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25화 (125/413)

〈 125화 〉 김아영 신입사원의 천적

* * *

“아, 예. 알겠습니다! 누구 말씀이라고요. 충성! 유시현 팀장님!”

김동철 과장이 여전히 짓궂게 장난을 치며, 점점 우리에게 다가 온다.

김동철 과장이 다가 올수록 점점 형광등에 비친 그의 머리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무리 세계가 남녀역전이 되었어도 탈모는 역시 신도 못 고치는 불치병이구나!

반짝 거리는 머리를 빛내며 다간 온 김동철 과장이 내 옆에 서 있는 아영팀장을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입사 동기 아영팀장님 아니야? 이게 오래만이라 반갑네. 어째 처음 봤을 때 보다 더 섹시해 진 것 같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염해 진 것 같기도 하고.”

반가워하는 김동철 과장과는 반대로 신입사원 김아영은 안절부절 못하며 자꾸만 동철차장에게서 멀어지려고만 한다.

“네? 네....... 오랜만이에요. 그럼 저는 커피 사러 스탈벅스 가야해서요. 이만 가 볼게요.”

신입사원 김아영이 대충 인사를 하고 질려버린 얼굴로 재빨리 도망치려고 하는데 김동철 과장이 신입사원 김아영의 앞을 가로 막는다.

“아니, 오랜만에 봤는데, 어딜 그리 바쁘게 가려고 그래요. 거 참. 이야~ 아영씨 이거 운동 좀 했나 봐? 엉덩이 탱탱한 것 봐. 어디 헬스장 다녀요? 좀 알려줘 봐요, 같이 다니게.”

신입사원 김아영이 히익! 하고 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선다.

이거 뭐야?

김아영이 저렇게 겁먹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알고 보니 김동철 과장이 김아영의 천적이었구나!

“아니에요. 저 집에서 혼자 홈트레이닝 해요. 그러니까 신경 끄시고 그만 좀 비켜주세요. 동철씨.”

“아니,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요. 오랜만에 봤는데, 서운하네. 진짜. 그러면 운동은 그렇다 치고. 우리 이따가 저녁이나 먹을까요?”

김아영 신입사원이 마치 세상에서 제일 징그러운 벌레를 보듯 동철과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머, 먹었어요.”

“네? 지금 오후 3시인데? 저녁을 먹었어요?”

“네, 제가 좀 저녁을 이른 시간에 먹어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좀 비켜주세요.”

하지만 김동철 과장은 거머리보다 더 끈질기게 김아영 신입사원에게 달라붙으며 매달린다.

“아. 저녁을 빨리 드시는 구나. 그러면 우리 회사 끝나고. 술 한 잔 어때요? 남자답게 내가 살게요.”

“제가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신입사원 김아영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회식 때 소주를 글라스로 원 샷 할 정도로 완전 말술이면서.

하지만 동철 과장은 신입사원 김아영이 거절하면 할수록 더 달라붙는다.

“그러면 우리 회사 끝나고 커피 어때요? 내가 분위기 좋은 곳 아는데?”

“커피도 별로 안 좋아해서요.”

“그럼 케이크?”

“세상에서 제일 싫어해요.”

김아영이 동철 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빨리 단호박처럼 딱 잘라서 거절을 한다.

하지만 동철 과장은 포기 하지 않는다.

“그럼 언제 시간 날 때 영화라도?”

“그 날 바빠요.”

“네? 아직 언제인지 얘기도 안 했는데요?”

“하여간 그 날 바빠요.”

옆에서 듣기 민망할 정도의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동철 과장이 지금 당장은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작전을 바꾸었다.

“아, 그러면, 아영씨. 제가 생각해보니 아영씨 핸드폰 번호가 없는데, 핸드폰 번호 좀?”

일단 번호를 알아두고 천천히 공략해 볼 요령인가 보다.

하지만 신입사원 김아영은 단칼에 잘라낸다.

“제가 핸드폰이 없어서요.”

“네? 그럼 손에 들고 있는 건 핸드폰 아니에요?”

신입사원 김아영이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이거요. 이거 미영 대리 거예요. 그렇죠. 미영 대리?”

열심히 모니터 화면을 보며 몰래 소설을 읽던 미영대리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라서 뒤돌아본다.

그리고는 신입사원 김아영과 같이 있는 동철 과장을 바라보더니 얼굴이 수줍게 달아올랐다.

마치 이상형을 처음 본 급식 초등학생 같은 표정이다.

하지만 반대로 미영 대리의 얼굴을 본 동철 과장은 깜짝 놀라서 뒤로 주춤 물러섰다.

“으헉! 아니, 사탄의 인형 처키가 왜 여기에 있어?”

자기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 버렸다.

자신을 사탄의 인형 처키라고 불렀음에도 미영대리의 표정은 마치 기분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하다.

“어머, 이 얼굴이 훤하게 잘생긴 분은 누구에요?”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팀원들에게 동철과장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자 모두들, 인사하세요, 여기 이 분은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저희 팀에서 같이 일하게 된 김동철 과장님입니다. 원래 영업팀에서 근무중이신데, 이번 저희 회사에서 시범케이스로 진행되는 회사 부서 간 팀원 바꾸기 프로젝트 때문에 짧은 기간이지만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김동철 과장이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 안녕하세요. 짧은 기간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김동철이라고 합니다. 이야, 이거 개발사업부는 과연 소문처럼 미인들도 많고 팀 분위기가 참 좋네요.”

미인들이 많다는 말에 이미영 대리의 얼굴이 수줍게 달아올랐다.

팀원들이 박수로 김동철 과장을 환영해 주었다.

나는 팀장이었지만 신입사원으로 전락한 김아영의 옆자리.

널찍한 책상을 가리키며 김동철 과장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이 자리에서 근무하시면 되요. 모르는 거 있으시면, 저나 성현대리님한테 물어 보시고요. 과장님.”

“에이, 뭘. 모르는 걸 남자한테 물어 봐. 그냥 옆자리에 있는 섹시한 아영씨한테 물어보면 되지. 안 그래요? 아영씨?”

신입사원 김아영이 몸서리를 치며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동철과장이 다시 불러 세운다.

“저기 아영씨.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같이 갈까요?”

“아니에요. 팀원들 커피 사러 스탈벅스가는데 혼자면 충분해요. 바쁘실 텐데 일 보세요.”

커피라는 말에 동철과장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시현 팀장님. 이거 커피 각자 개인 돈으로 사는 거예요?”

“아니요. 과장님. 우리 신입사원 김아영씨가 사비로 한 턱 내는 거예요, 그렇죠. 아영씨?”

김아영이 나를 여우같이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한다.

“네. 누구 때문에 제 월급 다 깎이게 생겼네요. 얼마 되지도 않는데. 참나.”

하지만 김아영의 투정이 동철과장에게는 다른 의미로 들렸나 보다.

“이야~! 이거 아영씨가 사는 거야? 그럼 나도 한 잔 부탁해도 되지? 나는 따끈따끈한 쌍화차. 계란 노른자도 동동 하나 띄워서~”

김아영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한다.

“스탈벅스에는 쌍화차 안 팔 거든요. 참 나, 어이가 없어서. 방금 전에 뭘 들은 거야 도대체.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눈치 없고 뻔뻔한 건 똑같네 진짜. 으유. 진절머리나. 저 인간이 어쩌다가 내 옆자리에 앉게 된 거야. 미치겠네. 진짜아!!”

하지만 동철 과장은 능글맞게 웃으며 다시 말한다.

“아, 그래요? 그러면 나는 커피. 그 다방 스타일로 프리마하고 설탕 잔뜩 넣어서. 부탁해요~”

신입사원 김아영은 더 말해봤자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입구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어째, 김아영의 표정이 식당에서 나에게 민망한 모습을 들켰을 때 보다 더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동철 과장을 우리 팀으로 스카웃한 건 아영팀장 괴롭히기의 치트키였던 것이다.

하지만 김아영의 심정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 듯 김동철 과장은 멀어져가는 김아영을 바라보며 혼자 속삭인다.

“아니, 우리 아영씨 옛날에 비해 많이 쓰위트 해 졌네. 혹시 나 좋아하나?”

* * * * *

신입사원 김아영이 커피를 사러 간 사이, 미영 대리가 쪼르르 달려와 동철 과장 옆에 바싹 얼굴을 들이밀며 말을 건다.

“저기, 과장님. 처음 뵙는데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정말 이마도 넓고 훤칠하게 생기셨네요. 저는 이미영 대리라고 합니다.”

인터넷 기사를 보던 동철 과장이 깜짝 놀라서, 의자를 뒤로 빼며 뒤로 물러선다.

“아, 아니! 처키, 아니 미영씨 그렇게 갑자기 무서운 얼굴을 들이밀면 어떡해요? 사람 놀라게 시리.”

“아, 죄송합니다. 과장님. 과장님처럼 잘생기신 분이 저희 팀에 와서 너무 기뻐서 그만.”

“아, 그거야 뭐. 요새 자주 듣는 말이긴 한데, 하여간 일 보세요. 지금 바쁘니까.”

냉철하게 대하는 동철과장에게 더 흥미를 느끼는지 미영 대리가 물러서지 않고 다시 말을 건다.

“그러지 말고, 과장님. 언제 시간 날 때 같이 밥이라도 먹어요.”

동철과장이 휴우 한 숨을 쉬며 말한다.

“아, 저 그 날 바빠요. 그리고 밥 안 좋아합니다. 가서 일 보세요.”

너무 단호한 대답에 미영대리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아쉬움이 남는지 동철과장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다.

그 때 신입사원 김아영이 양 손 가득 스탈벅스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커피 사 왔어요. 각자 자기 거 챙겨 가세요.”

“아! 아영씨. 갔다 왔어요? 수고 했어요.”

동철 과장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김아영에게 다가가서 왼 손으로 커피 드는 것을 도와준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톡톡!

신입사원 김아영의 탱탱하게 업된 엉덩이를 두들기며 윙크를 찡긋 날린다.

“수고했어요. 아영씨. 아유, 그냥. 엉덩이가 실하네. 실해. 진짜 운동 열심히 하나 봐.”

동철 과장에게 순식간에 강제로 엉덩이를 유린당한 신입사원 김아영이 얼음처럼 얼었다.

하지만 곧 흐윽. 흐윽. 소리를 내며 천천히 자기 자리로 걸어간다.

아마도 원래 내가 살 던 세계라면 성추행이라고 개지랄을 하며 난리를 떨었겠지만, 남녀가 역전된 세상에서는 남자가 여자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토닥이는 건 그저 귀여운 애정표시 정도다.

그러니까 이런 일로 화를 내면 신입사원 김아영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아영은 남녀가 역전된 세계가 익숙지 않다.

그러니까 방금 김동철 과장에게 엉덩이를 만져진 치욕과 수치스러움이 엄청나다.

하지만 김동철 과장의 착각은 계속 된다.

“아영씨, 표정이 왜 저래? 발그레 해 져 가지고. 혹시 내가 엉덩이 만져줘서 좋아서 그런가? 아이 우리 아영씨는 좋으면 좋다고 하지. 하여간 수줍음이 너무 많다니까. 귀엽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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