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7화 (17/413)

〈 17화 〉 근육짱짱 여형사 류혜진

* * *

17

근육짱짱 여형사 류혜진

“유시현님 잠시만 와 주시겠어요.”

“네.”

나는 형사 아가씨가 부르는 곳으로 갔다.

숏 컷 일당 3명은 취조를 받고 있었다.

“제시하신 녹음 파일 살펴봤는데, 증거가 확실하네요.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진술도 일괄되고요. 저 여자쪽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시현씨는 정당방위. 저 여자들은 바로 공갈, 폭행, 갈취 죄로 바로 형사 입건될 겁니다.”

“아, 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들 상태가 제 정신이 아니에요. 무슨 마약이라도 했는지. 계속 여기는 꿈속이라고 현실을 부정하고 있어요. 소변 채취해서 마약투약 여부도 검사 중이니까 결과도 곧 나올 겁니다.”

“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뭘요. 남성분들 인권 보호는 당연히 저희 경찰이 해야 하는 일인걸요.”

나는 숏 컷 머리 일당을 바라봤다.

“너희 헛소리하는 거 보니 마약도 한 것 같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숏 컷 머리 년이 앙칼지게 나와 경찰 아가씨를 노려봤다.

“씨발.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사회적 약자인 여자를 증거도 없이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냐고!”

역시 썅년은 썅년 이었다.

경찰서에서도 겁 없이 막 대드네?

여형사님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나.

숏 컷 머리 앞에 앉은 근육질 형사가 두꺼운 서류파일로 숏 컷 머리의 머리를 후려 갈겼다.

­퍽, 퍽!

“이 씨발년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어서 신사분께 사과드리지 못 해!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네. 이 미친년들이 진짜. 어떻게 헬멧 쓰고 진실의 방으로 한 번 들어가? 들어갈까!”

알통이 머리만큼 두꺼운 여경이었다.

저 정도면 헬창 중의 헬창.

끝판 왕이다.

어, 가만.

생각나는 배우가 한 명 있는데.......

“아이고, 시현씨라고 했나? 그 많이 놀라셨죠. 어디 이 노무 썅년들이 감히 남자 분께 눈을 부릅뜨고. 고개 숙여! 숙여라, 뒤지기 전에.”

근육짱짱 여경이 무서운지 숏 컷 머리 일당이 눈을 깔았다.

서랍에서 쌍화차를 꺼냈다.

“그 목마르실 텐데 이거라도 하나 드세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형사님.”

“아이고, 제 손이 부끄럽습니다. 받으세요. 받아. 괜찮아요.”

“아, 예.”

쌍화차를 건네받으면서 손이 스치자 근육여형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 뭐야?

설마 저 등치에 부끄러워하는 건가?

“가, 감사합니다! 평생 이 손은 씻지 않겠습니다! 영광입니다!”

“아. 예? 예.........”

근육짱짱 여형사가 뭐가 그리 좋은지 내 손이 닿았던 오른손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숏 컷 머리 일당을 향해 호랑이 같이 소리쳤다.

“야, 이 싸가지 없는 년들아. 이렇게 훌륭하신 시현씨에게 감히 손찌검을 해. 돌았나. 진짜.”

“아, 아니요. 저희가 때리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때리려고 시늉만.”

“시늉만? 어! 시늉만! 저렇게 귀엽고 고운 시현씨 때릴 때가 어디 있다고. 아오! 진짜. 야! 너희들 안 되겠어. 진실의방으로.”

“네!? 네?”

“외쳐라! 썅년들아. 진실의 방으로!”

“지, 진실의 방으로......”

근육짱짱 여형사의 기세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숏 컷 머리 3인방이 진실의 방을 외쳤다.

오토바이 헬멧 3개를 나눠줬다.

“자, 이거 하나씩 쓰고. 빨리 끝내자. 언니가 우리 동생들 때문에 살짝 심기가 불편해서 그러는 거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괜찮아. 괜찮아.”

영문도 모른 체 숏 컷 머리 3인방이 오토바이 헬멧을 썼다.

“진실의 방으로 따라 온다!”

“따, 따라 온다.”

근육짱짱 여형사가 내게 공손히 인사했다.

“시현씨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끝날 테니.”

숏 컷 머리 3인방을 커튼이 쳐진 사무실 한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이 년들이 아주 개념이 없네. 어디서 감히 우리 귀여운 시현씨를 건드려!”

­퍽! 쿵! 빡! 빠각!

무자비하게 오토바이 헬멧을 폭행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오토바이 헬멧이 충격을 완화해 준다고 해도 근육짱장 여형사한테 저 정도로 처 맞으면 최소 전치 한 달이다.

“자, 나와. 나와....... 어허! 무서워하지 말고 나오라니까. 안 때릴게. 아 진짜. 쫄지 말고 나오라고. 우리 시현씨 기다리잖아.”

머리가 엉망진창이 된 숏 컷 3인방이 눈을 바닥으로 깔고는 엉거주춤하게 걸어왔다.

“자, 다시 해보자. 아가들아. 잘 못 했지?”

“자, 잘 못 했습니다!”

“야, 숏 컷 머리. 너는 코피 좀 닦고 자샤. 누가 보면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괴롭힌 줄 알겠어. 눈치 없게, 행동할래!”

코피를 훌쩍 거리던 숏 컷 머리가 화들짝 놀래서 재빨리 휴지로 코를 틀어막았다.

“자, 자. 무릎 꿇고 손들고. 진실의 방에서 연습한대로.”

숏 컷 일당 세 명이 주르륵 내 앞에 손을 들고 무릎을 꿇었다.

아까의 그 치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진실의방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저희가 잘 못 했습니다! 맞아도 쌉니다! 감히 시현님께 눈을 부라리다니. 더 때려 주십시오!”

아무리 봐도 근육짱짱 여형사가 교육시킨 멘트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가만히 있자 근육짱짱 여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자식들 진짜. 진심을 담아서 하라니까. 그거 밖에 못해! 진실의 방 한 번 더 갈래?”

숏 컷 머리 일당이 펑펑 눈물을 흘렸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진실의 방은 가기 싫어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휴.......

그래 뭐 이정도면 반성했네.

그 동안 쌓은 범죄로 형사 입건도 될 테니.

이제 그만 하자.

“형사님. 이제 이 아가씨들 반성 좀 한 거 같은데. 형사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네! 시현씨. 야! 너희들 얼른 고맙다고 인사 안 드려?”

“가,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제야 근육짱짱 여형사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기 시현씨. 여기 제 명함입니다.”

“아? 네?”

“그, 뭐 다른 게 아니라. 언제든 곤란 한 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스토킹 하는 년이 있다던가, 오늘처럼 분수도 모르고 시비를 거는 년이 있다던가. 집에 바퀴벌레가 출몰했다던가, 하수구가 막혔다든가. 막노동 할 일꾼이 필요하다든가.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시현씨가 불러주시면 만사 제쳐 놓고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헉. 나는 기가 막혔다.

“형사님들이 하수구도 뚫어주고, 막노동도 대신 해줘요?”

“당연하죠!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 봉사! 봉사! 모르십니까. 시현씨 같이 귀여운 분이 불편하신 일이 있으면 모든지 도와드려야죠. 아, 그리고.”

멋있게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는 내 반바지 위로 덮어줬다.

“시현씨 같이 귀여운 분이 그렇게 짧은 반바지 입고 다니시면 여자들 심장정지 옵니다. 그걸로 꼭 가리고 집에 들어가세요.”

하, 이거 뭐야.

여자들이 남자한테 보호 받으면 이런 느낌일라나?

그런데 이상하게 설레고 심장이 두근거리긴 하네.

역시 배려하는 남자.

아, 아니. 여자가 멋있구나.

얼굴이 우락부락하고 근육이 몸을 지배하는 여형사였다.

전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보다는 호감이 많이 상승했다.

“고마워요. 형사님.”

“영광입니다! 시현씨.”

근육짱짱 여형사가 건네 준 명함을 챙겨서 지갑에 넣었다.

­강남경찰서 형사과장 류혜진.

알아두면 좋을 사람이었다.

“야, 시현아. 이제 형사님이 가도 된다는데?”

동철차장과 성현대리였다.

“네, 형들 가요.”

근육짱짱 여형사 류혜진이 날 보내는 것이 못 내 아쉬운 눈초리였다.

주머니에 봉봉오렌지주스가 들어있었다.

아, 아까 이상한 여자한테서 받은 거구나.

“형사님. 이거 드시고 일 하세요.”

“네?”

류혜진 형사의 작은 눈이 커졌다.

오렌지주스를 건넸다.

“정말, 이거 저 주시는 건가요?”

“네. 형사님도 저 쌍화차 주셨잖아요.”

“고맙습니다! 이 오렌지주스는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가문의 보물로 대대로 물려주겠습니다!”

아니 뭐 오렌지주스를 가보로까지.

“그럼 이만 가 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살펴서 들어가세요! 시현씨. 그리고 다른 오빠들. 시현씨 언제든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곤란한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24시간, 대기 타겠습니다!”

아니 무슨 24시간, 대기를.

엠블란스도 아니고.

좀 과한 면이 있지만 착한여자였다.

“시현아, 저 아저씨가 너한테 제대로 반했나보다.”

“아, 진짜. 동철차장님. 아저씨 아니고 아가씨거든요?”

“아, 그래? 나는 근육만 보고 남자인 줄 알았지. 하여간 조심해라. 널 아주 잡아먹을 기세더라. 험.”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았다.

근육질 형사 아가씨한테 강간당하면 어떡해.

생각해보니 끔찍하다.

“택시!”

성현대리가 택시를 보고 소리쳤다.

“야 지금 이 시간에 택시잡기도 힘든데 한 대로 가자. 성현이 먼저 내리고, 시현이 내리면 되겠네.”

“네, 그래요. 형.”

토요일 저녁이라 택시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시간이다.

­끼이익!

택시가 우리를 그대로 지나치려다가 급하게 멈췄다.

어, 이 시간에 택시가 한 번에 잡힌다고?

“양재동 가요?”

강남경찰서에서 양재동은 가까웠다.

택시기사에게는 돈이 안 된다.

오늘 같은 불토에 상납금을 바짝 댕겨야 하는데.

승차거부 하겠지.

아니면 따따블 주면 가려나?

“네. 가요. 타세요.”

뭥미.

간다네?

적어도 따따블은 예상했는데.

내가 앞자리.

동철차장과 성현대리가 뒷자리에 탔다.

“아, 형. 나 진짜 형네 집에서 오늘만 자면 안 돼?”

“얌마. 징그럽게 남자끼리 자자고? 조까지 말고 집에 들어가.”

“아, 진짜. 시현아? 어떻게 안 되겠니?”

“아, 성현이형 저도 그건 싫어요. 안 그래도 여자 친구도 없어서 서러운데. 토요일 밤을 남자랑? 에이 그건 아니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택시기사 아가씨가 나를 슬쩍 쳐다봤다.

“설마 여자 친구가 없을 리가.”

혼잣말인데 들렸다.

“네?”

“아, 아니에요.”

택시기사 아가씨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혼잣말 들킨 게 창피했나 보다.

그런데, 이 남녀역전 세계는 여자들 외모가 다들 왜이래?

창조주가 돌았나 진짜.

심지어 택시기사 아가씨도 귀엽다.

피부는 하얗고 깨끗하다.

눈이 토끼 같이 크고 순해 보인다.

코는 아담하고 귀엽다.

입은 보조개가 들어가는 웃는 상이다.

키는 175정도.

이 남녀역전 세계에서는 여자의 평균키 정도다.

거기다가 남녀역전 세계의 택시기사들은 제복을 입는다.

머리에는 스튜어디스들이 쓰던 삼각형의 귀여운 모자를 쓰고 있다.

깔끔한 하얀색 마이에 하늘색 블라우스가 잘 어울린다.

하의는 하얀색 마이에 어울리는 짧은 분홍색 스커트이다.

살짝 팬티가 보일랑 말랑한 아슬아슬한 길이다.

거기에 포인트로 하얀색 스타킹이 돋보인다.

스커트를 올리고 스타킹을 확 찢어서 좆을 박고 싶은 충동이 든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