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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4화 (14/413)

〈 14화 〉 진격의 보지들에게 둘러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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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진격의 보지들에게 둘러싸이다.

하루 종일 머리도 안 감았다.

아무리 기본이 미소년이라도 지금은 너무 후줄근하다.

검은색 모자를 얼굴이 잘 안 보이게 깊게 눌러썼다.

후드로 모자를 덮었다.

2580호프는 나와 성현대리 동철차장 집에서 중간 지점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2580호프에서 자주 만났다.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다.

저녁 공기가 상쾌하다.

모자를 눌러쓰고 후드로 가려도 귀티가 나나 보다.

여자들이 흘깃 흘깃 쳐다본다.

하긴 날카로운 브이라인 턱선이 살아있다.

피부가 뽀얗고 투명하다.

얼굴을 가려도 여자들이 관심 가질 만하다.

더군다나 남녀 성비가 1대 10이다.

남자 한 명에 여자 열 명.

눈코입만 제대로 달렸어도 좋다는 여자들이 넘쳐난다.

“야, 늘씬하고 잘 빠진 게, 다리도 죽이는데.”

씨발, 반바지를 입고 유흥가 쪽을 걸은 게 실수였다.

PC방 갈 때는 가까운 거리라 몰랐다.

여자들의 성희롱이 이렇게 심한지.

“저렇게 섹시한 새끼가 자지로 한 번 박아주면 소원이 없겠다.”

“저 정도로 섹시한 뒤태면 밤새도록 쌉 가능. 엉덩이 탱탱한 거 봐.”

술에 취한 친구들끼리 하는 말 이었다.

하지만 일부로 나한테 들리도록 크게 말했다.

변태 같은 년들.

말 걸 자신은 없으니까 간접 성희롱하는 거다.

거기다가 누군가가 나를 교묘하게 뒤따라오고 있었다.

­찰칵!

공부는 못해도 눈치는 빠른 편이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여자가 몰래 디카로 내 뒷모습을 찍고 있었다.

허락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 왜 남의 사진을 마음대로 찍어요!”

“아, 네?”

여자가 당황했다.

재빨리 손을 뻗어 여자의 디카를 잡았다.

“앗!”

디카를 당겼다.

생각보다 손쉽게 여자의 디카를 빼앗을 수 있었다.

이세계의 여자들은 남자보다 힘이 세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디카 갤러리를 빠르게 넘기며 훑어봤다.

­촥! 촥! 촥!

갤러리에 내 사진이 가득했다.

하, 씨발.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이도 찍었네.

“저, 저기 죄송합니다. 제발 신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요.”

여자가 모자를 벗고 무릎 꿇고 빌었다.

요염하게 생긴 여자였다.

고양이 같이 큰 눈에 오뚝한 코.

태닝한 피부가 섹시했다.

얼굴에서 색기(色?)가 뚝뚝 흘렀다.

이세계에 오기 전이라면 남자들이 침을 질질 흘렸을 외모다.

저 정도 외모면 텐프로 같은 고급 유흥업소에 가도 상위권일 텐데.

남녀역전 세계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몰카꾼이나 하고 고생이 많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와, 저 년 미쳤네. 쇠고랑 차고 싶어서 간이 부었나봐.”

“미친년 혼자 바이브레이션 잡고 딸이나 치지, 왜 젊은 남자 몰카를 찍어.”

“경찰 불러요. 경찰!”

아, 뭐. 사진 좀 찍었다고 경찰은.

복잡해지는 건 싫다.

몰카녀가 찍은 내 사진들을 클릭해서 지웠다.

“여기요. 이제 다른 사람 몰카 찍지 말아요. 기분 나쁘잖아요.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몰카녀가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저 남자는 천사야? 저걸 신고 안 해?”

“합의금만 해도 돈 몇 천은 깨졌을 텐데, 저 년 평생 쓸 운 오늘 다 썼네.”

“원래 잘생긴 남자가 마음도 착하다고 하던데, 얼굴 가려도 광채 나는 거 봐. 모자 벗으면 존잘 일 거 같은데.”

그때 한 여자가 나를 얼핏 보더니 소리쳤다.

“야, 혹시 프로듀서 102에 나왔던 박지훈 아니야?”

한 여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점점 다 사람들의 오해가 커져갔다.

빨리 도망치자.

더 잡혀있다가는 약속에 늦는다.

성현대리랑 동철차장한테 개 까인다.

“저기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귀엽게 생긴 학생이었다.

“어, 맞죠? 오빠. 박지훈 맞죠?”

“아닌데요.”

목소리를 깔고 고개를 숙였다.

“야! 맞아. 맞아. 박지훈이야! 오빠~ 싸인 좀 해주세요. 네!”

“진짜 박지훈이야? 어쩐지 딱 봐도 일반인 포스가 아니더라. 야! 오빠 도망 못 가게 길 막아.”

뭐, 뭐야!

박지훈이 누군데?

여고생들이 얼굴은 귀여워도 키는 나보다 크다.

니뽄 느낌의 화장에 짧은 교복치마를 보니 일진들 같다.

씨발, 이거 잘 못하면 여고생 일진들한테 둘러싸이겠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도 삥 뜯길까봐 피해 다녔던 여자 일진들인데.

스물여섯 살 먹고 길막 당해서 괴롭힘 당하는 거 아니야. 씨부랄!

“사랑해요 박지훈! 우유빛깔 박지훈! 미소천사 박지훈!”

“오빠아아아! 꺄 아아앙앙악!”

이건 웬 익룡 소리야!

아무래도 박지훈인가 뭔가 하는 자식 광팬이 떴나 보다.

튀자!

“비, 비켜요! 나 박지훈 아니라니까!”

앞을 가로막은 여고생들을 피해서 빨리 걸었다.

그런데 구경하던 여자들까지 합세했다.

나를 동그랗게 에워싸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점점 더 여자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야! 여기 연예인 광고 찍으러 왔데!”

“에이씨. 연예인 봐서 뭐해. 돈이 나 오냐, 떡이 나 오냐!”

“프로듀서 102에 나 온 박지훈이라는데?”

“박지훈? 썅년아 뭐해. 카메라 들고 돌진 해. 오빠아아아앙악! 셀카 한번 만 찍어줘요!!”

“진짜, 박지훈? 걔 졸라 귀엽잖아. 아 어제도 지훈이 사진보면서 딜도 한 번 박았는데. 씨발 지훈이 가슴이라도 한 번 만져보자!”

숨이 막혔다.

아, 씨발 이건 무슨 진격의 보지들도 아니고.

다들 나보다 키가 10cm정도는 컸다.

거인 보지들에게 둘러싸였다.

미치겠네!

도망 갈 길이 없어 보였다.

“아, 비켜요! 비켜. 우리 지훈이한테 손대면 다 형사 고발 합니다.”

검정 자켓에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여자들을 헤치며 나타났다.

“아줌마는 누군데! 지랄이야! 꺼져. 썅년아!!!!!! 지훈오빠아아앙악!”

“지훈이 매니저거든요. 우리 지훈이 촬영가야해서 시간 없으니까 빨리 비켜요.”

매니저라는 말에 나를 둘러쌓던 여자들이 뒤로 물러섰다.

“매니저 언니! 지훈오빠랑 사진 한 장만 찍게 해줘요!”

“지훈 오빠아아아! 연락처 좀 주세요. 제발!”

매니저라는 여자가 나를 비호하며 진격의 보지들을 뚫어냈다.

“지훈씨 가시죠.”

“저 연예인 아닌.........”

여자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알아요. 일단 피하고 봐요.”

여자가 길을 텄다.

나는 여자가 이끄는 데로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타요.”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나 귀엽게 생겼다고 납치당하는 거야?

부자 아줌마들 성접대 노리개로 팔아 넘겨지는 건가?

머뭇거렸다.

“걱정 마요. 이거 카카옹 택시에요. 일단 애들 먼저 떨쳐내고 봐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카카옹 택시 어플리케이션을 보여줬다.

기다리고 있는 차와 번호가 동일했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좀비 때처럼 급식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한 여고생이 눈이 마주쳤다.

“꺄아아아앙악!!!!! 오빠가 나한테 눈빛으로 하트 날렸엉!”

아이 씨발.

익룡들.

일단 튀고 보자.

카카옹 택시에 탔다.

“어디로 가세요?”

“선릉 2580호프요.”

“아줌마, 선릉 2580호프로 가주세요.”

드라이버 아줌마가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어?

이제 카카옹 택시도 아줌마가 운전하는 구나.

대리기사도 여자가 하겠네?

아 정신 줄 잡자.

나를 구해 준 여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여자가 내 옷차림을 지적했다.

“그러게 왜 그렇게 야한 옷을 입고 대로변을 걸어 다녀요. 눈에 띄게.”

반바지가 야한 옷이라고?

아 또 세상 억울하네.

남자가 반바지에 후드티 입고 대로변 좀 걸을 수 있지.

그렇다고 도와 준 여자한테 틱틱 될 순 없지.

“아, 네........”

“집에 갈 때는 꼭 차타고 집에 가세요. 야밤에 젊은 남자가 그렇게 짧은 반바지 입고 다니면 진짜 사고 나요.”

사고? 무슨 사고?

강간이라도 당한다는 말인가?

여자들한테 깔려서 헐떡이는 상상을 하니 무서웠다.

“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씨발.

나 이제 더운 날에도 밤에는 강간당할까봐 반바지 못 입는 거야?

뭐 롱스커트라도 입어야 해?

여자가 검은색 마스크를 건넸다.

“이거 쓰고 다녀요. 제가 봐도 마스크 안 쓰면 박지훈이랑 비슷해서 곤란한 일 많이 겪을 거 같아요.”

“박지훈이 누군 데요?”

“네? 한국 사람이 박지훈도 몰라요? 요즘 제일 핫한 남자 아이돌이잖아요. 프로듀서 102 우승자.”

응? 금시초문.

좆 달린 아이돌 따위 관심 없다.

그때 택시드라이버 아줌마가 차를 세웠다.

“다 왔습니다. 손님. 8,000원 이에요.”

“아, 네. 여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건네려는데 선글라스 낀 여자가 내 손을 막았다.

“남자가 무슨 돈을 내요. 됐어요.”

“네?"

“어차피 저도 이 차 타고 돌아가야 하니까 제가 내릴 때 낼게요.”

“아니, 그래도.”

“아. 됐다니까요. 진짜 여자 가오 떨어지게 이러실 거예요.”

“아, 네.......”

돈을 아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끄러웠다.

현세계에서는 여자들이 이런 기분 이었을라나?

“그럼 가 볼게요. 오늘 덕분에 살았어요.”

“아, 그리고 이거.”

여자가 쏙쏙 오렌지주스를 건넸다.

“갈증 나실 때 마시세요. 오렌지주스 좋아하시잖아요.”

“네?”

“아, 아니에요. 아줌마 가요.”

­부르릉. 붕~!

차가 떠났다.

뭐지?

이상한 여자네.

내가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바람에, 얼굴은 제대로 못 봤다

하지만 귀여운 목소리가 익숙했다.

에이, 모르겠다.

여자가 준 쏙쏙 오렌지주스를 주머니에 넣었다.

2580호프 안으로 들어갔다.

전화를 걸었다.

“동철이 형, 나 도착했어.”

한편.

카카오통 택시 안.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택시 드라이버가 물었다.

선글라스 낀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여기서 내려줘요.”

“네?”

“방금 내린 남자분이 잊어버리고 내린 물건이 있어서요. 전해주려고요.”

“아~ 네.”

택시에서 내린 여자의 예쁜 눈이 날카로웠다.

그녀가 오렌지주스 병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틴모야,

세상의 썅년들이 접근 못하게 내가 지켜줄게.

너는 그냥 온실 속의 화초처럼 순결만 지키면 돼.

틴모가 오렌지주스를

내 앞에서 섹시하게 꿀렁꿀렁 마셔 준 순간부터 우리는 커플이니까.

내가 못 가지는 틴모는 아무도 못 가져.

틴모는 내거니까. 틴모는 내거니까. 틴모는 내거니까.

건들면 다 죽여 버릴 거야.

틴모야 2580호프 앞에서 나 올 때까지 기다릴게.

언제나 함께야.

빈 오렌지주스 병을 손에 꼭 쥔 여자의 눈이 광기로 붉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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