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분홍머리에 피어싱과 문신을 한 미소녀
* * *
퇴근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최다정 차장에게 다가갔다.
“차장님 퇴근 할게요.”
“네, 시현씨. 수고했어요.”
최다정 차장이 요염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야릇하게 웃는다.
좀 이따 술집에서 보자는 무언의 의미겠지?
나도 최다정 차장의 요염한 눈빛을 능글능글한 미소로 받아 넘긴다.
그리고 눈길을 살며시 최다정 차장의 단추가 하나 없는 블라우스 위로 튀어나온 하얀 거유 가슴을 봐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다정 차장이 자신의 거유 가슴을 바라보는 나를 보며, 부끄러워하는 표정 짓는 연기를 한다.
씨발년아.
내가 네 년의 정보일람을 통해서 필살기가 [허리 돌리며 폭풍 요분질하기]인 걸레년이라는 것을 다 아는데.
어디서 순진한 척을 해.
어이가 없다. 진짜.
가방을 메고 마스크를 쓴다.
내가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 박지훈이라는 것을 안 이상.
밖에서는 얼굴을 철저히 가리고 다닐 수밖에 없다.
어제나 그제처럼 대충 가리고 다닐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저녁시간의 거리는 퇴근하는 회사원들로 붐빈다.
마스크로 완벽하게 얼굴을 커버하고 거리로 나섰지만 여전히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얼굴천재 아이돌의 아우라는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딸랑딸랑!
고급 일식집 다래정의 문을 잡아당기자 유리문에 달린 종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울린다.
“이라사이마세~ 어서오세요!”
종업원들이 큰 소리로 깍듯한 인사로 손님을 반겼다.
역시 고가의 품격 있는 일식집답게 직원들의 교육이 잘 되어있다.
손님을 반기던 직원들 중에 분홍색 머리에 손등에는 정교한 매화 문신을 한 좀 놀게 생긴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손님, 한 분 이신가요?”
자세히 보니 입술에도 작은 고리 모양의 피어싱을 하고 있다.
키는 165cm정도로 이세계에서는 작은 키에 속하는 여자였다.
하고 다니는 모습은 현세계로 따지자면 여자 폭주족 같이 터프해 보이는데, 얼굴은 오히려 고등학생처럼 어려보이고 귀여웠다. 거기다 굉장한 미인이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이면서 한 번 보면 잘 잊히지 않을 뇌리에 강하게 남는 인상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할 타이밍을 잠깐 놓쳤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아니에요. 두 명이에요. VIP석 자리 있죠?"
"네. 송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분홍 머리에 입술에 피어싱을 한 다래정의 종업원이 약간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매니저에게 VIP석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그녀에게 느꼈던 이질감이 단순한 그녀의 미모와 문신 때문이 아니라 그녀만이 가진 이국적인 느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네, 손님. 자리 있습니다. 안내 해 드리게쓰니다.”
한국어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듣기에 거슬리는 것도 없었다.
분홍 머리에 피어싱을 한 여 종업원은 다래정에 오는 외국 손님들을 위해 고용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외국인일 까봐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외국인 서버를 붙여 준 것 같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분홍머리의 여종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외국분 이세요?”
분홍머리의 여종업원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답한다.
“네. 저는 일본 오사카에서 왔습니다. 손님은 순수 한국분이세요?”
“네, 저는 그냥 한국 사람이에요.”
“아. 너무 이국적으로 보이셔서 러시아나 영국 혼혈이신 줄 알았어요. 피부도 다른 한국 분들보다 하얗고.”
사실 내가 보기에도 나는 순수한국인이 아니라 러시아나 영국의 귀족의 피가 섞인 혼혈아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녀의 질문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그나저나 분홍머리에 피어싱을 한 여자종업원은 일본에서 온 여자였구나.
그래서 키도 작은 편이고.
아니 일본에서는 오히려 165cm면 아주 키가 늘씬한 편에 속하겠구나.
남녀가 역전된 세상은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일본의 여자들은 내가 원래 살 던 세계의 여자들과 똑같다.
자세히 보니 분홍머리에 문신을 한 여자는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보이는데 보조개에도 작은 동그란 공 모야의 피어싱을 하고 있다.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보조개에 한 피어싱도 그녀와 잘 어울렸다.
“저기에 앉으시면 되세요. 손님. 그리고 여기 메뉴판 있습니다. 천천히 메뉴를 보시고 결정하시면 벨을 눌러주세요. 감싸합니다.”
손님 접대용 한국어는 항상 하는 말이라서인지 마치 한국 사람처럼 발음이 자연스러웠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다래정의 일본인 종업원이 남겨놓고 간 메뉴를 살펴보았다.
오늘은 최다정 차장을 노예로 만드는 특별한 날인만큼 좋은 음식을 시키고 싶었다.
특선 풀코스 A. (200,000원)
자완무시
샐러드
츠케모노
게살죽
사시미세트
(광어와 도미, 참치, 복어회)
복튀김
해산물
미니 나가사키 짬뽕
후식
음. 이정도면 최다정 차장도 만족 할 것 같고.
최다정 차장을 포섭하기 위한 미끼로 적당할 것 같다.
나는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다래정의 일본인 종업원을 부르기 위해 벨을 누르려다가, 잠시 멈췄다.
코인 상점에서 산 페르몬 향수의 성능이 궁금했다.
칙!
나는 지체 없이 페르몬 향수를 꺼내서 가볍게 손목에 한 번 뿌렸다.
그리고 그 향기를 맡아 보았다.
내가 맡기에는 은은하고 시원한 그저 품질 좋은 향이었다.
과연 이 페르몬 향수가 여자에게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띵동!
내가 벨을 누르자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다래정의 일본인 종업원이 예의바르게 VIP실의 미닫이문을 똑똑 두들겼다.
“손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내가 허락을 하자,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다래정의 일본인 종업원이 들어왔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내가 주문하고자 하는 특선 풀코스 A에 대해 질문을 했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페르몬향수라도 바로 여자가 반응하지는 않을 테니.
여자가 향수 냄새를 맡고 반응하기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특선 풀코스 A를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다래정에서 이 코스가 인기가 많나요?”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다래정의 일본인 종업원이 상냥하게 웃으며 말한다.
“네. 손님. 저희 다래정에서 제일 잘 나가는 대표 메뉴입니다. 실망하시지 않으실 거에요.”
나는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이 나에게 더 다가오도록 유도했다.
“그러면 술은 어떤 술이 좋나요? 이 세 가지 중에서 추천해 주세요.”
[다이긴죠 키세이츠루 (150,000원)]
[준마이긴죠 원주 키노사케 히이레(95,000원)]
[준마이긴죠 케시이츠루(80,000원)]
다들 그래도 가격이 제법 나가는 사케였다.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이 여전히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특별한 자리라면 다이긴죠 키세이츠루를 추천 해 드려요. 목 넘김이 깔끔하고. 숙취도 없는 편이에요.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사케입니다.”
수 없이 많이 반복한 문장이라서인지 한국어가 깔끔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술이라.
그렇다면 오늘은 다이긴죠 키세이츠루가 어울리는 자리구나.
“아, 이 술을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거죠? 그럼....... 죄송한데 그쪽 이름이?”
“네? 저, 저요?”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이 살짝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다.
“저는 미유키라고 합니다. 손님.”
“아. 미유키씨. 미유키씨 사실은 제가 오늘 이 다래정에서 어떤 여자 분이랑 술자리가 있는데, 아주 중요한 자리거든요. 그래서 향수도 좀 뿌리고 멋도 좀 내고 왔는데. 미유키씨가 보기에는 어떤가요?”
내가 마스크를 벗으며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 미유키를 바라보자, 미유키가 살짝 발그레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 미, 미유키가 보기에는 충분히 잘 생기고 멋있으셔서 잘 될 것 같습니다.”
페르몬 향수의 영향도 있겠지만, 마스크를 벗은 내 존잘 얼굴이 미유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건지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긴장한 것 같다.
나는 페르몬 향수를 뿌린 손목을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 미유키에게 내 민다.
“이거 오늘 새로 산 향수 뿌린 건데, 실례가 안 된다면 향을 한 번 맡아 주실 수 있으세요? 이따 만나기로 한 여자 분이 향수에 민감해서요.”
“네, 네. 미유키가 오빠 냄새 맡아드리겠습니다.”
지금 나누고 있는 한국어는 미유키가 자주하는 말들이 아니라서인지 어색하면서 살짝 음란한 느낌이 들었다.
킁. 킁.......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 미유키가 귀엽게 코를 가져다 되어 내 손목에 뿌린 페르몬 향수 냄새를 맡는다.
“오빠. 오빠 냄새가 아주 좋, 좋아요.”
음......
뭔가 말투가 좀 야릇하게 바뀐 것 같은데.
나는 한 번 시험해 보기로 한다.
“미유키씨, 잠깐 VIP실 미닫이문을 닫고 자리에 앉아서 제 얘기좀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 미유키가 무엇인가 홀린 사람처럼, VIP실 미닫이문을 닫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 앉는다.
“네. 오빠 얘기 미유키가 들어드릴게요.”
미유키가 나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가 자꾸만 내 옆으로 몸을 바짝 붙이며 다가온다.
사실 나는 페르몬 향수의 효과를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 미유키에게 많이 기대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 그녀는 대한민국의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내가 살던 세계의 일본여자와 비슷하다.
성욕이 대한민국 여자들처럼 강할 리가 없다.
두 번째로 그녀는 페미 걸레가 아니기 때문에, 코인 상점에서 산 물품이 그녀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페르몬 향수의 효과는 외국인인 미유키.
그것도 페미 걸레가 아닌 일반여자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점점 나에게 몸을 들이대며 접근하는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 미유키가 부담되어서 말했다.
“미유키씨. 너무 가까이 붙는 것 같은데요.”
분홍머리의 피어싱을 한 일본인 종업원 미유키가 살짝 삐졌는지 귀엽게 볼을 부풀렸다.
“오빠. 오빠는 미유키가 오빠 얘기 들어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싫어요?”
미유키가 요염한 눈빛으로 일본 야동에 나오는 AV 배우처럼 유혹하듯 나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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