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20화 (120/271)

〈 120화 〉 119화

* * *

내가 보기에 엘리자베스는 정말 마음대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으로 보인다.

황제의 딸이면 이것저것 제약이 많을 텐데 말이다.

그녀는 나랑 동갑이지만 하는 짓을 보면 정신연령이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엔 엘레나랑 같이 두면 서로 수준이 비슷할 것 같다.

아무튼 엘리자베스는 소파에 앉아서도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나보다 더 큰 유방 사이에 내 팔을 완전히 집어넣을 기세로 끌어안았다.

난 그게 참 기분이 좋긴 했지만 고작 나에 대한 좋은 소문을 좀 들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 건 좀 이상하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 몸을 노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마워, 가르탱. 네 덕분에 레베카랑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야.”

“내가 레베카에게 널 소개시켜주는 이유는 레베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지 네 먹잇감으로 던져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가르탱은 상당히 곤란해 하는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

그는 아마도 내가 불쾌함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은 기분이 좋다.

가슴이 큰 미인이 좋다고 엉겨 붙는데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그런데 왠지 내 사랑들이 뒤에서 날 노려보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치만 너무 멋진 사람인 걸. 이것 봐, 키가 크고, 날씬하고, 가슴도 큰 편이고, 얼굴도 엄청 예쁘고 목소리도 정말 매력적이야. 이런 사람이 정의감까지 있다니 완벽 그 자체라고! 우히히히.”

엘리자베스는 약간 바보 같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내 팔에 얼굴을 비볐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뿔이 내 어깨를 타격해서 좀 아팠다.

엘리자베스의 뿔은 한 쌍이긴 하지만 중간쯤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서 얼핏 보면 두 쌍의 뿔이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리스와 에리카의 뿔은 표면이 매끄럽고 곧게 자라난 편이지만 엘리자베스의 뿔은 규칙적으로 홈이 파여 있고 굴곡이 있는 편이다.

“어휴... 아무리 황위계승을 포기한 사람이라도 황족으로서의 체면은 지켜주라.”

“난 그런 거 다 귀찮아. 내 마음대로 살 거라고. 그리고 내가 그러는 편이 레베카에게는 더 편할 걸? 그치, 레베카?”

엘리자베스는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당장 자기편을 들라고 강요하는 눈빛을 보냈다.

어차피 난 그녀와 같은 생각이라서 곤란할 것도 없었다.

“물론입니다. 황녀님 뜻대로 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넌 내 말을 들어줄 줄 알았어. 그 보상으로 나한테 반말을 해도 되는 권리를 줄게. 그러니까 레베카, 너도 가르탱처럼 그냥 날 편하게 불러.”

“으, 응.”

나는 남이 먼저 반말을 해도 좋다는 말을 들어본 건 사실상 처음인지라 기분이 묘했다.

엘리자베스는 내가 동의하자마자 엄청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황녀라면 이미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보통 귀족들은 성정체성과 관계없이 이성과 결혼을 하니 말이다.

“가르탱, 너 저번에 내가 한 제안에 대해서는 생각해봤어?”

“그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내가 말했었잖아. 논의할 가치도 없는 일이야.”

“하! 넌 사람이 너무 꽉 막혀서 문제라니까!”

엘리자베스는 건너편에 앉은 가르탱에게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흐음... 또 호기심이 막 솟아오르는 걸?

“엘리자베스,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

“물론이지. 네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수 있으니까.”

“어... 그거 참 고맙네.”

“그렇지? 내가 보기보다 아량이 넓은 사람이거든.”

엘리자베스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마치 내가 라우라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때의 난 라우라에게 홀려서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엘리자베스가 딱 그런 것 같다.

다른 점은 상대방의 눈치를 조금이라도 살폈던 나와 달리 엘리자베스는 그런 태도가 전혀 없다는 거다.

“내가 제르디아 같은 촌구석에 굳이 찾아온 이유는 가르탱과 위장결혼을 하기 위해서야.”

“위장결혼?”

“응. 너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귀족이나 황족은 무조건 이성과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해. 그래서 난 여태까지 어떻게든 미뤘는데 더는 불가능하게 됐어.”

“왜?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그야 내 아버지이신 황제폐하께서 여름이 되기 전에 신랑감을 구하지 못하면 강제로 결혼을 시켜버린다고 선언하셨거든. 황위계승을 포기했어도 다른 고위귀족과 황실의 연결고리가 되는 의무를 버릴 수는 없었어.”

“아하, 그래서 비슷한 처지인 가르탱과 위장결혼을 해서 서로의 의무에서 해방되려는 거구나?”

“그렇지! 둘 사이에 애가 안 태어나는 건 불임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고 법적으로 부부인 상태에서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 찾아 떠나는 거지. 그걸 전문용어로 불륜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르탱은 그걸 싫어하는 것 같은데?”

나는 엘리자베스에서 가르탱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자 가르탱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뭐, 나도 엘리자베스의 말에 심적으로는 공감하고 있어. 하지만 난 앞으로 가주가 되어서 가문을 이끌어야할 사람인데 위장결혼과 불륜을 숨기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야. 게다가 황제폐하를 상대로 그런 사기극을 벌였다 들켜버리면 우리 가문은 끝장이야.”

“들킬 일 없다니까 그러네.”

“웃기는 소리하지 마.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져도 넌 죽을 일이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쳇, 누가 들으면 우리 아버지가 피에 미친 사람인 줄 알겠다.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려나?”

“엘리자베스! 말조심해.”

“진정해, 어차피 내 방은 방음이 완벽해서 밖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우리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으니까. 예전부터 겁쟁이라니깐. 뭐, 그런 사람이 기사단장이 된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

엘리자베스는 위험한 말을 입에 담아놓고는 그것 때문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가르탱을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아무래도 이 살짝 정신이 이상한 여자랑 사귀면 마음 편하게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르탱, 이번 결혼은 너희 가문에겐 절호의 기회야. 작위도 없는 변방의 기사가문이 무려 황실과 이어지는 거라고! 앞으로 영지제도가 폐지되면 막내황녀의 남편인 너한테는 최소한 지방행정관 자리 하나쯤은 주어질 거야. 그러니 당장의 자존심보다 미래를 봐, 미래를.”

“도덕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려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걸, 넌 감당할 수 있어?”

“세상에! 가르탱, 넌 사람이 충분히 똑똑하고 약았으면서 사랑 문제에서는 사춘기 꼬마들 수준으로 너무 순수하다니까. 적어도 중앙정치에서는 불륜은 문젯거리도 아니야. 부부가 서로 불륜을 저질러도 파혼으로만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혼은 두 가문의 정치적 결합이지 순수한 사랑의 결실이 아니야.”

엘리자베스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빛은 꽤나 슬퍼보였다.

뭐라고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과거에 슬픈 사랑을 경험했던 게 아닐까?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줘. 어차피 여름이 될 때까지 제르디아에서 지낼 거잖아.”

“그 정도는 양보할 게. 하지만 결국은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야.”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일이 바쁘니 이만 가보도록 할게. 그리고 절대로 레베카는 건드리지 마. 내 친구이기도 하지만 이미 애인들이 셋이나 있는 바쁜 사람이니까.”

가르탱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엘리자베스에게 경고를 날렸다.

정작 엘리자베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가르탱, 조심해서 들어가.”

“먼저 가서 미안해. 원래라면 내가 계속 이 자리에 있어줘야 하는데...”

“괜찮아. 걱정 말고 가도 돼. 기사단장님.”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가르탱은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엘리자베스에게 예법에 따라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에 방에서 나갔다.

서로 반말을 할 정도로 가깝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사이라고는 해도 최소한의 예절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가르탱의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엘리자베스가 이런 사람이라면 굳이 예법을 나한테 강조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정작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제대로 인사를 올리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그녀와 말을 놓아버렸는데 말이다.

“자, 이제 그럼 우리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볼까? 킥킥, 농담이야. 아무리 그래도 널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널 뺏을 수는 없지. 방금 전에는 위장결혼 타령을 한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태도이려나? 후훗.”

“엘리자베스, 넌 처음부터 나한테 굉장히 우호적이던데 그 이유가 내가 리제르카에서 한 일 때문이야?”

“아니. 그냥 내 취향이라서 그랬어. 다른 이유는 없어.”

“그 기분 이해해. 자기 취향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우리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잇는 것 같네. 그럼 너는 왜 날 보고 싶었던 거야?”

“가르탱이 네가 뛰어난 마법공학자라고 해서.”

“딱히 틀린 말은 아니네. 이번에 보급 중인 신형 마법갑옷은 내가 개발한 거니까. 어때? 나 좀 멋지지 않아?”

엘리자베스는 아주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그나저나 이거 잘 하면 엘리자베스에게서 최신형을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자존심을 추켜세우고 약간 설레게 만들어만 주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내가 예전보다 더 치사해진 기분이 든다.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마법갑옷을 만드는 일은 아무나 못하는 일이잖아. 난 그냥 입고 싸울 줄만 아는데 말이야. 아마 너라면 이걸 복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나는 가방에서 마법추진기의 파편들이 잔뜩 들어있는 자루를 꺼내서 탁자 위에 펼쳐보였고, 그것의 설명서도 함께 올렸다.

처음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내가 파편들을 기억나는 대로 배치하기 시작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표정은 놀랐다기보다는 화가 난 것에 더 가까웠다.

드레이크나 와이번 같은 용들을 닮은 눈동자가 분노로 번쩍이고 날카로운 송곳니들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좀 무섭게 느껴진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가면쟁이의 비밀기지에서.”

“아, 그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이상한 녀석들 말하는 거구나? 세상에 그 비린내 나는 면상들을 무기로 쓸 거라곤 상상도 못해봤어. 독창적이지만 바보 같은 녀석들이지.”

“내가 봐도 참 이상한 놈들이긴 해. 그런데 이게 뭔지 알겠어?”

“음... 내가 만들고 있는 마법추진기를 이름까지 그대로 베낀 물건이네. 하지만 성능은 조악하기 짝이 없고.”

엘리자베스는 다양한 크기의 파편들과 다 구겨진 설명서를 대충 훑어보며 말했다.

마침 그녀가 개발하고 있던 물건이라니, 내가 좀 운이 좋은 것 같다.

“난 제르디아에 오기 전부터 마법추진기를 개발하고 있었어. 그리고 여기 와서도 계속 보완작업을 하고 있었지. 아마도 누군가 몰래 내 방이나 공방에 들어와서 설계도를 빼돌린 것 같아. 그래봤자 이런 허접한 물건이나 만들어냈지만 말이야.”

“그럼 네가 만든 건 훨씬 성능이 좋겠네?”

“당연하지! 보여줄 테니까 따라와. 아, 일단 이 쓰레기들부터 치우고.”

엘리자베스는 내가 애써 챙겨온 파편들과 설명서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정품을 구할 기회를 얻었으니 아까울 것도 없었다.

나는 엘리자베스를 따라서 나선형 계단을 타고 위층의 공방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방도 충분히 공방에 가까운 분위기였지만 진짜 공방에 오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마법갑옷들이 거치되어 있는 작업대와 처음 보는 디자인의 마력총들이 놓여있는 선반이 눈에 띄었다.

“마법갑옷에 관심 있어? 하나 줄까?”

“이미 가르탱이 나한테 신품으로 주기로 했으니 괜찮아.”

“그래? 그래봤자 구형이잖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안 그래도 제르디아 기사단의 사정이 좋지도 않은데.”

“너 가르탱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 맞지? 이미 받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거절하기 어려운 거잖아.”

“맞아. 친구가 날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선물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

“나 참, 가르탱 친구 아니랄까봐. 내가 가르탱한테 얘기할 테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내가 주는 최신형 마법갑옷을 받아. 네 애인들 것도 준비해줄게.”

“고마워!”

나는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감히 황녀님을 꼭 끌어안아버렸다.

그러자 엘리자베스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으히히힛! 바로 이거야! 아, 넌 정말 멋진 여자야. 애인이 없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네 애인들은 좋겠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어. 이런 나를 무한정으로 사랑해주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너처럼 예쁜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그냥 나도 네 취향대로 일단 노예가 되어버릴까 보다.”

“농담이지?”

“글쎄? 후후후.”

엘리자베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내 곁에서 떨어졌다.

휴우, 아무리 그래도 황녀를 노예로 만들어서 예속각인을 새겼다가는 그 피를 좋아한다는 황제가 날 산채로 찢어죽일 게 분명하다.

“뭐, 장난은 이쯤하고 내가 만든 마법추진기를 보여줄게.”

엘리자베스는 갑자기 옷을 훌렁 벗어던지더니 견갑에 작업용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마법갑옷을 입고서는 내가 봤던 것보다 조금 더 큰 마법추진기를 들고 왔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지금 성능만으로도 네가 썼던 그 짝퉁보다 더 좋아. 완전무장 상태에서 10초 동안 추진이 가능하고 30초의 충전시간이 필요해. 마법갑옷만 입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10층 건물의 옥상까지 날아갈 수 있지. 그리고 최대이륙중량은 완전무장상태의 2배야. 최대이륙중량을 채울 경우엔 3층 이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지만 부상당한 전우를 데리고 후퇴하기에는 충분하지.”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마법추진기의 성능을 빠르게 설명해주었다.

확실히 가면쟁이들이 만든 마법추진기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설계도만 대충 베낀 짝퉁은 정품을 따라가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게 아직 개발 중이라면 앞으로 성능이 더 좋아질 수도 있겠네?”

“이론적으론 그렇지만 너무 추진거리가 멀어지면 사용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 이건 단순히 추진력을 제공하는 마법도구이지 본격적인 비행체가 아니거든. 그래서 지금은 신뢰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어.”

“마법추진기에 날개를 다는 건 어때?”

“그 방법도 써봤는데, 중량이든 경량이든 간에 마법갑옷의 무게 때문에 엄청 큰 날개가 필요하더라고. 그래서 포기했어.”

“그렇구나. 역시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미 시도해봤을 줄 알았어.”

“날 높이 쳐주니까 기분 좋은 걸? 그 대가로 마법추진기를 너한테 줄게. 생산성이 나쁜 점을 제외하면 내가 목표로 하는 마법추진기 그 자체니까 마음 놓고 써.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면 바로 나에게 말해주고.”

“고마워, 엘리자베스.”

“그럼 뽀뽀해주라. 그 정도는 괜찮잖아.”

엘리자베스는 마법갑옷을 벗자마자 내 목에 두 팔을 걸면서 말했다.

난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하마터면 키스까지 할 뻔했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는 선에서 끝냈다.

엘리자베스는 너무 행복해하면서 날 끌어안더니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결국 코피까지 흘렸는데... 나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 슬슬 무서워진다.

* * *

0