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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46화 (246/271)

〈 246화 〉 245화

* * *

우리는 던전 사건 겪은 지 보름이 지나서야 겨우 코르셰핑 시에 발을 들였다.

인류연합제국에 속한 대도시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코르셰핑은 강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섬 위에 지어진 복잡한 도시다.

코르셰핑은 도시의 사방으로 도개교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북쪽의 도개교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내려오는 일이 없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보지 못하다가 갑자기 인파로 북적이는 도시로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여느 대도시에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모험가길드에서 들러서 지도창을 업데이트하고, 특수상점에 들러 전송실을 활성화했다.

그런 뒤에 코르셰핑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숙소로 잡고 말을 맡겼다.

숙소는 언제나처럼 비싼 돈을 준 값어치를 했다.

한여름이 타오르는 날씨 속에서도 방은 시원했고, 각종 편의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되어서 불편할 게 전혀 없었다.

내 사랑들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쉴 생각도 하지 않고 도시를 구경하고 싶다면서 우르르 몰려나갔다.

하지만 난 그녀들을 따라가지 않고 홀로 소파에 누워서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우라 곁에 남았다.

라우라는 며칠 전부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졌다.

다들 그녀를 걱정해주었지만 한사코 괜찮다며 애써 웃으며 자리를 피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상태가 더 안 좋아보여서 그녀를 두고 다른 사람들과 놀러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리스와 에리카, 키아라를 배웅해준 뒤에 라우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라우라는 내 인기척에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고, 나는 그녀의 옆에 바짝 붙어서 앉았다.

그러자 라우라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더니 꼬리를 움직여 소파를 툭툭치는 소리를 냈다.

이건 내 경험상 뭔가 불만이 있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보여주는 몸짓이다.

그녀가 마음속으로 뭔가 문제를 품고 있는 게 확실하다.

“라우라, 이제 슬슬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래?”

내 부탁에 라우라는 귀가 축 처져버렸다.

어...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라우라와 눈을 마주쳤고, 그녀는 처량한 눈빛을 통해서 슬픔을 드러냈다.

라우라가 내게 부모님에게 일어났던 일을 말해줄 때가 떠올랐다.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실은 고향에 가까워질수록 자꾸만 옛날 추억이 떠오르고 부모님 생각이 나서 힘들어요.”

“그랬구나. 내가 진작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제가 일부러 숨겨서 그런 거잖아요.”

“왜 숨겼니?”

“다른 애들한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요. 제가 평소에 걔들을 이끄는 입장일 때가 많으니 어쩔 수 없었어요.”

라우라는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내가 늘 그녀에게 다른 사람들이 지휘를 맡긴 탓이다.

하지만 라우라만큼 리더에 어울리는 사람이 없으니 내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다.

하아, 지금은 자기합리화를 할 때가 아니라 라우라를 달래줄 때라고.

“라우라, 지금은 너랑 나밖에 없으니까 일부러 강한 척을 할 필요 없어.”

나는 라우라를 내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러자 라우라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서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애써 참아왔던 슬픈 감정을 쏟아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녀를 달래주는 것뿐이었다.

나는 라우라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녀의 상실감을 모두 메워줄 수가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잃은 심정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라우라는 잃은 방식이 너무나도 비참해서 쉽사리 그녀에게 너와 내가 같다는 식으로 동질감을 이용한 위로의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라우라는 한참을 내 품에 안겨서 펑펑 우는 바람에 예쁜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그녀의 이마, 볼, 코, 입술에 차례대로 입을 맞추며 그녀에게 애정을 쏟았다.

“레베카님,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어요. 고마워요.”

라우라는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고 귀를 쫑긋쫑긋 거리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내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갸르릉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네가 다시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다. 네가 우울해하면 나도 너무 마음이 아파. 만약에 또 힘들어지면 참지 말고 바로 나한테 의지하도록 해. 알았지?”

“네, 레베카님. 꼭 그렇게 할게요.”

라우라는 방긋 웃으며 대답하고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내 허벅지 위에 걸터앉아서 나와 마주보는 자세를 잡고, 양팔로 내 목을 끌어안으며 내게 키스를 해주었다.

나는 처음에는 라우라를 안아주기만 하다가 그녀가 키스를 하면서 노골적으로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손으로 움켜쥐게 되었다.

라우라는 허리를 요염하게 돌리며 내 혀를 집중적으로 탐했다.

내게서 키스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거머쥔 라우라는 나와 몸을 더 밀착시켰다.

서로의 가슴이 맞닿으며 부드럽게 압박감이 가해져서 찹쌀떡처럼 옆으로 살이 눌렸다.

나는 유두에 자극을 받아서 그런지 모유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마침 키스를 끝낸 라우라는 내 유방을 만지면서 새파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레베카님, 저도 모유를 마셔보고 싶어요.”

“우리 라우라가 아기가 되고 싶은 모양이네. 후후후.”

나는 바디슈트를 조절하여 모유가 질질 새고 있는 유방을 바깥으로 드러냈다.

그러고는 라우라를 모유수유를 하기 좋은 자세로 눕히고 그녀의 입에 젖을 물렸다.

라우라는 내 가슴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쪽쪽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심히 유두를 빨았다.

섹스를 하는 와중에 모유가 나올 때는 쾌락이 동반되었었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 큰 아가씨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데 왜 마음이 편해지고 모성애에 가까운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다.

라우라는 내 모유가 물리지가 않는지 입을 떼어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모유는 넘쳐나는 입장이고 반대쪽은 아예 손도 대지 않았으니 모자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는 갑자기 숙소로 급하게 들어오는 이리스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레베카님! 큰일이에요!”

이리스는 평소와 달리 큰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치면서 내게 달려왔다.

그녀는 라우라가 내 젖을 빨고 있는 모습은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라우라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황급히 하던 일을 멈추고 내 품에서 벗어났다.

농담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큰일이라니 벌써부터 불안감이 든다.

“이리스, 진정하고 말해보렴.”

“엘리자베스 황녀님께서 납치당하셨어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나는 내 귀가 다 의심스러웠다.

아니, 한 나라의 황녀이자 군사력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납치를 당한다고?

대체 그 잘난 제0기사단 놈들은 뭘 한 거냐고!

후우, 지정하자.

지금 화를 내봤자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범인은 밝혀졌니?”

“아니요. 방금 일어난 일이라서 아무런 정보도 없어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내가 다 해결할 수밖에 없겠네.”

나는 당장 지도창을 열어서 엘리자베스의 행방을 찾아보았다.

지도창을 업데이트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도창에 분명히 보였던 이름이 사라져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벌써 도시 밖으로 끌려간 게 분명하다.

“납치된 곳은 어디니?”

“영주의 저택이에요. 지금 거기도 불이 크게 나서 난리도 아니에요.”

나는 이리스의 말을 듣고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것이 보였다.

폭발음이 들리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엘리자베스를 납치한 놈들은 일을 할 때 폭발물 같은 것을 쓰지 않고 그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일부러 불을 지른 것 같다.

“일단 영주의 저택으로 가서 엘리자베스의 흔적을 찾자. 어떤 놈들이 납치를 했는지 몰라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나는 이를 갈면서 급히 숙소에서 나왔고, 라우라와 이리스가 내 뒤를 따라왔다.

거의 뛰다시피 호텔 밖으로 나오자 에리카와 키아라가 미리 말들을 준비해놓은 모습이 보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타바란을 소환하려다가 모두와 함께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에 테리제나를 소환하여 올라탔다.

그리고 다함께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내면서 영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나는 누군가를 치어버리지 않도록 경로에 미리 드론들을 보내서 사람들을 도로변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체되거나 또 다른 사고에 휘말리는 일 없이 영주의 저택에 도착했다.

영주의 저택에는 이미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코르셰핑 기사단 병력들이 총동원되어서 인명을 구조하고 불을 끄느라 바빴다.

저택은 이미 반쯤 전소된 상태였고, 화재를 버티지 못한 기둥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며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드넓은 정원 곳곳에서는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부상자와 의료진들이 뒤엉켜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한쪽에는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잔뜩 수습되어 있었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레베카님, 설마 구조 활동도 하시려고요?”

“아니.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내가 가봤자 방해만 될 거야.”

나는 라우라가 걱정스레 하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도와주겠답시고 어설프게 나서느니 부상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충분히 나누어주는 게 훨씬 낫다.

거기다 엘리자베스를 구하려면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나는 지나가는 의료진을 억지로 붙잡고서 치트가방에 들어있는 의약품을 잔뜩 주었다.

그리고 수소문을 한 끝에 엘리자베스가 납치되기 직전까지 머무르고 있었다는 별채로 향했다.

별채는 이미 완전히 다 타버려서 잿더미로 변한 뒤였다.

납치범들은 증거인멸을 위해서라도 불을 지른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내게는 흔적감지스킬이 있으니 놈들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일단 별채를 한 바퀴 둘러보다가 북쪽으로 향하는 다수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맨눈으로 봐서는 발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흔적감지스킬을 쓰니 선명해졌다.

“이거 오크가 남긴 거잖아?”

나는 흔적감지스킬을 통해 알아낸 정보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쩐지 일반적인 발자국과 형태가 좀 다르더라니...

아무튼 3명으로 구성된 납치범들은 유유히 별채의 뒷문으로 침입해서 엘리자베스를 납치한 뒤에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서나왔다.

이상한 점은 오크가 침입했는데도 별채에 있는 사람들이 놈들과 싸운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어디에도 엘리자베스의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지만 납치범들이 남긴 발자국 근처에서 엘리자베스의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과 혼자서 더 깊이 남겨진 발자국을 종합해보면 납치범들이 엘리자베스를 자루 같은 것에 넣어서 들쳐 업은 채로 도망친 것 간다.

나는 납치범들이 도망칠 때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새로운 발자국들을 발견했다.

그 발자국들은 모두 사람의 발자국이었고, 지금 불타고 있는 저택 쪽에서 온 것들이었다.

즉, 오크 납치범들이 일을 저지르는 사이에 저택에 불을 저지르는 역할을 맡은 인간 공범들의 발자국인 것이다.

한데 모인 발자국들은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해서 작은 호수에 도달했다.

발자국들은 더는 남아있지 않았지만 물가에 배를 움직인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마도 납치범들은 여기서 배를 타고 계속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더는 발자국을 추적할 수 없으니 공기 중에 남아있는 냄새의 흔적을 따라가기로 했다.

저택 부지에 있는 호수는 인공 호수였고, 지하로 이어지는 수로를 통해서 물을 공급받고 있었다.

나는 정찰드론을 어두컴컴한 수로 안으로 들여보내서 음파탐지기능으로 내부구조를 확실하게 파악했다.

수로는 갈림길 없이 오로지 직선으로 만들어져있었고, 그대로 도시를 감싸면서 흐르는 강까지 이어졌다.

강 너머에는 납치범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완전히 불타서 연기를 풀풀 날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밖으로 나가자. 여기서는 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어.”

나는 내 사랑들을 데리고서 도시 밖으로 나가서 불탄 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배에 남아있는 흔적을 조사하다보니 납치범들은 배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의 옷과 물건도 함께 태워버렸다.

그리고 주변에 남아있는 발자국들 중에는 오크나 인간이 아닌 와이번과 익룡의 발자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납치범들은 여기서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이래서야 더는 추적할 방법이 없었다.

“개새끼들!”

나는 다 타버린 배를 걷어차며 화풀이를 했다.

내가 바로 엘리자베스를 만났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필이면 그녀의 일정이 바빠서 만나지 못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겨버렸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너무 화가 났다.

“레베카님, 진정하세요. 지금은 황녀님을 구할 방법을 찾을 때에요.”

에리카는 계속 배에다가 발길질을 하는 나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덕분에 나는 어느 정도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사용가능한 모든 정찰수단을 동원해서 엘리자베스를 데려간 놈들의 흔적을 찾아야겠어. 너희들도 모두 정찰드론을 소환하도록 해.”

내 명령에 따라서 키아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정찰드론을 소환했다.

그리고 내 지시에 따라서 사방으로 날려보냈다.

나는 정찰드론 뿐만 아니라 세르자와 벨쿠레, 타바란을 소환하여 정찰임무를 부여했다.

총 4대의 정찰드론과 3마리의 비행 가능한 생물들을 동원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나 오크들과 대규모 교전이 벌어질 상황에 대비해서 얼른 새로운 촉수서식지를 확보해야겠다.

나는 지도창을 보면서 도시에 멀리 떨어진 숲이나 산 속에 있는 물음표 지역들을 찾아보았다.

그런 뒤에 인근의 숲에 숨어있는 상급 악마촉수들에게 해당 지역들에 가서 서식지로 쓸 수 있는 장소인지 확인하도록 명령했다.

이제 남은 건 코르셰핑 기사단이나 제0기사단과 접촉하여 그들을 내게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동료들로 만들고, 영주를 알현하여 내 편을 들어주도록 유도해야겠다.

엘리자베스, 내가 최선을 다할 테니까 꼭 무사해야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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