰라도 복창이 터지기 일보직전일 것이다.
신입사원 김아영이 나가자, 동철 과장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조용히 말한다.
“야, 뺀질이. 진짜 이래도 되는 거야? 네가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된다고 해서 하기는 한다만........ 심장 떨려 죽겠다. 김아영 팀장이 들이 박을 까 봐. 아영이가 고운 얼굴과는 달리 한 성깔 하는데.”
“아이. 진짜. 동철이 형. 걱정 말라니까요. 제가 다 커버 쳐 줄 테니까. 오늘 형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
“진짜지? 나 그럼 노빠꾸로 간다! 이야, 이거 오늘 뺀질이 때문에 아영이랑 진도 좀 나가겠는데. 사실 내가 말이다. 아영이 옛날부터 좋아했는데, 너무 차가워서 진도를 못 빼고 있었거든. 고맙다. 시현아. 아니 시현 팀장님! 충성!”
“고맙긴요. 저는 병장님한테 더 고맙습니다. 충성!”
사실 김아영 팀장을 조교 시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능구렁이처럼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강단이 쎄서 조교하기에 영 껄끄러운 상대였는데, 동철 과장 때문에 아영 팀장의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거친 숨을 헐떡이며 아영팀장이 커피를 한 잔 사가지고 왔다.
보아하니 스탈벅스에서는 도저히 동철 과장에게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근처 다방에서 커피를 한 잔 사온 것이다.
“아. 아영씨 왔어? 어디 보자아~”
동철 과장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다.
“어! 이거지. 이거!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다방 커피 맛. 이야! 아영씨 수고 했어.”
김아영 사원이 휴우~ 하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럼 저는 이만 업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영 사원이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동철 과장이 아영 사원의 가녀린 팔을 붙잡는다.
“어허! 아영씨. 이왕 다방 커피 사온 거, 다방 분위기도 좀 내야지. 자 이리 앉아 봐요.”
동철 과장이 자기 무릎 위를 손바닥으로 팡! 팡! 때리며 가리킨다.
아영사원이 질끈 눈을 감는다.
“진짜. 내가 미쳐!!!! 돌아 버리겠네. 하으........”
아영사원이 천천히 엉덩이를 들이밀고 동철 과장의 무릎위에 앉자, 동철과장이 그 상태에서 커피를 한 잔 들이킨다.
“으~ 시원~ 하다! 역시 이래야 다방 커피지!”
하지만, 아무리 남녀가 역전된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장난으로나 가능한 일이다.
진짜로 계속 동철 과장의 무릎위에 아영 사원이 앉아있을 수는 없다.
“고마워요. 덕분에 다방 분위기 좀 냈네.”
동철과장이 말하자, 아영 사원이 재빨리 동철과장의 무릎 위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철 과장이 손을 뻗어서 아영 사원의 풍만하고 탱탱한 가슴을 주물럭주물럭 거린다.
깜짝 놀란 신입사원 김아영이 소리를 지른다.
“꺄악!!!! 지금 뭐하는 거예요? 왜 남의 가, 가슴을 만져요!!! 미쳤어요!?”
“어?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아영씨. 사람 무한하게. 남자가 여자 가슴 좀 만졌다고 가슴이 닿나? 거,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신입사원 김아영이 너무 수치스럽고 분해서 빨개진 얼굴로 개발 사업부 팀원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영 사원에게는 불행하게도 남녀가 역전 된 세계에서는 장난으로 남자가 여자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일은 흔하디흔하다.
오히려 젖가슴을 만져달라고, 가슴에 자신감이 있는 여자들은 은근히 가슴을 노출하고 다니는 정도다.
“저기요. 동철 과장님. 가슴은 제가 아영사원 가슴 보다 더 큰데요.”
아영 사원이 동철 과장의 무릎위에 앉아 있을 때부터 질투에 불타서 속이 거멓게 타들어 가던 이미영대리가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걸었다.
사실 미영대리도 가슴만 본다면 꽤나 여자답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철과장의 시선은 오직 아영사원의 하얀 가슴을 향할 뿐이다.
“아, 그래요. 가슴 커서 좋겠네요. 그런데 나는 처키 가슴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아영씨처럼 얼굴도 예쁘고 가슴도 섹시하면 모르겠지만. 험.”
미영대리의 수줍은 대시를 면도칼처럼 댕강 잘라내는 동철 과장이었다.
동철 과장에게 거절당한 미영대리의 분도는 자연스럽게도 신입사원 김아영에게 향했다.
“씨발....... 저 여우같은 김아영만 없었어도 동철과장님이 나한테 푹 빠졌을 텐데. 저년이 우리 과장님 잘 생긴 건 알아가지고 꼬리를 쳐서....... 후욱.. 후윽.......”
이렇게 동철과장 미영대리 아영사원의 기묘한 버뮤다 트라이앵글 같은 삼각관계가 형성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신입사원 김아영은 절대 엮이고 싶지 않은 관계였지만.
질투에 휩싸여 속만 끓이던 미영대리가 골똘히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미영 대리의 처키 같은 얼굴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부담이 되었지만, 지금의 나는 팀장이니까 그녀의 말도 경청해서 들어주어야 한다.
미영 대리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저기 시현 팀장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원래 팀장이던 김아영씨. 진짜 신입사원처럼 대해도 되는 건가요? 그렇게 대해도 나중에 후환 있고 이런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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