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2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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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테르디아를 떠난 지 나흘 만에 구릉지에 묻혀있는 던전의 입구를 발견했다.
그저께 들렀던 동굴에서는 무장드론에 마력대포를 장착할 수 있는 기능을 해금했고 오늘 발견한 던전은 물건복제스킬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마력대포해금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동굴은 텅 비어있었고 함정 같은 것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고생을 한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제 나는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무장드론에 장착된 무기를 마력대포로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무장드론의 무기를 변경하려면 일단 역소환을 해서 정보창에서 교체한 다음에 다시 소환해야한다는 제약이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평소에 마력대포를 장착한 무장드론을 상시 대기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과잉화력이고 다수의 총기를 장착하는 게 더 효율적으로 적들을 쓸어 담을 수 있어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레베카님, 이거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열 수가 없어요.”
“그래? 그럼 마력대포로 쏴버리자. 다들 위험하니까 멀리 떨어지도록 해.”
나는 내 사랑들이 문을 열려고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씩 웃으며 즉시 무장드론 하나의 무기를 마력대포로 교체하여 소환했다.
그리고 내 사랑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한 것을 확인한 뒤에 무장드론에게 문을 쏠 것을 지시했다.
무장드론은 묵직한 마력대포의 포구를 돌로 만들어진 던전의 문에 조준했고, 곧 대장군전처럼 생긴 포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문에 박혔다.
폭발력은 없지만 충돌시의 운동에너지는 던전의 문을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나는 무장드론의 마력엔진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를 싹 날려버렸다.
“우와, 마력대포의 위력이 대단하네요. 앞으로는 상급 마물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겠어요.”
“그러게. 정말 마음에 들어.”
나는 불꽃놀이를 보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라우라는 그냥 무덤덤했고, 에리카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고, 키아라는 아예 겁을 먹은 듯 보였다.
우리가 타고 온 동물들은 고삐를 돌기둥에 메어두지 않았더라면 깜짝 놀라서 다 도망갔을 지도 모르겠다.
“에리카, 너 괜찮니?”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놀란 것뿐이에요. 헤헤헤.”
에리카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내가 좋은지 아예 내 품에 안기더니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런 에리카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왠지 모유가 분출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엔 미리 짜주질 않으면 새어나온단 말이지...
처음엔 충분한 양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모유를 먹일 아기가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흘러넘쳤다.
그렇다고 내 사랑들에게 대놓고 처리해달라고 하기엔 부끄러워서 혼자서 몰래 젖을 짜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키아라, 넌 어때?”
“저, 저, 전 괜찮아요. 에리카 아가씨처럼 조금... 꺅!”
키아라는 아슬아슬하게 천장에 붙어있던 문의 파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다시 한 번 놀라서 움츠러들고 말았다.
엘카힘의 호문쿨루스들과 싸울 때나 마리의 팔을 뽑고 던진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죄송해요. 제가 한심해보였지요?”
“그런 게 아니야. 평소에 겁이 많은 사람이 막상 필요할 때면 용감해지는 게 신기해서 그래. 너도 그렇지 않니?”
“레베카님 말씀처럼 저도 그게 이상해요. 그런 건 얼른 고쳐야할 텐데...”
“필요할 때 용기를 낼 수 있으니까 괜찮아. 귀엽기도 하고.”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는 키아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런 뒤에 양손으로 키아라의 얼굴을 붙잡고서 키스를 했다.
누군가에게 기댄 채로 고개를 들어서 키스를 하는 기분은 다른 키스와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마치 내가 상대방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만 같았다.
키스를 끝낸 뒤에 나를 내려다보는 키아라의 그윽한 눈빛은 내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다.
키아라의 호감도는 내 예상대로 저번 사건을 겪은 뒤로 4까지 올랐다.
그래서 내 애정표현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호감도가 연인관계에 해당되는 4가 된 것 치고는 조심스러웠다.
아마도 키아라는 우리들 중에서 유일하게 노예 신분이니 내 애인이라고 티를 내기엔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다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키아라 본인의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보다.
내 입장에선 키아라의 예속퀘스트를 진행한 뒤에야 그녀를 전투메이드로 전직을 시켜줄 수 있으니 당장 노예에서 해방시킬 수도 없었다.
키아라가 늙고 병들지 않고 하루 한 번 죽음을 면하게 해주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음란도가 충분히 높으면 섹스를 통해서 호감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지만 정작 키아라의 음란도는 여전히 2라서 그게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키아라의 음란도를 올릴 수 있을까?
내가 직접 성교육이라도 해줘야 하나?
아! 저번에 키아라에게 나랑 에리카가 섹스하는 걸 보여줬을 때 조금 올랐으니까 앞으로 계속 참관을 시키는 방법을 쓰는 게 좋겠어.
라우라는 왠지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키아라가 무서워할 것 같으니 이리스와 에리카에게 협조를 요청해야겠다.
“레베카님, 방금 정찰드론으로 내부를 확인했는데 각 방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해결해서 통과하는 방식으로 보여요. 일방통행이라서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고요.”
“수고했어, 라우라. 함정 같은 것은 없었니?”
“네, 보통 이런 식으로 정해진 방에서 과제를 내려주는 방식의 던전에는 함정이 없어요. 과제에 따라서 방 자체가 함정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과제라는 게 머리를 써야하는 일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보통은 일정 수의 적들을 소환하는 방식이 많고 능력이나 무기를 제한하거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적들이 출현하는 방식이 나타나기도 해요.”
“적을 처리하는 과제라면 우리 능력으로 충분히 통과하고 남을 것 같은데.”
“정신공격을 하는 적이 나타난다면 엄청 곤란해지겠지만요.”
“그건 좀 무섭긴 하네. 그래도 우리가 여태까지 힘든 일들을 잘 극복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굴복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
“네, 레베카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다들 마법갑옷 챙겨 입고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치트가방에서 마법갑옷들을 꺼내서 늘어놓았다.
우리는 일상복 형태의 바디슈트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 뒤에 각자의 마법갑옷을 입었다.
그러고는 마법갑옷과 무기의 상태를 점검했다.
“키아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널 위한 마법갑옷을 준비해줄 테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전혀 섭섭하지 않아요. 바디슈트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고 있거든요. 게다가 제 몸은 보통 사람이 경량 마법갑옷을 입은 수준으로 튼튼하고 힘이 세서 웬만해선 위험하지않아요.”
“그, 그렇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내 앞으로 나서는 일은 없도록 해. 알았지?”
“네, 레베카님.”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키아라의 볼을 쓰다듬은 뒤에 그녀에게도 무기를 쥐어주었다.
준비를 모두 마친 우리는 문이 부서진 던전 안으로 발을 디뎠다.
던전은 예상과는 달리 밝은 조명 덕분에 전혀 어둡지 않았고 평소에 관리가 되는 것처럼 깨끗했다.
지금까지 들렀던 자연적인 동굴들이나 버려진 유적지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갑자기 던전의 관리자라는 사람이 튀어나와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상한 과제를 던져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첫 번째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지나쳐 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이 격벽으로 막혀버렸다.
나는 시험 삼아서 마력대포로 쏴봤는데 던전의 입구가 간단하게 부서진 것과는 달리 격벽은 흠집도 나질 않았다.
역시 간단하게 보내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레베카님, 여기에 전송실에 있는 것과 비슷한 마법진들이 있어요.”
“마법진이라고?”
나는 이리스가 하는 말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바닥을 살피고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이리스의 손이 닿는 곳에는 그녀의 말처럼 특수상점의 전송실에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한 마법진이 있었다.
대충 보기에도 10개가 넘는 큰 마법진들이 방 곳곳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제법 많은 적들이 튀어나올 것 같다.
“레베카님! 여기에 안내문이 있어요.”
“정말? 던전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참 친절하네.”
나는 에리카의 외침에 그녀의 곁으로 향했다.
에리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빛이 나는 입체적인 글씨로 이 방에서 주어지는 과제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문이 있었다.
이 방은 간단하게 소환된 적을 모두 처치하면 다음 방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카운트다운도 있어서 갑자기 공격을 받을 일도 없었다.
음... 아마도 이 방은 일종의 튜토리얼을 제공하는 장소인 것처럼 보인다.
“다들 전투를 준비해. 총알 장전하고 무장드론을 소환해. 그리고 키아라, 넌 우리 뒤로 와서 후방지원을 하도록 해.”
내 사랑들은 내 지시에 따라서 즉시 움직였고, 곧 카운트다운이 끝나며 마법진에 눈부신 빛이 번쩍거렸다.
나는 적절하게 긴장을 하면서 상황을 주시했고, 마법진 위로 제법 많은 수의 좀비들이 나타났다.
“뭐야? 고작 좀비였잖아. 괜히 긴장했네.”
나는 아예 총구를 내려놓고 여유를 부렸고, 내 사랑들도 날 따라했다.
키아라는 우리의 행동이 너무 의아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레베카님, 왜 갑자기 아무도 싸울 생각을 하질 않는 건가요?”
“걱정 마. 우리에겐 대언데드결전병기가 있거든.”
“네? 그런 것도 있나요? 대체...”
키아라는 에리카의 몸에서 새하얀 오라가 일렁이기 시작하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는 에리카가 언데드정화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많이 놀란 눈치였다.
우리는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려드는 것을 여유롭게 바라보았고 키아라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내 팔을 붙잡았다.
“이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영혼들이여...”
에리카는 아주 근엄한 목소리로 말하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좀비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해방자인 내가 명하노니 부정한 그릇에서 벗어나 안식을 찾을지어다.”
이어지는 에리카의 말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피어오르던 오라가 좀비들을 휘감았고, 놈들은 그대로 빛나는 입자로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좀비들은 기세에 비해서 너무나도 간단하게 소멸했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이 세상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되살아났던 시체들이 모두 사라지자 격벽이 열렸지만 우리가 지나온 길의 격벽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이건 나가고 싶으면 무조건 앞으로 다가서 던전을 클리어하라는 뜻이겠지.
“후우, 조금 힘드네요.”
에리카는 모든 좀비가 사라지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땀은 바디슈트의 청결유지기능 덕분에 금방 사라졌지만 기력이 회복되려면 일단 먹어야 한다.
나는 치트가방에서 에너지바와 음료수를 꺼내서 에리카에게 주었다.
“수고했어, 에리카. 네 덕분에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과제를 통과할 수 있었어.”
“레베카님과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어주어서 기뻐요. 아참! 보답으로 키스해주세요.”
“키스만으로 충분하니?”
“네, 분명 바로 몸이 가벼워질 거예요.”
나는 에리카가 애교를 부리면서 하는 말에 흐뭇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난 그녀의 작고 귀여운 앵두 같은 입술의 부드러움과 적극적으로 내 혀를 감싸는 그녀의 혀놀림에 푹 빠져서는 한참 동안 그녀와 떨어질 줄을 몰랐다.
“레베카님 덕분에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 같아요.”
“다행이네. 그래도 아까 내가 준 것은 확실히 다 먹도록 해. 솔직히 기분이랑 실제 몸은 좀 다르잖아.”
“네, 레베카님. 잘 먹겠습니다.”
에리카는 에너지바의 포장을 까서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입이 작은 사람이 천천히 먹는 습관까지 있어서 제법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에리카가 아니었다면 온 몸에 썩은 내나는 피와 살점을 뒤집어썼을 테니 말이다.
우린 에리카가 충분한 열량을 채운 뒤에 다음 방으로 향했다.
복도에는 어떠한 위협이 존재하질 않아서 아무런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다음 방에 도착하자 격벽이 닫히고 진행방향의 격벽 위로 안내문이 나타났다.
“2조로 나뉘어서 다른 방으로 전성되고 그곳에서 따로 과제를 완수하면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다고? 이거 좀 위험해보이네.”
“아마도 2명, 3명으로 나뉠 것 같네요. 이번에는 방금처럼 간단하게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게. 얘들아, 나와 떨어지더라도 당황하지는 마. 우리가 어떻게 조가 나뉘든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받을 거야.”
내가 하는 말에 내 사랑들은 각자 마음의 준비를 했다.
모두 다른 것보다도 나랑 떨어지는 게 싫은 눈치를 보냈다.
곧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방 전체를 채울 정도로 큰 마법진이 발동했다.
워낙에 눈이 부셔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니 가운데 침대가 있고 나가는 문은 없는 작은 방이 보였다.
그리고 내 옆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키아라의 모습이 보였다.
“키아라,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진정해.”
“레베카님! 정말 다행이에요.”
키아라는 울상을 지으며 나를 와락 껴안았다.
나는 키아라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공간을 보아하니 무언가와 싸우라는 과제를 줄 것 같지는 않은데...
“레베카님, 저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다행이네. 많이 무서웠어?”
“네, 저 혼자만 따로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그렇구나.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네 곁에 있잖아.”
나는 키아라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뒤에 안내문을 찾아보았다.
아무리 벽을 살펴봐도 안 보여서 천장을 올려다보니 거기에 안내문이 나타났다.
“섹스를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라고? 푸하하하! 농담도 참... 농담이 아니잖아! 이거 진짜로 과제가 키아라랑 섹스를 하는 거야? 완전히 미쳤어!”
나는 어이가 없는 과제에 헛웃음이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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